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66화 (166/295)

< 입원 >

끼이이익.

이세연은 스키드마크를 만들면서 차를 세웠다.

너. 다시는 운전하지 마라. 선미 데리러 가다가 우리가 먼저 요단강에 도착하겠다.

"오빠 어서 내려요."

"알았다. 빨리 가자."

나와 세연이는 차에서 내린 후 원룸으로 뛰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괴한이 침입한 건 아니겠지?

나는 선미 원룸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세게 두드렸다.

쾅! 쾅! 쾅!

"이선미! 선미야!"

젠장.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전화도 안 받고. 미치겠네.

"오빠 비밀번호 102134예요!"

"어? 너 비번 알아?"

"언니가 케이크 사 오라고 부탁해서 알고 있어요. 102134요!"

...

이세연을 부리는 사람이 있어? 대박이네.

나는 서둘러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마음속에도 저장했다.

드디어 선미 원룸 비번을 알게 되었어!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다. 어서 들어가 보자.

문을 열자 방은 어두컴컴했다. 그 어둠 한가운데서 작은 말소리가 들렸다.

"현찬아..."

"선미야 너 괜찮... 지 않구나."

망할! 불울 켰는데, 선미가 굼벵이처럼 배를 잡고 바닥에 누워있다. 얼굴은 노랗고 몸에는 식은땀이 한가득하다.

"이선미! 정신 차려!"

"언니! 정신 차려요."

"세연아 너도 왔어? 혹시 케이크 안 사 왔지?"

"아니! 언니 지금 케이크가 중요해요? 아파 죽으려는 사람이!"

"그래도 케이크가 먹고 싶어."

"야! 너 지금 죽기 직전이야! 어서 병원부터 가자. 세연아 너는 선미 휴대폰 찾아서 어머님께 전화해."

"네. 오빠."

"하지 마!"

선미는 세연이 손을 꽉 잡았다.

"언니! 맹장일지도 몰라요. 수술하려면 보호자 있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래도 하지 마. 엄마 안 그래도 신경 써야 할 게 많아. 여기까지 내려오기도 힘들고. 부탁이야."

눈빛에 간절함이 가득하다.

하...

이 똥고집 어차피 못 말린다. 나는 세연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병원부터 가자. 선미야 부축해줄게. 아니다 엎어야겠다."

나는 선미를 둘러업고 원룸을 서둘러 나왔다.

학교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그래도 일반 병원보다는 커서 다행이다.

우리는 차를 응급실 입구 바로 앞에 세웠다.

"언니! 조금만 참아요!"

"아... 누가 보면 출산하는 줄 알겠어..."

"너는 어떻게 이 상황에도 농담이 나오냐? 세연아 미안한데 주차 좀 해줘. 나는 선미 대리고 먼저 들어갈게."

"네. 오빠."

나는 이선미를 업고 다시 응급실로 뛰었다.

서둘러 접수를 마치고 응급실 침대에 선미를 눕혔다. 선미는 병원에 왔다는 안도 때문인지, 얼굴이 조금 편해졌다.

"괜찮아?"

"아!!! 죽을 거 같아."

"뭐 잘못 먹었어?"

"아니. 낮에부터 아팠는데, 저녁 되니깐 갑자기 죽을 듯이 아파 왔어."

"얼마 전에 술 마신 거 때문인가?"

"모르겠어. 의사 선생님 오신다."

인턴이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나이가 지긋하신 선생님이 오셨다.

한동안 선미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후, 손으로 촉진을 시작했다.

손끝을 세우고 꾹꾹 누르는데, 갈비뼈에서 반 뼘 정도 아래를 누르자 선미는 응급실이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렀다.

"아!!!!!!!!!!!!"

"여기 아프세요?"

"네! 거기 너무 아파요!"

"여기 맞죠?"

"네! 거기! 아!!!!!!"

"여기는 어때요?"

"아프다고 이 새끼야!!!"

...

선미야. 그렇다고 의사 선생님에게 욕하는 건 아니지.

