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53화 (153/295)

< 얼차려 >

잠에서 깬 유소라. 한 손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허벅지를 만지는데, 빨갛다.

흠. 이건 좀 미안. 너무 세게 꼬집었나 보네. 그런데 너 옷 좀 입어라.

속옷만 입고 있는데, 손을 움직일 때마다 브래지어에 둘러싸인 수박이 출렁인다.

꿀꺽. 저 수박은 꿀맛이겠지?

내 눈빛을 읽었는지 유소라가 피식 웃는다.

"훗. 엉덩이는 안 꼴리는데 가슴은 꼴리나 봐? 먹고 싶어? 우쭈쭈 우리 현찬이 가슴 빨고 싶구나~ 옆에 누워서 가슴 빨아 먹어도 돼~"

고맙다. 정신이 확 차려지네.

"야. 지금 장난할 때 아니다. 가슴 빨고 싶기는 무슨."

"정말? 오빠아~ 내가 젖치기 해줄게. 침대에 누워봐."

젖... 젖치기요? 어서 침대에 누워야겠다. 가 아니라 정신 차려야 하는 데 정말 힘들다.

유소라 위험해졌다. 지금 침대에 매혹적인 자세로 나를 보고 있는데, 육덕진 몸매에서 육감적인 몸매로 변했다.

아직 완전히 날씬하지는 않지만, 뱃살은 애교 수준으로 접혀있고. 허벅지는 흔한 말로 꿀벅지가 되어 있다. 가장 안 빠진 건 얼굴인데, 그래도 후덕했던 볼살과 턱이 통통한 정도로는 변했다.

아니, 이렇게 예뻐졌으면서 왜 박호빈한테 지랄했지? 어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나는 의자를 끌고 와 침대 옆에 놔두고 앉았다.

"오빠 뭐해? 침대에 앉아. 따먹으려면 침대에 앉아야지."

"오늘 섹스할 생각 없거든. 야! 그리고 넌 잘못한 애가 뭘 그렇게 당당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박호빈한테 개새끼라고 했다면서?"

"...응."

"그리고 다른 후배들까지 불러서 축제 때 호빈이한테 덤볐다면서?"

"그건 잘못한 게 아니지. 원래 여자들끼리 뭉쳐서 짜증 난다는 이야기 많이 했었어. 내가 대신 총대 맨 거고."

"그래. 그거는 잘했다고 치자. 오케이. 다시 원점으로. 왜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개새끼라고 한 거야?"

"그냥."

"호빈이가 집적거렸어?"

"아니."

"교복 입고 오라고 한 게 짜증 났어?"

"아니. 그건 존나 마음에 들었는데. 길 가는데 남자들이 먹고 싶은지 빤히 보더라고."

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 내 모습이 재밌는지 유소라는 낄낄 웃는다.

"오빠 지금 진지하다."

"나도 진지해."

"그럼 왜 욕한 건데?"

"오빠가 알 건데 몰라?"

응 내가 알 거라고?

"내가 뭘 잘못했어?"

"응. 살 빼라고 했잖아."

아... 다이어트 스트레스 때문이구나. 갑자기 짜증이 확 난다.

결론은 다이어트 때문에 예민해져서 박호빈한테 짜증을 냈다는 건데. 내가 살 빼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박호빈한테 개새끼라고 말한 게 내 탓은 아니잖아. 원인과 결과가 너무 멀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유소라를 노려봤다.

"너 정말이야?"

"응. 지금도 배고파서 졸라 예민해."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너 배고프다고 다른 사람한테 욕해?"

"네가 나보고 살 빼라고 했잖아!"

주먹을 부르르 쥐고 나를 노려본다.

머리가 아프다.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자 소라가 브래지어를 잡고 후크를 푼다.

출렁.

와우! 가슴은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드는 건가? 커다란 유방을 보자 막대기가 모든 걸 용서하고 젖치기를 하자고 난리다.

"헤헤헤. 오빠앙~ 내 가슴 빨고 싶잖아. 어서 와서 따먹어."

고맙다. 정신 차리게 해줘서. 본능보다 이성이 중요한 순간이 있지. 바로 지금이다.

"됐어. 나 오늘 섹스 안 할거래도."

"에이~ 하고 싶으면서. 현찬 선배니임~ 가슴 만져주세요."

"혀 잘렸냐? 어디서 귀여운 척이야."

"정말 안 하실 거예요? 소라 지금 따먹히고 싶은데~"

"안 할거래도."

응? 너 왜 그러니?

섹스 안 한다는 게 그렇게 열 받는 말이니? 아니, 억울한 말인가?

유소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주먹을 꽉 쥔다.

"선배님. 진짜 안 할 거예요?"

"응."

"그럼 나가."

"뭐라고?"

"그럼 나가라고!"

