< 봉사활동 >
둘째 날이 됐다.
우리는 오전 10시쯤에 절에 모였고, 서둘러 가판대를 차리고 기념품을 올리면서 장사를 준비했다.
...
장사라니! 시불 나도 애들한테 동화되었어!
망할! 어제 우리 조는 진짜 미친 사람들처럼 기념품을 팔았다. 시은 시하 쌍둥이는 서로의 판매액을 비교까지 했다.
애들아... 여기 사찰이야. 장사하는 곳이 아니야.
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는 거다. 아마도 수능 기원하러 온 어르신들이, 자식뻘인 애들이 웃으며 파니깐 기분 좋게 사셨나 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언니! 이거 너무 비싸요."
고등학생들이 러쉬를 왔다. 본인들 수능을 기원하기 위해 왔나 본데, 고3이라서 그런지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김소민은 가격을 깎아달라는 여고생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애들아~ 가격은 위에서 정한 거라서 어쩔 수 없어."
"언니~ 저 올해 수능 보는데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돼요? 수능 치고 언니 학교 갈게요."
"우리 학교는 오지 말고. 잠시만 한 번 물어볼게."
너 어디에 물어보려고 하니? 김소민은 고개를 돌린 뒤 나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
뭐야? 왜 나한테 와?
"사장님. 이거 너무 비싸다는데 깎아주면 안 돼요?"
"저기요. 나 사장님 아니거든. 글쎄? 나도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
"수능 보는 아이들이잖아요. 우리 그냥 깎아줘요. 아니면, 오빠가 쟤네들한테 말 좀 해주세요."
자기 불리할 때만 나 시키네.
김소민은 나를 끌고 여고생 앞으로 갔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 여고생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는데, 너희 뭐하냐?
애들은 갑자기 꺅꺅거렸고, 자기들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뭐라고 수군거리기도 한다.
- 잘생겼다.
- 우리 그냥 저 오빠한테 사자.
- 그러자. 그냥 사자.
짜슥들. 너희가 장사할 줄 아네. 여고생들한테 잘생겼단 소리를 들으니 기분 좋은데?
오늘 민현찬 디스카운트 들어갑니다!
"애들아. 비싸다고 했다면서?"
"아니에요! 하나도 안 비싸요! 저 이거 살게요!"
"저는 이거 살래요!"
"나는 이거 살래! 대신 오빠! 우리랑 같이 사진 한 장 찍어 주시면 안 돼요?"
캬! 애들이 발을 동동 굴리며 말하는데, 진짜 연예인 된 기분이다.
"그래. 사진 찍어 줄게. 그리고 마음껏 사. 수험생 할인 50% 해줄 테니까."
"꺄! 감사합니다."
고3 아이들은 각자 하나씩 골랐고, 나와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너무 많구나.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사진을 찍으며 야단법석을 떨고 갔고, 어제의 점잖은 손님만 겪은 우리는 진이 빠졌다.
옆에 있던 김소민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나에게 말했다.
"와... 오빠 요즘 애들 장난 아니네요. 진짜 시끄러워!"
"내가 너 처음 본 날, 똑같은 기분 느꼈었다."
"나는 조신하고 얌전했거든요. 그런데 돈 구멍 나는 건 어떻게 해요?"
"내가 메꿀게. 그거 얼마 한다고. 어차피 기부하는 거잖아."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현찬이 네가 돈을 메꿔?"
응? 마지막 목소리는 김소민치고는 좀 어른스러운데?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임석훈 아버님이 와 있었다.
"아! 아버님. 수능 보는 고등학생들이 와서 제가 할인해줬습니다. 아이들이 기분 좋게 수능 봤으면 해서요. 부족한 돈은 제가 채우겠습니다."
"난 또 뭐라고. 그냥 놔둬. 학생들한테는 돈 없다 싶으면 그냥 줘도 돼."
그러실 줄 알았어요. 사찰에서의 체면이 있는데, 돈을 다 받으실 리 없지.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현찬아 너 진행 같은 거 해봤다면서."
"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해보기는 해봤습니다."
"그럼 오늘 저녁에 행사하는데, 사회 좀 봐라."
"네? 사회 봐달라고요?"
"응.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 사찰은 보다시피 진짜 절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하는 모임이랑 비슷해. 그렇다 보니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한 명이 사회 보기로 했는데, 어제 너 기념품 팔면서 뭘 한 거야?"
"그냥 웃으면서 사람들한테 인사 잘했죠. 저 무슨 말 나왔어요?"
"좋은 말 나왔지. 오는 사람마다 현찬이 너 가리키며 저 총각 괜찮다고 난리였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사회 너한테 시키자고 하더라고."
