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77화 (177/295)

< Bar >

유소라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한창민. 목소리가 제법 무겁다.

"창민 형. 무슨 일인데 그래요? 이야기 좀 해주세요."

- 죄송하지만 직접 보면서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잘못하면 괜한 오해를 살수도 있을 거 같아서요.

바에 데리고 간 게 한창민인가?

"꼭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나요?"

- 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학교로 돌아가니, 저녁에 어떠세요?"

- 내일 말고 모래 뵙죠. 제가 내일은 다른 곳에 있어서요.

그럼 유소라를 먼저 만나고 한창민을 만나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겼다.

바에서 일한다는 유소라. 문제는 제보해준 게 박호빈이다.

박호빈이 정상적인 바에 갔을 리가 없잖아. 전생에 나 대리고 바에 가서 혼자 여자 꼬셔서 2차까지 나갔던 놈인데. 나는 술값 내고 집에 가고. 아씨. 갑자기 짜증 확 나네.

여튼 찝찝하다. 똥 싸고 남은 기분이다.

깔끔하지 못한 기분에 담배를 하나 물었는데, 김소민과 공찬혁 형이 폐교에서 나왔다.

소라 일은 내일 다시 생각해야겠다.

김소민이 귀신 들린 사람처럼 뱅뱅 돌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히히히. 오빠~ 안 들어오고 뭐 해요~~"

"현찬아 너 뭐해?

"김소민 너는 귀신 들린 거 같으니까 저 멀리 가. 형 담배 하나 피고 들어가려고요."

"흐음. 으~ 담배 냄새. 그런데 우리 다희랑 뭘 했길래 갔다 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하하하. 그래. 너희 둘이 너무 오래 걸렸어. 수상한데."

두 사람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노려본다.

하기는 뭘 해요. 섹스했지.

일단 말 돌리자.

"멀어서 늦었죠. 가깝다더니 생각보다 멀던데요?"

"응? 그럴 리가 바로 코앞인데."

"무슨 소리예요. 우리 걸어서 10분이나 걸렸어요. 그리고 흉가는 무슨. 그냥 콘크리트 건물 하나 있던데."

내 말에 두 사람은 귀신 본 듯이 눈을 크게 뜬다.

"두 사람 왜 그래요?"

"오빠! 어디 갔다가 온 거예요? 우리 간 곳은 콘크리트 건물 아녔어요. 그냥 오래된 옛날 시골집이에요."

"야! 너 여기 정문 나와서 어느 쪽으로 갔어?"

"왼쪽이요."

"오른쪽이야!"

뭐? 그럼 우리는 정반대로 간 거잖아?

"잠시만요. 그럼 그 건물은 뭐죠?"

"어떻게 생겼던데?"

"그냥. 콘크리트 건물인데, 원룸 크기 정도 되어 보였어요."

"거기? 이 동네 주말농장 하는 어르신 집일걸? 오늘 주말이라고 아마 오셨을 거야. 응? 너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무슨 큰 사고 저지른 얼굴이다."

팬티!

시불. 정액 묻은 팬티를 거기 버리고 왔는데!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건물에 사람이 있었다고? 민다희 오늘 엄청난 교성을 질렀는데. 우리는 섹스 라이브 쇼를 한 건가?

그때 다희가 폐교에서 툭 튀어나왔다.

"현찬 오빠. 무슨 일 있어요? 놀란 얼굴이네요."

별거 아니야. 우리 섹스 소리를 라이브로 들은 사람이 있을 뿐이야.

...잠시만. 다희는 알았던 거 아니야? 판타지가 노출이잖아. 혹시 그래서 엄청난 교성을 질렀던 건가?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다희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본다.

아니겠지. 그래. 설마 그 정로도 노출은 아닐 거야.

그냥 한 여름밤의 추억으로 생각하자.

"아니야. 다들 먼저 들어가세요. 저 담배마저 피우고 들어갈게요."

공찬혁 형과 다희는 폐교로 다시 들어갔다.

내 옆에는 술이 알딸딸한 김소민이 머리를 흔들고 있다.

"너 그렇게 머리 흔들다가는 내일 목 디스크 온다."

"히히히. 나는 락커다~ 헤헤헤."

"락커는 무슨. 뷁 외치기 전에 들어가라. 누가 보면 미친년인 줄 알겠다."

"아하하하. 동생한테 미친년이 뭐예요? 동생한테 맞아 볼래요? 훅훅!"

입으로 소리 내며 나한테 주먹을 날리는데, 전형적인 술 취한 사람이다.

나는 다가오지 못하게 김소민 머리를 밀면서 말했다.

"우리 공포체험 하는 동안 많이 마셨나 보네."

"두우 병~~ 아닌가? 세에 병~~헤헤."

