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리 >
"현찬. 오늘 사람 많아."
다음날 오후 4시. 엘레나와 동방에 왔는데, 입구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잔칫날인가? 아! 혹시 싸움 난 건가? 개꿀! 어서 구경하러 가자!
"엘레나. 어서 가보자. 무슨 일 있나 봐."
우리는 서둘러 입구에 갔다. 까치발을 들고 동아리방 안을 보는데, 별일 없다. 씁. 그럼 왜 이리 모여 있어?
"어? 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더니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황급히 옆 방으로 도망갔다. 그 사람뿐만 아니다. 모든 사람이 나와 엘레나를 보더니 허둥지둥하면서 흩어졌다.
나 얼굴 잘생겨졌잖아. 왜 그렇게 비명을 질러요? 그리고 왜 다들 도망가요?
"으하하. 민현찬 왔어?"
"찬혁이 형 무슨 일이에요?"
"옆방 사람들이 너랑 엘레나 보러 왔어."
우리 둘을? 연예인도 아닌데 왜?
"안녕하세요! 말 편하게 할게요."
"어? 왔다. 현찬 씨 안녕하세요."
몇몇 여자 동아리원들이 나를 보며 다가왔다. 애석하다.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고 안예쁘... 시불. 주제넘지 말자. 정신 차리자!
다른 몇몇 남자 동아리원들은 엘레나를 포위했다. 각 두 분류의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것저것 물으면서 잘 들어 왔다고 환영해줬다.
아! 이건 잘생겨진 내가 짊어져야 하는 운명이구나. 하. 이놈의 인기란.
- 이 새끼. 정신 못 차리는 거 보소. 연예인 병 걸리겠어.
인스타가 어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찰싹.
"아!"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누군가 내 등을 팡! 쳤다. 고개를 돌리니 김소민이다.
"아하하. 현찬 오빠 인기 폭발이야. 카메라 샀어요?"
"그럼요. 니톤파 수장인 김소민 님.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가방에서 어제 산 카메라를 꺼내서 보여줬다. 김소민은 신나서 방방 뛰고, 캐돈파 수장인 찬혁이 형은 배신을 당한 눈빛으로 나를 본다.
아니 형. 이게 뭐라고 그래요?
"와... 이거 배신자네. 그래. 여자 따라간다 이거지?"
"꺄하하. 오빠! 현찬 오빠가 카메라를 볼 줄 아는 거예요. 좋아! 좋아좋아 좋아!"
김소민은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어깨를 좌우로 흔든다.
말랐는데 미... 미드가 훌륭하시네요. 사비와 이니에스타가 있는 거 같다.
공찬혁은 동자승인지 미드도 안 보고 김소민 머리를 민다.
"왜 이리 까부냐. 술집은 잡았어?"
"그럼요. 현찬 오빠 영광인 줄 알아요. 우리 원래 이런 거 안 해줘요."
김소민이 팔을 허리에 붙이고, 얼굴을 나에게 내밀며 웃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나를 환영하지?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의심도 늘었다. 그런 내 얼굴을 김소민이 캐치 했는지 카메라를 들고 나를 찍으며 대답했다.
"키 커, 얼굴 잘생겼어, 옷 잘 입어. 드디어 우리 동아리에 제대로 된 모델 들어왔네. 사진 찍으면 얼마나 잘 나올지 기대되네요."
찰칵. 찰칵.
앞으로 모델 해달라는 뜻이구나.
몇 장의 사진을 찍는 김소민. 전생에는 나 빼놓고 까불어서 맘에 안 들었는데, 나한테 까부니 귀엽네.
내가 또 피팅 모델 경험이 3분 카레 정도 있지. 포즈를 잡아주자.
"다행이네. 어때? 괜찮아?"
"오~ 느낌 있다. 모델 한 적 있어요?"
"예전에 피팅 모델 잠시 했었어."
"와! 대박! 초대박! 어쩐지 잘해. 맨날 풍경이나 찬혁이 오빠 찍다가 이제야 제대로 된 사람 찍겠네."
김소민 말에 공찬혁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야. 그럼 나는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냐"
"오빠는 인성만 제대로 되었어야. 내면만 갈고 닦았나 봐."
"아오! 내 친동생보다 네가 더 밉다."
"꺄하하. 나 사진 찍는 중이거든요~ 저기로 가세요. 오라버니~"
김소민 공찬혁. 환상의 듀오구먼. 티키타카가 재밌네. 그런 두 사람을 보는데, 저쪽에 고립된 엘레나가 눈에 들어왔다.
남자들 네 명, 여자들 두 명 정도에 둘러싸여 있는데, 다들 반가워해 준다.
