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92화 (192/295)

< 연기 >

유소라가 알바하는 피시방 입구에 왔다.

아무리 은미를 위한 일이라지만, 그래도 무리하지는 말자.

적당히 기분 안 나쁘게 물어보자.

"오빠 여기 웬일이야?"

"깜짝이야!!!"

화들짝 놀라면서 돌아보니, 짧은 치마를 입은 소라가 남자 화장실에서 나왔다.

"너 지금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설마는 무슨. 화장실 청소하고 나왔어. 오빠는 웬일이야? 나 보러 올 리는 없고 게임 하러 왔어?"

"뭐. 게임도 하고, 다른 것도 하려고 겸사겸사 왔어."

"키키키. 컴퓨터랑 게임 하고 나랑도 게임 하고 싶어서 왔나 보네."

"너 요즘 게임 해? 카트라이더?"

소라는 뱀처럼 혀로 입술을 핥았다.

"섹스~ 박진영 몰라? 섹스도 게임이라고 했잖아."

"...대단하다. 컴퓨터 게임 말한 내가 바보지."

"후후후. 좋으면서 아닌 척하기는. 어서 들어가자. 나 카운터 봐야 해."

소라를 따라 피시방에 들어왔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이상하다. 이 피시방은 학교 구석에 있어서 조용한 곳이었는데. 맛집이 되어 있네.

"여기 사람 왜 이리 많아?"

"나 오고 엄청나게 늘었어. 다들 내가 예뻐서 오나 봐. 따라 들어와."

"나도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그럼. 거기 서 있을 거야? 다른 손님한테 방해돼."

"사장님 뭐라 안 해?"

"아하하. 오빠. 여기 사장님 나한테 아무 말도 못 해. 내가 손님 다 끌어왔는데. 게임 해도 상관없으니 알바만 계속해달라더라."

피시방은 알바생 외모가 절반을 먹고 들어가지. 여기서 유소라는 여왕이겠네. 나도 눈치 안 보고 행동해도 되겠다.

소라를 따라 카운터 안으로 들어왔다. 크지는 않지만 두 사람이 안기는 충분했고, 나는 나란히 옆에 앉았다.

"음료수 마실래?"

"웰치스 하나 줘. 이게 또 피시방에서 먹으면 맛있거든."

"피시방도 잘 안 다니면서. 자."

"잘 먹겠습니다."

그때, 카운터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왔는데, 헤헤헤 웃으며 소라를 보다가 옆에 있던 나를 보더니 인상을 팍 구긴다.

"라면 하나 주세요."

"네~ 어떤 거 드실 거예요?"

"어... 신라면요."

"헤헤헤~ 네~ 알겠습니다. 가져다드릴게요~"

캬! 손님이 많을 만하네.

소라는 살살 웃으며 말했고, 남자 손님은 헤벌레 웃다가, 나를 보더니 다시 인상을 팍 구겼다.

...

뭐 인마! 나 남자 친구 아니야.

시불. 그러고 보니 카운터에 들어온 이후부터, 남자 손님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오빠. 이거 22번 자리에 주고 와."

"네가 가져다줘. 나는 가기 무섭다."

"키키키. 나한테 부탁하러 온 거 아냐? 그럼 얌전히 말 들어야 할 건데."

귀신같은 년. 하여튼 사람 굴리는 건 최고란 말이야.

나는 컵라면을 들고 22번 자리에 갔다.

"라면 나왔습니다."

"아... 네...."

거참. 아니꼽게 구네.

다시 카운터에 돌아오자 소라가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 착하지?"

"아니. 싸가지 없어."

"정말? 착한 사람이어서 오빠한테 부탁한 건데."

"그건 너니깐 착한 거지. 나한테는 죽일 기세였어."

"아하하. 오호~ 그렇단 말이지. 이 짜파게티는 12번 자리에 주고 오면 됩니다."

"저기요 유소라 씨. 너무 굴리는 거 아닌가요?"

"동생 일하는 거 도와주면 좋잖아. 그리고 오빠 그거 알아?"

소라는 내 귀에 입술을 붙였다.

"여기 탕비실에 들어가면 소리 하나도 안 들리는데."

그리고 내 손을 잡고 짧은 치마 아래의 허벅지에 올렸다.

...

너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니?

나는 소라 머리를 손으로 툭 밀었다.

"지랄 옆차기 하지 마시고요. 너 속셈 뻔하지 뭐. 저기 잡힌 어장들에 나 보여주려고 하는 거 아냐? 그리고 나 집에 가면 남자 친구는 아니에요. 호호호 할거고."

"어떻게 알았어? 이야~ 오빠 많이 늘었다."

"원래 너 속셈은 훤히 알고 있었거든."