헉! 유소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가슴이 출렁이는데, 신경 쓸 틈이 없다.

진짜 미친 사람이다!

광기에 휩싸인 채, 내 팔을 잡고 밀친다.

"나가! 꼴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야이. 너 미쳤어?"

"그래. 나 미친년이다. 빨리 나가!"

가슴을 출렁거리며 고함과 함께 나를 밀치는 유소라.

그 모습을 보자 정신이 확 들었다. 유소라 다이어트 때문만은 아니다.

전생에 같이 지내봐서 아는데, 이렇게 막무가내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교묘하고 영악하게 요리하는 스타일이지.

다이어트 때문에 예민해서 이렇게 미친년처럼 행동한다?

그랬다면 섹스하자고 안 하고, 원룸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한테 짜증 냈겠지.

이건 뭔가가 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중간에 빠져있다. 일단 유소라부터 진정시키자.

"가만히 좀 있어! 밀지 말고."

"뭐래! 나가래도!"

"아이 진짜!"

웬 갑자기 사랑과 전쟁이냐. 나는 소라 어깨를 잡고 강제로 침대에 엎드리게 했다.

"놔! 이 새끼야!"

"가만히 있어!"

시불. 진짜 범죄자 같잖아. 옆집에서 오해하기 전에 빨리 정리하자.

나는 유소라 위에 올라타서 어깨를 강제로 누른 채, 전화 걸었다.

- 구워 치킨입니다.

"여기 리버풀빌라 201호인데요, 구워 치킨 하나 가져다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죄송한데 추가금 낼 테니까 비타민 워터도 하나 가져다주세요."

- 네.

배고픈 사람은 일단 먹여야지.

전화를 끊고 아래를 봤다.

유소라는 치킨이라는 소리를 들은 순간부터 반항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데, 조금 있자 고개를 조심히 돌려서 나를 바라봤다.

...

이세연이 이 구역의 미친년이라면, 유소라는 이 구역의 도른년 이구나.

180도 변한 뒤 180도 또 돌았는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치킨... 시켰어요?"

"그래. 이제 진정 좀 되냐?"

"콜라는?"

"닥쳐!"

"네..."

버럭 화가 난 목소리로 말하자, 얌전한 강아지가 되어서 침대에 머리를 박는다.

휴... 일단 한 단락 되었네.

역시 만병통치약은 치킨인가 보다.

치킨이 도착했고, 지금은 거실 한 가운데 펼쳐진 상 위에 올려져 있다.

나는 그 옆에 앉아서 침대에 엎드린 유소라를 노려보고 있다.

진정된 유소라는 나를 보기 민망한지, 아까부터 침대에 엎드린 채 꼼짝도 안 한다.

"소라야. 와서 먹어."

"네!"

아이처럼 활기차게 일어나는 소라. 가슴은 시노자키 아이네. 저거 정말 치트키다.

"브래지어 입어라."

"네!"

활기차게 브래지어를 입더니 내 앞에 앉았다.

치킨을 말똥히 바라보는데, 입에 침이 잔뜩 고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오빠. 나 치킨 먹는다?"

"나는 먹지 말라고 한 적 없어."

"살 빼라고 한 사람은 오빠잖아."

"네가 언제부터 내 말 잘 들었다고. 먹지 마."

먹지 말라는 한마디가 그렇게 충격이니?

똘망한 눈망울이 암사자가 되어서 나를 노려본다.

나는 치킨 뚜껑을 열었다. 향긋한 냄새에 소라는 거의 미치려고 한다.

가시나야. 좀만 기다려라.

순살 부분만 뜯어서 소라에게 건넸다.

"이거 살코기 부분이다. 여기는 기름기가 다른 치킨보다는 덜하니깐, 먹어도 괜찮을 거야."

"오빠..."

"아까는 이 새끼라면서."

"죄송해요..."

"이제 와서 높임말 하기는. 연기하지 마라. 일단 먹어."

하나씩 뜯어서 소라 앞접시에 놔두는데, 순식간에 사라진다.

"너 며칠째 안 먹은 거야?"

"치킨은 두 달 만에 먹어요. 아! 졸라 맛있어!"

"후. 그렇게 맛있어?"

"네! 오빠보다 맛있어요!"

정말 배고팠나 보네. 먹으니깐 살 거 같은지 얼굴이 다시 아이처럼 밝아졌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지? 너 일단 내가 먹는 동안은 참는다. 다 먹고 나서 이야기 들었는데, 별일 아니면 각오해라.

살코기 부분을 다섯 조각 정도 먹자 유소라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 배부르다~~ 이제 살 거 같아. 오빠. 나 콜라 좀 줘."

"콜라는 안 돼. 이거 살 엄청 쪄."

"와씨. 치킨 먹고 콜라 못 먹는 게 어딨어!"

