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활동 >
우리는 씻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이세연은 방금 전의 섹스가 너무 격렬했는지 다리를 후들거리며 소파에 앉는다.
"아~ 나른해~ 헤헤헤. 오빠. 나 편한 옷 좀 가져다주면 안 돼요?"
캬! 섹스가 끝나도 다정하게 말하는구나. 언제까지 가는지 보자.
나는 옷방에 가서 고양이 코스프레 옷을 가져왔다.
"세연아. 이거 입어. 이게 제일 편할 거야."
"헤헤헤. 고양이다. 오빠아~"
"마음에 들지?"
"마음에 들기는 개뿔! 열 받아서 폭발해버리기 전에 다른 옷 안 가져올래요? 아! 진짜! 방금 했는데 무슨 고양이 옷을 입으라고 해요!"
"아니 이 옷이 얼마나 좋은데! 네가 노팬티로 입으면, 밤에 잘 때 내가 혀로 요래~ 요래~ 할짝 하려고 한 건 절대 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드립이 선을 넘었구나! 이세연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소파 쿠션을 든 채 고개를 한명회처럼 딱딱거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민현찬! 뭐? 요래 요래? 혀로 할짝 할짝? 야!!!!!!"
캬! 우렁찬 엔진 소리~~ 독수리 오형제. 인줄 알았네.
행동은 비슷하다. 소파 쿠션으로 내 대갈통을 두더지 잡듯이 팬다.
"알았다 알았어! 가져올게! 가져오면 되잖아!"
"빨리 가져와요! 꺄악!"
섹드립이 안 된다면 로맨틱으로 가자.
나는 속옷만 입은 이세연을 내 품으로 확 당긴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연아."
"...오빠..."
"내 아를 나아도."
"...도라이냐? 야! 빨리 옷이나 가져와!!!!!!!"
쳇. 우리 아빠는 이 말 한마디로 엄마 꼬셨다던데. 이것이 세대 차이인가?
나는 머리를 쥐어뜯기며 축구 유니폼과 편한 바지를 가져왔고, 이세연은 투덜대면서 옷을 입었다.
이제 자자. 그런데 너 뭐 하니? 세연이는 드라이기를 든 채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본다.
"오빠. 지금 드라이기 틀면 옆집 시끄럽겠죠?"
여자는 샤워 후에 할 게 많구나.
"괜찮아. 여기 꼭대기 층이어서 우리 집밖에 없어."
"그럼 머리 말리고 자야겠다."
"잠시만. 내가 말려줄게."
"어? 헤헤헤. 오빠 정말요? 나 부탁 좀 할게요~~"
이번에는 왜 고양이가 되었어?
...
여자 마음 이해하려 하지 말자. 그냥 가는 대로 흘러가자.
우리는 기차놀이 하듯이 바닥에 나란히 앉았다.
위이이이잉.
드라이어기를 틀고 이세연 머리를 말리는데, 세연이는 뭐가 좋은지 콧노래를 부른다.
"오빠가 머리 말려주니깐 좋다~"
"나도 네가 고양이 옷 입었으면 좋았을 건데."
"칫. 하여튼 변태란 말야. 다음에 입을게요. 그런데 그 옷 왜 안 버렸어요?"
"우리 추억이 있는 옷이잖아. 저 옷 보면 작년 축제 생각나서 기분 좋아. 그때 너 진짜 미친년이었는데."
"그때는 오빠도 왕재수였거든요. 지금은요?"
"지금은 소중한 동생이지. 그러니깐 노랑머리로 염색 좀 그만해라. 이것 봐라. 끝에 머릿결 다 상했다."
"보기 싫어요?"
"보기 싫지는 않고. 머리카락 상하니깐 안타까워서 그러지. 예쁜 얼굴에 머릿결이 이게 뭐야. 미스코리아가 몸빼바지 입은 꼴이네."
"헤헤헤. 기분 좋다. 오빠 나 수능 끝나면 우리 작년 겨울처럼 또 놀러 가요."
"가고 싶은데 있어?"
"음... 글쎄요. 아! 진희 보러 미국 갈까요?"
