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43화 (143/295)

< 벚꽃 >

"오빠 일어나. 어서 먹어."

잠결에 유소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먼저 일어났나 보다.

그나저나 먹으라고? 모닝 섹스라... 발기찬 아침이 되겠네. 나는 부스스 눈을 떴다.

"하아~ 몇 시야? 또 하고 싶어?"

"밥 먹으라고! 지금 아침이야."

벌써? 눈을 벌떡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돌리자 원룸 부엌에서 요리하는 유소라가 보인다.

너 벌써 일어나 있으면 안 돼! 아직 플레이 하나를 하지 못했단 말야.

자고 있을 때 내가 덮치는 플레이는 포기해야겠다. 일어났는데 뭔 의미가 있냐.

나는 요리하는 유소라 뒤에 붙었다. 흐음. 된장찌개네. 냄새 죽인다.

"어때? 맛있어 보이지?"

"진짜 맛있겠다. 너 요리 잘해?"

"그럼. 남자 먹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 먹는 것도 좋아하거든. 괜히 살찐 게 아니야. 그런데~ 오빠 쟈지 또 딴딴해졌네? 된장찌개 먹고 나도 먹으려고?"

막대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여튼 너는 너무 개방적이야.

뭐라 말하려는데, 유소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아침에 생리 터졌어. 고추장찌개 먹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있어."

"가시나 말하는 것 봐라."

"왜? 자기들도 그렇게 말하면서. 아니면 넣고 떡볶이 만들래?"

소프라노냐. 수위가 엄청 높네.

뒤돌아서서 나를 툭 밀더니 된장찌개를 들고 간다.

"자리에 앉아. 밥 차려줄게."

"오~ 착한 척~"

"어제 맛있게 먹었으니 밥은 해줘야지. 이래서 남자가 섹스를 잘해야 해. 대접이 달라지잖아?"

"나 혼자 마음속으로 할 말을 네가 하냐? 아고고 밥이나 먹자. 햇반 어딨어?"

"햇반은 무슨. 아침에 밥했어. 가져올게."

엄마가 아빠한테 툭툭대는 것처럼 밥을 가지고 오고, 자기 먹을 거로는 샐러드를 챙겨온다.

"다이어트 독하게 하나 보다. 매일 샐러드만 먹어?"

"응. 풀만 먹으니깐 소가 된 거 같아. 나는 가슴 크니깐 젖소인가?"

"너 밖에서는 말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냐?"

"존나 속으로 하면 돼. 어머 선배님~ 하고 속으로는 개새끼네. 이런 식으로."

"대단하십니다."

"대 놓고 살 빼라고 한 오빠보다는 훨씬 낫지. 어서 밥 먹어."

그래. 밥이나 먹자.

헉? 맛있다. 왜 맛있지? 너랑 이미지 안 맞잖아?

"야. 마약 탔냐? 너무 맛있는데?"

"아! 씨! 냄새 너무 좋다. 짜증 나."

"너 요리 잘한다."

"어릴 때 혼자 지내서 그래. 알아서 밥 챙겨 먹어야 했거든."

"동생이나 언니 오빠는 없어?"

"없어. 왜? 여동생 있으면 집적이게?"

"나는 쓰레기는 아니다. 이야~ 진짜 맛있네."

"알았으니깐 빨리 먹으래도. 배고파 죽겠네."

"쩝쩝. 그런데 어제 섹스는 어땠어?"

"아 진짜!"

쾅!

유소라가 상을 내리쳤다.

왜...왜 그러니?

무의식에 쳤나 보다.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나를 향해 미안한 표정으로 양손을 모은다.

"···오빠 미안. 너무 배고파서..."

다이어트는 사람을 예민하게 하는구나. 그리고 미치게도 하고.

이제는 사과를 안 받아주면 할복할 기세다.

"아니야 괜찮아. 빨리 먹을게."

"천천히 먹어. 생리랑 다이어트랑 겹쳐서 그래. 아 씨발. 여자들은 왜 생리하고 지랄이야."

"쩝접. 우걱. 우걱. 후루루룩."

"어? 아하하 체하겠어. 오빠 미안... 아니, 죄송해요 주인님. 천천히 드세요."

헉! 갑자기 무릎 꿇고 앉더니, 절하는 것처럼 고개와 상체를 숙였다. 그러자 쳐진 상의 사이로 커다란 가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가슴은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들지. 하여튼 남자 다루는 건 유소라가 최고다.

나는 밥을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유소라는 미안한지 서둘러 상을 치우더니, 식혜를 가져와서 무릎 꿇고 나에게 건넨다.

너 그러지 마라. 이런 모습이 더 무서워. 전생의 모습을 몰랐으면 홀라당 넘어갔을 거다.

