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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33화 (133/295)

< 동아리 >

고통에 무릎 꿇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는 민다희와 김소민.

이것들아. 안 지 얼마 안 되었어도 괜찮아요? 정도는 물어봐 줄 수 있잖아. 아니, 오히려 보고만 있어서 고맙기는 하네. 덜 쪽팔린다.

"어? 현찬이도 있었어? 너 왜 자빠져 있어?"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공찬혁 형이다.

"아윽. 그러게요. 담 와서 그래요."

"나이도 어린놈이. 키가 커서 그래. 형처럼 키가 작으면 담 올 일도 없어."

"킥킥."

어라? 찬혁 형의 자학 드립에 이세연이 웃더니 다시 표정을 고쳤다. 너 170 넘잖아. 네가 웃으면 찬혁 형 개그 나가리야. 이세연도 분위기를 느꼈는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아하하. 괜찮아. 현찬아 누구야? 우리 동아리 데리고 오려고?"

"아. 우리 과 후배예요. 옆에는 제 친구고요. 동아리는 꼬셨는데, 안 한대요."

"아쉽다. 데리고 와서 소민이랑 다희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하는데."

"저분 오시면 오빠 키가 납작해지겠는데요?"

"하여튼. 김소민 말하는 꼬라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치명타야."

"꺄하하하. 오빠는 대충 멘트 날려도 치명타예요."

김소민이 찬혁 형을 향해 복서 자세를 취하고 잽을 날린다. 너는 조만간 찬혁이 형한테 맞겠다.

찬혁 혁은 익숙한지, 소민이 머리를 손으로 밀어버리고 내 앞에 섰다.

"너도 커피 마시러 나왔어?"

"아니요. 저는 올라가려고요. 우연히 만난 거예요."

"그래? 심심하면 형한테 전화해. 그럼 우리는 가자. 이만 가볼게요."

찬혁 형의 인사에 세연이와 선미는 찬혁 형과 다희 소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히 가세요. 오늘 웃어서 죄송했습니다. 두 분도 안녕히 가세요."

"현찬이랑 논다고 고생하겠어요. 그럼 다음에 기회 되면 봬요."

이번에는 다희와 소민이가 인사를 받아준다. 특히 김소민은 선미를 빤히 보면서 인사했다.

"네. 다음에 뵐게요. 특히 언니는 개인적으로 한번 뵙고 싶어요."

"네? 저를요?"

"네. 인형처럼 너무 예쁘세요. 다음에 모델 한 번 돼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그렇지. 이선미가 할 리가 없지. 무표정한 얼굴로 거절하자, 김소민이 아쉬워한다.

"아니에요. 제가 초면에 실수했습니다.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어서 코스프레 잠시 생각했거든요."

코스프레? 코~~스프레? 춘리나 마이 이런 거? 아직 롤이 없어서 아리가 없는 게 아쉽다.

나는 반짝이는 눈으로 이선미를 바라보는데, 선미가 더 빨리 손을 움직여 내 귀를 잡아 뜯었다.

"선미야. 코스프레. 아! 귀 놔라. 진짜다. 이번에는 진짜 아프다."

"그러게 왜 나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냐? 이제 가자. 다음에 봬요."

"아하하. 다들 잘 가요."

킹오파 3:3 대전이 이렇게 싱겁게 끝나는구나.

나, 선미, 세연은 다시 과로 가기 위해 리조트로 들어갔다. 로비를 지나는데, 이세연이 나를 보며 말했다.

"오빠. 그런데 동아리 사람들하고 커피 마시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이고. 세연 님 마음에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가면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볼 거면서."

"네? 제가 왜요?"

"너희들 놔두고 가면 잘도 가만히 있겠다. 하여튼 이놈의 인기란."

"킥킥. 꺄하하하!"

"아하하하!"

로비에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퍼졌다.

너희 둘 왜 웃니? 이세연이 배를 잡고 웃으면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킥킥. 오빠 정말 바보구나. 아까 두 사람 얼굴 못 봤어요?"

"보기는 봤지. 아니 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두 사람 얼굴이 왜?"

"오빠한테 전혀 관심 없던데요. 동아리여서 그런가 봐. 둘 다 오빠 주저앉아도 별로 놀라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아. 혹시 왕따 아니에요?"

"나도 깜짝 놀랐어. 너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어."

왕따라니! 모르는 사람이라니! 아직 안 친할 뿐이야! 아직은 두 사람에게 나는 동아리 부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나.

그래. 동아리는 취미가 우선이지, 연애가 우선은 아니잖아? 당연한 현상이다.

- 노노. 내가 보기에는 너는 두 사람 스타일이 아님. 정신승리 하지 마렴.