"너 영어 1등급이지?"
"네~"
"그럼 가자."
"히히히. 기대된다. 어제 진희 연락 왔었어요. 나 사실 진희한테도 도움 많이 받았거든요. 힘들 때마다 진희가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줬어요. 대학 와서 진희 같은 친구를 사귀다니. 복 받은 거 같아요."
그래. 너희 둘은 쓰리섬이 이어준 인연이지.
"악!!!!!!"
"왜요? 갑자기 왜요?"
"아니야. 드라이기에서 갑자기 전기가 통했는데 이해 안 되지? 그냥 별거 아니야."
거 호구신님. 섹드립 한 번 쳤다고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여튼 두 사람 잘 지낸다니 보기 좋다.
"이제 다 말렸다."
"잠시만요~"
세연이는 자기 머리카락을 요리조리 만져보더니 화들짝 놀랬다.
"우와~ 진짜 꼼꼼하게 잘 말렸다."
"고마우면 500원."
"500원 대신 한 번 안아줄게요."
"됐거든요. 응?"
사락. 세연이는 가슴을 내 얼굴에 붙이며 안았다.
이세연, 오늘따라 엄청 애틋하다.
"공부하는 동안 못 봐서 어떡해요?"
"누가 보면 군대 가는 줄 알겠다. 눈 감았다가 뜨면 두 달이야."
나는 세연이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만졌다.
"그렇죠. 게다가 가까우니깐 언제든지 볼 수 있죠?"
"그럼. 너 왜 그래?"
"처음으로 오빠랑 떨어진다 생각하니 무서워요."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떨리는 가슴을 만졌다.
"걱정하지 마. 내가 몰래 기숙사 잠입할게. 치킨 사 들고 가면 재밌겠다."
"킥킥. 그건 맞아요. 그리고 맞을래요? 어디 은근슬쩍 계속 만져요."
아깝다! 계곡이 코 앞이었는데!
이세연은 나에게서 툭 떨어진 후 입을 쭈뼛 내민다.
"진짜! 오빠는 분위기를 너무 몰라."
"어색해서 그런다. 나는 어제와 오늘이 같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변하지 않고 항상 이대로 웃었으면 좋겠어. 왜냐면 지금이 즐겁거든. 그래서 일부러 장난친 거야."
"...그래요? 그럼 오늘같이 자요. 나 안방에서 자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후훗. 네~ 그럼 우리 자러 가요."
세연이와 나는 침대로 갔다.
이차전을 하는 건가! 싶지만, 아쉽게도 힘들 듯하다.
아까의 오르가즘이 이제 밀려왔는지, 이세연은 눕자마자 내 품에 꼭 안겨서 코~ 잠들었다.
하이고. 자는 모습은 아기 같네.
나는 이세연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기집애야~ 나라고 너 기숙학원 가는 거 왜 안 아쉽겠냐. 그런데 그게 좋은 길이니깐 티 안 내는 거지. 열심히 공부하고 두 달 뒤에 웃으면서 보자. 혼자 있다고 외로워하지 말고. 외로우면서 혼자 꾹꾹 참는 건 아니려나 모르겠다."
"으으응."
응? 안 잤어? 분명히 코 골고 있었는데.
...
에이 설마 자고 있겠지. 그런데 좋은 꿈 꾸나 보다.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
일주일이 지났고, 이세연은 휴학계를 냈다.
오늘은 기숙학원 들어가는 날이다. 선미와는 어제 작별 인사를 했고, 오늘은 바래다주기 위해 나 혼자 세연이 아파트에 왔다.
그런데 애는 왜 이리 안 나와? 10분째 깜깜무소식이다.
"오빠!"
양반은 못 되네. 아파트 입구 문이 열리며 이세연이 뛰어나왔다.
"하이고. 나는 내일 나오는 줄 알았는데... 너 솔직히 말해라. 수능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라 이민 가는 거지?"
그게 아니면 저 캐리어에 시체가 들어 있던가.
거짓말 안 보태고 내가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큰 캐리어다.
