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 >
저녁 일곱 시.
동방에서 김소민, 민다희와 함께 피켓을 만들고 있다.
젠장, 그냥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어주는 건 줄 알았는데, 각설이처럼 구걸해야 한다니.
나는 피켓 만드는 김소민을 넌지시 봤다. 너 공대 여자 맞네. 색종이에서 검은색 흰색만 쓰고 있다.
"소민아. 그거 파워포인트 아니다. 다희가 잘 만드네."
"오빠. 나 방금 섭섭할 뻔했어요. 어떻게 사람을 비교 할 수 있어요?"
"그럼 앞발로 만들지 말던가."
반대로 다희는 아기자기하게 잘 만든다. 글씨도 예쁘게 적고.
김소민은 민다희가 만들 걸 보더니 깔끔하게 포기했다.
"좋아! 민다희! 너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
"빨리 잘라."
"네..."
두 사람은 성향은 정반대인데 케미는 잘 맞는다 말야. 김소민은 얌전한 강아지로 변신해서 민다희 조수가 되었다.
피켓을 만드는 두 사람을 보는데, 다희가 나를 보며 말했다.
"오빠. 작년 회장 온다는 거 이야기 들었죠?"
"응. 왜? 신경 쓰여?"
"네."
"소민이는 대충 아는데, 너는 무슨 일 있었어?"
"..."
다희는 아무 말 안 하고 다시 피켓을 만든다.
흐음. 궁금하네. 김소민이 우리 둘을 보더니, 색종이를 자르면서 입을 연다.
"처음에는 나한테 작업 했다가, 나 남친 생기니깐, 다희한테 작업했어요. 아침마다 다희한테 문자 보냈대요. 으~~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치."
"그게 다가 아니야."
응? 뭐라고?
나보다 김소민이 더 놀랐네. 부엉이 눈이 되어서 민다희를 바라본다.
"그게 다가 아니라고? 또 무슨 일 있었어?"
"자취방에 찾아 왔었어."
"뭐? 정말? 나한테 말하지! 왜 말 안 했어?"
"그냥."
자취방에 찾아 왔었다고? 이런!... 너 자취하는구나? 좋은 정보 감사요.
...
정신 차리자.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
"자취방 앞까지 찾아온 거야?"
"안에도 들어 왔었어요."
그거는 범죄잖아? 김소민이 가위를 들더니 찔러 죽일 기세로 말한다.
"미쳤어! 경찰에 신고했어? 어쩌다가 들어왔어?"
"사진 가져다준다고 했는데, 잠시만 이야기하자고 들어 왔었어."
"그래서? 너 별일 없었지? 어떻게 했어?"
"집에 안 가길래 내가 나갔어."
네가 나갔다고? 와... 얘는 깡이 좋은 거야?
나와 김소민은 아까보다 눈이 더 커졌다.
"그래서? 계속 이야기해봐."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에 가니깐, 책상에 미안하다 한 장 적혀져 있었어."
"뭐 뒤지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없어진 건 없는데, 옷장은 열어 본 거 같아."
이거는 범죄잖아!
SNS나 단톡방이 없는 세상이니깐 그냥 넘어갔지, 미래였으면 사회 매장 각이다.
나는 놀라서 다희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한테 말했어?"
"아니요. 오늘 처음 이야기 한 거예요."
"왜? 말하지 않았어?"
민다희는 아무 말도 안 한다. 하. 얘도 답답한 스타일이네.
나는 계속 다희를 다그쳤다.
"너 괜찮아? 안 무서웠어?"
"뺨 때릴 때는 좀 무서웠어요."
"네가 맞았다고?"
"아니요. 제가 때렸어요."
...
그래. 우리 학교 전통이 여자가 기가 센 건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차근히 다희한테 들었는데,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서 뺨 때리고 자기가 나갔단다.
작년 회장은 너무 놀라서 어리바리하다가 놓쳐 버렸고. 자기도 때렸으니 아무에게도 말 안 했단다.
"너도 대단하다 대단해. 진짜 깡도 좋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 게다가 너는 키만 큰 허우대잖아."
"저. 배구 했어요."
아! 남자는 키 크면 농구하고, 여자는 키 크면 배구 하는 게 국룰이지.
회장은 정말로 아파서 못 움직였겠네.
"그 후로는 연락 안 왔어?"
"다음날 미안하다고 전화 왔어요. 그래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도 집 앞에는 몇 번 왔어요. 한 번도 안 나갔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소민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런데 너 의외다. 그쵸 현찬 오빠?"
"그래. 의외로 대범하다."
"아니 그거 말고요! 오빠한테 이런 이야기를 한 게 의외라고요!"
