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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91화 (191/295)

< 연기 >

학교 정문에 도착하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애들 과방에 있다고 했지? 어서 올라가 보자.

경영관을 향해 걸어가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다희와 소민이다. 두 사람은 나를 보더니 총알 같이 달려왔다.

"오빠!!! 면제라면서요?"

"현찬 오빠. 면제받았다면서요?"

"이제 장군의 아들이라고 불러라. 누구한테 들었어?"

"세연이가 말 해줬어요. 심하게 다쳤다던데 괜찮아요?"

"괜찮으세요?"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서 내 아랫도리를 본다.

...

도대체 어떻게 소문 난 거야?

"너희들 지금 뭐 보는 거야? 둘 다 있는 거 알잖... 아! 이게 아니라. 여튼!"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오빠 십자인대 끊어졌다면서요."

"어? 나는 무릎 연골이 나갔다고 들었는데."

... 불알이 사라진 게 낫겠다. 이러다가는 심장도 인공이라고 하겠네.

"그냥 어릴 때 지병이 있는데 그게 이번에 면제가 된다고 해서 확인했더니 면제가 되었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그냥 면제라고 만 알아."

"휴~ 다행이다. 크게 아픈 건 아니죠?"

"김소민 별일이네. 오빠 걱정도 다 하고."

"아프다는데 당연히 걱정되죠. 그치 다희야?"

"응. 우리 정말 걱정 많이 했어요."

그렇네. 소민이와 다희 둘 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짜슥들. 그래도 챙겨준 보람은 있네.

"두 사람 걱정 안 해도 돼. 그냥 평발이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 일상생활에는 지장 없어. 너희 둘은 어디 가는 길이야?"

"저희는 이제 밥 먹으려고요. 오빠 밥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같이 가요."

"미안. 다음에 가자. 나 오늘 만날 사람이 있어."

김소민은 눈에 의심을 가득 품고 나를 봤다.

"흐음. 새로운 여자인가?"

"세로로 접어 줄까? 저번에 봤던 연예인 있잖아. 그 친구 학교 왔어. 그래서 동기들 다 같이 보기로 했어."

"정말요? 나도 같이 가요! 우리도 데려가 줘요!"

"저도요."

김소민은 아기처럼 떼쓰고 다희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린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안 돼. 하은미 발 연기 봐야 하거든. 초면인 너희들에게 보여 줄 수는 없어.

"오늘은 친구들끼리 보기로 해서 안 됩니다. 다음에 소개해줄게."

"칫. 연예인 친구 있다고 자랑하는 거임?"

"김소민 씨. 억울하면 연예인 친구 있던지요. 으하하하."

"아! 약 올라. 흥이다. 다희야 가자."

"너는 오빠한테 또 까분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갈게요. 아! 저 글 새로 적었어요. 그거 다음에 보여드릴게요."

"응? 어떤 거 적었어?"

"저번에 엠티 갔을 때 일 적었어요."

아. 우리가 사람 있는 콘크리트 건물 앞에서 섹스한 거?

그걸 주제로 적었다니. 다희 이러다가 야설 작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좋아! 나쁘지 않아!

"그래. 기대할게. 두 사람 다음에 보자."

"네~ 현찬 오빠 바이~"

"오빠 갈게요~"

다희와 소민이는 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갔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봤는데, 두 사람 다 대학 내일에 나오는 거처럼 예쁘게 입었다.

그래서인지 주위 남자들이 부러움이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너희들 말야! 어! 내가 쟤 둘이랑!

... 정신 차리고 은미나 보러 가자.

서둘러 경영관에 왔다. 과방 앞에 도착하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 아하하. 은미야 정말?

- 응. 그랬다니깐.

- 미치겠네. 연기를 얼마나 못했으면 그러냐?

- 임석훈! 너 죽을래?

- 그럼 선배. 촬영장에서 다른 연예인도 봤어요?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라? 한 명 목소리가 06학번이 아니다.

이혜민이 대신에 이세연 목소리가 들렸다.

과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파에 선미, 석훈, 은미, 세연이가 앉아 있다.

"짜잔! 오늘의 주인공 민현찬 왔습니다."

"현찬아~"

"오빠!"

"면제 새끼 왔어?"

"임석훈 부러워서 욕 하기는. 장군의 아들 왔어?"

참. 인사 한번 다양하네. 하은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달려왔다.

"현찬아. 아파서 면제받았다면서. 혹시 저번에 교통사고 때문이야? 다리 못 쓰는 거 아니지?"

"잠시만. 내 다리에 문제 있다는 말은 누구한테 들었어?"

"임석훈이 그러던데?"

망할 놈. 저거 또 은미한테 엄청 과장해서 말했나 보네.

임석훈은 걱정하는 은미를 보며 깔깔 웃었다.