응급실 분위기가 갑자기 차가워졌는데, 선생님은 오히려 만족한다.

저기 혹시 SM 매니아 아니시죠?

"허허허. 비명 지르는 거 보니 아직 터지지는 않았네요. 여기면 맹장일 확률이 높겠네요."

거참. 올드한 진료법이네요.

"선생님 맹장이라고요?"

"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일단 피검사랑 CT부터 찍어보죠. 수술해야 할지도 모르니 어서 보호자 부르세요."

보호자라. 나는 선미를 바라봤는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젓는다.

어머님은 못 부르겠네. 별수 있나? 내가 나설 수밖에.

"제가 보호자입니다."

"남편분인가요?"

"예? 그건 아니고요. 아! 혹시 직계 가족 아니면 안 된다는 말 하시려는 같은데, 지금 선미는 가족이 외국에 있어서 못 옵니다. 그리고 병원비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 병원에서 제일 비싼 병실을 지금 당장 결제할게요. 그러니깐 빨리 수술 잡아주세요!"

"뭐. 만약 맹장이면 복강경으로 하면 되니 가족 보호자가 필수 사항은 아닙니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멀리 있다면 어쩔 수 없죠. 병실은 그럼 2인실로 잡아 드리겠습니다. 같이 쓰는 사람 없어서 1인실이랑 같아요. 우선 결제부터 하시죠."

그래요? 시불. 혹시나 안될까 봐 돈 지랄했는데, 괜히 오바했네.

인제 와서 6인실로 해달라면 안 되겠지?

그래! 내 첫 경험을 때준 선미인데 뭐가 아깝냐! 내 씨드머니는 선미에게서 나온 거잖아.

"네. 알겠습니다."

"현찬아...."

"선미야. 괜찮아?"

"너. 방금 2인실이라고 할 때 얼굴 안 좋아지더라."

"고맙다. 눈치채줘서. 아픈데도 할 거는 다 하네."

"아하하... 그러게 말야. 세연이한테 이때까지 고마웠다고 전해줘."

"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깜짝이야! 뒤에서 이세연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놀라고 있다.

"선미야. 장난 그만 쳐라."

"그래야겠네...."

"네?"

나는 세연이에게 선미 상태를 설명했다.

세연이는 장난이고 나발이고 선미가 괜찮다는 말에 안도했는지, 온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나도 힘이 빠진다. 이게 갑자기 뭔 일이냐.

선미는 밤새 검사를 하고, 다음 날 오후 수술을 하러 들어갔다.

젠장. 막상 수술 들어가니깐 걱정되네.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 기다렸는데,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마취가 다 풀린 선미는 병실로 올라왔고, 바로 잠들었다.

나는 우선 이세연을 집으로 보냈다. 애 안 그래도 수능 공부하는데 좀 쉬어야지.

그리고 나도 눈 좀 붙이자. 어제 한숨도 못 잤다.

선미 옆 간이침대에 잠들었는데, 눈떠보니 이불이 나에게 덮여 있었다.

"일어났어?"

머리 위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병원복을 입은 선미가 편안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하아아~ 일어났네. 깨우지 그랬어."

"밤새 병간호한다고 잠도 못 잤는데, 미안해서 어떻게 깨워."

"오~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는 거 보니 이제 좀 살만한가 봐. 어제는 의사한테 이 새끼야 라고 하더니."

"그 말 하지 마. 안 그래도 쪽팔리니깐. 어제는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나는 일어나서 선미를 봤다.

병원복을 입고 있는데, 가녀린 턱선과 목이 유난히 말라 보인다.

뭐지 이 기분은? 병약한 선미를 보니 갑자기 지켜주고 싶다.

"현찬아. 나 좀 일으켜줘."

"알았어."

누운 선미 등에 손을 집어넣고 일으켜 세웠다. 선미는 창문을 향해 팔을 힘없이 들어 올렸다.

"현찬아. 나 마지막 잎새 주인공 같지 않아? 저 나뭇잎이 떨어지면 나도 죽겠지?"

