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여행 >
그런데 뭘 준비해야 하지?
일단 이 날씨에 차에 히터 없으면 냉동 참치 된다. 밤새 엔진을 켜고 히터를 틀어놓아야 하고, 그러려면 기름은 필수다. 먹는 거는 저녁은 휴게소에서 먹고 물이랑 간식 조금 사 놓으면 되겠지.
우선 기름부터 채우자. 나는 유리창에 가득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차를 나왔다.
"오빠 같이 가요."
"손 시려. 그냥 있어."
"도와 준 대도요."
이세연도 나를 따라 나왔다. 유리창을 카드로 닦는데 뭔가가 내 얼굴을 강타했다. 함박눈이다.
그럼 그렇지. 네가 순수히 도와줄 리가 없지. 얼굴에 흘려 내리는 눈을 털자 세연이가 깔깔웃는다.
"아하하하! 웃겨!"
"이세연 씨 해보자는 거지요? 밤새 오갱끼데스까 외치게 해줄게."
"킥킥. 뭐래. 나는 다시 차에 들어갈게요. 오빠 파이팅!"
이세연은 메롱 한 번 하고 차에 들어갔다.
이렇게 지랄 발랄한 스타일이었나? 원래 둘째가 밝다고는 하던데, 촛불이 LED 등이 된 것처럼 갑자기 밝아졌다. 이 상황이 신나긴 신나나 보다.
앞 유리창을 다 치우고 나도 차에 들어갔다. 세연이는 나를 보며 경계하더니, 양손에 아무것도 없는 걸 보고 안도한다.
"아. 손 시려. 얼 것 같다."
"정말요? 여기 히터에 올려요."
"그래도 걱정은 되나 봐?"
"당연하죠."
손을 히터 앞에 놔두자, 세연이가 양손으로 따스하게 감싸준다. 그 순간 이세연 목덜미를 잡았다. 냉 찔질 맛을 봐라.
"꺄! 차가워! 하지 마! 야! 야!"
"야구르트 아줌마."
"뭐래! 하지 말래도요!"
나는 등까지 손을 집어넣었고, 이세연은 좀비를 만난 것처럼 피한다. 그나저나 세연이 등은 정말 부드럽구나. 아차차 정신 차리자.
"알았어. 이제 안 할게."
"아하하하. 차가워 죽는 줄 알았네."
"이제 기름 넣고 음식 사러 가자."
"네. 우리 캠핑이라 생각하고 맛있는 거 많이 사요."
기름을 넣기 위해 차를 출발시켰다. 우리는 언제 투덕거렸나 듯이 웃고 있다.
*
기름은 충전 완료. 만땅이니깐 오늘 밤은 버텨 주겠지. 저녁도 든든하게 먹었고 이제 주전부리를 사러 왔다. 우리는 휴게소 편의점을 털 듯이 이것저것 다 골랐다. 돈 십만 원은 나오겠네.
"8만 6천 원 나왔습니다."
"여기 계산해주세요."
"오빠 내가 계산할게요."
"기름도 네가 넣었잖아."
"운전했잖아요."
"아이고. 아가씨가 마음이 좋네요. 아가씨 카드 받을게요."
편의점 아주머니가 세연이 카드를 받아서 결제했다. 아주머니, 애 싸가지 겪어보면 동네 아주머니들 모아놓고 일주일 동안 씹을 거예요.
"맞죠? 이 오빠는 그런 것도 모른 대도요."
어라? 이세연 맞아? 넉살 좋게 이야기한다. 휴게소 편의점을 나와 차로 가는 길에, 나는 이세연에게 물었다.
"너 이상하다. 아주머니한테 엄청 살갑게 대하네. 혹시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있는 거 아니지?
"그랬어요? 오빠 만나서 변했나 봐."
"나를 만나서?"
"응. 오빠는 웬만한 불편한 거는 그냥 넘기잖아요. 호구같이. 아씨. 혹시 나도 이러다가 호구 되는 거 아냐?"
"호구가 뭐냐 호구가. 착한 사람이라고 불러."
"그럼 나도 착한 사람이네요. 괜찮다. 착한 사람이라고 불러줘요."
"착한 세연아."
"킥킥킥. 착한 오빠~ 빨리 차로 가요."
"차에서 뭐 하고 싶어서 그래? 설마? 네가 원한다면 해줄게."
"야! 민현찬! 착하기는 개뿔"
입을 툭 내밀고 나를 노려본다.
그래. 이래야 세연이지. 얌전한 것도 좋지만 툭툭 쏘는 것도 좋다.