"대신 비타민 워터 가져온 거 있으니 이거 먹어. 얼음 넣어서 차게 먹으면 청량감은 비슷할 거야."

"싫어! 콜라 줘! 콜라주세요. 현찬 선배니임~"

"일단 마셔봐."

야. 콜라 먹으면 3일 운동 날아가는 거야.

나는 얼음에 비타민 워터를 타서 소라에게 건넸다.

한 모금 마시는 유소라. 깜짝 놀란다. 그것 봐 맛있지?

고기도 먹였고, 당도 먹였고. 처방이 적절했는지 유소라 얼굴이 밝아졌다.

"아 살 거 같아."

"너 요즘 밥 안 먹고 다녀? 걸신들린 줄 알았다."

"뭐래. 오빠가 다이어트하라고 했잖아!"

"너 나 좋아해? 언제부터 내 말 들었다고 그래."

"좋아...하지는 않지. 짜증 나. 섹스나 못하면 나도 다이어트 안 했을 건데."

"아니, 다이어트랑 섹스랑 무슨 상관이 있어? 너 정말로 나랑 파트너 하려고 살 빼는 거야?"

"아니. 나한테 매달리게 하려고 빼는 거야. 살 빠지면 오빠 나 없이는 못 살걸? 그럼 그때 내가 당한 거 두 배로 갚을 거야. 그날이 오길 고대해."

아내의 유혹이냐?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노려본다.

"뭘 당했는데?"

"정말 몰라서 그래?"

"그래. 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줘? 호빈이가 못 건드리게 해줬지, 스트레스받은 거 치킨 사줘서 풀어주지."

"...그건 맞아."

"그럼 물어보자. 너 그날 박호빈한테 왜 그랬어? 그리고 방금 나는 왜 밀치고 난리였어? 정말 단순하게 배고파서 그런 거면 너 사과해라. 사과 안 하면 나 정말로 앞으로 네 얼굴 안 볼 거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배고파서 남한테 짜증 내는 게 심정적으로는 이해 가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지. 설령 그 대상이 박호빈이라고 해도 말이야.

단호한 내 모습에 놀랐는지 유소라는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떤다.

"흑흑흑... 넌 진짜 개새끼야!"

떠는 게 아니고 우네? 그리고 내가 개새끼라니?

"야!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지! 20살이면 애는 아니잖아!"

"흑흑흑. 네가 그날 나 완전히 깔아뭉갰잖아!"

"내가 언제? 저번에 섹스했을 때?"

"흑흑흑... 아니 축제 날 말야! 어! 교복 입고 학교 올라가다가 너 보고 반가워서 봤는데, 너 나한테 어떻게 했어!"

"아마 웃었을걸?"

"그래! 비웃었잖아! 자기 옆에는 날씬하고 예쁜 사람만 있다고 교복 입고 뚱뚱한 나를 비웃어! 네가 사람이야!"

···

아···시발···

요즘 유체이탈 많이 하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나는 세연이 소민이 다희와 서 있었고, 길 반대편에는 유소라가 교복 입고 가고 있었지.

나는 반가움에 웃었을 뿐인데. 소라에게는 다르게 보였나 보다.

"자세히 좀 이야기해봐. 너한테는 어떻게 보였는데?"

"흑흑흑. 나한테 어떻게 보였냐고? 반대로 생각해봐."

반대로? 간만에 역지자지 해보자.

소라가 나보고 살 빼면 섹스 파...는 좀 그렇고 사귀어 준다고 했고, 나는 살 빼고 있는데 길 가다가 소라를 봤다.

그런데 소라가 잘생기고 키 큰 남자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나를 봤다면? 그것도 실실 웃으면서 말이야.

···시불. 이거 기분 더럽네? 전생에 많이 경험해본 그림이잖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겠다.

오늘 섹스하자고 난리 친거랑 안 해준다니 미친 것도 이해가 된다. 내가 단호히 섹스를 거부하자 자기를 비웃는다고 확신했겠네.

너 다행인 줄 알아라. 내가 전생에 찐따여서 너에게 공감해준다.

"하. 그래서 그날 열 받았던 거야? 그럼 호빈이한테는 왜 그랬어?"

"그 새끼가 살 빠졌네 하면서 실실 웃잖아. 내가 자기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살 뺐나? 오빠한테 따먹히고 싶어서 살 뺐지. 이씨! 짜증 나! 이제 살 안 빼. 다 먹을 거야."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 닭 다리를 집는다.

이거 참.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라니. 기특하기는 하네.

"소라야. 그건 너의 오해야. 나는 절대 다른 사람 보며 비웃고 그러지 않아. 나도 작년만 해도 뱃살 있고 그랬어."

"흑흑... 정말?"