"서비스 좋은데?"

"그럼요~ 낮에도 밤에도 서비스 좋은 여자예요."

"나는 안 속거든. 너는 주둥이 좀 고쳐야겠다. 그럼 정말 일등 신붓감인데."

"바보야? 주둥이가 문제가 아니라 대가리가 문제지."

하여튼...

"이제 밥도 다 먹었으니깐 이야기해줘. 어제 어땠어?"

"어제? 흠... 솔직히 노예플은 좋았어."

"그래?"

"응. 뭔가 정복당하는 느낌이 드는데, 괜찮았어. 여자는 순종적인 동물이라고 하잖아. 그래서인가, 나쁘지 않던데?"

"욕플은 어때?"

"아씨. 그건 진짜 졷같애. 다시는 안할 거야. 쟈지, 뵤지, 따먹는다, 맛있어? 정도 이야기하는 게 딱 좋아."

"그것도 수위 높은 거야."

"선비세요? 나중에 한복 입고 섹스하겠네요."

"원한다면 나중에 해줄게."

"됐어. 거추장스럽게. 노예플은 다음에 다시 해보자. 메이드복 같은 거 입으면 더 꼴리지 않을까?"

"그래! 그래! 그래!"

헉. 본능적으로 큰 목소리가 나왔다. 유소라는 화들짝 놀라더니 깔깔 웃는다.

"풋. 푸하하. 오빠 메이드복에 로망 있나 봐? 그거 입고 있으면 다이어트 안 해도 따먹을 거야?"

"아니. 다이어트는 꼭 해라."

"존나 재수 없어. 나 오늘 생리다. 말조심해라."

"너 나중에 살 빠지고 나서, 나한테 고맙다고 빌지나 마라."

"왜 계속 살 빼라고 하는 거야?"

"넌 살 빼면 엄청 예쁜 얼굴이거든. 긁지 않은 복권이야."

"그래?"

예쁘다는 말에 눈을 말똥히 뜬다.

"알았어. 살 빼볼게. 만약 못생기면?"

"성형수술 내가 해줄게."

"어머~ 정말요! 선배니이~임. 알겠어요! 저 꼭 다이어트 성공할게요!"

"연기처럼 사라지기 싫거든 연기하지 마라. 살 뺐는데 예쁘면 너는 어떻게 할 건데?"

"자유이용권 줄게."

"에버랜드?"

"아니 소라랜드~"

씨익 웃으면서 양손으로 커다란 가슴을 만진다.

···

피곤하다. 기 빨린다.

"나 이제 집에 갈게."

"풋. 혹시 아침에 꼴리지 않았어? 입으로 빼줄까?"

"됐습니다요. 나 간다."

"아하하. 잘 가~~~"

나는 깔깔 웃는 유소라를 뒤로하고 원룸을 나왔다.

덮치는 플레이는 하지 못한 채, 이틀이 지났다.

아 몰라. 리허설이 될 리가 있나. 그냥 포기하자.

사라락~

4월 초의 따뜻한 바람이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나는 지금 수업 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학교 벤치에 앉아있다.

지금 시각은 오전 9시 10분. 이미 수업은 지각이다. 이왕 늦은 거 더 앉아있자.

캬! 그나저나 천국이 따로 없네. 따스한 봄 햇살에, 시원한 음료수까지. 수업을 쨌다는게 마음에 걸리기는 개뿔, 오히려 더 즐겁다.

톡톡.

그때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렸는데, 이세연이 서 있다.

"뭐해요? 수업 안 가요?"

"오늘 자체휴강이다. 오빠 건드리지 마라. 그런데 웬일로 일찍 왔어?"

"일찍은 무슨. 이미 지각인데요. 아. 나도 수업 가기 싫어."

"그냥 같이 째자."

"좋아요. 이건 오빠 때문에 수업 째는거야. 나의 의지가 아니야."

"합리화하기는. 옆에 앉아."

이세연은 가방을 벤치에 놓고 내 옆에 앉았다.

그런데? 너 오늘 기분 좀 냈다. 세연이는 짧은 치마에 하늘하늘 한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어디가? 오늘 예쁘게 입었네."

"너무 공부만 하니깐 쳐져서 안 되겠어요. 그래서 기분 내봤어요."

"보여줄 사람은 있는데, 갈 곳이 없구나."

"보여줄 사람이 어디 있어요?"

"옆에 앉아 있잖아."

"킥킥. 웃겨.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못 알아봤으면 화내려고 했어요."

"평소에 얼마나 안 꾸몄던지, 조금만 꾸며도 티가 확 난다."

"야! 민현찬!"

찰싹.

이세연이 내 팔을 때렸다.