"그럼 좀 당해줘. 다 나 일 편하게 하려고 하는 거야. 이렇게 안 하면 다들 키보드에 담뱃재 버리고 장난 아니야. 아오. 키보드에 담뱃재 묻은 거 털기 힘들어 죽겠어."

그러고 보니 아직 피시방에서 흡연하는 시대지.

그래. 좀 도와주자.

소라의 지시에 따라 짜파게티를 가져다줬다. 컵라면도 가져다주고, 오징어도 가져다주고, 음료수도 가져다주고...

그만 처먹어 이 새끼들아!

한 시간쯤 지나자, 내가 서빙을 하는 게 불만인지 주문이 뚝 끊겼다.

"하... 빡시다. 다들 엄청나게 시키네"

"키키키. 고생했어. 부탁이 뭐야? 내가 기쁜 마음으로 들어줄게. 아~ 몸의 부탁이었으면 좋겠다."

"헛소리하지 말고. 조금 진지한 건데,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기분 나빠하지 말라는 거 보니, 딴 년 도와달라는 건가 보네. 말해봐."

눈치가 귀신 증조할아버지네.

소라에게 은미 일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의외로 재밌어한다.

"진짜? 나 할래! 그런 거면 편하게 말하지! 재밌겠다!"

"괜찮아? 너 이야기하는 거잖아."

"왜? 돈 때문에 술집에서 일한 거 쪽팔려 할까 봐?"

"응."

"키키키. 이 오빠 왜 이리 착해~ 그런 거 쪽팔려 할 리가 없지. 나는 오히려 가족을 위해 그 정도까지 한 게 자랑스러워."

참... 이런 거 보면 소라도 자존감 높단 말이야. 하긴. 그러니깐 남자한테 안 매달리고 다 후리고 다니지.

"그럼 언제 시간 돼?"

"밤 11시까지 알바니깐, 그 이후면 언제든지 가능해. 차라리 바에서 볼까? 배역이 술집 여자라면서. 거기서 보는 게 더 낫겠다."

"그러자. 내일 콜?"

"콜! 아 재밌겠어! 내 덕분에 연기 확 늘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자랑할 수 있게 말야."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내일 보는 거로 하고. 나는 이만 간다."

"오빠 잠시만!"

"왜?"

"나 배고파. 맥도날드 하나 같이 먹고 가줘."

꼬르륵.

그러고 보니 나도 배고프네.

"알았어. 밖에 나가서 맥도날드 사 올게. 같이 먹자."

"후훗~ 땡큐~ 감사합니다."

나는 맥도날드를 산 후 다시 피시방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좁은 카운터에서 햄버거를 먹었는데, 이 분위기 썩 나쁘지는 않다.

다음날. 은미와 BAR 티아라에 왔다. 여기서 소라랑 만나기로 했는데, 간판 불이 꺼져 있다.

오늘 장사 안 하나? 일단 소라에게 전화 걸었다.

- 오빠. 도착했어?

"지금 가게 앞이야."

- 그럼 들어와.

"너 안에 있어? 불 꺼져 있는데?"

- 창민 오빠한테 말하니깐, 가게 오늘 비워줬어. 안에 아무도 없어.

창민 형 신경 많이 써주네. 조만간 술이나 한잔 해야겠다.

"현찬아. 안에 들어가면 돼?"

옆에 있던 은미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본다.

은미는 이런 곳이 처음인가 보다. 술집 여자를 연기하는데, 술집을 안 와봤다니. 연기가 어색한 이유를 알겠다.

"응.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 안에 있대."

"그래?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그냥 어린애지만 어른 같은 사람이야. 들어가자."

나와 은미는 티아라 안으로 들어갔다.

바에는 소라가 있는데, 상의는 시스루에 안에는 짙은 검은색 브래지어를 입고 있다.

헉. 이 시기에 저런 옷은 어디서 구했대? 가슴라인이 도드라져서 눈에 확 들어온다.

"선배님 오셨어요?"

"너 오늘 옷이 도발적이다."

"후훗. 아니에요~ 조금 예쁘게 입은 거 뿐이에요. 옆에 분이 그 친구분이에요?"

"안녕하세요. 하은미입니다."

"와~ 진짜 예쁘시다~ 저는 유소라라고 해요."

"반가워요. 소라 씨도 예쁘세요."

"두 사람 선후배 사이야. 말 편 하게 해. 소라야, 은미는 나랑 동기고. 은미야, 소라는 우리 과 08학번이야."

"정말?"

"정말요?"

"응. 그러니깐 둘 다 너무 부담 갖지 마. 일단 앉자."

나와 은미는 소라 앞에 앉았다.

"소라야. 미리 이야기했듯이 이 친구가 하은미야. 이제 처음으로 연기하는데, 경험이 많이 없어. 그래서 소라 너 이야기 좀 해줬으면 좋겠어."

