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75화 (175/295)

< 엠티 >

나는 지금 사람들에게 등 돌리고 있다.

자기들이 다 꾸밀 때까지 보지 말라나 어쩐다나.

내 앞에는 빨래집게와 접시에 담긴 밀가루가 있다.

현찬아. 슬픈 생각 하자. 웃으면 저것들이 나에게 온다.

젠장, 마음을 진정시킬수록 왜 더 웃음이 나오지? 지금 김소민 얼굴만 봐도 웃을 거 같다.

조금 있자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히히히. 오빠! 첫 번째 주자 나갑니다!"

"소민아. 너무 신난 거 같은데."

"으하하하. 오빠 얼굴에 밀가루 바를 생각만 해도 즐거워요. 어서 눈 감고 돌아서세요."

슬픈 생각. 슬픈 생각.

나는 몸을 돌렸다.

눈을 떴는데, 스페이스 A중 남자 한 명이 강시처럼 볼을 빨갛게 칠한 상태다.

콩. 콩. 콩.

그 상태로 강시처럼 뛴다.

...

애들아 이걸 웃으라고 한 거니?

"형! 안 웃겨요?"

"너 강시 분장 그대로 운동장 한 바퀴 돌고 와."

- 아하하! 그게 더 웃기겠다. 강시처럼 돌고 와!

- 어서! 콩콩 뛰면서 돌아! 야 사진 찍자!

애들 조커냐? 광기에 지배당했다.

내 말 한마디에 모두가 크게 웃으며 운동장을 돌라고 했고, 스페이스 A 남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진짜 강시처럼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젠장. 이게 더 웃기네.

"흡. 자! 여튼 첫 번째는 끝! 이제 두 번 남았다."

"애들아! 빨리 다시 하자!"

"어서 하자."

하이고. 밝다 밝아.

소민이와 다희가 다시 사람을 모았고 나는 등 돌렸다.

이번에는 또 뭐가 나올까?

"오빠. 이번에는 정말 웃겨요."

"응? 다희 목소리네. 소민이가 분장했나 봐."

몸을 돌린 후 다시 눈을 떴다.

눈앞에는 김소민이 피에로처럼 립스틱을 얼굴에 잔뜩 바르고 서 있다.

고생이 많다. 그런데 별로 안 웃겨.

"다시! 뭐야? 이것밖에 못 해? 너희 이래서 나 웃길 수 있겠어?"

"히히히,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오빠 이거는 어때요?"

다리를 O자로 만들고 손을 양옆으로 벌린다.

"그게 어때서? 하나도 안 웃겨."

"아직 안 끝났어요."

응? 주위에 사람들이 다가오더니 작은 공을 소민이 손바닥에 위에 올려준다.

뭐 하나 싶어서 봤는데, 맙소사!

저글링을 하는데 왜 이리 잘해! 시불. 못했으면 안 웃겼을 건데. 서커스에서 탈출한 원숭이처럼 저글링 하는 게 웃기다.

"히히히히~~~"

게다가 미친년처럼 히히히 거리며 한다.

"풉. 푸풉. 풉"

"히히히히 어? 아하하하. 오빠 웃었다!!!"

"아니야! 웃은 거 아냐!"

"으하하하. 웃은 거거든요. 애들아 밀가루 가져와!"

"안 웃었대도! 이가 보여야 웃는 거지! 야! 잠시만!"

이것들아! 사람 말 좀 들어!

김소민이 밀가루가 가득한 접시를 들고 다가온다.

젠장, 저게 더 웃기다!

"소민아! 잠시만. 풉. 너 이거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야! 그만 다가와! 사람이 말하면 말 좀 들어라. 악!!!!!"

"스트라이크!"

밀가루 접시가 내 얼굴에 작렬했고, 김소민은 아이처럼 좋아하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이히히. 생크림이었으면 핥아 줬을 텐데, 아쉽네요."

아오! 왜 이리 얄밉나.

"너 두고 보자. 민현찬 패배 인정. 다시 하자!"

나는 다시 등을 돌리고 기다렸다.

"다 됐어요."

"오빠 몸 돌려요."

소민이와 다희 목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 두 사람은 아니고.

찬혁 형인가?

나는 몸을 돌린 후 눈을 떴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이불에 돌돌 말린 찬혁 형. 얼굴 전체에 노란색을 바르고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형... 제발. 리버만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지만, 스타크래프트 리버다.

형은 입에서 동그란 걸 통 뱉었다.

"형... 나 눈물 나요."

"야? 안 웃겨? 나 리버야! 리버! 이거 내가 하자고 한 건데 안 웃겨?"

"네."

"...그래. 그럼 못 본 척해줘."

그대로 고개를 땅에 박은 채 꼼짝도 안 한다.