응? 그렇네? 우리가 그렇게 친했니?
다희는 소민이를 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벚꽃 보러 갔을 때, 현찬 오빠는 좋은 사람 같았어. 세연이랑 선미 언니가 기대는 거 보고 느꼈어."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옆에 있던 김소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맞는 거 같아. 그래도 다희야 조심해. 이 오빠 카사노바야!"
"그래? 잘생겨서 그렇게 보이는 걸 거야. 외모만 빼면 호구에 더 가까울 거 같은데."
역시 빈 수레가 요란하구나. 김소민 넌 나를 몰라.
하지만 민다희. 나를 정확하게 보는구나. 주위에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많아서 잘 아나 보다.
"호구 아니거든. 이번에 회장 오면 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내 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감돈다.
왜? 나를 못 믿니?
민다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빠. 하나만 믿어준다고 약속해줘요."
"뭐?"
"우리 둘은 거짓말 안 했어요."
"알았어. 당연히 믿어."
"약속해주세요."
"응. 약속해줄게."
몇 번이나 약속하자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다음날 동방에 왔는데, 문 앞에서부터 사람들의 목소리가 왁자지껄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축제는 아직 이틀 남았는데 왜 이리 사람이 많지?
"현찬 오빠 안녕하세요!"
"형 안녕하세요!"
어리둥절한데, 스페이스 A가 반갑게 나에게 인사한다.
"오셨습니까 선배님들."
"하하하. 형 왜 그래요~"
"오빠도 참~"
나는 스페이스 A랑 이야기하면서 동방을 둘러봤다.
다희 옆에는 여전히 남자들이 잔뜩 붙어 있고, 김소민은 공찬혁 형 옆에 딱 붙어 있다.
그때 내 뒤에서 동아리 방문이 열렸다. 키 178 정도의 남자가 들어오는데,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다.
"애들아 안녕. 다들 오래간만이야."
"형!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하세요."
그 사람에게 우르르 몰려가는 동아리 사람들. 말 안 해도 누군지 알겠네. 작년 동아리 회장이다.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보자. 몸은 다부지고 얼굴은 평범하게 생겼다. 그냥 흔히 보이는 복학생인데, 딱히 비호감은 아니다.
찬혁 형은 반가운지 회장에게 다가갔고, 나는 혼자 남은 김소민 옆에 붙었다.
"동준 형 안녕하세요."
"어! 찬혁아. 오늘 당구장에 짜장면 어때?"
"하하하. 형. 저는 언제든지 좋습니다."
찬혁형을 시작으로 한동안 위 기수들과 작년 회장이 대화를 나눴다.
5분쯤 지났나? 찬혁 형이 작년 회장을 동방 책상 한가운데로 끌고 왔다.
"자. 작년 회장인 서동준 형이야. 신입생들은 잘 모르지? 다들 인사하자."
"됐어. 됐어. 뭘 그런 거를 해. 앞으로 자주 볼 사람도 아닌데. 다음에 맛있는 거 사오면 그때 인사해."
"형 그래도 해야죠."
"아. 부끄러운데. 알았어."
흠. 넉살도 좋네.
한동안 신입생들은 서동준에게 인사했다. 이제 또내기 인사 차례인데, 엘레나가 없으니 나뿐이구나. 일단 분위기에 맞게 활기차게 인사하자.
"안녕하세요. 민현찬입니다."
야생에서 사자 두 마리가 만나는 순간이군. 어떻게 나올 거냐? 개 무시할 거냐? 아니면 경계할 거냐?
"어? 네가 현찬이야! 야! 반갑다. 꼭 보고 싶었어! 이번에 너 때문에 신입생 홍보 엄청나게 됐다면서?"
"네? 아. 아닙니다."
"와. 그런데 너 정말 잘생겼다. 찬혁이 보다가 너 보니깐 이제 사람 보는 거 같아."
"아 형.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사실이잖아. 너 찬혁이한테 들었는데 당구도 잘 친다면서?"
"네. 300정도 칩니다."
"오~~ 내가 회장일 때 네가 들어왔어야 했는데. 그럼 너, 나, 찬혁이 세 명이 종일 붙어 다녔을 건데. 진짜 반갑다. 다음에 형이랑 술 한잔하자. 내가 취준생이지만, 소주 한 병 사줄게."
버선발로 다가와 나에게 반가움을 표현한다.
이러면 곤란한데? 얼굴에 가식이 하나도 없다. 진짜 나쁜 사람 맞아?
이제 인사는 다 끝났다. 서동준은 편하게 앉자고 말하고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흠. 꼰대처럼 말하지도 않고... 쓰읍. 착한 사람 같아 보이는데...
