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78화 (17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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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서 나왔다.

어두운 골목길을 벗어나 왁자지껄한 먹자골목에 도착하자 휴대 전화가 울린다.

한창민이다.

"창민 형. 학교 왔어요?"

- 혹시 제 뒤에 있나요? 방금 도착했습니다.

"...죄송한데. 정말 재미없는 개그였어요."

- 이제 좀 친해진 거 같아서 한 번 해봤습니다. 혹시 지금 시간 되나요? 내일 보기로 한 거 오늘 보시죠.

"알겠습니다. 어디서 뵐까요?"

- 제 친구가 하는 술집 아시죠? 저번에 싸움 났던 곳요. 그곳에서 보죠.

거기요? 나 지금 그 술집 앞인데?

"지금 거기 근처인데요."

- 잠시만요.

술집 문이 열리며 한창민이 나왔는데, 정장을 쫙 빼입고 있다.

"아. 현찬 선배님. 근처에 계신 줄 몰랐습니다."

"서로 바로 옆에 두고 전화하고 있었네요. 어디 갔다 오는 길이예요?"

"동생 한 명 도와주고 오는 길입니다."

왜 내 귀에는 동생을 도와서 상대방을 불구로 만들었다고 들리는 걸까...

"들어가시죠."

"저... 옷깃에 피 묻었어요."

하얀 와이셔츠 끝에 피가 묻어 있다.

한창민은 흘깃 보더니 와이셔츠를 접어 정장 안으로 집어넣었다.

"빨리 처리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안에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괜찮죠?"

혹시 나를 담그기 위한 건가? 경찰 불러야겠다.

"성원이라고 제 친구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민현찬 선배님과 말할 겁니다."

응? 성원이라고? 이 동네에서 유명한 전설의 성원이 형을 드디어 만날 수 있는 건가?

뭐. 그리고 달려들면 어때. 싸움기술 아이템 사고 싸우면 되지 뭐.

"알겠습니다. 들어가시죠."

나는 한창민을 따라 술집으로 들어갔다.

한쪽 구석으로 가는데, 그 끝에는 진짜 조폭처럼 생긴 사람이 앉아 있다.

키는 185 정도 되어 보이고 덩치가 산만 하다. 돼지가 아니라 곰처럼 생겼다.

앞에 앉자 나를 흘깃 쳐다본다.

"창민아. 이분은 누구냐?"

"우리 학교 선배님이야."

"아. 너 도와줬다는 사람? 반갑습니다. 김성원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민현찬입니다."

"괜찮으면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제가 나이가 더 많은 거 같아서요. 불편하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럼요. 형인데 말 편하게 하셔야죠.

절대 쫀 거 아니다!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생 술 마실 거야? 한잔 받을래?"

"네."

김성원은 곰 같은 손으로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창민아. 애가 유소라 남자 친구라고 했냐?"

"켁!"

시불. 남자 친구라고? 목에 사레가 들리네.

한창민이 휴지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남자 친구는 아니고. 친한 오빠야. 선배님 바쁘시니깐, 어서 이야기해드려."

"알았다. 현찬 동생. 유소라랑 친하다고 들었어. 맞지?"

"네. 맞습니다. 아끼는 동생입니다."

"그럼 충격받지 말고 들어. 걔 내가 영업하는 노래방에 왔었어."

"네 뭐라고요?"

충격을 안 받을 수가 있나?

유소라가 노래방에 왔었다고? 왜?

그렇게 예뻐진 애가 왜?

김성원은 놀란 내 표정을 보고는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대박이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예쁜 아이가 오다니."

"뭔가 잘못된 겁니다. 소라는 그런 애 아닙니다."

"응. 뭔가 잘못되었고 그런 애 아니었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네?"

"네 말 그대로 그런 애 아니라고. 이 영업해 보면 별의별 사람이 다 와. 동생 키운다고 오는 년, 명품 가방 산다고 오는 년, 엄마 병원비 번다고 오는 년. 뭐 간단히 말하면 돈에 미친년들은 다 오는 거지. 그중에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이 어떻게 갈리는지 알아?"