이번에는 이세연이 황급히 내 앞에 와서 손을 잡았다.

"오빠 괜찮아요? 무릎 아프다면서요? 이제 걷는 것도 불편하다면서요?"

"무릎은 누가 그러던데?"

"선미 언니가 얘기해 줬어요."

망할 년. 이선미는 이세연을 보며 깔깔 웃었다.

하여튼 저 고양이 같은 것들. 장난만 치기는. 내 걱정해주는 건 강아지 같은 은미와 세연이뿐이구나.

"두 사람 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러니깐 이건 평발 같은 거야. 앞으로 수십 번은 설명해야 할 거 같은데,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말해."

"그래? 휴~~ 다행이다."

"오빠. 다행이에요."

응? 그런데 이세연이 조금 묘하다. 소민이가 붙을 때도 다희가 붙을 때도 별 신경 안 쓰는 애가, 하은미가 있으니 유난히 신경을 쓰며 나에게 달라붙는다.

애는 처음 은미 봤을 때도 그랬었지? 그때도 예민하게 막 물어봤었는데. 은미가 연예인이라서 신경 쓰이나 보다.

이럴 때는? 불편해지기 전에 어서 밥이나 먹으러 가자.

"다들 밥 안 먹었지?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면제 기념으로 내가 쏠게."

"진짜? 오늘 현찬이가 사는 거야?"

"그럼 은미 너 오래간만에 왔는데 내가 밥 한 끼 사야지."

"오빠! 저도 사주세요."

"그래. 세연아 너도 먹으러 가자. 세 명이서 맛있는 거 먹자."

내 말에 임석훈과 이선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제여! 네가 배고프고 보잘것없을 때 잘해준 나를 잊은 것이냐?"

"임석훈 지랄 마시고요."

"현찬아! 아픈 건 괜찮아? 나 많이 걱정했어."

"이선미 국어책 읽지 마시고요."

"쳇. 나쁜 놈."

"야! 이선미 우리 둘이서 밥 먹자."

"미안. 그건 죽어도 싫어."

"사실 나도 존나 싫거든."

"이거 공익 신고할 수 있지 않냐?"

"신고해도 공익이어서 안 잘리거든요."

"자랑이다 이 새끼야."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고, 나와 은미는 깔깔 웃었다. 옆에 있던 이세연도 조금 웃었다.

오래간만에 모이니 옛날 느낌이 물씬 나서 좋구나.

빌라에 다섯 명이 앉아 있다. 가운데에는 상이 펼쳐져 있는데, 치킨이랑 피자가 이미 다 비어 있다.

다들 나를 기다린다고 배고팠나 보다. 음식이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먹었다.

나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은미를 봤다.

"은미야. 너 이렇게 많이 먹어도 돼?"

"응. 이번에는 모델 촬영 아니여서 괜찮아. 그리고 운동 또 열심히 하면 돼."

그렇구나. 그런데 진짜 운동 열심히 했나 보네.

고개를 슬쩍 숙여 치마 입은 은미 다리를 봤는데, 탄탄하고 매끄럽게 잘 빠져있다.

그때 뭔가가 내 머리에 날아왔는데, 휴지다. 고개를 돌리자 이선미가 피식 웃으며 휴지를 던졌다.

"야~ 야~ 현찬이 은미 다리에 눈 돌아간 거 봐라. 은미야. 옛날에 착했던 민현찬 아니야. 이제 조심해야 해."

"정말? 에이~ 현찬이는 여전히 착하지. 맞지 현찬아?"

"그럼. 나는 여전히 착하지."

착하다는 말에 임석훈이 경악을 한다.

"저 새끼 자기 입으로 착하대! 면제받았다고 머리 이상해 진 거 아냐?"

"후후후. 임석훈.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시발!! 진짜 존나 부러워! 처음으로 너처럼 인생 살고 싶다!"

"으하하. 내가 승리자다. 아얏!"

팔에 통증이 와서 봤는데, 은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팔을 꼬집고 있다.

손가락 운동도 많이 했나 보네. 꼬집기 대회 나가도 되겠다.

"너 아파서 면제받은 거잖아. 나는 차라리 안 아픈 게 더 좋아. 저번에 사고 나고도 얼마나 놀랐는데."

"그래. 그러고 보니 너 퇴원할 때까지 매일 전화했었지."

"응. 걱정되니깐. 헤헤헤."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하은미.

참 신기하다. 분명히 얼굴은 더 예뻐지고, 몸매도 더 좋아졌는데, 웃는 모습은 그대로다.

그런데 왜 이리 뒤통수가 뜨겁냐? 고개를 홱 돌렸는데 이세연이 불안한 표정 더하기 질투를 담아서 나를 보고 있다.

...

나를 가운데 두고 두 여자가 있다니. 이런 적 처음이어서 당혹스럽네.