"정신 차려. 그러다 잘 못 하면 다치겠다. 어?"

갑자기 소민이가 나에게 와락 안겼다.

놀라서 소민이를 봤는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오빠~~ 오빠앙~~"

"너 김소민 아니지! 흉가 갔다가 귀신이 붙었구나!"

"김소민 맞아요~ 소민이 지금 하고 싶어요~"

가슴을 부비부비하면서 한 손을 막대기에 올렸다.

- 전하!

병조 판서 잠시만 기다려. 우리 방금 했잖아.

- 저어어어언하!!!!!!

칭기즈칸 같은 새끼.

아씨. 그런데, 이거 뭔가 도의적으로 마음에 걸린다.

관우야 술잔이 식기 전에 화웅 모가지 따왔다지만, 나는 정액이 식기 전에 다른 사람 따기가 좀 그렇다.

머뭇거리는 순간, 경극 얼굴처럼 소민이 얼굴이 변했다.

"오빠. 다희랑 했죠?"

"켁! 뭐? 뭐라고?"

"히히히. 맞네~ 다희랑 하고 왔네~"

"아니야!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무슨 소리긴요. 딱 보면 알 수 있어요."

한걸음 물러서서 나와 완벽하게 떨어진다.

그리고 술도 완벽하게 깬 얼굴이다.

"어...."

"당황하지 마요. 다희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거 가지고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어요."

"너 맨날 다희 지킨다고 했잖아."

"그거는 반 농담 반 진담이고요. 근데 기분이 좀 이상하긴 하네요. 요즘 밝아져서 보기 좋았는데, 그게 오빠랑 섹스해서라니."

"아니. 밝아진 건 상처 트라우마가 사라져서 그런 거고."

"그것만은 아니죠. 여튼 그래도 마음 한편이 편해졌어요."

"왜?"

"아주 조금씩이지만, 오빠가 좋아지고 있었거든요. 다희가 아무하고나 할 사람도 아니고. 오빠랑 한 거 보니 다희도 오빠 좋아하네요."

...

시불 이건 뭔 소리야?

내 얼굴을 본 소민이는 피식 웃었다. 장난칠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뭐야? 오빠 설마 내가 당하는 거 좋아해서 오빠한테 매달린 줄 알아요?"

"아니었어?"

"꺄하하. 진짜 바보다. 아무것도 모르네. 오빠! 여자는요 아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지 몸을 주는 거예요."

오래간만에 존 스노우가 되었네.

소민이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희랑 오빠 이야기에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다희 너무 상처 안 받게 해주세요."

"너는? 너도 나 좋아한다면서. 상처 안 받아?"

"저는 연애해 봤잖아요. 그래서 오빠한테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다 열어 놓지 않았어요. 어떤 남자인지 모르니깐. 헤헤헤. 오빠한테 빠지기 전에 물러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응? 뭐라고?"

"오빠 안 좋아할 거라고요. 친구랑 같은 남자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같은 남자랑 섹스했잖아.

그리고 그런 경우 많아. 진희랑 세연이라던지..

시불. 정신 차리자.

소민이 얼굴에 약간 씁쓸한 표정이 지어졌다, 나는 왠지 모를 미안함에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래. 네 마음 알겠어."

"지금 나한테 어색해서 할 말 없죠?"

"눈치는 귀신이네. 맞아. 좀 어색하네. 아! 솔직하게 하나만 물어볼게. 그럼 앞으로 나한테 안 당할 거야?"

"와. 진짜 쓰레기다. 얼굴 아니었으면 사회매장 각임! 하지만, 그거는 좀 생각해볼게요. 아니면요."

소민이는 한 걸음 떨어져서 나를 봤다.

"당하고 싶게 만들어 주세요. 예전처럼요. 헤헤헤."

어른처럼 야한 말 하면서 아이처럼 웃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헤헤헤. 그러게요~ 알게 되면 말해주세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여자는 어렵구나.

다음날. 우리는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대학교로 돌아왔다.

아. 피곤하네.

소민이와 다희를 내려다 주고 나는 집에서 쉬었다.

저녁 8시쯤 됐나? 눈 떠보니 밖에는 어두컴컴한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이세연은 아직 서울에 있고, 선미도 없고. 유소라 보러 가자.

나는 휴대전화를 들었다.

- 어 현찬아.

"호빈아 너 소라 봤다는 바 어디야?"

- 거기? 학교 앞에 먹자골목 제일 왼쪽에 GS 편의점에서 우회전해서 들어간 다음에 왼쪽 골목으로 가면 돼.

...

너는 그 구석에 왜 간 거니?

"잘 모르겠다. 지도 좀 찍어주라."

- 지도? 어떻게?

아차. 스마트폰 없지.