"...선을 넘고 못 넘고로 갈리겠네요."

"어? 아하하. 비슷해. 돈에 영혼을 파냐 못 파냐지 뭐. 한 달만 하고 그만둔다. 가족 병원비만 벌고 그만둔다. 다 헛소리야. 결국, 한번 빠지면 돈맛을 알아서 탈출할 수 없어. 뭐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본 대부분은 그랬어."

"그래서 소라는 어떻게 했죠? 지금 상황을 보면 선을 넘은 것도 안 넘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바가 건전하지만, 까딱 잘못하면 유흥의 도입이 될 수 있는 거 아시잖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넘지 않았어. 참 오래간만에 보던 상황이더라. 막상 면접 보러 왔는데, 걔 머릿속에는 얼마를 버는지보다는 이 일을 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지만 가득 차 있었어. 흡사 사채 빌리러 온 사람 같은 모습이었지."

"그래서 돌려보냈나요?"

"아니. 여기가 무슨 로망이 있는 곳도 아니고. 에이스급을 놓칠 수는 없잖아. 나 나름대로 최선은 다하고 포기해야지. 어떻게든 꼬셨는데 마지막에 죄송합니다 하고 나갔어. 윽박지르니깐 시발놈아 안 한대도 하고 나가더라. 참 당차긴 당찬 애였어."

"어이. 당신. 설마 지금 꼬시려고 바에 취직 시켜 놓은 거야? 언제든지 픽업하려고?"

"로망이 없어도 인간미가 없는 곳은 아니야. 결국, 사람 인생 하나 망치는 일인데 그렇게 영악하게 하지는 않아. 얘기 나누다가 창민이랑 같은 대학교 다니는 걸 알기도 했고. 그래서 물어보니 같은 과에 친하다고 하더라.

참 인간이 간사한 게 모르는 년일 때는 돈 뽑아 먹을 생각밖에 안 들던데, 아는 사람이 엮이니깐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만 들대. 이제 겨우 20살이잖아? 어떤 꼬임에 빠질지 모르는 거지. 그리고 창민이가 사실을 알면 나를 가만히 놓아둘 리도 없고. 맞지?"

김성원은 한창민을 보며 턱을 들었다.

"맞아. 나한테 말 안 했으면 그 턱 예전처럼 날아갔을 거야."

이제 결정됐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통은 한창민이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번에는 한창민이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제가 소라를 직접 만났습니다. 뭐 이야기 들어보니 돈이 필요하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에 소개해 준 겁니다. 그 바 제 사촌 누나가 하는 곳이거든요."

"하하하. 한창민 사촌 누나가 하는 곳이니 껄렁이들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곳이야. 사촌 누나 건드리는 사람 있으면 아마 다음날 하천에 시체로 떠오를 거야. 아하하하."

저기... 사촌 누나가 저 건드린 건 상관없죠? 내 손을 막 쓰다듬고 그랬는데...

여튼 상황은 정리됐다. 유소라는 돈이 필요해서 김성원 노래방까지 갔다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돌아섰고, 그 이야기를 들은 한창민이 자기 사촌 누나가 하는 바에 취직시켜준 거다.

나는 생각이 정리되어서 술을 입에 털어 넣었고, 한창민이 다시 빈 잔을 채워줬다.

"소라랑 이야기 한번 해보시죠."

"됐습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

특히 김성원은 장비처럼 고함을 쳤다.

"너! 유소라 아낀다면서! 동생이 잘못된 길 가면 잡아줘야 하는 거 아냐?"

"김성원 형. 아시잖아요. 돈에 눈 돌아간 사람은 잡아도 안 된다는 거요."

"그건 맞아."

"결국은 본인이 결정하는 거예요. 그중에 도움을 청하면 도와줄 수는 있어도 나서서 해결해줄 수는 없는 거예요. 이번에는 어째 넘어가도 다음에 비슷한 일 생기면요? 그리고 그때 제가 없으면요?