돌고 돌아 김소민에게 오더니 웃으면서 인사했다.
"안녕 소민아. 오래간만이야."
"네. 선배님. 안녕하세요."
"남자친구랑 헤어졌다면서?"
"아 네..."
"그 남자 착한 사람 같아 보였는데. 설마 군대 간다고 찬 건 아니지?"
"아니에요."
소민아 너 왜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니? 서동준 얼굴에 미안함이 가득 찼다.
"아. 미안. 내가 너무 구체적으로 물어봤나 봐. 화나게 해서 미안해."
"예."
"다음에 밥 한번 먹자. 맛있는 거 사줄게."
"바빠서요."
김소민은 고개를 훽 돌리고 서동준은 뻘쭘해 한다.
캬. 순식간에 김소민을 나쁜 년으로 만들었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여자애들이 인상을 찡그리고 김소민을 본다.
그럼 민다희한테는 어떻게 하려나?
서동준이 다희한테 다가가자, 근처에 있던 남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진다.
"안녕 다희야."
"안녕하세요."
"너 저번에 사진 찍은 거 잘 나왔더라."
"감사합니다."
사진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네.
"너 축제 끝나고 회식 때 올 거지?"
"네."
"그럼 그때 보자."
가벼운 대화만 나누고 갔다.
김소민은 고립시키고, 민다희는 평범하게 대하네.
김소민 같이 활발한 애는 의외로 혼자가 되는 걸 못 견디지. 그래서 지금 자기가 나쁜 년 되고 사람들이 수군덕거리는 걸 불편하게 여길 거다.
반대로 돌부처 같은 민다희는 그런 방법이 안 통한다. 뭐 욕하든 말든 신경 안 쓰니깐.
그런데 너 목적이 뭐니? 행동은 봤는데, 목적을 모르겠네.
흐음...
나는 잠시 옥상에 올라와서 전화기를 들었다. 도와줘요. 간헐적 천재!
디리리링.
- 미친놈아. 지금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중이야.
"지랄. 보나 마나 놀고 있겠지."
- 어떻게 알았어? 너 내 뒤에 있냐?
"됐고. 하나만 물어보자."
- 남자가 무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너는 친구니깐 특별히 물게 해줄게.
너 다음에 유소라 만나게 해줄게. 섹드립 일기토를 해봐라.
임석훈한테 방금 본 일을 이야기하자, 재밌는지 깔깔 웃는다.
- 으하하하. 그 새끼 졸라 웃기네.
"네 생각에는 뭔거 같냐?"
- 둘 중 하나만 걸려라지 뭐. 두 사람이 동아리에서 제일 예쁘지?
"그렇지."
- 그러니깐 둘 중 하나만 걸려라. 이거야. 여자 욕심은 많은데, 잘 넘어오지는 않고. 그러니깐 머리 쓰는 거지. 김소민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구석으로 밀다가 나중에 왕따 되면 엄청나게 챙겨줄걸?
"잠시만. 뭐라고?"
- 당근과 채찍 몰라? 계속 지랄하다가 잘해주면 여자들은 흔들리는 거야. 특히 기댈 곳이 없다면 더 효과 있어. 걔 과 CC도 끝나서 놀 곳은 동아리 밖에 없다며?
"...그 방법이 통해?"
- 의외로 통해. 목마를 때 물을 건네주면 고맙다는 생각부터 들잖아. 그게 누구인지는 부차적인 문제인 거지. 물론 그런 거 필요 없이 그냥 잘해주는 게 더 효과적이긴 한데, 아마 초반에 했다가 안 먹혀서 포기했나 보네.
"그럼 민다희는?"
- 거기는 그냥 찔러보는 거지. 아니면 세게 대시했다가 까였던가. 근데 그 사람 멍청하다. 기본 규칙을 안 지켰어. 한 그룹에는 한 명의 여자만 작업해야 해. 아니면 자기들끼리 말 나와서 색안경 끼고 보거든. 머리는 좋은데 욕심이 앞섰네. 쯧쯧.
계략을 꾸민 서동준도 대단하고 그걸 알아본 임석훈도 대단하다.
뭔 지랄이야 이게? 그냥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친해져서 사귀면 되는 거지.
혀를 차는데 호구신이 나에게 말했다.
- 전생에 너도 그랬거든? 픽업아티스트에게 돈 바친 놈이.
입 닥쳐요.
- 재밌네. 조만간 보자! 후기 좀 얘기해주고.
"그래 알았다. 다음에 보자."
뚝.
나는 전화를 끊었다.
흐음...