이세연은 내 팔을 꽉 꼬집고는 팔짱을 꼈다. 우리는 함박눈을 맞으면서 차에 들어갔다.
"하... 추워. 춥기는 춥다. 이제 몇 시예요?"
"이제 저녁 여덟 시네. 눈 안 그치겠다."
"그러게 말이에요. 뭐하지? 오빠 디엠비 안 돼요?"
디엠비? 고대 유물 같은 존재라서 잊고 있었는데. 네비를 잡고 디엠비 버튼을 누르자 다행히 연결되면서 방송이 나왔다.
- 안녕하십니까. 뉴스 속보입니다. 오늘 영동지방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지금 시각이 여덟 시지. 예능을 기대했지만, 뉴스만 쏟아진다.
"눈 정말 많이 왔나 보다. 오늘 밤 내내 오고 내일 아침에 그친대요."
"그러게. 여기서 진짜 밤 새겠다."
- 강력범죄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소식입니다.
"어머. 우리 집 근처 아니야?"
"세연아. 무서운 이야기 하지 마."
"아니구나. 오빠는 내가 납치당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당연히 구해줘야지."
"정말요?"
"그럼. 그리고 그날 밤새"
"밤새 뭐? 말 잘해라."
"위로해 줄 거라고."
"킥킥. 말 잘해도 변태 같아."
뉴스가 나올 때마다 세연이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평소에는 지루해서 보지도 않는 뉴스가 오늘따라 주말 예능보다 재밌다.
"아. 다 봤다. 아~~윽! 허리 아파. 허리 펴고 싶어."
"세연아 잠시만. 내가 또 방법이 있지. 오빠만 믿고 가만히 있어 봐."
나는 차를 나가서 뒷자리 문을 열었다. 드디어 침대처럼 접히는 시트를 사용해 보는구나.
2열 좌석의 시트를 반으로 접자, 2열과 3열이 평평해졌다. 그 위에 미리 사 놓은 쿠션을 넓게 깔았다.
"어? 이런 것도 돼요?"
"응. 내 차가 네 차보다 더 좋거든. 그러니깐 차 바꾸자."
"뭐래. 싫거든요. 나도 뒤로 갈게요."
나는 먼저 차에 누웠다. 다리가 트렁크 문에 걸려서 조금 좁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앉을 만은 하네. 세연이도 곧 들어오더니 가방에서 잠옷을 꺼냈다.
"옷 갈아입게?"
"네. 불편하잖아요. 뭐해요?"
"응? 뭐가?"
"나가야죠. 갈아입는 거 볼 거예요?"
"에이. 우리사이에 뭘."
"아 진짜. 너무한다. 나는 그래도 부끄럽단 말이에요."
"그럼 이 추운 날 오빠를 밖에 놔둘 거야?"
"악당이다 악당. 그럼 눈 감고 있어요."
"알겠어."
내가 눈을 감을 리가 없잖아? 실눈 떠야지.
"악!"
망할.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내 얼굴을 손으로 민다.
"알았다. 알았어. 눈 감을게."
"빨리요."
스륵 슥삭. 스륵.
"이제 다 갈아입었어요."
"얼마나 예쁜 바진지 보자. 으하하하. 곰돌이 잠옷이네."
"네. 진희랑 같이 샀는데, 이제 혼자 입고 있네요."
"많이 허전해?"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한편으로는 나도 공부나 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무슨 공부?"
"반수 할까 싶기도 하고. 저 원래 모의고사 1등급이었거든요. 3등급까지 떨어졌으니 아쉬움이 남죠."
"재수 왜 안 했어?"
"그냥 공부하기도 싫고. 아씨. 문제는 인제 와서는 못해요. 처음에 집에서 재수하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하기 싫어서 도망치듯이 여기로 온 거예요. 지금 한다면 아빠가 절대 못 하게 할걸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한다면 무조건 하게 해줄 거야."
"자식 이기는 부모 있습니다. 나랑 언니가 왜 그렇게 독한 줄 알아요?"
"너는 안 독해. 너희 언니는 조금 독해 보여도."
"킥킥. 정답! 하여튼 아빠 때문이에요. 기회는 두 번 안 주거든요. 한다면 학교에서 몰래 해야 해요."
"그렇구나."
창문에 눈이 가득한 게 보인다. 저 창문처럼 갑자기 내 마음이 답답해졌다.
세연이가 재수해서 다른 학교에 가면 어떻게 되지? 이제 못 보게 되는 건가? 못 보면 멀어지는데.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게 어쩔 수 없는 진리다아아아아악.
"야! 갑자기 볼을 왜 잡고 당겨?"