쉽게 도움받은 경험 때문에 오히려 쉽게 유흥의 선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빨리 본인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게 좋아요. 돈에 넘어가는 사람인지 아닌지 말이에요."

힘들 때 선택은 결국 본인이 해야 한다. 긴 인생에서 보면 나머지는 사족이다.

내 말에 두 사람 다 고개를 끄덕였다.

"창민 형. 그래도 부탁 좀 하겠습니다. 혹시나 술 취하고 이상한 사람 올 수 있잖아요. 당분간 신경만 조금 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마냥 착한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이 친구 의외로 냉정하네. 창민아 네가 사람 잘못 본 거 같다. 네가 틀리다니 별일이야."

"..."

"저 냉정한 사람입니다. 여튼 반가웠습니다. 전설적인 김성원 형을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응? 나 알아? 요즘 조용히 지냈는데."

내 말에 김성원이 고개를 갸웃거렸고, 한창민은 피식 웃었다.

"그거 알아요?"

"뭐?"

"형 이름 파는 사람 많아요."

"어? 하하하. 누군지 알겠다. 이 새끼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내 이름 팔아? 오래간만에 집합시켜야 겠네."

동생들아 미안. 나는 냉정한 사람이야.

나한테 달려든 벌은 받아라.

나는 냉정한 사람이다...는 개뿔.

지금 시각은 새벽 세 시 반. 나는 유소라 원룸 근처에 있다.

왜 여기 있을까?

별다른 이유는 없다. 만나서 혼낼 생각도, 선도부처럼 바른길로 이끌 생각도 없다.

다만 뭔가 마음 한편이 아쉬워서 기다리고 있다.

조금 있자 멀리서 오는 소라가 보인다. 한 손에는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유소라."

"꺄!!!!!!!!!!!!!!!!!!!!!!"

깜짝이야. 귀신 본 듯이 놀라네.

"하... 하.. 오빠. 깜짝 놀랐잖아. 나는 스토커인 줄 알았어. 시발. 요즘 안 그래도 밤에 일해서 무서운데."

"그렇게 무서우면 낮에 일해."

"키키키. 술집은 시급 4000원밖에 안 되는데, 바는 12000원이나 주거든. 세 배인데 어쩔 수 없잖아."

"뭐 그깟..."

"응? 뭐라고? 그깟?"

"아. 아니야."

55억. 여기에 박인혜 대출금 10억 더하면 65억. 거기에 주식 15억 하면 80억.

내가 가진 돈이 80억이나 있으니 시급 12000원이라는 말이 너무 초라하게 들린다.

그리고 개구리 올챙이 때 생각 못 한다고, 전생을 잊고 시급 12000원을 초라하게 여기는 내가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오빠? 갑자기 왜 그래?"

"아니야. 잠시 생각한다고."

"무슨 생각을 사람 집 앞에서 해? 웬일이야?"

"이야기 좀 하자."

"이야기? 혹시 몸의 대화야? 흐음. 역시 살 빠지니깐 나를 찾아오네."

나는 소라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환골탈태했다. 소리는 이제 가녀리기까지 하다.

달라붙는 옷을 입었는데 애교 뱃살도 사라지고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 있다.

그런데 가슴은 크다!

...

꿀꺽.

"오빠 지금 나랑 섹스하고 싶지?"

"아니야! 무슨 소리야!"

"키키키. 존나 웃겨. 얼굴에 떡 치고 싶다고 적혀져 있는데 무슨. 그런데 아쉬워서 어떡해~ 나 오늘 생리 날인데. 아! 오빠! 떡볶이 해 먹을래? 봉지에 재료 다 있어."

"...너 제발 말 좀 예쁘게 하라. 얼굴만큼 말이 따라가면 연예인도 할 건데."

"꺄하하. 무슨 생각한 거야? 여기 봉지에 떡볶이 재료 있어서 말한 거야!"