"하는 건 둘째치고 그럼 원래 사회 보기로 한 사람은요? 그 사람 기분 나쁠 거 아니에요."
"그럼, 그 사람만 괜찮으면 하는 거다."
"...아버님. 지금 굉장히 불안해지는데. 설마..."
임석훈 아버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원래 내가 하기로 했었어."
"와! 아버님! 역시 아버님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최고의 선택입니다. 사회적 위치, 풍기는 이미지, 뒤에서 나오는 광채! 그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아버님이 하시는 게 매우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거 임석훈이랑 똑같네. 방금 아들 둘인 줄 알았다. 그럼 네가 하는 거다."
"저... 아버님. 그게..."
"작년에 지리산 놀러 간 거 기억나지? 거기 말고 몇 군데 아는 별장이 있는데, 너 원할 때 쓰게 해줄게. 거기 양주가 몇 병 있더라."
"저는 돌잔치 때 마이크 잡은 사람입니다. 이런 훌륭한 행사 사회를 보게 해주시다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하하. 임석훈과 친구 맞네. 그럼 부탁하자. 그리고 정말 고맙다. 내가 이 신세는 꼭 갚으마."
임석훈 아버님은 만족스러운지 웃으며 갔다.
아들 친구한테 신세라는 단어까지 써서 부탁하다니. 굉장한 예의다.
그런데 임석훈 넌 왜 그렇니?
여튼 사회는 내가 해야 한다. 친구 아버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드리는 게 예의고 도리다.
- 별장이랑 양주 때문인 거 아니냐?
닥쳐요! 호구신님! 나의 순수한 마음을 호도하지 말아요!
으하하 별장과 양주라니! 놀러 갈 생각에 벌써부터 신난다.
"오빠가 사회 봐요?"
고개를 돌리자 진시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고 있다.
"응. 그렇게 됐네. 왜?"
"오빠 레크레이션 강사예요?"
"자격증 딸려다가 말았어. 농담이고 시은아 왜?"
"그런 거 하면 무섭잖아요. 그런데 태연한 게 신기해서요."
"무서울 게 뭐 있어. 잘 못 하면 다신 이 사찰 안 오면 되는 거지. 그리고 이런 거는 그냥 무난하게 하면 돼. 너 나중에 오빠 하는 거 보고 너무 잘해서 반하지나 마라."
"아하하. 오빠는 잘생겨서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진짜 설레거든요. 아! 그리고 저 할 말 있어요."
"뭐?"
"저는 시하입니다~"
"...너희 등에 이름표 하나씩 붙이자. 헷갈려서 죽겠다."
"그래요? 언니랑 이야기해 볼게요. 언니~"
시하는 언니인 시은에게 달려갔다.
쟤네들 20살이지? 참 밝다.
*
저녁이 됐다.
사찰 내의 광장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들었고, 나는 한쪽에 설치된 간이 무대 뒤에 있다.
이제 10분 뒷면 행사 시작이다. 서둘러 진행표를 보고 있는데, 머리 하나가 내 옆으로 툭 튀어나왔다.
"사회자 민현찬 씨! 준비 다 되었습니까! 이제 스탠바이 합니다!"
"김소민. 오빠 지금 바쁘다."
그때 반대편에서도 머리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오빠. 준비 많이 했어요?"
"다희야. 오래간만에 보는 거 같네. 너 행사 보조잖아. 어서 오빠 도와줘야지."
"후훗. 저는 사람들 안내하는 거여서 오빠랑 반대쪽에 있습니다. 부럽죠?"
"이제는 나 놀리기까지 하고 많이 컸다. 두 사람 왜 왔어? 지금 진행표 본다고 바빠."
"저희 옷 놔둘 곳 없어서 왔어요. 여기 놔둬도 될까요?"
"무슨 옷?"
"더워서 잠바 좀 벗고 있으려고요."
아직 초가을이어서 덥기는 덥네.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무대 한쪽 귀퉁이에 스태프 가방이 쌓여 있는 박스가 보였다.
"저기 놔두면 되겠다. 누가 들고 가면 내가 말해줄 테니깐, 걱정하지 말고 놔둬."
"오빠! 웬일로 친절해요?"
"다희한테만 친절한 건데. 김소민 너는 더워도 입고 있어."
"쳇! 다희 거 위에 놔둬야지! 그럼 어쩔 수 없이 오빠가 지켜주겠지."
"그래 내가 지켜줄게. 그러니깐 어서 가! 이것들아! 정신 사나워 죽겠다!"
"킥킥킥. 네~ 오빠! 그럼 힘내요!"
"오빠 부탁드릴게요."