"지금 6월이라 나뭇잎 떨어지려면 석 달은 더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 6층이어서 나뭇잎도 안 보이거든. 너 지금 아픈 거 즐기고 있지?"

"꺄하하! 맞아. 나 병에 걸린 가녀린 여주인공 같지 않아?"

"순정 만화 좀 그만 봐라. 너 그거 알아? 킬 빌에서도 여자주인공이 잠시 병원에 있어. 그리고 다 죽이지. 내가 보기에는 거기가 더 비슷한 거 같다."

"하하하. 내가 나으면 너부터 죽여줄게. 이 새끼야!"

싸우기 직전의 조폭처럼 목을 좌우로 까닥거린다.

이제야 좀 선미 답네.

그럼 정말 궁금한 걸 물어보자. 이 질문은 안 할 수가 없다.

"선미야. 하나만 물어볼게."

"방구 아직 안 꼈다."

"어. 알았어."

꼈으면 방구대장 뿡뿡이라고 놀리려고 했는데. 아쉽네.

"현찬아. 그런데 병원비 얼마 나왔어? 2인실 비싸겠다. 말해줘. 내가 보내줄게."

"됐어. 이거 얼마 한다고. 병원비가 중요해? 네가 중요하지."

"이때까지 들었던 말 중에서 제일 소름 돋네. 정말 안 줘도 괜찮아?"

"응. 괜찮아."

"후회하지 말고 계좌번호 적어줘."

"괜찮대도."

"나 보험이 3개인데. 알았어. 그럼 보험금 내가 꿀꺽해야지."

...

너 그냥 다시 아파라.

선미는 당황해하는 나를 보더니 깔깔 웃는다.

저 웃음을 보니 진짜네. 시불! 네 보험비 내가 뺏고 만다!

그나저나 원래 아프면 친구들한테 연락 돌려야 하는데. 나는 선미에게 물었다.

"애들한테는 연락했어?"

"아니 안 했어. 그리고 하지 마."

"왜?"

"아오. 일주일만 입원하면 되는데 연락은 무슨."

"그건 네 생각이고. 너는 항상 힘든 일을 혼자 처리하려고 하더라. 나중에 애들이 너 수술했다는 이야기 들으면 섭섭해할걸?"

"됐어. 너는 언제까지 있을 거야? 이제 집에 가."

"이제 괜찮아졌다고 쫓아내는 거야? 진심으로 섭섭함."

"섭섭은 무슨. 미안해서 그러지. 어제도 내 옆에서 밤새웠잖아. 너 지금 얼굴 되게 안 좋아 보여. 자 거울 봐."

이선미가 비춰주는 거울을 봤는데, 진짜 내가 환자 같다.

"음. 웬 좀비 한 마리가 있네. 그래도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갈게. 친구 입원해서 밤새 같이 노는 것도 재밌거든."

"나는 휴식이 필요한 환자거든요. 네가 있으면 못 쉬어서 그래. 오늘은 집에서 쉬어 대신 부탁 하나만 하자."

"뭐?"

"만화책 좀 빌려와 줘. 여기 목록 적어 놨어."

이선미는 나에게 종이를 건네는데, 시불 50권은 넘어 보이는 만화책이 적혀져 있다.

"시험공부 할 거 챙겨 올 테니 공부나 해라."

"아아아~ 만화책!"

"애교부리지 마라. 진심 소름 돋으니깐. 만화책 빌려오면 뭐 해줄 건데?"

"이 새끼 봐라. 감히 누나한테 딜을 거네?"

"쫄리면 뒤지시던지요."

"오케이 콜. 너 부탁 하나 들어줄게. 뭐든지 말야."

뭐든 지라고? 너 잘 걸렸다.

"뭐든지 라고 했다!"

"그럼. 어차피 뭘 부탁할지는 뻔하지만 말야."

이선미는 피식 웃으며 나를 봤다.

후후후. 선미야. 내가 설마 너에게 섹스를 부탁할 거라 생각한 거니?