"아! 팔 부러졌어! 119 불러줘."

"뭐래. 진짜 부셔드릴까요?"

"미안. 안 할게."

"아하하하. 웃겨. 재밌다~"

진짜 수업이란 게 뭔지, 땡땡이치고 봄 햇살을 받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온다.

"너희들 뭐해? 수업 안 들어가?"

아니? 이 반가운 목소리는? 나와 이세연이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갔다.

이번에는 이선미다. 그런데 쟤는 또 왜 저래?

테니스 치마에 알록달록한 화려한 상의를 입고 있다.

"언니! 오늘 어쩐 일이에요? 너무 예뻐요!"

"선미야. 집에 호환·마마라도 생겼냐?"

"세연아 고마워. 민현찬 무슨 소리야?"

"너무 화려해서 굿하는 옷 같아. 악!"

"하여튼 오빠는 말을 해도 꼭 이상하게 해요. 그냥 예쁘다고 하면 돼지."

"가시나야. 볼 꼬집지 마라. 내 볼은 소중하다."

"너희 뭐하냐? 개그 콘서트도 아니고. 둘 다 수업 안가?"

"수업 안 간다. 너는 어디 가는 길이야?"

"너랑 같은 아홉 시 수업이잖아. 늦었다고 설렁설렁 걷는데, 멀리서 너희 둘이 보이더라. 정말 안 들어갈 거야?"

"자체 휴강입니다."

"언니. 저도 자체 휴강이에요."

"그럼 나도 자체 휴강 할래."

선미는 가방을 던지고 벤치에 앉을 준비를 한다.

"선미야. 여기 앉아."

"훗. 네 옆에 안 앉을 거야. 좌 세연 우 선미도 아니고. 세연아 조금만 비켜줘."

"아하하. 재밌겠다. 언니! 현찬 오빠 옆에 앉아요."

"저 새끼 기고만장한 꼴 보기 싫어."

"그것도 그렇네요. 오빠 옆으로 좀 가요!"

이세연이 나를 밀어낸다.

이제 선미, 세연, 나 순서로 벤치에 앉게 되었는데, 아~ 할 거 없다.

우리는 시체처럼 벤치에 앉아서 햇볕만 쬐었다.

"현찬 오빠! 세연아!"

이번 초대손님은 누구지? 우리를 부른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세 명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어라? 김소민이랑 민다희다. 소민이는 손을 흔들면서 우리에게 걸어왔다.

"두 사람 여기 뭐해요? 어? 언니도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응. 안녕."

"소민아 안녕~~"

이선미, 이세연, 김소민 세 사람은 인사를 하더니 대화를 나눈다.

이것들 또 나 혼자 소외시키려고 하는 거지? 어서 끼어들자.

"김소민. 나도 있다. 너 뭐해? 아침 수업 없어?"

"다희랑 오늘 자체 휴강하기로 했어요."

"캬. 착한 민다희를 꼬드기다니. 그리고 공대생이 자체 휴강을 해?"

"우리는 오히려 자체 휴강해도 되요. 시험이랑 과제만 잘하면 장땡이거든요. 그만큼 시험이 지옥 같아서 그렇지. 아! 그리고 오늘은 다희가 수업 째자고 한 거예요."

"네. 제가 놀자고 했어요."

민다희는 경례하듯이 한 손으로 하얀 얼굴을 가리고 하늘을 봤다. 뭐 하는지 지켜보자,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이더니 입을 열었다.

"날씨가 너무 좋네요."

그래. 그런 이유로 수업을 짼다면 합법이다. 너 지금 호감도 +10 상승했다.

"우리랑 같네. 우리도 수업 째고 있는데."

"그렇구나.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볼게요."

...매정한 것. 호감도 -10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두 사람도 복장이 예사롭지 않다.

김소민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었고, 민다희는 검은색 시스루 티에 청바지를 입었다. 가슴에는 검은 색깔 브래지어가 비친다.

이 시기에 시스루라니. 하여튼... 요즘 것들은 너무 바람직해!

"너희 둘 어디가? 꽃단장 했네."

"우~~ 아저씨~~ 꽃단장이 뭐예요?"

"그래. 김소민 너는 꽃이 아니지. 꽃단장은 틀린 말이 맞네."

"아니! 오빠!"

"자~ 자~ 진정하고 어디 놀러 가?"

"벚꽃 보러 가려고요. 우리 예쁘죠?"

김소민은 양손으로 치마 양 끝을 잡고 한 바퀴 돌았다. 너 머리에 꽃만 달면 바로 동막골 되겠다.

"히히. 그럼 우리는 가볼게요. 다희야 가자."

"재밌게 놀아라... 김소민 잠시만!"

"왜요?"