소민이와 다희는 옷을 놔두고 자신이 배치받은 곳으로 갔다.
다시 진행표에 집중하자.
한참을 보는데, 임석훈 아버님이 나를 불렀다.
"현찬아. 이제 시작한다."
"알겠습니다."
후~~ 막상 하려니 긴장되네.
그래. 어차피 동네잔치 같은 행사다. 그냥 가볍게 국어책 읽고 오자.
나는 무대 위에 올라갔다. 많은 사람이 나를 보고 있는데, 다들 호의적인 얼굴이다.
아! 어제 나에게 물건 샀던 사람들이구나. 특히 처음 구매한 부부는 날 알아보고는 싱글벙글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늘 행사를 진행하는 민현찬입니다. 반갑습니다."
짝짝짝
조촐한 박수 소리가 들렸다. 흐음. 이대로 진행하기에는 조금 밍밍한데. 사찰이 도서관이 될 듯한 분위기다.
인트로 멘트로 분위기를 조금 올려야겠다.
사람들을 한 바퀴 돌아 보는데, 오늘 낮에 온 고3 여고생 무리가 눈에 들어왔고, 갑자기 멘트가 머릿속에서 꽃처럼 피어났다.
나는 무대 중간으로 가서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들 먼 길 오신다고 수도 많으셨습니다. 이 사찰은 예전부터 단풍이 예쁘기로 유명합니다. 여러분! 주위를 한 번 둘러보면서 잠시 단풍 구경하시죠."
사람들은 내 말에 따라 사찰을 둘러싼 단풍을 구경했다.
"정말 예쁘죠. 강원도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거기 가운데 어머님! 혹시 강원도로 단풍 구경 갈 계획 있나요?"
나는 어제 처음으로 물건을 산 부부를 가리키며 물었고, 부인 되는 사람은 웃으며 손을 좌우로 저었다.
"아이고. 애 수능 보기 전에는 아무 데도 못 가요."
부인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수험생 부모님인가 보다.
"맞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단풍을 봐야 하는데, 아쉽게도 수능은 겨울에 있죠. 그때는 단풍이 다 떨어질 때입니다. 어! 잠시만! 거기 아버님! 혹시 그래서 여기 놀러 오신 거 아닙니까?"
"하하하. 아니야. 아냐. 딸 응원하러 왔어."
"네. 어제 응원하신다고 기부도 많이 하셨죠. 모두 다 저의 배를 부르게 해주신 아버님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몇몇 사람만 손뼉을 쳤다.
"아~ 이거 농담이었는데. 손뼉 치면 제가 나쁜 놈 돼요. 자! 사실 단풍 이야기를 한 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고3 동생들이 저 단풍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장 아름다울 때 겨울을 맞는 단풍처럼, 수험생들도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수능이라
는 겨울을 맞게 되죠. 곧 겨울을 맞게 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쁜 우리 동생들.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딸들이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나는 손으로 고3 무리를 가리켰다.
아이들은 어쩔 줄 몰라 웃기만 하고, 주위 어르신 들은 모두 흐뭇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저 동생들에게 모두 다 큰 박수로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들 자기 딸 아들 같아서인가? 모두가 큰 박수와 응원을 해줬고, 고3 아이들은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감사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훈훈하네. 서로 간에 연결 고리 없었던 사람들이 수능으로 하나가 되었고, 도서관 같았던 절 내의 넓은 공간은 이제 따뜻함이 가득하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 모두의 수험생들 선전을 기원하는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큰 함성과 함께 감정에 벅찬 손뼉 소리가 들렸다.
나 잘한 거 맞나?
확인 차 일행들을 봤는데, 시은 시하 자매, 김소민, 민다희, 임석훈까지 모두가 나를 향해 엄지를 들어주고 있다.
잘한 거 맞네. 이 정도면 행사는 문제없겠다.
*
문제없겠다고 방심했는데, 개뿔. 그럼 그렇지. 나는 항상 어림없지!
행사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축하 공연인데 초대가수가 안 오고 있다.
벌써 5분이 지났다. 그렇다는 말은 나 혼자 주둥이를 턴 게 5분이 넘었다는 거고, 이제 한계라는 거다.
어떡해 해야 하나 보고 있는데, 뒤에서 임석훈이 올라왔다.
"야! 야! 현찬아!"
"초대가수 왔어?"
"아니. 사고 나서 좀 늦는데. 그래서 말인데, 네가 불러."
... 이게 뭔 달나라에서 토끼가 떡 치는 소리야?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아니야. 제대로 들은 거 맞아. 아빠한테 너 노래 엄청나게 잘한다고 네가 부르면 된다고 내가 말했어."