"아니거든요. 두 달 동안 있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책도 많고요. 이것저것 넣다 보니 짐이 늘었어요."
"무겁겠다. 이리 줘."
"오~ 웬일이래요?"
"너 생각하는 건 오빠밖에 없지?"
"킥킥. 맞아요. 고마워요 오빠."
"더 고마운 것도 있어. 자."
나는 미리 준비한 종이가방을 건넸다.
"어? 이거 선물이에요?"
"두 달 동안 밥 못 챙겨 먹을까 봐 주는 거야. 지금 열어보지 말고 기숙사 가서 혼자 몰래 열어봐."
"싫어요! 지금 볼래요!"
"안돼! 나중에 열어보래도!"
"뭘 넣었길래 그러는 거예요?"
이세연은 기어코 종이 가방을 열어서 내용물을 봤다.
"비타민이다! 이거는 종합 영양제고. 어? 단백질 보충제도 있네요?"
"혹시나 뇌 손실 올까 봐 넣어놨어."
"참나~ 멍청해지면 오빠 악담 때문인 줄 알아요! 그래도 고마워요 오빠. 어! 잠시만!"
...
결국은 보고 말았구나.
이세연은 종이가방 맨 밑에 깔린 딜도를 꺼냈고, 나는 진지한 얼굴로 이세연을 바라봤다.
"혼자서 많이 외로울 거야. 그때 내 거라 생각하고 사용하면 돼."
- 현찬아. 내가 보기에는 너 이세연한테 맞아 뒈질 거 같은데?
훗. 호구신님. 딜도를 넣으면서 그 정도 각오도 안 했겠습니까?
하지만, 전혀 예상 못 했다.
설마...
벌건 대낮에 사람들 지나가는 이 길거리에서! 딜도로 때릴 줄이야.
"야! 엉덩이 대! 내가 지금 너한테 넣어줄게!"
"와! 남사스럽게 무슨 말 하는 거야? 저기 초등학생 지나간다."
"야! 재수 공부하러 가는 동생한테 이런 걸 줘? 너 죽을래!"
딜도 폭행이 시작됐다. 시불, 설계하는 놈들 좀 부드럽게 만들어라. 더럽게 아프네.
뭐. 그래도 여튼 이세연은 씩씩해졌다.
기숙학원 들어가는 게 우울한지, 가기 전 며칠 동안 꿍해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밝아지니 기분 좋네.
쟤는 이런 내 마음 알려나 몰라.
헉! 모르는 게 확실하다! 이세연은 딜도를 아파트 쓰레기장으로 던졌다.
"안돼!!! 마이 딜... 딜... 딜리셔스!!!!!!"
"딜리셔스는 무슨. 오빠도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럽나 보네요. 어서 가요! 나 늦었어요!"
"아... 아... 내 물건이 사라진 거 같아..."
"진짜 없애 줘요?"
"아니. 괜찮아. 하나 더 사면 돼. 나는 달려라 하니처럼 이 정도로 무릎 꿇지 않아."
"꺄하하! 미치겠다."
"왜 웃어? 하나 더 산다니깐 기분 좋지?"
"아니거든요.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어서 웃었거든요. 저런 걸 왜 가져 왔데."
"그렇게 웃으라고 가져온 거야. 두 달 동안 빡공해라. 오빠도 밖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게."
"나 외롭다고 전화하면 달려올 거예요?"
응? 이세연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순간이동 해서라도 갈 테니깐, 혼자 꿍해 있지나 마."
"헤헤헤. 네~ 오빠~ 우리 이제 출발해요."
그러자!
나와 세연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
이세연은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친구 군대 보내는 기분이네.
그나마 기숙학원 상태가 허술해서 다행이다.
철장 처져 있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냥 시골에 덩그러니 있는 현대식 건물이다.
웃긴 게 면회실도 있다. 치킨 사 들고 놀러 가면 딱이네.
여튼 세연이는 떠났고, 이제 선미랑 둘이 남았다. 뭐, 다희랑 소민이도 있지만 패밀리는 아니지.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예전처럼 안 붙어 있게 된다. 그렇다고 연락 안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만나서 밥 먹는 게 다다. 가끔 술도 한잔하고.