호구신님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이렇게 잘 생긴 사람에게 안 반하다니. 설마 둘이?

- 노노. 그냥 네가 스타일이 아닌 거야.

판소리 배웠어요? 추임새 달인이네. 이선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힘내! 우물 안 개구리 씨. 어서 동아리나 갔다 와. 나는 세연이랑 올라갈게."

"오빠 갔다 와요."

두 사람 얼굴이 너무 안심하는 표정이다. 선미야 그렇다 쳐도 이세연도 에이스 침대에 누워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알았어. 나 잠시만 갔다 올게."

나는 다시 로비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올렸다.

진짜 내 얼굴이 안 통하는 건가?

이때까지 얼굴로 손쉽게 여자와 친해졌다. 분명히 얼굴이 다가 아닌 사람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두 사람이 그런 스타일인 줄이야.

그래, 뭐 굳이 섹스에 목매달지 말자. 주류와 함께 하는 동아리 생활도 나쁘지는 않잖아?

나는 웃으며 세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

리조트 커피숍에는 아무도 없다.

나를 버리고 가다니. 십 리도 못 가서 발병이나 나 버려라.

- 우리 밖에 벤치에 있어.

찬혁 형한테 문자를 보내니 답장이 왔다. 오해해서 미안해요. 내가 버림받은 기억이 워낙 많아서요. 형 옆에 두 사람이랑 같이 있으니깐 PTSD가 오는 거 같아요.

어두운 리조트 밖에는 겨울과 봄의 경계에 있는 바람이 불어온다. 2월인데도, 날을 잘 잡았는지 썩 춥지는 않다.

"오빠 여기예요."

멀리 벤치에서 팔이 휘적휘적하는 게 보였다. 귀신은 아니겠지? 가까이 가자 김소민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공찬혁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민다희는? 고개만 끄덕 숙인다.

"다들 안 추워요?"

내 말에 김소민이 외투를 슬쩍 흘리며 대답했다.

미드가 페이커랑 이지훈이네요. 언제봐도 훌륭... 정신 차리자.

"날 많이 풀렸잖아요. 친구들이랑 있는데 괜히 우리가 부른 거 아니에요?"

"김소민. 그걸 아는 사람이 그~뤠?"

"아하하. 오빠랑 있으니깐 재밌어서 그래요. 뭔가 우리랑 잘 맞아."

"웃기네. 쓰러졌을 때는 보지도 않더니."

"똥 마려운 줄 알고 가만히 있었거든요!"

너 그런 말을 왜 새초롬히 하니? 설마 진심이야?

"설마. 내가 똥 마려워서 주저... 다희야 설마 너도?"

"네."

시불. 차라리 안 이쁘기라도 하지. 검은 머리에 하얀 혼혈의 피부가 끄덕이자 치욕이 두 배가 되었다.

나는 테이블에 앉았다. 세 사람을 찾기 위해 리조트를 뱅뱅 돈다고 커피를 안 사 왔는데, 찬혁이 형이 나에게 커피를 건넸다.

"와. 형 내 거예요? 역시 형뿐이야."

"다희가 샀어. 내가 사려는데 다희가 계산하더라고."

"네? 정말요? 다희야 진짜야?"

"네. 오빠."

"왜?"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너 이런 캐릭터였니? 전생과 다른 모습에 오늘도 머리가 혼란스럽다.

나와는 다르게 공찬혁 형과 김소민은 이런 모습이 익숙한지 아무렇지 않아 한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김소민이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오빠 아까 춤출 때 사진 찍은 거예요. 한 번 봐요."

카메라의 작은 LCD 창에는 춤추는 내 모습이 정지화면으로 있다.

"와... 소민아 너..."

"사진 잘 찍었죠?"

"진짜 어떻게 이렇게 찰나 같은 순간을 바보처럼 찍었니?"

180 넘고, 팔다리 긴 원숭이 한 마리가 춤추고 있네.

"으하하. 왜! 잘 나왔는데! 어서 허락해줘요."

"뭐를 허락해줘?"

"오빠가 허락해줘야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죠. 싫으면 지울게요."

"보여줘. 나는 상관없어. 그런데 원래 사진 찍힌 사람한테 허락 맡고 보여줘? 보통은 그냥 보여주잖아."

"나랑 다희가 만든 우리 동아리 규칙이에요. 우리는 사진 찍히는 거 싫어하거든요."

나는 두 사람을 찬찬히 봤다. 그럴 만도 하다.

김소민은 귀엽게 생겼고, 민다희는 177cm 키의 모델 같은 모습이다. 아마 동아리 선배들이 쉴새 없이 찍어 댔겠다.

"동아리 선배들이 가만히 안 있었을 건데."

"이수근 오빠가 나서서 해결했죠."