"...존나 고맙다. 이 미친 새끼야."
"으하하하. 고마우면 밥 사라."
"하.. 너 일단 끝나고 보자. 노래는 뭔데? 나 부르고 싶은 거 부르면 돼?"
"아니 MR 몇 개 없어. 네가 아는 노래면 MR 틀고 부를 거고, 모르는 노래면 무반주로 불러."
"무슨 노래 있는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너 이 노래 알아?"
응? 우리 아빠 18번 곡인데?
아빠는 원수 같은 상사가 회사 그만둘 때마다 술 마시고 와서 불렀었다.
"야! 그럼 초대가수가 그 곡 부른 사람이야? 그럼 나 부담돼서 못 불러."
"아니야. 그냥 아빠 지인 중에서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야."
"알았어. 그런 거라면 내가 부를게. 노래 틀어줘."
"오케이! 준비되면 신호 보내줘."
임석훈은 무대에 내려갔고, 사람들은 궁금한지 웅성웅성하며 나를 봤다.
"네! 여러분. 오늘 초대가수께서 부득이한 이유로 현재 올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부르겠습니다!"
그냥 돌직구로 날렸는데, 어라? 장내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가득 찼다.
- 오~~~~
- 와~~~~
- 오빠 파이팅!!!!!
특히 고3 무리들이 아이돌 온 것처럼 격렬한 환호를 해줬다.
애들아 고마워.
자. 이제 노래 부르자. 나는 임석훈에게 신호를 줬고, 사찰에 멜로디가 퍼졌다.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부드러운 발라드처럼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어른들 얼굴이 못마땅한 표정이다.
아. 이 노래는 이렇게 부르는 게 아니구나.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기분 좋게 술을 마신 아버지가 나에게 들어왔다. 그래! 다시 불러보자!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목소리를 긁으며 노래를 불렀다.
- 오~~
- 와!!!
- 잘한다.
캬! 이제 어른들이 환호해 주네. 정답을 찾았으니 계속 부르자!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 누가 뭐래도~
다들 흥이 나는지 코러스를 넣어줬다. 분위기 좋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노래가 가진 힘이 대단 하구나. 청중들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같이 외쳐준다.
초대가수가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아졌다.
우리는 모두가 같이 노래를 환호하며 불렀고, 장내는 열기가 가득해졌다.
일절이 끝나고 이 절 차례다. 클라이 막스로 갈수록 따라 부르는 사람이 늘어났고, 이제 이 노래를 아는 모든 사람이 나를 따라 불렀다.
"누가 뭐래도~~ 다 같이!"
- 누가 뭐래도!
몇 번 듣다 보니 알겠는지, 이제 고3들도 나를 따라 노래를 불렀다.
아차차! 오늘 쟤네들이 주인공이지. 나는 아이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고3들을 향해 팔을 뻗으면서 노래를 이었다.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여러분 모두 다 이 고3들에게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 짝짝짝
- 애들아 힘내! 너희들은 잘 할 수 있어!
- 우리 아들딸들 모두 잘해!
좋네.
고3 아이들을 응원하는 어른들.
예상 밖의 응원에 감동하는 고3 아이들.
모두 하나 되는 마음이 따뜻한 순간이다.
"여러분. 가을이 오면 겨울이 옵니다. 그 이유는 봄이 오기 때문이죠. 이제 봄을 맞으러 가는 19살들의 아이들에게 큰 환호를 보내면서 오늘 행사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제가 애들아! 하면 다들 파이팅해주세요. 애들아!!!"
"화이팅!!!!!"
"다들 감사합니다!!!"
사찰의 수능 응원 행사는 무수한 격려와 박수 속에서 성황리에 끝났다.
임석훈 아버님이 무대 위에 올라와서 나에게 걸어오는데, 입이 째지도록 웃고 계신다.
나중에 별장 잊지 말아 주세요.
마이크를 건네고 내려오자, 임석훈이 나에게 다가와서 어깨동무했다.
"야. 고생했다!"
"꺼져. 너 두고 보자. 이제 끝이지?"
"아니. 아직 산행 남았어."
"나 빼라. 나 데리고 가면 죽여 버린다."
"오케이 알았어. 그런데 산이니깐 금방 추워지네. 너는 건물 안에서 따뜻하게 쉬고 있어. 나는 사람들 이끌고 갔다 올게."
"그래. 아! 다희랑 소민이 외투 챙기라고 해. 저기 있어."
"오케이. 전해줄게."
해가 떨어지니깐 금방 추워지네. 하지만, 나만 아니면 돼!
할 만큼 했어. 이제 좀 쉬자.
나는 따뜻한 사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봉사활동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