갑자기 왜 나타났나 싶었더니, 김소민 헤어진 거 듣고 다시 왔나 보네.
참 애쓴다 애써. 섹스란 잡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것이거늘...
나는 옥상에서 내려왔다. 동방 문 앞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다들 어디 가요?"
"이제 밥 먹으러 가야지. 동준 선배님이 밥 사준데."
그래? 돈은 많나 보네. 하긴 카메라가 돈 많이 드는 취미지.
다희랑 소민이는 따라가려나? 동방에 들어가자 서동준에게 두 사람이 붙잡혀 있다.
"아! 오빠!"
김소민이 반가운지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잠시만, 이거 얼떨결에 내가 기댈 곳이 되었네?
두 사람을 봤는데, 밥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고 싶어 한다. 두 사람 빼내야겠다.
"소민아. 세연이가 밥 먹으러 빨리 오라고 연락 왔어. 다희야 짐 챙겨. 서동준 선배님 저희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 봐야 할 거 같아요."
"아 그래? 어쩔 수 없지. 너희 올해도 사진 찍어주는 거 한다면서?"
"네."
"그거 작년에 해봤는데, 돈 얼마 못 벌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한 장에 2000원 받고 사진 찍어주는데 누가 찍겠어? 작년에 동아리 다 해서 50장인가 했어. 그러지 말고 전시회 쪽에 하루종일 있는 게 더 좋을걸? 나도 거기 놀러 갈 생각이거든."
"아... 저희 이미 피켓까지 다 준비해서요."
"선배 말 들어. 너희 개고생만 한다. 아니, 한 장에 2천 원인데 누가 찍겠어?"
"그래요? 흠. 이번에 우리 많이 할 생각인데. 백 장이 목표예요."
내 말에 김소민, 민다희의 눈이 커졌다. '야이 미친 새끼야!' 라고 말하는 듯하다.
애들아 전시회에서 서동준하고 같이 있기 싫잖아. 한 번 해보자.
서동준은 어이가 없는지 큰 소리로 웃는다.
"백 장? 으하하하. 그거 찍으면 내가 축제 끝나고 회식 쏠게."
회식? 쓰읍. 안 좋은데. 왠지 당신이 사준 술 얻어먹으면 배탈 날 거 같아.
"회식비는 동아리 회비로 해야죠. 선배님에게 너무 부담 주는 거 같습니다. 동방에 디지털 액자 사주시는 건 어때요? 백 장 안 되면 제가 살게요."
"와. 내 지갑 걱정해주는 후배는 네가 처음이다. 그럼 우리 디지털 액자 걸고 내기하자. 재밌겠다."
"네. 이런 게 다 추억이잖아요. 한 다섯 개 어때요?"
곽철용 형님이 묻고 떠블로 가라고 하셨지? 이때는 개당 20만 원이니 100만 원 정도 되겠네.
서동준 눈빛이 흔들리더니,
"그래? 재밌겠다. 그럼 기대할게."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내 어깨를 툭 치고 나갔다.
동방에 세 명밖에 안 남게 되자, 김소민이 황급히 놀라면서 나에게 왔다.
"오빠. 그거 100장 못 채워요."
"그럼 디지털 액자 사면 되지. 돈 걱정은 하지 마."
"아니 그래도."
민다희는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다희야 왜?"
"괜히 오빠한테 피해 준 거 같네요."
"걱정하지 마. 다 방법이 있으니깐."
"어떻게요?"
이제부터 머리를 써야지. 나는 이세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연아 뭐해?"
- 공부하고 있어요. 왜요 오빠?
"너 모델 안 할래? 이번 축제 때 사진 찍어주는 알바 할 거거든. 모델 한 번만 해줘라. 에버랜드에 분장한 사람들 있잖아. 그거라고 생각하면 돼.
-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일 년 만에 고양이 변신 좀 하자."
- ...야! 민현찬!
아이고. 시끄러워라.
세연아 다 추억 만들기야. 그리고 너 혼자 아니거든.
일단 이세연과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호구신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 너 왜 이렇게 판을 키우는 거냐?
김소민을 보세요. 민다희도 보세요. 저 가녀린 아이들... 제 마음이 아픕니다.
- 솔직히 말해봐.
지금 제 나이가 어찌 되었든 20대 초반이잖아요. 이때는 원래 가오가 정신을 지배하는 나이예요. 여자 때문이라면 사소한 거에 목숨을 걸어야죠!
- 하이고 대단하십니다. 너 솔직히 말해. 요즘 심심했지?
...네. 안 그래도 무료했는데, 뭔가를 할 생각에 신이 나요.
< 축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