"일단 근처에 가서 다시 전화할게."

- 알았어.

호빈이가 말 한 위치는 먹자골목에서 제일 구석이다.

그런 위치라면 이상한 곳 아닐까?

착석 바? 비키니 바? 아니면 노팬티 바?

아차차. 노팬티 바는 너무 갔다.

아씨. 여튼 되게 신경 쓰인다. 괜히 예쁘게 만들어줘서 유흥으로 빠진 거 아니야?

전생의 유소라는 나쁜 년이지만 자존심은 있었다.

남자들이 선물을 스스로 바치게 했지, 절대 돈에 자기를 팔지는 않았다.

돈 쉽게 벌려고 하는 거면 너 완전 실망이다.

일단 소라 만나 봐야겠다.

나는 제일 비싼 옷으로 갈아입고 빌라를 나왔다.

박호빈이 말 한 곳 근처에 가자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핑크빛 모양의 간판에 티아라라고 적혀져 있다. 이름 멋있네.

가게가 있는 지하로 내려가서 문을 열자 20대 중 후반의 여자가 블라우스 옷을 입고 있다.

실망이네. 비키니도 아니고...

아차차. 이걸 왜 실망해? 정신 차리자.

"안녕하세요. 어!"

바텐더가 나를 보며 화들짝 놀란다.

나는 퉁명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마티니 한 잔 주세요."

"네~ 다른 거 더 필요한 거 없으세요?"

"네. 간단하게 한잔 먹고 가려고요."

"알겠습니다."

바라서 그런지 싹싹하네.

그리고 얼핏 얼굴을 봤는데 예쁘다. 블라우스에 슬쩍 비치는 가슴도 큰 거 같고.

그럼 뭐해, 시스루 옷 아래의 브래지어를 보자마자 마음이차분해지며, 미래 대한민국에 관해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맑아진다.

젠장. 전생에 바에서 무시당한 상처 치유 받으려고 했는데, 불가능하겠네.

조금 있자 바에 있던 여자가 마티니를 한 잔 준다.

그리고 무슨 치즈와 과자 같은 걸 주는데, 서비스로 나올 수준의 음식은 아니다.

"저. 이거는 안 시켰는데요?"

"후후훗. 제가 서비스 주는 거예요. 오늘 무슨 일 있으셨어요? 되게 피곤해 보이세요. 얼굴도 안 좋고요."

"저요? 멀리 여행 갔다 와서 그런가 봐요."

"누구랑요? 여자친구?"

"아니요. 여자친구 없어요."

"정말요? 이렇게 잘 생겼는데 여자친구가 없어요?"

10년 동안 헤어진 동생을 본 것처럼 반갑게 말을 건다.

아! 맞다. 나 전생의 민현찬 아니지.

전생에 바에 가면 혼자서 별의별 주둥이를 떨면서 바텐더에게 치근덕거렸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로 여자 바텐더가 나에게 화기애애하게 말을 걸어준다.

이 모습을 보자 왜 이리 씁쓸하냐. 얼굴이 깡패구나.

그리고 유소라가 더 신경 쓰인다.

전생에 나에게 조건 없이 친하게 대해줬던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물론 내가 남자로 안 느껴져 친하게 대한 게 좀 자존심 상하지만, 여튼 좋은 기억이 있다.

아씨! 기집애. 예뻐졌으면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야지 바에는 왜 오고 난리야.

게다가 전생에 두 발 벗고 유흥으로 아다 떼지 말라고 나 말려 놓고는. 인제 와서 바에서 알바를 해? 이해가 안 된다.

깊은 생각에 빠졌는데, 바텐더가 내 손을 톡 잡았다.

"저기. 무슨 생각 하세요?"

"아. 죄송합니다. 잠시 뭐 좀 생각한다고."

"손 예쁘시다~"

"네? 저요? 뭐. 하하하. 감사합니다."

"정말 부드럽고 예뻐요. 이런 손으로 쓰다듬으면 기분 진짜 좋겠다. 한 번 쓰다듬어 주실래요?"

"네? 아."

내 손을 잡더니 자기 팔을 쓸어내린다.

이거 유혹하는 거지?

그럼 뭐해. 현자가 되는데. 이러다가는 의미 없는 작업만 계속하겠다.

용건을 말하자.

"저기. 사실 찾는 사람이 있어서 왔어요."

"네? 누구요?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옛날 여자친구?"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유."

- 딸랑.

"언니! 과일 사 왔어요!"

씩씩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한 손에 과일이 담긴 봉투를 든 소라가 보이는데,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란다.

나는 손가락으로 소라를 가리키며 바텐더에게 말했다.

"쟤요. 쟤 찾으러 왔어요. 친한 동생이거든요. 소라야. 안녕."