나에게 비닐봉지를 열어 주는데 진짜 떡볶이 재료가 있다.

시불. 왜 하필 봉지에 들어있니...

"됐어. 밤에 먹으면 살찐다."

"그건 맞아. 나도 내일 낮에 먹으려고 가게에서 챙겨 온 거야. 들어가자. 동네 사람들 다 자는데 그만 시끄럽게 하자."

나는 소라의 원룸으로 들어갔다.

유소라 방에는 향수 냄새가 가득하다.

소라는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면서 말했다.

"향수 냄새 심하지? 일하려면 어쩔 수 없어. 아씨 머리 아파. 냄새 존나 짜증 나네."

"너 향수 싫어해?"

"응. 결국, 약품 냄새잖아. 운동하고 기본만 잘 지켜도 여자 몸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저절로 나."

"방금 40대 아저씨 같았다. 그리고 운동이라고는 죽을 때까지 안 하다가 최근에 해 놓고는 너무 생색내는 거 아냐?"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운동으로 예뻐졌다는 거지. 그건 그렇고 왜 스토커처럼 쫓아왔어? 정말 하고 싶어서야?"

"헛소리. 그냥 할 말 있어서 왔어."

"무슨 말인데? 긴 이야기면 조금 있다가 해."

"간단한 이야기야. 잠시만 시간 내줘."

"그럼 간단하게 말해. 씻고 올까 고민하고 있거든."

"잠시만. 다시 생각해보니 긴 이야기 같아."

"어?"

"응?"

소라는 이 인간이 돌았나 라는 얼굴로 쳐다본다.

흠흠... 진짜 이야기가 길어질 거 같아서 그래!

"키키키. 이 오빠 봐라~ 역시 예뻐졌더니 대우가 달라지네. 뭐 씻고 오라고?"

"야! 생각해보니 길어질 거 같아서 그래."

"아! 웃겨. 뭐 오빠는 그래도 돼. 나에게 은인이니깐. 살 안 뺐으면 내 얼굴이 이렇게 예쁜 줄 어떻게 알았겠어. 씻고 올 게 기다려."

소라는 속옷을 챙겨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조금 있자 속옷만 입고 나오는데, 정말 예쁜 몸이다.

D컵 가슴은 뱃살이 사라지자 더 도드라졌다. 뚱뚱했던 허벅지는 가늘어졌고, 배는 말랑하기만 하다.

이제 소라는 마른 편이 되었다.

"아오. 드라이하기 귀찮아."

유소라는 수건으로 머리를 감싼 후, 간단하게 옷을 입고 내 옆에 앉았다.

"나 몸매 장난 아니지? 나는 왜 바보같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을까?"

"인정. 진짜 엄청 예뻐졌네."

"킥킥킥. 재밌네~ 항상 내 앞에서 당당하던 오빠인데. 오늘은 나한테 간절하잖아."

"개뿔. 그런 거 없거든. 그리고 나는 너 이 정도로 예뻐질 줄 알았어. 그래서 살 빼라고 한 거고. 그런데 너 기분 좋아 보인다."

"당연하지. 사람들 보는 눈이 달라졌거든. 박호빈 이 새끼 장난 아니야. 나 일하는 거 알고 3일이나 찾아왔대도. 마지막에 고백하려고 해서 질색을 하고 도망갔지. 지금도 문자와. 밥 한번 먹자고."

소라는 얼굴을 들이밀면서 내 팔에 가슴을 부비부비했다.

"오빠 영광인 줄 알아~ 박호빈은 고생해서 밥 한번 먹을까 말까 한데, 오빠는 언제든지 나 먹을 수 있으니깐 말야."

"인간아. 예뻐진 만큼 정신 좀 차려라. 그렇게 예뻐졌는데 왜 유흥으로 가려는 거야?"

깔깔거리는 소라 얼굴에 먹구름이 꼈다.

"너 노래방 면접 봤다면서?"

"···어떻게 알았어?"

"창민 형이 이야기해줬어."