'너 요즘 뭐하고 지내?'
저번에 밥 먹을 때, 선미가 히키코모리처럼 집에서 만화만 볼 줄 알고 물어봤었는데.
'나? 그냥 만화책 보고, 혜민이랑 놀러 다니고, 미드 보고 그러지 뭐. 집순이가 뭐 하겠어.'
나름 잘 지내고 있었다.
쩝. 남 신경 쓸데가 아니다. 내가 문제다.
나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간혹 임석훈하고 당구 치고, 동방에 가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다다.
풋. 생각해보니깐 웃기네. 이런 소소한 시간이 미래에는 진짜 행복한 시간인데.
그래. 게으름도 사치인 시대다. 누릴 수 있을 때 누리자.
그래서 지금 피시방에서 파오케를 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하니깐 꿀잼이다! 빨리 리그오브레전드나 나왔으면 좋겠다! 가렌 오 선파로 다 죽여 버리겠어!
모니터를 보며 뚫어지라고 전투하고 있는데, 누가 의자 등받이에 손을 올렸고, 고개를 뒤로 젖히자 유소라가 라면을 들고 서 있었다.
"와... 게임 폐인이 여깄네."
"어이~ 알바생. 왜 시빕니까?"
"주문한 라면 들고 왔거든. 그만 좀 시켜! 몇 번을 부려 먹는 거야!"
"미안. 30분 단위로 먹고 싶은 게 생겨서 그래. 캬~ 역시 피시방은 끓인 라면이지. 잘 먹겠습니다."
후루루루룩.
유소라는 역시 요리를 잘한다. 면발이 오동토동 살아있다. 국물도 끝내준다. 짭조름한 게 사이다랑 먹으며 환상의 궁합이다.
라면을 먹으면서 게임을 하는데, 소라가 옆자리에 앉더니, 턱에 손을 괴고 나를 바라봤다.
"오빠는 이상한 사람이야."
"네가 할 말은 아니거든. 그런데 라면 죽인다. 진짜 맛있어."
"라면을 먹든 게임을 하든 하나만 해. 그리고 라면 말고 밥 좀 챙겨 먹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내가 여기서 만들어 줄게."
"너 우리 엄마 알지? 잔소리 패턴이 똑같네."
"오빠 같은 아들 있으면 속에 열불 터져서 죽겠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야?"
"뭐가?"
소라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내 귀에 입을 붙였다.
"주식 말야. 에스X 진짜 사도 돼?"
"벌써 샀어? 지금 9월 말이니깐 일주일 있다가 10월 초에 사라고 했잖아."
"사지는 않았는데 적금은 깼어. 내가 아빠 빚 독촉 때도 안 깬 적금이야."
"얼만데?"
"고1 때부터 동생이랑 모아서 육백만 원. 이건 동생이랑 같이 모은 돈 이어서 차마 아빠 못 줬어."
"너도 대단하다. 아빠 빚 갚아 드리면서도 적금을 모았다니. 조금 있다가 10월에 사. 그리고 손해 보면 내가 그대로 채워줄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절대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
"응. 아빠한테도 말 안 했어. 그리고 책임 안 져도 돼. 결정은 내가 한 거잖아. 책임도 내가 질게. 오빠한테 맡기는 건 너무 미안해."
이런 모습 때문에 소라에게 주식을 가르쳐 줬다. 선미와 세연이에게도 넌지시 말해줬는데, 둘 다 집이 부자여서 그런지 시큰둥했다.
여튼 애가 양심은 있다.
나는 소라가 허영에 찌든 애인 줄 알았는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다시 봤다.
20살에 천만 원을 모은 모습, 아버지를 위해 그 돈을 바로 준 모습. 노래방에서 일하려다가 정신 차리고 돌아선 모습.
이런 점으로 봐 생각 없는 애는 아닌 거 같다. 명품 가방 사려고 아등바등 알바하는 모습이 조금 우습기는 하지만. 뭐, 명품 가방은 여자들의 로망이니 이해는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다. 전생에 나를 좋아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손이 간다. 가슴으로도 가고, 계곡으로도 가고...