"오빠야말로 무슨 생각 해요?"
"너 재수해서 다른 학교 가는 생각했다."
"정말요? 어땠어요? 설마? 기분 좋았던 건 아니죠?"
"아니거든. 그냥. 많이 허전할 거 같아."
"그게 다예요?"
고양이다.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아니. 슬플 거 같아. 너랑 멀어질 수도 있잖아."
"하여튼.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속 시원하겠지."
"나 거짓말은 안 하거든. 구라를 쳐서 그렇지."
"킥킥. 그 구라 마음에 드네요. 일로 와봐요."
"뭐 하려고?"
"어서 와봐요!"
하여튼. 이태리타월 같은 까칠이. 나는 몸을 꿈틀대면서 옆으로 누운 세연이에게 갔다.
물컹.
어라? 세연이가 내 머리를 자기 가슴에 붙이면서 꼭 안아준다.
"오빠 걱정하지 마요. 나는 재수 해도 다른 학교는 안 갈 거예요."
"그럼 전과하려고?"
"아니요. 우리 학교 의대 있잖아요. 내 후년이면 의전원으로 전환한다던데, 만약에 재수해도 해보고 안 되면 의전원 갈 거예요."
"세연아. 체게바라가 아무리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라고 했지만, 지금 네 이야기 들으면 어이가 없어서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시겠다. 아! 아! 야!"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해요!"
내가 놀리자 화가 났는지 자기 가슴으로 나를 세게 앉아 준다.
너무 좋아! '묘비명에 가슴 사이에서 죽다' 라고 적으면, 임석훈이 명예로운 죽음이라고 칭찬해줄 거 같아.
나는 손을 들어서 가슴을 만졌다.
"하여튼. 색마야 색마. 그리고 나 원래 이과예요. 교차지원으로 들어왔어요."
"왜?"
"공대는 싫으니까요. 남자 너무 많고."
"너 공대 갔으면 여신 되었을 텐데."
"뭐래? 나 지금도 여신인데."
"오늘은 눈이 오니깐 얼음의 신으로 하자."
"하여튼 깐죽은. 그래도 오빠랑 단둘이 있으니깐 좋다."
그래. 네가 얼마나 좋은지 느껴진다. 세연이 가슴을 만졌는데 거칠게 뛴다.
내가 자기 심장 박동을 느끼는지 아나 보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내 마음 알아요?"
갑작스러운 진지한 질문이지만, 사실 이미 수십 번 더 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질문이다.
"응. 알고 있어."
"거짓말. 내 마음은 아무도 몰라요."
"너. 나를 좋."
"스톱! 말해도 내 입으로 말 할거예요."
"...알았다. 너는 내 마음 궁금하지 않아?"
"오빠. 여자는 남자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요."
"뭔데?"
"나를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사귀고 싶은 마음까지는 안 들잖아요."
"어... 그런 건 아닌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깐 나 정말 나쁜 놈 같다."
"오빠가 나쁜 사람인 거 아니에요. 잘생긴 사람들이 다 그렇죠. 우리 언니도 그랬어요."
"이세인 주류 담당자님도?"
"킥킥. 언니한테 다 말해야지. 주류담당자래. 네. 언니도 많은 남자한테 선물은 다 받으면서 사귀지는 않았어요. 그거랑 같죠. 그래서 내가 처음에 오빠한테 그 말 한 거예요."
"무슨 말?"
"왜. 고양이 죽은 다음에 우리 집 왔을 때, 내가 고자냐면서 오빠 외모면 여자들 다 따먹고 다닌다고 말했잖아요. 아씨. 이렇게 말하니깐 나 진짜 옛날에 미친년이었구나."
"조금 그랬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어."
"여튼, 그날 언니 생각나서 오빠에게 말한 거예요. 그런데 내가 그 대상이 되다니. 참나."
"...갑자기 미안해진다."
"그 미안함! 그래서 오빠한테 내 마음 말 안 하는 거예요. 지금 사귀어봤자 미안해서 사귀는 거 밖에 안 되거든요."
이세연 말에 깜짝 놀랐다. 첫 번째는 전혀 예상 못 한 말이어서 놀랐고, 두 번째는 반박할 수 없어서 놀랐다.
사실 세연이에게 마음은 있다. 그런데, 지금 나의 모든 자유를 포기할 만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 내가 쓰레기 같고 나쁜 놈이란 거 안다. 하지만,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삶을 더는 살지 않겠다. 나쁜 놈이 되어도 말이다.
아무 말 없자, 이세연이 내 양 볼을 잡고 흔든다. 너 뭐하냐? 재미 붙인 거 아니지?