이럴 때는? 화제를 전환해야지! 은미 연기를 봐야겠다.

"은미야. 밥 먹었으니깐 이제 연기 해 보자. 우리한테 보여준다면서?"

"아 맞다. 나 실력 는 거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 잠시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짧은 미니스커트를 아래로 늘씬한 다리가 눈에 보인다.

와... 역시 프로의 관리를 받은 다리는 다르구나. 살아있네.

은미는 긴장한 얼굴로 심호흡을 한 번 했다.

"후우~ 자 시작할게."

"저기요! 할 말 있습니다."

"뭐! 임석훈! 뭐가 불만인데?"

"야. 나 할 말 있다고 한마디 했다. 너는 나를 대하는 거랑 현찬이 대하는 게 너무 틀려. 불만은 아니고 너 무슨 배역이야?"

"나. 술집 여자인데, 남자를 멀리서 바라보며 사랑하는 역할이야. 남자는 다른 사람 좋아하고 있고."

"어? 진짜? 혹시 라이벌 여자 뺨 때리는 신 있어?"

"없는데? 그냥 혼자서 가슴앓이하는 거야."

"너무 안 어울린다. 미스 캐스팅이네."

"너 죽을래? 그러려면 나가."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겠네. 야 민현찬 네가 좀 말해봐라."

"석훈아. 원래 연기자는 배역에 따라서 변해야 하는 거야. 은미가 비록 뺨 때리는 게 더 어울리지만, 혼자 가슴앓이하는 것도 나름 괜찮을 거야. 아! 은미야. 네가 안 어울린다는 건 아니고. 울려고 하지 마!"

"피~ 울기는. 하지만 섭섭은 하다. 나는 퇴폐적인 여자에 순진한 모습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데. 헤헤헤. 이제 연기해 볼게."

제발 잘하기를 빈다. 은미는 연기를 시작했다.

"그 여자는 저처럼 어두운 곳에서 일하지 않죠? 밝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네요. 저는 어쩌면 당신에게 그 여자의 그림자 같은 존재인가 봐요."

으응? 차라리 국어책을 읽었으면 좋겠는데...

뭐지? 분명히 잘하는 거 같은데 중요한 하나가 빠진 느낌이다. 혼이 담기지 않은 구라다.

이선미와 임석훈도 나와 같은 생각인가 보다. 국어책 연기를 봤을 때 처럼 웃지는 않았지만, 고개는 갸웃거렸다.

"부럽네요. 저도 대학교 다녔으면 저 아이처럼 수수했을 건데. 진한 화장과 명품 가방이 초라한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못 하는 건 아닌데,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연기를 마친 은미는 활짝 웃으며 우리를 봤다.

"어때? 나 연기 많이 늘었지? 일단 제일 안 좋은 소리 할 게 뻔한 임석훈. 너부터 말해봐."

"음. 잘하네. 나는 끝."

"아오. 저게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선미야 너는 어때?"

"잘하는데... 왜 이리 밍밍하지? 평소 네 모습을 알아서 그런가? 세연아 너는 은미를 모르니깐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겠다. 어때?"

"어... 흐음. 언니 초면에 죄송한데요, 뭔가 약한 거 같아요. 현찬 오빠는요? 가장 오래 붙어있었으니 아실 거 같은데."

"내가 은미랑 초등학교 동창이어서 가장 오래 알고 지냈어. 아!!!"

"석훈 오빠는 조용히 좀 해요!"

이세연이 임석훈을 꼬집었다.

쟤 지금 질투하는 거 아니지?

'옛날에 사귀어서 알잖아요'로 들리는 건 내 기분 탓이지?

"현찬아 어때?"

은미가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솔직하게 말해줘야겠다.

"나도 마찬가지야. 탄산 빠진 콜라 느낌이야. 두 번째 대사는 괜찮은데, 처음은 뭔가 약해.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가?"

"그래? 선생님도 그 말 했어. 경험하지 못한 걸 표현하니 잘 안 되는 거라고. 그렇구나."

입을 쭉 내밀고 어깨를 푹 숙였다.

은미 풀 죽은 모습 오래간만에 보네.

어쩌다 보니 하게 된 연기인 줄 알았는데, 나름 진지한 마음으로 하나 보다. 나는 은미 등을 토닥거려 줬다.

"괜찮아. 아직 연습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럴 뿐이야."

임석훈도 은미를 응원 해 줬다.

"그래! 돈 주고는 안 보겠지만, 표 주면 보러 갈게. 나쁘지 않았어."

임석훈, 이 미친놈아!

하은미는 광년이 되어서 임석훈에게 다가갔고, 세연이와 선미는 재빠르게 임석훈 양팔을 잡았다.

임석훈은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나를 봤다.

"현찬아. 나 좃 된 거 맞지?"

"그냥. 처맞아라."

"야! 임석훈!!!"