"후훗. 네~ 은미 선배님 궁금한 거 다 물어보세요~"

"아. 저 그럼, 말 편하게 해도 돼?"

"네~ 그럼요~"

"고마워. 우선 내 연기를 보여줄게. 이상한지 봐줘."

은미는 소라 앞에서 연기했다.

음... 예전과 같다. 발성도 좋고 눈빛도 좋은데, 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소라도 비슷하게 느꼈나 보다.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모습을 본 은미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별로지?"

"솔직히 말해도 돼요?"

"응."

"그냥 어린아이가 어른 흉내 내는 거 같아요."

"그렇구나... 사실 내가 맡은 배역의 기분을 모르겠어. 그래서 감정 이입이 안 돼."

"아마도 여자 주인공이 부러우면서도 내가 하찮은? 그런 기분일 거예요. 어릴 때 공부 열심히 할 걸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고요."

"그렇구나."

"별로 안 와닿죠?"

"응. 잘 모르겠어."

...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래. 우리 셋 다 아마추언데 누가 누구를 가르치겠어.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라에게 말했다.

"소라야 네가 한번 해보는 건 어때?"

"제가요?"

"어. 너 연기 잘하잖아."

순진한 후배인 척 말야.

뒷말을 안 해도 소라는 눈치챘나 보다. 나를 보며 입 닥쳐 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 소라야. 네가 한번 해줘. 여기 대사야."

은미는 정말 절박하나 보다. 대사가 적힌 종이를 소라에게 넘겨줬다.

"한 번 해볼게요. 대신 대사는 저에게 맞게 바꿔도 되죠?"

"응. 그래도 돼."

소라는 나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리고 찬찬히 입을 열었다.

"오빠 옆에 있는 그년이 부러워. 나도 조금만 운 좋게 태어났으면 평범했을 건데. 웃음 팔아서 번 명품 가방이 초라한 건 오늘이 처음이야."

헉. 뭐야 이거? 왜 이리 잘해?

'부럽네요. 저도 대학교 다녔으면 저 아이처럼 수수했을 건데. 진한 화장과 명품 가방이 초라한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이 대사보다 소라가 한 데사가 훨씬 느낌이 좋다.

은미도 놀랐다. 깜짝 놀라서 소라를 바라봤고, 소라는 신났는지 없는 대사도 만들어서 했다.

"오빠는 나하고 하는 게 좋지? 나도 오빠랑 하는 거 좋아. 그런데 진짜 좋은 건 오빠랑 평범하게 길을 걷는 거야. 손잡고 말이야. 그런 내 마음 알아?"

저거... 나 보고 말하는 건 아니지?

연기를 마친 소라는 웃으며 은미에게 말했다.

"헤헤헤. 어때요?"

"진짜 잘해! 너 연기해도 되겠어!"

"아니에요~ 그냥 감정 이입이 조금 됐을 뿐이에요."

"비슷한 일 있었나 보다."

"키키키. 그러게요. 이상하게 감정 이입되네요."

나를 보며 씨익 웃는데, 진심이야 농담이야? 알다가도 모르겠다.

"언니 중요한 건 마음인 거 같아요. 비슷한 일 겪은 적 없었어요?"

"응. 나는 연애도 몇 번 안 해봤거든."

"최근에 한 연애가 어땠어요?"

"이 년 전인데. 그 사람은 나를 위해서 많은 걸 해줬어. 지금도 도와주고 있고."

그게 접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입 닥치고 있자.

"그렇구나. 현찬 선배~ 내 경험 이야기해줘도 소용없겠어요. 내 생각에 언니는 짝사랑을 해봐야 할 거 같아요."

"그래? 은미야 안 되겠다. 일단 연애부터 하자."

"아하하. 사람이 있어야지 하지. 나 그리고 스캔들 나면 안 돼."

"다들 몰래몰래 하지 않아?"

"그렇기는 하지만. 후훗. 나는 됐어. 안 할래. 아!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화장실로 가는 은미.

소라는 뒷모습을 보더니 씩 웃었다.

"저 언니 너무 순진하네. 딱 보니 예쁜 얼굴 덕분에 여왕 대접받은 거 같은데. 오빠도 사귈 때 마냥 잘 해줬었지?"

"응. 나도 엄청 잘해줬었... 사귄 지 어떻게 알았어?"

"척하면 딱이지. 오빠가 저렇게 예쁜 사람을 가만히 놔뒀겠어?"

그때는 나 순진했었다. 그리고 은미가 먼저 꼬셨다.

"보니깐, 헤어질 때도 은미 선배가 찼겠네."

"...너 그냥 무당 해라."

"내가 무당 하면 섹기무당 할 거야. 여튼 내 이야기해 줘봤자 아무 의미 없어."