"야. 이수근이라고 하지 마. 너 그거 아픈 데 찌르는 거야."

"오빠는 키가 제일 덜 아플 건데. 얼굴은 더 아프잖아요."

"너는 싸가지가 없어서 마음이 아프겠다. 응. 내가 그랬어. 첫 출사 때 두 사람 표정이 안 좋더라고. 특히 다희는 나라 잃은 표정 지었거든."

"그냥 싫었어요."

정말 싫었나 보다. 얼음 여왕이 얼굴을 찡그린다.

"그래서 선배들한테 하지 말라고 했어."

"덕분에 오빠는 왕따가 돼서 우리랑 같이 놀게 되었죠."

"왕따는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 뭐."

세 사람이 친한 이유가 밝혀졌다.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김소민이 웃으면서 공찬혁 팔을 팡팡 친다.

"우리가 친해진 건, 오빠가 여자친구 있는 것도 한몫했어요."

"너 그 말 되게 섭섭하다."

"아하하. 우리 이야기 다 알면서. 둘 다 대시 많이 받아서 남자들 끈적거리는 거 정말 싫거든요."

"다희는 맞지만, 너는 왜?"

"왜 이래요? 나 공대 여신이에요."

인정. 김소민도 공대 여신 불릴 만큼 아주 귀엽고 예쁘다.

나는 잠시 공찬혁과 김소민의 대화를 들었다. 그리고 등에 서늘함이 돋았다.

휴... 우리 작년에 만났으면 큰일 났겠다. 21살의 나는 섹키호테는 탈출했어도, 여자에게 달려들 때였었으니. 그때는 지금처럼 기다림의 미학 이런 건 잘 몰랐지.

"너 그러면 나도 그래서 반갑게 맞이해준 거야?"

"응? 현찬 오빠 깜빡이 없이 들어오네. 무슨 말 이예.. 아! 맞음. 오빠 정도 얼굴이면 여자한테 매달리지 않잖아요. 아까 옆에 있던 사람들도 엄~~청 예쁘고!"

"나 엄청나게 매달리는데."

"헐... 지금 얼굴 봐봐. 나는 자신감이 있다. 여자들은 나에게 매달린다. 얼굴로 이렇게 말하고 있어."

"내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고? 잘못 짚었어. 너 혹시 공대 얼음의 신 아냐?"

"얼음의 신? 설마 빙신? 오~ 민현찬 오빠~ 나랑 해보자는 거죠~"

김소민이 씩씩거리며 웃고, 찬혁이형은 큰 소리 내 웃었다.

"으하하. 이제 밸런스 맞네. 현찬아 잘하고 있어!"

"아! 이 오빠들이 정말. 좋아 좋아 해봅시다."

"농담이야 소민아."

"현찬 오빠. 늦었어요. 나는 이미 불붙었거든요. 다희야 너도 한 마디 해봐."

"너 빙신 맞아."

"야! 민다희! 너는 내 편 들어야지!"

"으하하하하."

나와 찬혁이 형은 민다희의 마지막 공격에 빵 터졌다.

모두가 술 마시는 리조트. 우리만 밖에 나와서 커피를 마시며, 리조트 밖을 웃음으로 채우고 있다. 분위기 괜찮네.

한참을 웃는데 찬혁이 형이 내 얼굴을 봤다.

"너 그런데 주말에 뭐해? 출사 가자. 신입생 오기 전에 한 번 가려고. 추워서 사진도 못 찍었는데, 오늘 날씨 보니 밖에 나가도 괜찮겠네."

"저는 좋죠. 몇 명 간대요?"

"대충 우리 네 명에 엘레나는 갈지 안 갈지 모르겠다."

"엘레나는 내가 물어볼게요. 그럼 다섯 명이네요. 장소는 정하셨어요?"

학교 근처에 어디 갈 곳이 있나? 머릿속에 떠올리는데 민다희가 대답했다.

"수목원요."

"수목원? 그럼 이번 주말에 가면 안 되잖아."

"왜요?"

"수요일 목요일에 가야지."

"네."

민다희는 커피를 마시고, 김소민과 공찬혁은 나를 경멸하듯이 쳐다본다.

으흑! 손쉬운 게임 하다가 다크소울 하는 기분이다. 거지 같았던 내 개그에도 웃어줬던 후배들이 갑자기 그립다. 어서 화제나 돌리자.

"장난친 거예요! 장난! 그럼 수목원 가면 되고, 차는 제가 있으니깐 가져올게요. 다섯 명이면 다 탈 수 있어요."

"노노! 현찬 오빠. 우리는 차 안 끌고 갑니다."

"왜?"

"차 없이 가야지 재밌죠. 가는 길들이 다 우리 소재잖아요."