캬! 힐링 되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내가 여기서는 대표가 아니라는 게 너무 좋다. 까불어도 되잖아. 게다가 같은 취미를 즐기기 위한 모임 이어서 그런지, 다들 착하고 순박하다. 엘레나도 그런 점이 마음에 드는지 웃으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나는 잃어버린 블라디보스톡을 찾고 말리라.... 내가 제일 나쁜 놈이구나.
"현찬이 너는 무슨 과야?"
"응? 나 경영 과야."
"피~ 그 유명한 경영과 민현찬을 몰라?"
나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도 편하게 말을 건다. 한참 이야기하는데, 한쪽 구석에 혼자 있는 민다희가 눈에 들어왔다.
인기를 잃었는지, 구석에서 혼자 액자에 사진을 넣고 있는 민다희. 선거에 낙선한 얼굴이 아닐까 해서 유심히 봤는데, 어라? 전혀 아무렇지 않다. 포커페이스로 정리만 한다.
"어? 다희야? 혼자 하고 있었어? 내가 도와줄게."
"응."
그런 다희에게 몇몇 남자들이 달려가서 도와준다. 그런데? 여전히 표정 변화가 없다.
도와줘도, 안 도와줘도 민다희는 민다희다.
이상하다. 여왕 같은 여자인 줄 알았는데. 궁금해하면서 보는데 김소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찬혁 오빠. 나 일 층에 잠시 갔다 올게요. 우리 플랜카드 나왔대요."
"같이 가자. 너 어디 팔아먹을 거 같다."
"아. 찬혁이 형, 제가 같이 갈게요."
"어? 그럴래? 그럼 첫 번째 동아리 활동하고 와."
"알겠습니다. 형."
"오~ 현찬 오빠~ 적극적이야. 성격도 좋아."
"비행기 그만 태워라. 러시아에 날아가겠다."
"아하하. 개그는 빵점이네요."
나는 김소민과 같이 동아리 방을 나왔다. 나온 김에 민다희에 대해 은근슬쩍 물어보자.
"소민아. 그런데 다희는 원래 주위에서 많이 도와줘?"
"응? 잠시만. 그냥 한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다희에게 관심이 있던가, 관심이 있는 거 같은데."
김소민 허허실실이네. 날카롭다. 여자로서의 관심은 아니다. 그냥 전생에 내가 아는 모습과 조금 다른 느낌이 나서 궁금하다.
"그런 건 아니고,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길래."
"아. 그거 남자들이 자기 좋다고 도와주는 거예요. 다희는 별생각 없어요. 도와주면 주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누군가 자기일 신경 쓰는 거 엄청나게 싫어하거든요. 저것도 동아리니깐 남자들이 한다는 거 그냥 맡겨두는 거예요."
"그래? 만약에 남자들이 안 도와주면 어떡해?"
"그럼 자기가 알아서 다 하죠. 다희나 저나 친해진 게 그런 모습이 비슷해서거든요."
"흠. 그렇구나. 나는 주위 사람들 시키는 스타일인 줄 알았어."
"아하하."
김소민이 배를 잡고 웃는다.
"왜 웃어?"
"다들 그렇게 착각하거든요. 다희가 얼마나 독한데. 나쁜 뜻은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작년에 엠티 갈 때, 열이 30도 가까이 올라갔는데, 끝까지 따라가서 티 안 내고 장기자랑까지 다한 애예요. 자기가 맡은 일은 해야 한다면서."
"열이 30도면 얼어 죽어. 너는 얼굴은 예쁜데 바보구나."
"아! 말실수! 말실수예요! 그런데 방금 얼굴 예쁘다고 했어요?"
"응. 너 예쁘잖아."
"정말요? 드디어 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어."
팔을 하늘 위로 들고 신나 하면서 흔든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손을 턱에 괴고 나를 노려본다.
"이 오빠 맨트에 바람이 있네. 잘 생긴 사람은 이래서 조심하라는 거구나."
"왜? 방금 두근거렸어?"
"아하하. 다희한테 오빠 조심하라고 해야겠다. 역시 잘생긴 사람은 멀리해야 해."
"그럼 나도 너 멀리해야겠네. 예쁘니깐."
"와~ 괜히 유명인이 아니구나. 그런데 기분 좋아! 더 예쁘다고 해줘요!"
"말실수했다 가자."
"아싸! 1승! 어서 가요 오빠."
아이고 요 까불이. 현아랑 둘이서 만나면 접시 백 장은 깨겠다.
우리는 일 층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다시 동아리 방으로 왔다. 나는 정리하면서 천천히 민다희를 지켜봤다.