벚꽃 구경? 그러고 보니 전생에도, 이번 생에도 가본 적이 없다. 어차피 우리도 땡땡이 친 거 따라가자!

나는 이세연과 선미를 바라봤다.

"세연아 선미야. 오늘 남은 수업도 다 쨀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끄덕하는 두 사람. 그래 말해서 뭐하겠어. 봄바람 잔뜩 들어서 옷도 예쁘게 입었는데.

"우리도 같이 가자!"

"아! 정말요? 다들 같이 가실래요?"

"응. 같이 놀..."

"응! 그러자!"

이선미는 신났는지 이세연 말을 끊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원 다닌다고 다시 답답함이 쌓였나 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를 보며 말했다.

"차 들고 가자. 오늘 제가 여러분들의 일일 매니저가 되겠습니다."

"정말요?"

"그럼. 소민아 어디로 갈 생각이었어? 여의도?"

"아니요. 거기 사람 너무 많아요. 여기서 한 시간 정도 가면 예쁜 벚꽃길 있어요. 거기 사람도 별로 없어요."

"오케이 콜!"

이세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점심은 제가 살게요!"

내가 운전, 이세연이 밥 사면 이선미가 할 게 없는데.

"어? 네가 밥 사면 언니는 뭐해?"

"언니는 그냥 가기만 하면 돼요."

"그럼 내가 간식 살까?"

그 찬스를 놓칠 김소민이 아니지. 이선미 옆에 팔짱을 끼더니 배시시 웃는다.

"헤헤헤. 언니는 모델 해주세요. 나랑 다희가 오늘 찍사 할게요."

"...풋! 그래 알았어. 오늘 마음대로 찍어."

"좋아요!"

오케이. 멤버 구성은 끝났다. 땡땡이 오남매 출격하자!

경쾌한 봄 노래, 따스한 날씨, 게다가 네 명의 미인들.

크~ 다시 태어나길 잘했어. 너무 좋아.

실실 웃자 조수석에 앉은 이선미가 나에게 말을 툭 던진다.

"그렇게 좋아?"

"좋잖아. 이 여유. 이 자유로움. 너무 좋아."

"사실 나도 그래. 아~ 살 것 같다."

이선미는 기지개를 켠다.

선미는 신난 강아지가 되었고, 뒷자리는 뭐 하고 있지?

나는 룸미러로 뒷자리를 봤다.

"어머? 정말? 현찬 오빠가 그렇게 화를 냈어?"

"응. 장난 아니었어. 갑자기 화내서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어."

이세연이 개강총회 때 화낸 이야기를 김소민에게 해주고 있다.

"이세연. 네 이야기도 김소민한테 한다."

"내가 뭐요?"

"천하의 개싸가지 모습 있잖아. 아! 이 가시나야! 운전 중이다! 머리 잡아당기지 마라."

"그러면 조용히 있어요!"

"아하하. 두 사람 너무 재밌어!"

김소민은 티격태격 되는 모습을 보며 웃은 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 사이가 부럽나 보나.

"소민아 너도 자주 놀러와. 같이 놀다 보면 친해지게 돼 있어."

"네. 알겠습니다. 선미 언니 저 놀러와도 돼요?"

"왜 나한테 물어봐?"

"언니가 대장이잖아요."

"...맘대로 해. 우리는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아."

"히히히. 좋아! 다희야 우리도 현찬 오빠 집에 놀러 가자."

"응."

우리 집에 오면 그냥 나갈 수는 없는데. 인신 공양을 하고 나가야...

시불. 화창한 봄 날씨에 무슨 개소리야. 정신 차리자.

민다희도 기분 좋나 보다. 목적지까지 가는 네네 창문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끼익.

5분 정도 더 가자 두 사람이 말 한 곳에 도착했다. 우리는 한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카! 김소민 말이 맞네. 사람이 정말 없다. 그리고 벚꽃도 없다. 나는 김소민 머리를 잡았다.

"너 확실히 안내한 거 맞아?"

"아! 오빠! 타임! 여기 맞아요."

"그런데 왜 벚꽃이 없을까?"

"저기 모퉁이만 돌면 있어요."

"앞장서. 없다가는 두고 보자."

"있으면 오빠가 맞을 줄 알아요."

나는 김소민 머리를 잡은 채, 앞장서서 길을 걸었다. 한 50미터쯤 걸었나? 모퉁이를 도는 순간 절경이 펼쳐졌다.

차 두 대가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흙길, 그 양옆으로 펼쳐져 있는 벚꽃 나무.

꽃잎은 만개했고, 바람이 한 번 불면 벚꽃 눈이 잔디에 내렸다.

놀기 너무 좋은 곳이다.

< 벚꽃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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