"아~~ 아~~ 야. 므하?"
"킥킥. 귀여워. 왜 이리 심각해요? 따라다니는 것도 내 선택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언니 보고 깨달은 게 있어요. 선물이고, 돈이고, 섹스고 간에 결국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두 사람은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아~~ 그르도 마으 부펴 하. 야! 이거 좀 놓아."
"싫은데요. 화장실 가야겠다. 같이 가요."
그래. 일단은 나도 모르겠다. 나는 세연이와 같이 나와서 화장실을 갔다. 나는 먼저 볼일을 보고 세연이를 기다렸다.
"아차차. 춥다. 오빠 가요."
세연이는 편의점에서 간식을 살때와는 다르게 팔짱을 안끼고 나란히 걸어간다.
방금 진지한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둘 사이에 서먹함이 감돈다. 하얀 눈은 그런 우리 둘 마음도 모른 채, 온 세상을 덮으며 로맨틱 겨울을 만들었다.
-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서.
편의점 화장실 앞에서 딱 한걸음 걸었을 때, 박효신의 눈의꽃이 나왔다.
"어? 나 이 노래 좋아해요. 우리 듣고 가요."
"나랑 사귈래! 나랑 밥 먹을래!"
"아하하하. 뭐래? 더한 거부터 하는 사람이."
"인정. 춥다. 옆에 와서 들어."
"네. 오빠."
이세연은 내 옆에 착 달라붙었다.
- 지금 올해에 첫 눈꽃을 바라보며~
로맨틱하구나. 그래서인가? 심장이 쿵쾅 뛴다. 내 팔을 감싸는 이세연의 온기, 향긋한 향수 냄새, 고개를 슬쩍 돌려보면 환하게 웃는 얼굴. 그 모든 게 나를 설레게 한다.
눈의 꽃이 2절로 넘어 갈 때쯤, 세연이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이제 가요."
차로 돌아가는 우리. 하늘은 전날 하얀 불닭볶음면을 먹었는지, 더 많은 함박눈을 쏟아 내린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머리는 하얗게 젖었다.
"오빠."
"왜? 춥다. 어서 가자. 읍."
어라? 내 뺨에 따뜻한 손이 닿았다. 빨간 입술이 내 입술에 붙었다.
세연이가 키스했다. 내 혀를 몇 번 휘감더니 입술을 떼고 해맑게 웃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고민하는 찰나 세연이는 도망갔다. 역시 고양이구나. 집사를 당황하게 하는 능력은 최고다.
다섯 걸음 가더니 나를 보며 깔깔 웃는다.
"킥킥. 아 웃겨."
"야! 키스가 짧았어. 더 길어야 해."
"뭐래. 거기 가만히 있어요. 내 마음 말할 거니깐요."
응? 여기서? 마침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오빠! 나는 오빠가 좋아요. 항상 같이 있고 싶고, 밤새 같이 있고 싶어요. 그래도 오빠한테 강요하지는 않을 거예요. 대신 부탁 하나만 할게요."
"뭔데?"
"오빠도 그러고 싶어질 때가 온다면 나에게 말해주세요."
진심이구나. 얼굴이 정말 해 맑다. 저 말을 하는 데 조금의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속 시원해 보인다.
"아! 마음 편해졌어. 할 말 다 했다."
"내 말을 안 들을 거야?"
"킥킥. 내가 말했잖아요. 대답은 그때 해주세요. 사실 저 지금 무서워요. 기다리다가 우리가 멀어질 수도 있잖아요. 뭐, 그때는 슬프겠지만 받아들여야죠. 인연은 사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깐요."
20살 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이다. 이세인 영향인가 보다.
네 마음 잘 알겠어. 도깨비 공유가 돼서 이세연 앞으로 가는데, 진짜 도깨비로 봤는지 함박눈을 뭉쳐서 내 얼굴에 던졌다.
"킥킥. 나 잡아봐라~"
...아씨! 고백이고 나발이고 너 죽었어.
"잡히면 밤새 괴롭힐 거다."
"뭐래. 나 먼저 차로가요."
"야 같이 가."
"추우니깐 빨리 와요."
타이밍 놓쳤네. 아니면 일부러 타이밍을 없앤 거든가.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이때까지 세연이는 진희와 세트여서 후배로서 좋아했다. 물론 진희가 방해하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상황이 그랬을 뿐이다.
이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쪽으로든 내 마음이 확고해지겠지.
오늘은 바보처럼 가만히 있었지만, 그때는 내가 결정하자.
우리는 다시 차로 들어왔다.
< 새해 여행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