"응. 일단 닭 다리는 내려놔라. 그날은 반가움에 웃은 거야. 그리고 옆에는 그냥 친구들이고."

"씨이... 친구들 존나 예쁘네. 흑흑흑... 무슨 컬렉션도 아니고."

"가시나 말하는 뽄새는 진짜. 그리고 닭 다리 내려놓으래도. 여튼 네 오해야. 내가 너보고 살 빼라는 이유가 뭔지 알아?"

"떡감 올리려고."

쫌! 너는 스무 살 밖에 안 된 애가 무슨 야설만 읽고 살았니? 말하는 거 하나하나가 섹드립 장타다.

"헛소리 말고. 너 성형 말리려고 한 말이야. 너는 살 빼면 진짜 예쁜 얼굴이거든."

"그럼 진작 그렇게 말하지."

"그렇게 말했는데 네가 개무시 했잖아! 그래서 일부러 파트너 핑계 대고 살 빼라고 한 거야."

설득되었나? 유소라는 감동한 얼굴로 나를 본다.

"정말요?"

"왜 갑자기 높임말이냐? 그래. 정말이다."

"선배님... 저는 그것도 모르고. 더 맛있게 먹으려는 줄 알았어요... 죄송해요."

"그럼 맛있는 여자를 찾지. 아니 시발 내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지?"

"킥킥킥. 그래도 선배님 말이 진심인 건 알겠어요."

"알면 웃지 말고, 박호빈한테도 사과는 해."

"그랬다가 다시 나한테 집적이면 어떡해요?"

"내 이름 팔아. 현찬 선배한테 이야기 듣고 잘못한 걸 깨달았다고 하면 되지."

"네."

일단락되는구나. 소라는 그래도 내 눈치를 빤히 본다.

이런 거 보면 20살인 거 같은데, 아니구나. 한 손에 닭 다리를 들고 있다.

그냥 먹어라. 너 그러다가 예민해져서 주위 사람들이 더 고생하겠다.

"먹어. 하루 먹는다고 살 안 쪄. 그리고 그만큼 운동하면 돼."

"나 운동 안 하는데요?"

"너 그럼 안 먹기만 해?"

"네. 운동하기 졸라 귀찮아요."

"하루에 몇 끼 먹는데?"

"아침에 샐러드 먹고 안 먹어요."

예민한 이유가 있네. 너 그러다가 죽어!

"야! 그러니깐 예민하지! 너 그리고 몸 상해! 그렇게 살 빼면 튼살 생긴다. 운동하면서 빼야지!"

물론 10킬로 뺀다고 살 트지는 않겠지만, 여자한테는 이게 더 직방이지.

유소라는 닭 다리를 툭 떨어트리더니, 벌벌 떨면서 나를 본다.

"살 튼다고?"

"그래. 운동해야 해. 어서 헬스 끊어."

"싫어!"

"왜?"

"헬스는 예뻐지고 가는 곳이야. 내 몸매 자랑하러 말이야!"

신박한 도라이네.

"그럼 집에서라도 운동해."

"뭐 하면 돼? 그냥 걸으면 되나?"

"유산소보다는 근력 위주로 해. 요가처럼 해도 되고."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누구지? 요즘 너무 폭풍 같은 나날이구나. 사람 좀 살자.

- 오빠. 저 다희에게요. 글 다 적으셨어요?

너는 또 무슨 갑자기 글....아! 오늘 글 적어서 보여주기로 했었지.

시불. 한 글자도 못 적었는데.

"다희야 그게. 내일 보면 안 될까? 오늘 일이 좀 있어서."

- 내일은 바빠요. 다음에 적으면 동방에서 보여주세요.

뚝.

전화가 끊어지면서 시베리아 바람이 불어왔다.

으아아아! 스트레스! 하루가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오빠? 왜요? 누군데요?"

유소라가 아무렇지 않게 닭 다리를 입에 넣고 씹으면서 나를 본다.

그래. 너 때문이지. 오늘 하루가 종이비행기처럼 사뿐히 날아간 원인이 바로 앞에 있었지.

"아니야. 오래간만에 먹으니깐 맛있지?"

"네. 아~ 더 먹고 싶다. 그래도 다리 하나만 먹고 참아야지."

"아니야. 많이 먹어. 운동하면 돼. 오늘은 내가 같이해줄게."

"아하하하. 이 오빠 봐라. 음흉하네. 운동이 섹스 말하는 거...는 아닌 거 같은데. 오빠. 왜 눈에 독기가 있어요?"

유소라가 닭 다리를 문 채 두려운 눈으로 나를 본다.

너 오늘 뒤졌다. 제대로 다이어트 시켜줄게.

섹스가 아니라 진짜 운동 빡시게 하자. 아까 박호빈한테 받던 얼차려, 나한테 이어서 받자.

< 얼차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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