···
시불 정신 차리자. 여기서 만졌다가는 소라를 추종하는 손님들에게 처맞을 수도 있다.
"그럼 그냥 믿고 따라와. 돈 많이 벌면 뭐 할 건데?"
"나 샤넬 백 하나 살 거야!"
"그다음은?"
"뭐, 나한테 하는 보답은 그걸로 충분해. 동생 노트북 하나 사주면서 알바 그만두게 하고 공부만 하게 할 거야. 오빠도 뭐 사줄까? 원하는 거 있어?"
"나? 없어. 그냥 평생 나를 은인이라 생각하고 모시고 살아. 너 돈 벌면 이상한데 빠지는 거 아냐?"
"그럴 리 없거든요. 나는 중학교 때부터 알바를 해서 돈 귀한 거 알아. 막상 돈 벌어도 살 거만 사고 다른 거는 안 살 거야."
"그래. 착하다."
"아! 오빠는 주식 샀어? 얼마큼 샀어?"
"비밀~"
액수가 너무 차이 나서 말해줄 수가 없다. 현재 일주일 동안 7억 정도 샀다.
젠장, 바닥인 줄 알고 샀는데, 더 내려갔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주가가 하락하다 보니 티 안 내고 매입을 할 수 있었다.
목표가 1300원에 30억 매수가 일단 목표다. 앞으로 부지런히 사야겠다.
- 저기요.
그때 카운터에서 손님이 소라를 불렀다.
"네~ 잠시만요! 오빠 게임 하고 있어. 나 일하고 올게."
"왜 이리 달라붙어 있으려고 해?"
"고마워서 그런다 왜."
"그럼 올 때 메로나."
"아이스크림은 없거든."
"사다 줘. 현찬이 메로나 먹고 싶어요!"
"아! 끔찍해! 알았어 사다 줄게. 그럼 조금 이따가 봐~"
캬~ 역시 내 눈은 정확했네.
돈이 귀한 줄 아는 만큼 돈 벌게 해주는 사람이 귀하다는 걸 아는구먼. 말 잘 듣는다.
지금 투자한 돈이 뻥튀기되면 소라는 나에게 뭘 해줄까?
그리고 돈이 생긴 소라가 알바할 시간에 자신의 재능을 계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애가 끼는 있는 편이잖아.
후후후. 벌써 기대된다.
디리리링.
다시 라면을 먹으며 게임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응? 누구지? 이세연 벌써 외로운가?
휴대전화를 봤는데 임석훈이다.
"임석훈 어디고~ 당구장 갈까?"
"나 지금 끝났어. 당구장은 당연히 가는 거고, 너 다음 주 금, 토, 일 뭐해?"
"다음 주? 금요일은 학교 가고, 토, 일요일은 너랑 카오스 하고 있겠지."
"역시 내 친구.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결국, 시간 많다는 말이네. 그날 봉사활동 하자."
"역시 너는 내 친구 아냐. 예상을 벗어나거든. 꺼져 인마! 안 해."
"아! 왜?"
"이상할 게 뻔하니깐. 막 주최자가 사기꾼이고 그런 거 아냐?"
"우리 아빠가 하는 건데?"
"...미안. 일단 이야기는 들어볼게."
"우리 아빠 취미로 절에서 활동하잖아. 거기서 행사한다고 해서 도와 달래. 봉사활동 시간도 채워줘. 나는 강제로 끌려가는데, 혼자 가서 뭐 하겠어? 같이 가서 놀자! 그리고 너 아는 사람 없어? 너 포함해서 세 사람 정도 필요해."
"선미는 뭐래?"
"지랄하지 마라던데? 여튼 너는 하는 거다. 두 사람 더 네가 데리고 와줘."
흐음.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라.
유소라는 알바한다고 안 되고, 다희 소민이밖에 안 떠오른다.
얘네들 사진 찍는 거 좋아하잖아. 데리고 가 보자.
< 봉사활동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