차라리 벌칙 받는 게 좋은 거구나.

이제 드디어 네 번째 차례다. 이번에는 누굴까?

조금 있자 소민이가 나를 불렀고, 눈을 뜨자 엘비스프레슬리 처럼 구렛나룻이 검게 변한다희가 서 있다.

"다희야... 너도 고생이 많다."

"아싸 호랑나비."

"읍..."

미친. 기다란 다리로 김흥국 형님처럼 춤을 춘다.

그... 그러지 마. 손발이 사라질 거 같아.

입으로는 호랑나비를 부르는데, 진짜 웃긴 건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다들 스스로 망가지는 다희 모습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이씨... 이대로 놔두면 마음에 상처받을 거 같은데.

젠장, 안 웃기지만 웃어 줄 수밖에 없네.

"으하하하. 아! 미치겠다. 아니 너 미쳤어? 으하하하."

"후훗. 오빠 재밌죠? 아싸 호랑나비!"

"그만해! 아하하. 애들아 웃기지? 아하하하. 웃기잖아! 웃기면서 왜 안 웃어? 아하하하."

"아! 웃겨요. 하하하."

"네. 오빠. 웃겨요. 하하하하."

운동장에 어색한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나는 없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하하. 마지막에 빵 터졌네."

"자 이제 벌칙 받으세요."

"알았어. 밀가루 어딨어?"

"밀가루 안 할건데요?"

"그럼?"

다희가 빨래집게를 들고 다가온다.

아. 빨래집게 있었지...

"후훗. 오빠를 위해서 제가 특별히 준비했어요."

"아니야. 그러지 마."

"자~~"

다희는 내 볼에 빨래집게를 집었다. 그리고 확 당겼다.

"아!!!!!!!!!"

"재밌다~"

"야! 진짜 아파! 와~ 너는 오빠 마음 모르지? 지금 배신감이 온몸을 휘감고 있어."

"에이~ 게임이잖아요."

게임? 나중에 나랑 유두 집는 거 걸고 게임 하자.

여튼 이제 결승전을 해야 하는데, 다들 머뭇머뭇한다.

이것들 이제 제정신이 돌아왔나 보네. 망가졌는데 안 웃으면 그거만큼 민망한 게 없지.

다행히 찬혁 형이 분위기를 읽었다.

"무승부로 여기까지 하자. 고생한 현찬이 승리로 하는 게 어때?"

형. 역시 형밖에 없어요.

"이의 없으면 민현찬 승! 다음에 부탁할 거 있으면 언제든지 모두에게 말해. 이제 술 마시고 놀자."

"예스! 다들 어마어마한 부탁할 거니깐 각오해. 그런데 공포 체험한다고 안 했어요?"

"그건 술 마시다가 두 사람씩 보낼 거야."

"어디로요?"

"걸어서 10분 거리에 학교 부속 건물 있거든. 거기 갔다 오면 돼. 무섭겠지?"

"난 또 뭐라고. 조는 짰어요?"

"아직. 그럼 조 짜고 술 먹자."

마지막으로 조를 정했다.

제비뽑기로 같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한 조가 되는데, 나는 4번이다.

시불. 왜 불길하게 4번이야?

"4번 누구야?"

"오빠 저예요."

고개를 돌렸는데, 다희가 4번을 들고 서 있다.

"너야?"

"네."

다희면 완전 재수네. 안 친한 사람이랑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술자리가 시작됐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서 가는데, 다들 의외로 시간이 제법 걸린다.

흐음. 이것들 봐라. 너희들 뭐 하고 오는 거니?

그러다 보니 술을 제법 마셨다. 알딸딸하게 취할 때쯤, 김소민과 스페이스 A 여자 한 명이 돌아왔다.

"아씨! 찬혁 오빠 어딨어!"

"소민아 왜? 무슨 일 있었어?"

"하나도 안 무섭다더만! 엄청 무서워요."

"으하하하. 거기 사실 흉가야!"

...

네? 그걸 왜 내 차례 때 말해줘요? 차라리 몰랐으면 안 무서웠을 건데.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형. 흉가 그런 거 다 가짜예요. 소민아 재미없었겠네. 술이나 마시자."

"어허? 아니죠. 오빠 갔다 오실 차례잖아요. 모두 다 갔다 왔어요."

"훗. 그런 어린애 장난 같은 거 왜 해? 그냥 술 마시고 노는 게 재밌지. 어라?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찬혁 형과 동아리 남자들이 내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다희도 이미 여자들한테 붙잡혀 있다.

김소민은 악마의 미소를 띠며 나에게 다가왔다.

"후후. 어디 빠지려고 해요? 솔직히 말해요. 무서워서 그러죠?"