나 예전처럼 섹스만 외치는 민현찬이 아니야.

"오케이 약속했다. 그럼 원룸 비번 바꾸지 마."

나는 이제 큰 그림을 그리는 민현찬이다.

선미 섹스 판타지는 잘 때 덮치는 거다. 그래서 항상 원룸에 나를 안 데리고 갔었다.

그런데 만약 비밀번호를 안다면!

...

아차차. 이게 아닌데, 나 지금 병문안 와있는데.

"뭐? 너 내 원룸 비번 알아?"

"세연이한테 들었지롱~"

"아! 잠시만! 그건 아니지! 어떻게 여자 원룸 비번을 너 같은 늑대한테 오픈한 채 살라는 거야? 무서워서 잠이나 자겠어!"

그게 내가 노리는 건데? 후후후.

"여튼 약속한 거다. 천하의 이선미가 한 입으로 두말하지는 않겠지. 이제 맥주 들고 자주 갈게."

"문짝 통째로 바꾸는 건 되지?"

"알았다! 협상하자! 석 달만 바꾸지 마라."

"한 달."

"두 달 콜? 내가 어제 너를 들쳐 없고 뛰었단 걸 잊지 마."

손톱을 물어뜯는 이선미.

"젠장. 호되게 걸렸네. 두 달 콜!"

"으하하. 네가 안 놀아줘서 내가 놀러 가려는 거야. 그런데 진짜 오늘 병원에서 자고 가면 안 돼? 나 여기서 놀고 싶은데."

"그럼 옆에 입원하던가. 신경 쓰이니깐 어서 가."

칫. 가시나 냉정하기는. 너도 남에게 신세 좀 지고 살아라.

"알았다. 그럼 내일 올게."

"응. 내일 보자. 아! 가기 전에 잠시만 가까이 와줘."

"왜?"

나는 선미 근처에 갔다. 그러자 선미가 나를 꼬옥 앉아줬다.

두근.두근.

뭐지? 이상한 떨림이다. 여사친으로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앉으면 이런 기분일까?

심장이 거칠게 뛴다.

"현찬아 고마워."

"별말씀을요."

"가슴은 쳐 만지지 말고."

"네. 누나."

"이제 가. 내일 보자~"

나는 환하게 웃는 선미를 놔두고 병실을 나왔다.

병원 정문을 나서는 내 발걸음이 가볍다.

쓰읍. 그나저나 이선미가 조금 부럽다. 나도 병원에 입원해서 일주일만 쉬었으면 좋겠다.

집에 있으면 내 성격상 놀러 다닐 게 뻔하니, 강제적인 휴식을 받고 싶다. 무료했던 전생이 조금 그립다.

- 그렇게 쉬고 싶어? 아니, 어차피 원하지 않아도 쉬게 될 거야.

네? 호구신님 무슨 말이에요?

- 지금 봉고차가 너에게 달려오고 있거든.

"뭐라고요?"

끼이이이익.

나는 강한 충격을 받고 날아갔다. 뭐야 이거? 갑자기 실화야?

영화처럼 하늘을 향해 공중제비하듯이 한 바퀴를 돈 건 아니다. 그랬으면 다시 호구신님이랑 쎄쎄쎄를 했겠지.

서 있는 그대로 1미터 정도 날아갔고,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혔다.

젠장!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누가 감히 나를 쳐? 길 가다가 모르는 사람한테 처맞은 기분이다.

"시발! 어느 새끼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돌렸다. 종합학원이 적힌 봉고차 한 데가 멈춰있는 게 보인다.

"어이 아저씨! 운전 똑바로 하셔야죠!"

아니, 운전을 어떻게 하길래 횡단보도에서 사람을 쳐?

성난 발걸음으로 봉고차를 향해 걸었고, 문을 쾅 열자.

"죄... 죄송합니다."

차 안에는 기사와 고등학생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왜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지? 내가 피해자야!

"아저씨. 운전 똑바로 안 해요?"

"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저씨 죄송해요!"