아. 등에 소름이 돋는다. 수많은 남자가 다희의 손끝만 보고 있다. 뭘 하려고 하면 먼저 나서서 대신해준다. 그 모습에 전생의 내가 오버랩 된다.
그래. 생각해보면 다희가 '인' 자만 이야기해도 내가 인화해야 해? 하면서 물어봤었지. 나는 전생에 그물도 치지 않았는데, 스스로 물 밖으로 나가서 물통에 들어갔었구나. 저 사람들처럼 말이야. 역시 기억은 자기 위주로 왜곡되는구나.
잘생겨지고 밖에서 보자 진실이 보이는 거 같다.
"이제 술 마시러 가자."
상념에 빠져 있는데 찬혁이 형이 내 등을 민다.
그래 전생은 전생이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
*
마셔라. 마셔라.
이 노래는 우리 과 전유물인가 보다. 동아리 술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다들 적당히 마시고,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몇몇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 했다.
늑대 무리 속에 있다가 순한 양들 속에 온 기분이다. 무엇보다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으니 마음이 편하다.
술자리도 빨리 끝났다. 엘레나와 민다희가 1차 끝나고 집에 가자, 몇몇 사람들만 2차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내가 공찬혁 형이었으면 두 사람을 꾀어서 2차까지 가게 남겨 뒀을 건데. 그래야지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하니깐.
2차 맥줏집에 나와서 헤어지기 전에 나는 찬혁이 형에게 물었다.
"형 2차에 사람 많이 없으니 아쉽지 않아요?"
"응? 전혀. 동아리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노는 거잖아. 사람 많다고 좋은 거 없어."
캬. 명대답이구나. 저 쿨한 마인드 본받자.
찬혁이 형은 집에 갔다. 나도 집에 가려는데 김소민이 나를 부른다.
"오빠. 집에 갈 거예요?"
아쉬워하는 눈빛이다.
훗. 이놈의 인기는. 나의 매력에 또 빠져든 사람이 생긴 건가? 내 매력은 인당수인데.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지.
"나 사진 인화 한 거 있는데, 같이 찾으러 가요. 혼자 가기 심심해!"
김소민 얼굴을 봤다. 정~~ 말 사심 없이 심심해하는 얼굴이다.
- 너 설마 네가 모든 곳에서 다 통한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바보 같았던 거 아니깐 조용히 해주세요. 호구신님.
"그러자."
"예스. 내가 대신 아이스크림 하나 사줄게요."
"베스킨?"
"헐. 노노 안됨. 베스킨은 좋아하는 남자한테만 사줌. 쌍쌍바 반 쪼개 먹죠."
"그러자."
"아하하. 실망한 거 봐. 내가 특별히 하나 새 걸로 사줄게요."
우리는 편의점에서 쌍쌍바를 하나씩 사서 인화하러 갔다.
*
사진을 인화한 나와 김소민은 커피숍에 왔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잘 마실게요~"
"너 밑장 뺀 거 아니지?"
"그랬을까? 아닐까? 맞춰보세요. 케잌 내기 어때요?"
"됐어. 두 번은 안 당한다."
"아~ 재밌어."
김소민은 커피숍에서 팔을 위아래로 흔든다.
인화한 게 홀수냐 짝수냐 내기를 했는데 졌다. 그 벌칙으로 커피를 사야 하는 상황이다. 전라도의 아귀가 내 옆에 있네.
커피숍에 앉은 우리. 김소민은 자기가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나는 찬찬히 사진을 봤다.
"음... 너 일상 사진 좋아하는구나?"
"네. 예쁘죠?"
"응. 아기자기한 느낌 확 난다."
"이거 버스 타고 가다가 그냥 아무 데서나 내려서 사진 찍은 거예요. 다희랑 둘이서 이렇게 노는 거 좋아해요."
평범한 골목 사진들인데, 예쁘게 잘 찍었다. 중간에 이상한 것도 있기는 하다.
"이차는 왜 찍었어?"
"아. 불법 주정차잖아요. 여기는 아이들 노는 골목길 이어서 이렇게 주차하면 안 돼요."
준법정신도 투철하구나. 그런데 쓰레기봉투 사진은 왜 찍었니?
"이 사진은 뭐야?"
"그 사진은 말이죠."
"불법 쓰레기여서 찍었어요."
그때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는데, 어라? 민다희다. 김소민이 반가워하면서 손을 흔든다.
"다희야 왔어?"
"왜 불렀어?"
"보고 싶어서 불렀지~"
"그래."