얼굴도 안 통해, 차도 안 통해. 여기에 호구신이 농간 부렸다가 내 결론이다!

"으하하하."

"이 오빠가 미쳤나?"

그래도 기분 좋다. 바뀐 내 외모나 재산이 아니라 내 내면이 통하는지 볼 기회잖아. 물론 외모가 조금 거들기는 하겠지만.

"그럼 다음 주에 우리 다 같이 버스 타고 가요."

"오빠 나는 콜. 찬혁 오빠는요?"

"나도 콜. 다희 너는?"

"네."

그래. 차 없이 가보자. 불편함이 주는 행복도 있다.

불편함이 주는 행복. 그걸 느끼기에 나는 문명의 혜택을 너무 받아 버렸는지, 차가 없으니 너무 불편하다.

수목원까지는 버스를 세 번 갈아 타야 한다. 이제 두 번째 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택시 한 데만 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 10만 원을 내도 내가 타고 만다!

"현찬. 피곤해? 얼굴 안 좋아."

"아니야. 엘레나는 어때?"

"나! 너무 좋아! 이렇게 한국 다닌 적 없어. 처음이야."

엘레나는 아이처럼 좋아한다. 하긴 이렇게 구석구석 다니는 건 처음이겠지.

"오래 버스 탔는데 괜찮아?"

"응? 오래 아닌데. 우리 금방 왔어. 러시아에서는 이건 가까운 거리야."

러시아가 길기는 긴지, 한 시간 넘게 버스 탄 건 장난인가 보다. 버스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민다희가 나에게 왔다.

"오빠 부탁해도 돼요?"

"응. 괜찮아."

"모델 해주실 수 있어요?"

"당연하지. 수목원에서 해줄게."

"지금요."

지금?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를 사진 찍고 싶은 걸까? 시골길밖에 없는데...

"버스 정류장요. 엘레나 언니도 부탁드릴게요."

아! 버스 정류장. 나는 민다희 옆에 서서 버스 정류장을 봤다. 플라스틱이나, 아크릴판 느낌이 나는 버스 정류장이 아니다. 나무와 시멘트로 되어있는데, 느낌이 좋다.

"이해되었다. 혹시 이런 느낌으로 찍고 싶은 거야?"

"네?"

"외국 소녀와 한국 남자의 시골 여행. 그런 느낌 있잖아."

짝!

"맞아요!"

민다희가 해맑게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자신의 본 그림이 내가 이해하는 게 기분 좋나 보다.

"엘레나. 나랑 같이 연인처럼 있자."

"응?"

"그러니깐, 우리는 시골에 놀러 온 외국 소녀와 한국 청년인 거야."

"아. 알겠어. 나 좋아!"

엘레나는 버스 정류장에 앉더니, 새초롬히 자세를 잡았다. 나는 그 옆에 새초롬히 앉았다.

민다희는 우리 둘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상하네."

자신이 원하는 느낌이 아닌가 보다.

"다희야 그럼 이건 어때?"

나는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그리고 엘레나와 나 사이에 놓고,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LCD창을 봤다.

"좋아요!"

활기차게 떨어진 감독의 큐 사인.

민다희는 필카기 때문에 두 번이 없다. 한 방에 잘 찍어야만 한다.

나와 엘레나가 카메라를 보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진다.

찰칵!

"잠시만요."

찰칵! 찰칵!

다희는 구도를 바꿔가면서 딱 세 장을 찍었다.

나는 이미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인가 보다. 어떻게 나왔는지 어서 보고 싶어!

인화! 인화하러 가자!

"다들 벌써 사진 찍어요? 커피 사 왔습니다."

그런 내 욕구를 김소민이차가운 커피로 식혀줬다.

김소민은 커피를 하나씩 돌리더니 다희와 뭐라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 사진 찍은 거로 이야기 나누다 보다.

그런 두 사람을 보자 마음속에 있는 내 욕심이 반짝였다.

- 섹스?

섹스하고 싶... 아! 깜짝이야! 호구신님 깜빡이 좀! 섹스 말고 저 두 사람을 모델로 사진 찍고 싶다고요. 엣지있게! 나의 감성을 살려서! 전생에 내가 카메라만 들면 피했던 게 두 사람입니다. 이번 생에는 그러지 않겠지?

나는 소민이와 다희를 보며 말했다.

"너희 둘 모델 좀 해줄래? 찍고 싶은 게 있어서."

다희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소민 너는?

"헤~~ 싫은데요~ 해주면 뭐 해줄래요?"

- 스섹.

아 좀 닥쳐요 호구신님. 쟤 지금 장난치고 있잖아요.

나도 장난스러운 딜을 한 번 해보자.

< 동아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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