"아니. 씨···. 와. 뒤에 학생들 있어서 욕은 못 하겠는데, 도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 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저씨!"

"어이. 고삐리 뭐!"

"일단 병원부터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참나. 야! 병원은 무슨! 보험사부터 불러야 하는 거야."

"지금 머리에서 피나요!"

뭐?

나는 거울을 봤다.

시불.

다들 무서워하는 이유를 알겠네.

사고를 당하면 정신이 없다더니, 내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려서 내 얼굴 반을 적셨다.

"아!!!!!!!!!!"

갑자기 고통이 온몸을 휘감는다. 중학교 때 뼈가 부서져봐서 아는데, 그 정도 고통은 아니다.

그냥 누구한테 두들겨 맞은 기분이다.

"학생. 일단 병원부터 가자. 어서 차에 타. 애들아! 너희는 오늘 알아서 집으로 가. 선생님이 못 데려다주겠다."

"원장선생님 알겠어요."

학원 원장 선생님이라고? 그럼 돈이 제법 있으시다는 말인데?

...

드러눕자!

시불. 이딴 생각 하는 거 보니깐 아직 살만하네.

봉고차에 탄 고등학생들이 내리자, 원장선생님은 나를 재촉했다.

"학생. 어서 병원부터 가자. 조수석에 빨리 타."

"괜찮아요. 차에 안 타도 돼요."

"뭐? 지금 많이 다쳤어. 고집부릴 때가 아니야!"

"바로 뒤에 병원 있잖아요."

이선미 너 앞으로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럼 옆에 입원하던가' 가 현실이 될 줄이야.

나는 방금 나온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시불. 산지 직송이네.

교통사고가 난 지 하루가 지났다.

"아하하. 미친 존나 웃겨!"

"선미야 웃지 마라. 나는 죽을 뻔했다."

나는 병실에 누워있고 선미는 병원복을 입은 채 깔깔거리며 웃고 있다.

나는 선미와 같은 층 2인실에 입원했다. 그런데 원래 진료과 별로 묶지 않나? 콩가루 병원 이구만.

여튼 선미는 지금 나에게 놀러 와있다.

"그래도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이다. 얼마나 다쳤대?"

"뼈에는 이상 없대. 그리고 머리에도 흉터 안 남을 거 같다네."

"얼굴밖에 없는 놈이 흉터 남으면 큰일이지."

"얼굴밖에 없는 건 너지. 나는 공부도 잘해."

"하이고. 우리 학교에서 잘해 봤자잖아. 그런데 우리 시험 어떡하냐."

"몰라. 세연이가 교수님한테 물어보고 말해준대. 안 그래도 이제 올 때 됐는데."

똑똑.

병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세연도 양반은 안 되네.

"세연이 왔나 보다. 들어와!"

"이세연 아닐 수도 있을걸?"

"응 무슨 소리야?"

드르륵.

"으하하하! 이것들 같이 입원했어! 너희가 무슨 유, 관, 장 형제냐? 한날한시에 태어나지는 않아도 같은 날에 입원하고."

"형제보다는 부부 같은데? 아이고. 깨가 쏟아져서 죽겠네요~"

어라? 임석훈과 이혜민이다.

"너희들 뭐야? 어떻게 알았어?"

"야. 말도 마라. 선미 어제 너 사고 났다고 우리한테 전화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뭐?"

나는 이선미를 봤는데, 츤데레처럼 모른 척 한다.

"너 전화 다 돌렸어?"

"야! 그럼 당연하지. 네가 다쳤는데 다른 사람한테 말해야지."

저기... 나 이 기회에 쉴 생각 했거든.

"누구누구한테 전화했어?"

"임석훈, 이혜민, 은미, 세연이한테는 전화했고."

"그리고 또?"

"박호빈, 소민이, 다희, 현아한테는 문자 보냈고."

"설마 또 있어?"

"진희랑, 서영 언니한테는 매일 보냈어. 아 덤성이도 휴가 나왔대."

많이도 연락했네. 병원이 동네 잔칫집 되겠다.

< 입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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