"별수 없지 뭐. 그래도 신경 써줘서 고맙다. 아! 그런데 아까 연기야? 아니면 리얼이야?"

"당연히 연기지."

유소라는 거짓말 못 하지. 연기가 맞나 보다.

"단 혼이 담긴 연기였어. 헤헤헤 어땠어?"

"...헷갈리게 하지 마라. 진심이라는 거야?"

"글쎄? 연기란 거 그런 거 아냐? 보는 사람이 진짜로 느끼면 진짜가 되는 거지."

"그냥. 네가 연기자 해라."

"됐습니다. 나는 과거가 화려해서 유명해지면 안 돼."

"왜? 무슨 사고 친 거 있어?"

"응. 여러 남자 등쳐 먹었거든. 은미 선배 온다. 이제 입 닥쳐. 나는 다시 착한 후배 할거니깐."

은미가 자리에서 돌아왔다.

두 사람은 한동안 배역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아쉽게도 크게 얻은 건 없다.

역시 남의 경험으로는 한계가 있나 보다.

빌라 앞에 은미 차를 타고 도착했다.

워~ 그래도 연예인은 연예인이구나. 은미 차는 조그마한 BENZ다.

우리는 차에서 내렸는데, 어라? BMW가 빌라 주차장에 있다.

이거 이세연 차인데. 빌라 놀러 왔나? 근처에 가서 안을 봤는데, 아무도 없다.

"현찬아 뭐해?"

"이거 이세연 차거든. 차만 있고 사람이 없어서. 잠시만."

전화했는데, 받지를 않는다. 나 보러 왔다가 없어서 선미한테 갔나 보다.

전화를 끊자, 은미가 궁금한 얼굴로 나를 봤다.

"안 받아?"

"응. 선미한테 놀러 갔나 봐. 애는 여기까지 와서 왜 나한테 연락 안 했대?"

"글쎄? 후훗. 현찬아. 너 세연이 많이 아끼는 거 같아."

"나? 그럼 많이 아끼지. 애가 싸가지가 조금 없어도 그래도 착해."

"그래?"

"응. 나한테는 친동생 같은 사람이야. 세연이한테 무슨 일 있다면 나는 바로 달려갈 거야. 은미 너처럼 말야."

"그럼. 나랑 세연이 두 사람한테 동시에 일 생기면 어쩔 거야?"

응? 질문이 잘못된 거 아냐? 보통 엄마랑 아내가 둘 다 물에 빠지면 누구 구할 거냐 아냐?

여튼. 지옥 같은 질문이었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은미를 봤다.

"무슨 말이야?"

"그냥. 나랑 세연이 둘 중 누가 소중한지 궁금해서."

"세연이가 더 소중해."

"어?"

"미안. 상처받을 거 아는데, 사실은 사실이니깐. 우리가 일학년 때 함께 했지만, 지금은 같이 못 있은지 오래 됐잖아. 그 사이에 세연이랑 많은 일이 있었거든. 그래서 지금은 세연이가 더 중요해."

사람 사이에 애매한 스텐스처럼 병신 같은 짓은 없다.

그리고 뭐 죄짓는 것도 아니잖아. 사실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

솔직하게 말하자, 은미가 슬퍼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환하게 웃는다.

"헤헤헤. 그렇구나."

"괜찮아?"

"응. 오히려 옛날 현찬이랑 똑같아서 좋아."

"옛날이랑 똑같다니?"

"내 앞이라고 거짓말 안 하고 예전처럼 솔직하게 말했잖아. 그런 모습이 내가 좋아했던 모습이거든.

그리고 나 괜찮아. 예전에도 말했잖아. 어떤 여자가 네 옆에 있어도 내가 다시 꼬실 자신이 있다고. 나도 예전 마음 그대로야."

"이거 연기야? 아니면 진심이야?"

"후훗. 글쎄~ 나 이만 갈게. 요즘 그래도 같이 있어서 좋았어~ 다음에 연기 더 늘어서 올게. 그때 봐~"

"그래. 다음에 보자~"

은미는 차로 돌아갔는데, 얼굴이 정말 기뻐보였다.

지옥 같은 질문에 정답을 찾은 것인가? 아무래도 가식적인 대답으로 '네가 더 중요해' 보다 솔직한 내 대답이 더 기분 좋았나 보다.

...

아. 몰라. 여자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제 집에 가자.

나는 빌라에 들어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았다.

"오빠."

"와씨!!! 깜짝이야!!!"

워! 간 떨어질 뻔했네. 한쪽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렸고 유심히 보니 이세연이다.

제발 이렇게 등장하지 마! 전설의 고향인 줄 알았네.

그런데? 무슨 좋은 일 있니?

이세연은 실실 웃고 있다.

< 연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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