"안 무섭거든. 나 귀신 하나도 안 무서워해."

"그럼 빨리 갔다 와요!"

망할 것. 나는 사람들에게 등을 밀리며 쫓겨났다.

결국, 나와 다희는 어두운 산길을 나란히 걸었다.

그런데, 다희야. 왜 무섭게 한마디도 안 하니?

"다희야 무슨 생각해?"

"..."

"너 무슨 화난 거 있어?"

"..."

왜 이러지?

나는 팔을 잡고 흔들었다.

"야. 민다희. 너 뭐해?"

"꺄아아아악!"

"와씨! 깜짝이야!"

"하... 하.. 오빠. 갑자기 왜 그래요?"

"아니 뭐가 왜 그래? 너 불러도 대답 없었어."

"정말요?"

놀란 얼굴로 나를 보는데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귀신 무서워해?"

"네? 아니요. 하나도 안 무서워해요. 귀신이 뭐 무서워요."

애써 먼저 힘차게 걸어간다.

호오라. 왜 내 귀에는 '무서워 죽겠어요'로 들리는 걸까?

유두에 빨래집게 꼽지 않아도 되겠네. 지금 복수하자.

"그래? 알겠어. 으아아악! 귀신이다!"

"꺄아아악!"

뭉클.

가슴이 내 팔꿈치에 닿았다. 다희는 아이처럼 내 팔을 잡으며 품에 안겼다.

"안 무섭다고 안 했어?"

"네? 안 무서워요!"

"그런데 왜 그렇게 놀래?"

"벌.. 벌레 때문이에요."

다희는 다시 내 팔을 놓았다.

으하하. 요 반응 재밌네.

우리는 5분 정도 살짝 떨어져서 걸었다. 어둠에 앞이 잘 안 보일 때쯤, 길가에 무덤이 나타났다.

"저기 무덤 있다."

"꺄아아악! 하지 마요."

"어? 할아버지 서 계시는 거 같은데?"

"아!! 오빠!!"

놀릴수록 내 몸에 더 달라붙는다.

"안 무섭다면서?"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놀래서 그런 거여요!"

그거나 그거나 같은 거 아냐?

평소 다희 모습과는 다르네. 차갑고 과묵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톡 건드리기만 해도 화들짝 놀란다.

다시 5분쯤 더 걷자 목적지에 도착했다.

뭐 흉가는 아니고, 옛날 선생님 기숙사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시멘트 건물이다.

"여긴가 보다."

"..."

고개를 돌렸는데, 다희는 내 팔을 꼭 잡고 땅만 보고 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나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다희야. 잠시만 멈춰."

"네? 왜요? 뭐 있어요?"

"앞에... 앞에..."

"앞에 뭐요? 오빠? 나 너무 무서워요."

"아까 무덤에 계셨던 할아버지가 보여."

"아... 오빠. 하지 마요."

"으아아아아아악!!!!!!!!"

"꺅!!!!!!"

헉... 이렇게까지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양손이 내 목을 감싼다. 아니, 다희는 완벽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향긋한 샴푸 냄새가 코로 들어온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귀를 간지럽힌다.

지금 정말 무섭나 보다. 다희의 심장 박동이 내 손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 내가 지금 가슴 만지고 있구나. 다희 상태를 체크해야 하니 주물럭거려보자.

나는 말캉한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괜찮아?"

"흑흑...."

이런. 가슴 만질 때가 아니다.

화들짝 놀라서 어깨를 잡고 얼굴을 봤는데, 눈물이 잔뜩 흘러내리고 있다.

"으아아아아아아앙."

산이 떠나가도록 운다. 얼음 여왕님 이러시면 안 돼요.

"다희야. 미안해. 오빠가 장난친 거야. 아무것도 없어."

"으아아앙. 나는 으아아앙. 나는 흑흑. 나는 오빠 보여준다고 글도 써 왔는데. 으아아앙. 단둘이서 여기서 보려고 했는데. 흑흑흑."

...

진작 말하지 그랬어.

하늘거리는 다희 머리를 꼭 안아 줬다.

"미안해. 귀신은 없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흑흑흑...."

"좀 괜찮아?"

"흑흑. 네... 진짜... 처음으로 오빠가 미웠어요."

"하하. 미안. 미안. 그런데 글 적어 왔다는 거 진짜야?"

"네. 여기 있어요."

"일단 콧물 좀 닦고 줄래? 아니다. 있어 봐."

손으로 콧물을 닦아줬다.

"흑흑. 오빠 더러워요."

"괜찮아."

콧물이 사라지자 눈물도 가라앉는지 다희는 울음은 그쳤다.

"좀 괜찮아? 이제 글 줘봐. 궁금하다."

"흑흑. 네. 여기 있어요."