민다희는 김소민 옆에 가서 소파를 끄집어내더니 툭 하고 앉는다.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고는 가볍게 고개를 한 번 숙였다.
"오빠! 사실 이게 우리 코스거든요. 밤에 모여서 찍은 사진 보여주면서 이야기하기. 오빠 영광인 줄 아세요. 우리 동아리 사람 중에서 찬혁 오빠 다음으로 유일하게 초대받은 사람이에요."
"정말? 그런데 되게 느낌 있다. 같은 취미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하는 거잖아. 부럽네."
"오빠 하는 거 보고 앞으로 한 번씩 불러드릴게요. 사실 우리 사진 말고 하는 게 하나 더 있는데."
"김소민."
민다희가 얼음장 같은 말투로 이야기하고, 소민이를 노려본다.
"왜~ 나쁜 거 하는 것도 아닌데. 말하지 마?"
"어."
"알았어."
갑분싸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익숙한가 보다. 김소민은 싱글벙글거리고, 민다희는 노려만 본다. 결국, 김소민이 이겼다. 민다희는 한숨을 한 번 쉬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뭐지? 궁금해하는데, 김소민이 손으로 들더니 나를 본다.
"오빠 이게 뭐게요~"
"사진 같은데. 매달려 있는 종이는 뭐야?"
"글 적은 거예요. 다희 취미가 사진에 글 적는 거거든요. 저는 조금 하다가 때려치웠어요."
"다희 너 글도 적어?"
"네."
말이 춥다.
"읽어봐도 돼?"
"네."
딱히 부끄러워하지는 않는다. 이런 거 보면 얘도 쿨한 성격이네.
소민이가 나에게 사진을 건넸다. 나는 사진과 글을 차근히 봤다.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
이런 게 적혀져 있는 건 아니겠지? 사진은 공원 벤치 사진이다. 필름 카메라 특유의 색감이 묻어 있다. 그럼 밑에 글은? 읽어보자.
연인의 따스한 손을 잡았던,
친구와 웃으면서 밤을 보내었던,
저마다의 이야기가 먼지처럼 쌓인 이곳,
시간이 흩어지면 벤치의 온기는 사라지고,
그들의 인연도 조금씩 옅어진다.
글이 묘하다. 뭔가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 같으면서도 흡입력 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최근에 사람들을 많이 떠나보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집중해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느낌 있다. 다희 너 국문과야?"
"신방과 예요."
"아. 그럼 기자가 꿈이겠다."
"아니요. 작가요."
"그래서 글 쓰는구나."
"네."
...말 좀 해라, 말 좀!
어색함이 감돌자 김소민이 끼어들어서 분위기를 업해준다. 둘이 친구인 이유가 있구만.
"다희는 이때까지 말 한 것보다 글 쓴 게 훨씬 많을 거예요."
"그래? 그렇구나. 소민이 너는 무슨 과야?"
"저는 공대녀입니다!"
"무슨 과인데?"
"건축과예요."
"각목 들고 다니는 건 아니지?"
"H빔 들고 다니는데요? 조만간 머리 칠 거니깐 각오하세욧!"
"그냥 죽여라. 죽여."
"아하하. 이 오빠 놀리는 맛이 있어! 다희야 현찬 오빠랑 잘 지내자 재밌다."
"응."
둘의 케미가 좋기는 좋네.
"둘 다 내일 오티 갈 거야?"
"아! 내일 오티구나. 나는 가죠. 오빠는요?"
"나도 가야지. 다희 너는?"
"저도 가요."
"그래. 오티 때 보면 서로 인사하자."
"아! 오빠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김소민이 화장실에 갔다. 그러자 민다희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이야기를 꺼냈다.
"글 어때요?"
"나는 마음에 들어. 사진이랑 같이 보니깐, 뭔가 마음이 찡하더라."
"어떻게요? 자세히 말해주세요. 오빠."
"내가 최근에 사람들이 많이 떠나갔거든. 그래서인지, 쓸쓸해진다고 할까? 그런 기분이 들었어."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어라? 얼음이 조금 깨졌다.
혼혈의 민다희. 부침가루 같은 하얀 뺨과 사과 같은 입술에 웃음이 지어졌다.
- 표현력 실화냐?
호구신님 얼마 전 명절이었잖아요. 고생한 사람들에게 치얼스.
다시 민다희와 이야기를 이어가자.
"이렇게 글 적은 게 많나 봐?"
"네."
"다음에 더 보여줘. 나 이런 글 좋아해."
"알겠어요. 다음에 같이 커피 한잔해요."
별일이네. 얼음 여왕 눈이 빛났다. 전생에 한 번도 못 봤던 모습이다.
< 동아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