"아씨! 아무한테도 말 안 하기로 했는데."

"내가 아무 나냐?"

"그럼? 내가 오빠 여자친구야? 왜 간섭해?"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머뭇거리자 소라가 말을 쏘아붙였다.

"노래방에서 일하면 천한년 이라서 그래? 나 살 빼게 해준 건 고마워. 그런데 우리가 친하기는 해도 완전 절친은 아니잖아. 내가 노래방에서 몸을 팔던, 바에서 웃음을 팔든 상관없는 거 아냐?

솔직히 나는 오빠 지인 축에도 못 끼잖아. 오빠 주위에는 돈 많고 예쁜 사람만 가득하잖아. 이세연 언니도 그렇고, 이선미 언니도 그렇고. 나는 신경 쓰지 말고 그런 사람들이랑 그냥 잘 지내."

"신경 안 쓸 수가 없으니깐 왔지."

"하! 왜? 예뻐졌으니깐 남 주기 아까워서 그래?"

"아니. 네가 변할까 봐 그래."

내 말에 유소라는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래. 너 예뻐졌다. 그리고 몸매도 좋아졌고. 뭐 그래도 아쉽지는 않아. 말은 내가 했지만 노력한 건 너잖아. 내가 돈 쓴 것도 아니고 아쉬워할 이유는 없지. 그래서 이번 일도 이야기만 듣고 흘렸어. 막말로 내가 선도부장도 아니고 지도 선생님도 아니잖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아쉬워. 그게 뭘까 생각해봤어."

"···그래서?"

"아쉽더라. 유소라라는 사람이 변하는 게 아쉽더라. 그 일이 보통 일은 아니잖아. 사람 대하다 보면 너는 점차 변해갈 테고 돈의 유혹에 흔들리게 될 거야.

그래서 말리러 왔어. 나는 지금 네 모습이 좋거든. 결국, 나도 이기적인 놈이고 나만 생각한 거야. 내 즐거움을 위해서 네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 뭐 여튼 그래서 나는 네가 그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

전생의 유소라. 일 년 정도 같이 시간을 보냈지만, 사이는 좋았다. 재미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멋있기도 했다.

남자 등쳐 먹는데 당당하잖아. 어디까지나 남자가 알아서 바치게 만들었고 붙잡으려 했지. 그런 소라가 반대로 남자한테 구걸하는 신세로 변해야 한다니. 나는 그게 싫었다.

"···진심이네."

"응."

"미안해..."

소라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다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진짜 미안. 아까 오빠한테 너무 막말한 거 같아. 정말 미안해. 하... 진짜. 오빠 말대로 내가 변하는 거 같아. 술 취한 사람들 비위 맞춰주고 오면 진짜 힘들어. 개새끼들 왜 여기 와서 지랄 떨고 가는 거야."

···

그것 봐. 너는 안 맞아.

"그러니깐 때려치워. 너 그러다가 노이로제 대마왕 된다."

"유치하게 대마왕은 무슨.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삶이 내 가슴처럼 부드럽지가 않네."

"가슴 만져봐도 돼? 얼마나 부드러운지? 아니 이건 농담이고. 너 무슨 일 있지? 혹시 돈이라든지."

"그만. 거기서 더는 묻지 말아줘. 그건 오빠라도 말해주기 어려워."

오빠 사실은 말야 이러이러해서 돈 필요한데 사는 게 너무 힘들다 흑흑 하고 안기면서 보호 본능 일으킬 줄 알았는데, 사전에 딱 차단한다.

이거는 오히려 진짜 고수의 단계이지 않나? 내가 전생에 이런 방법에 돈 뜯겨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건가? 지금 유소라는 정마담의 현생인거야?

...

시불. 너도 차라리 전생에 이런 식으로 나한테 돈 뜯지 그랬니? 왜 나를 호구 잡지 않고 잘해줘서 신경 쓰이게 만드는 건데!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때가 되면 무슨 일인지 알아서 말해주겠지. 매달리지 말자.

< Bar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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