캬! 저게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싸움인가?

하은미가 임석훈 머리카락을 맛깔나게 쥐어뜯었다.

빌라는 오래간만에 놀러 온 은미 덕분에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시끌벅적하다.

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테라스에 나와 담배를 하나 물었다.

"현찬아 뭐해? 어? 여기 예쁘다!"

문이 열리네요. 은미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아이인 걸 알았죠.

은미는 아이처럼 해맑게 뛰어와 내 옆에 섰다.

"은미야. 담배 냄새나."

"괜찮아. 옛날에 많이 맡았는걸. 뭐."

"그래? 미안하네. 연기는 어때? 모델이랑 비교하면 뭐가 더 좋아?"

"나는 연기가 더 좋아."

"왜?"

"나 패션모델에서 빠졌잖아. 행사 쪽 하는데 힘들었어."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돌려 은미를 봤다.

얇은 티를 입었는데, 가슴이 볼록하다. 그래. 모델 하기에는 너무 큰 가슴이다.

···

흠흠. 이상하게 가슴에 계속 눈이 가네. 회사 이야기나 물어보자.

"요즘 회사는 어때?"

"그냥 그래."

"상장했잖아. 분위기 엄청 좋을 거 같은데."

"아니야. 잘은 모르는데 얼핏 듣기로는 주가가 떨어져서 증액인가 증자인가가 어렵대."

잠시만. 뭐야? 상장하자마자 유상증자하는 거야? 시불. 주식 팔기 잘했네.

그런데 주식이 희석되면 경영권 방어는 더 어려울 건데.

일반 주주 배정 유증은 어려울 거고, 한다면 아마도 3자 배정 유증으로 하겠지?

3자 배정받아줄 사람이 있으려나. 박인혜 나한테 연락하지는 않으려나 모르겠다.

연락할 테면 해보라지 뭐.

예전의 내가 아니다. 병원에서 돈이랑 은미를 저울질한 일, 그리고 단돈 4천만 원에 노래방에서 일하려고 한 유소라를 보며 많은 걸 느꼈다.

돈은 독기가 있다. 그리고 돈을 쥔 사람은 독기를 이길 정도로 독해야 한다.

박인혜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각오해야 할 거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에일리가 되어서 '보여줄 게 완전히 달라진 나!'를 외치리라!

그런데 누가 내 볼을 꾹꾹 누르냐? 고개를 돌렸는데, 은미가 검지로 내 볼을 꾸욱 누르고 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해? 너 방금 좀 무서웠어."

"너 걱정한 거야. 회사가 잘 돼야지 너도 잘될 텐데. 혹시나 이상한 거 시키면 바로 연락해."

"헤헤헤. 그럴 일 없어. 나 대표님이 특별 대우해주시거든."

"그래? 그래도 챙겨는 주나 보네. 다행이다."

"응. 엄청 신경 써주셔. 고마워 현찬아. 너 덕분이야."

"별말씀을요. 잘 지낸다니 다행이다."

"응. 나 연기로 상 받으면 꼭 너 언급할게."

"실명은 언급하지 마라."

"왜? 그러면 안 돼?"

"나는 유명해지기 싫거든."

"아하하하. 알았어. 그런데 상 받을 수 있을까?"

"참가상은 없지? 아! 은미야. 농담이다. 농담!"

"진짜 너무해! 그래도 오래간만에 이렇게 있으니깐 좋다."

"나도 간만에 다모임 하니 좋네. 네가 연기 스트레스만 안 받으면 더욱 좋을 건데."

"아! 신경 쓰였구나. 미안해. 너무 걱정하지 마. 초조해 안 하려고. 나도 경험이 쌓이면 많이 늘 거야."

하긴. 몸매처럼 탄탄대로만 걸은 은미다. 부유하게 살아서 딱히 고생을 안 했다. 연예계 생활도 내 도움으로 편하게 하고 있고.

잘하라고 밀어준 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지는 몰랐네.

"은미야. 주위에 고생한 사람 없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 말야. 이야기 듣는 것도 도움 될 텐데."

"글쎄? 나는 너희들밖에 친구가 없으니. 박호빈이 도움 되려나? 살아는 있대?"

"죽었다가 부활한 것까지는 들었어. 흠. 마땅한 사람이 없네."

"아하하. 현찬아 나 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어."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머릿속에 한 사람이 계속 떠오른다.

산전수전 수중전까지 다 겪은 사람이 한 명 있는데, 바로 유소라다.

쓰읍. 그런데 이런 일로 개인사를 오픈해달라는 건 에바가룬데.

하지만, 유소라 마인드가 장착된 은미를 보고 싶기도 하고. 둘이 약간 정 반대에 있는 느낌이잖아.

기분 나쁘지 않게 넌 지시 이야기 꺼내 보자.

< 연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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