나에게 건네는 쪽지. 아니 편지지에 더 가깝다.

젠장. 그런데 어두워서 하나도 안 보인다.

"이거 나중에 내려가서 읽을게. 여기 어두워서 안 보여."

"지금 읽어 주세요."

"왜"

"이 순간 이 분위기에 읽어 줬으면 좋겠어요. 아니, 단둘이 있을 때 읽어 줬으면 좋겠어요."

다희 말대로 여기 분위기가 제법 좋다.

여름밤의 시골 산길. 한쪽에 있는 콘크리트 건물. 거기에 있는 남녀 둘.

하지만, 그래도 어두운 건 어쩔 수 없잖아.

종이를 코에 붙이고 봤는데도 잘 안 보인다.

"다희야. 그런데 정말 안 보인다."

"그럼 제가 읽어 드릴게요."

"너도 안 보일걸?"

"저는 외우고 있어요."

그래? 그러면 뭐 들어보자.

"서 있으니깐 다리 아프다. 저기 가서 읽자."

나는 한쪽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았다. 손으로 옆자리를 톡톡 치는데, 다희는 앞에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만 본다.

"안 앉아?"

"네. 서서 읽을게요."

"부끄러워서 그래?"

"아니요. 편해서요."

그 사이에 원래 민다희로 돌아왔네.

그렇다면!

"다희야. 저기 뒤에···"

"아! 오빠! 하지 마요!"

와락 달려와서 내 품에 안겼다.

"으하하. 농담이야 농담."

"씨이. 진짜 무서워요!"

"그럼 옆에 앉아."

"네."

새초롬히 옆에 앉더니 나에게 팔짱을 낀다. 그리고 내 손을 꽉 붙잡는다.

"오빠 이제 읽을게요."

"응."

"제목. 첫 경험."

젠장.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다희는 낭랑한 목소리로 자기가 적은 글을 말했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자지가."

"스톱."

"네? 왜요?"

"그다음 나올 말은 혹시 '보' 자로 시작하냐?"

"네."

"음. 단어를 좀 순화시키는 게 좋을 거 같아."

"맞죠? 역시 오빠야. 저도 조금 불편했거든요."

로맨틱한 분위기에 자보가 뭐냐.

"그럼 다시 읽을게요. 핫 스틱이 핑크홀에 들어오면."

"스토오옵~"

"왜요?"

"그냥 첫 경험이라고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아니 첫 경험이라고 해."

"후훗. 네. 오빠 말 들을게요. 나는 항상 첫 경험이 어떨까 궁금했다. 사귀지도 않는 오빠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의 첫 경험은 아는 오빠가 가지게 되었다. 그날 나는 무척이나 아팠고, 눈물이 났다."

전하는 개새끼입니다!

···

시불 병조판서. 좋다고 들어갈 때는 언제고.

"첫 경험은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거라고 들었다. 다시 못 올 그 너머로 가는 나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었다."

이거 나 성토하는 거 아니지?

"마음의 준비 없이 다시 올 수 없는 너머로 간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엄마가 국을 흘린 날이다. 그날 나에게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흉터가 생겼다."

갑자기 이야기가 무거워졌다.

"씻을 수 없는 흔적이 나에게 두 번 생겼다. 나는 그 두 개가 다른 게 기쁘다. 처음 생긴 흔적은 슬픔과 우울을 안겨 주며 내 삶을 어둡게 만들었지만, 두 번째 생긴 흔적은 해방과 환희를 가져다주며 내 삶을 밝게 만들었다. 나는 첫 경험을 밖에서 해가 떠

오를 때 했다. 그 해만큼 내 삶은 밝아졌고, 어둠이 끝났다. 끝이에요."

"응? 다 읽었어?"

"네. 어때요?"

나는 다희 머리를 꼬옥 안아 줬다.

"네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정말요?"

"응."

이 말 말고 무슨 말을 해...

"조금 부족한 건 없어요?"

다희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바라본다.

부족한 거라. 아!

"부족한 거 있어. 마지막에 문장이 하나 빠진 거 같은데. 맞지?"

"헉! 어떻게 알았어요?"

나를 보며 화들짝 놀란다.

"나는 모든 걸 다 알잖아. 내가 맞춰볼까?"

"맞추면 오빠 정말 대박이에요. 저 신으로 받들 거 같아요."

팬클럽에서 신도가 되는 건가?

나는 다희 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그 경험을 해보고 싶다. 맞지?"

과연.

두구두구두구.

"후훗. 맞아요. 지금 하고 싶어요."

다희 너 섹스 판타지가 야외에서 하는 거잖아.

어쩐지. 그래서 계속 여기서 글 읽자고 한 거구먼.

< 엠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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