"어? 오빠 여기 웬일이야?"

"너 찾으러 왔다."

"나? 왜? 무슨 일 있어?"

아무렇지 않게 걸어오더니 바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이야기 좀 하자. 왜 여기서 일하고 있어?"

"응? 여기가 왜? 그리고 오빠 왜 화난 얼굴이야?"

"하... 소라야. 항상 말했지만, 나는 너를 아껴. 그러니깐 살도 빼게 만든 거야. 그런 동생이 유흥으로 빠지는데 당연히 화가 안 나?"

내 말을 들은 유소라.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린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야기 좀 해봐."

"아하하하! 아!! 오빠 진짜 웃기다!!"

"꺄하하. 소라야. 이분 진짜 귀엽다."

내 앞에 있는 바텐더와 유소라가 깔깔 웃는다.

젠장. 소라와 이야기를 했다. 그래! 바에서 일하는 건 맞다.

하지만, 이 바. 생각보다 건전하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근무 복장이란다.

청바지에 블라우스 정도인 게 다다.

소라는 내 손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아하하. 눈물 나. 오빠! 평소에 그런 곳을 다니니깐 오해하는 거야. 뭐? 나는 처음 들어봤어. 비키니 바? 착석 바? 아하하. 그런 곳도 있어? 언니 알고 있어요?"

"응. 서울에는 있다고 하더라고. 너무 그러지 마. 그래도 너 걱정돼서 온 거잖아. 나는 부럽다.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나를 위해 달려온다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난 화장실 좀 갈게 두 사람 이야기해~"

여자 바텐더는 우리를 위해 자리를 비워줬다.

"키키키. 그건 맞네. 오빠~ 내가 그렇게 걱정되었어?"

"묵비권 행사할래. 아니 씨! 나는 박호빈 왔다길래 막 이상한 곳인 줄 알았지."

"아우. 그 새끼 말하지도 마. 안 그래도 지 아는 사람이랑 와서 야부리 터는데 짜증 나 죽는 줄 알았어."

"양주 먹었겠네?"

"응. 어떻게 알았어?"

호빈이 주특기거든. 호구 친구 두 명 데리고 가서 양주 사게 만들고 자기는 여자랑 나가는 거.

씹새끼.

"여튼 너 여기서 멈춰라. 바가 유흥의 입문 같은 거야. 여기서 잘 못하면 이상한 데로 간다."

"이상한데 어디? 혹시 몸 파는데? 룸살롱 같은 거 말하는 거야?"

"호기심 갖지 마라. 그냥 아예 모르고 살아. 너 그런데 가면 다리 몽둥이 부러뜨릴 거다."

내 말에 소라는 기쁜 얼굴을 띄었다.

"키키키. 이거 묘하게 기분 나쁘면서 좋다. 나를 몸 파는 년이라 보는 건 기분 나쁜데, 말리러 온 거는 기분 좋네."

"야. 말 좀 예쁘게 해라. 몸 파는 년이라 본 게 아니고 그만큼 돈이란 게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이번에는 씁쓸한 얼굴을 띄었다.

"그렇지. 돈이란 거 무섭지. 꺄하하하. 오빠! 이렇게 온 김에 그 무서운 돈 좀 쓰고 가. 양주 어때?"

"경기도 양주나 가지? 이제 여름인데 물놀이하기 좋을 건데."

"존나 재미없어. 돈 번다고 바빠서 못 가. 만약 오빠가 양주 쏜다면 말이야."

내 손을 자기 가슴 위에 올리고 말한다.

"사장님 집에 보내고 재밌게 놀 수 있는데~. 내가 특별히 오빠한테 서비스해줄게. 나 오늘 정말 감동했어.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오고. 오늘 하루 오빠를 위해 시간 보내도 좋아~"

"소라야. 너 저 왼쪽에 있는 게 뭐로 보이냐?"

"응? 뭐? 꺄아! 시시티브이네?"

"미친년아. 미친년아~ 정신 차려라. 그럼 간다. 다음에 보자."

"가기 전에 하나만 물어볼게. 화났어?"

"뭐가?"

"몸 파는 건 아니지만, 웃음 파는 건 맞잖아. 모르는 사람에게 말야."

미친년 유소라는 사라지고, 내 눈치를 보는 20살의 죄지은 아이 한 명이 서 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아. 솔직히 이런 곳에서 일 안 했으면 좋겠어. 조금 더 평범한 곳에서 했으면 좋겠다. 너는 아직 20살이잖아. 어린 나이에 벌써 일하는 게 좀 그래."

"그래?... 남은 마티니 내가 마실게."

소라는 남은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알겠어. 생각해볼게."

술이 쓴지 얼굴에 씁쓸함이 번졌다.

< Bar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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