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13화 (113/295)

< 우정 >

유레카!

드디어 이선미의 두 번째 섹스 판타지를 찾았다.

유레카~ 유레카 신나는 노래~ 나도 한 번 불러본다!

기쁘다! 기존의 선미 섹스 판타지는 자야만 하는 거였다. 안자면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자는 거 외에 판타지가 하나 더 있다니. 이거는 목적지까지 가는 지름길이 두 개가 생긴 거나 마찬가지다.

보자. 오늘 선미는 술을 많이 마셨다. 혹시 술을 머리 꼭대기 까지 마시고 섹스하는 게 판타지인가? 만약 그렇다면! 선미랑 술 마실 때마다 잔뜩 먹인다면? 으흐흐흐.

어서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자.

이선미 섹스 판타지

: 힘든 일이 있을 때,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는 '믿을 수 있고 신뢰 할 수 있으며 주위에서 제일 착한' 남자친구 혹은 그에 버금가는 남자와 섹스하는 판타지입니다.

...

레알? 아니다. 바르셀로나? 여튼 진짜 이거야?

- 선미는~ 누구를 믿을 수 있고, 신뢰하고 제일 착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누구는 술 먹이고 섹스할 생각이나 하고. 뭐?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두 개 생겼다고?

호구신님. 안 그래도 스스로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드니깐 조용히 해주세요. 이거는 돈데크만 때문이다! 내 마음속 돈데크만이 나를 일학년 섹무새 시절로 보냈기 때문이다!

- 지이이잉

으아! 짜릿하네.

정신 차리자! 이럴 때가 아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라니?

그래! 내가 선미 살 빠질 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었어. 아니 걱정이 되어서 잠을 못 잤어.

- 인제 와서?

호구신님. 추임새 좀 넣지 마요. 래프팅 때가 생각난다. 그때 선미의 허리는 유난히 가늘었었다. 내가 뒤치기할 때 선미 허리를 잡고 해서 아는데, 집들이 때 잡았던 것보다 더 가늘었었다.

시불 어떻게 해도 쓰레기네.

일단 선미랑 이야기해 보자. 나는 서둘러 화장실을 나왔다.

"이선미!"

"깜짝이야. 똥 싸다가 죽은 줄 알았다. 조용히 말해. 머리 아파."

덜렁덜렁.

"너 힘든 일 있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덜렁덜렁.

"힘든 일 있잖아! 무슨 일인데? 나한테 다 말해. 내가 해결해줄게."

"현찬아...."

선미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이 바보 같은 것아! 힘들면 이야기를 해야지! 그런데, 너 어디 보고 있니?

나도 선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내 병조판서가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발딱 서 있다.

시불...

이선미는 내 막대기를 잡았다.

"미친놈아. 뭐 힘든 일 있냐고? 고추 덜렁거리면서 할 말이야?"

"아니. 그건 내가 잘못 했는데. 아!"

"일단 팬티나 입고 이야기해!"

고추가 무슨 조이스틱 레버냐? 잡고 뱅뱅 돌린다. 일단 팬티를 입었다. 선미는 이미 옷을 다 입었다.

"선미야. 진지하게 말할게. 너 힘든 일 있잖아. 나한테 이야기해줘."

"왜 그렇게 생각해?"

"이야기해도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거야."

"이야기해봐."

"너와 섹스를 하는데, 너의 마음이 나에게 느껴졌어."

"어떻게?"

"..."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현찬아 머리 잘 굴리자. 이거 하나 말 못 지어내면 뇌가 아메바라는 걸 인정하는 거다.

아!

"살! 살 빠졌잖아. 너 벗은 몸 보니깐 너무 빠졌어."

"...하면서 나 살 빠진 거 느낀 거야?"

아니. 솔직히 말해서 즐긴다고 몰랐어.

"어. 너무 많이 빠졌더라. 무슨 일인데 그렇게 살이 빠져? 이야기해봐."

"아니야. 별일 아냐. 그리고 다 해결되었어."

"거짓말이잖아."

"아 몰라! 진짜 아무 일도 없어."

선미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를 홱 돌린다.

야. 네 성격상 아무 일도 아니면 이렇게 행동할 리가 없잖아.

왜 홍시 맛이 나는데 홍시라고 말을 못 하니?

"선미야. 정말 이야기 못 해줘?"

"그냥 집안일이라서 그래."

집안일이라. 이거는 어떻게 더 물어볼 수가 없다. 꼬치꼬치 캐묻다가 재산 가지고 엄마랑 이모가 싸운 일 같은 거면 굉장한 실례가 된다.

"알았어. 대신 나중에 정리되면 이야기해줘."

"그래. 짜식!"

이선미가 나에게 어깨동무한다.

"그래도 말야! 누나 걱정도 해주고! 내가 키운 보람이 있어!"

주물럭. 주물럭.

"그래 선미 네가 날 이렇게 사람 만들어 놨잖아."

처음 시드머니가 너와의 섹스였었지.

바보처럼 다닐 때도 일부러 시간 내서 예쁜 옷 골라준 게 선미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동무를 해줘서 여자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줬다.

"그거 고마운 것만 알아줘도 나는 기분 좋아. 아유 기특해라."

"그래. 우리가 보통 친구 사이냐?"

"그럼 가슴 좀 그만 만질래?"

"어? 왜 손이 여기 있지?"

"하여튼. 하... 내가 이 새끼 동정은 왜 떼서."

"한 번 더 뗄... 아! 알았다. 내가 잘못했다!"

선미는 나를 몇 대 때리고는 다시 누웠다.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 안 쫓아낼게."

"감사할 이유는 없지만 감사합니다."

"아하하. 하여튼 말만 늘었어. 잘자!"

나에게 등 돌리고 잔다.

선미야. 너는 괜찮다지만, 나는 무슨 일인 줄 알아야겠어. 그래야지 마음이 편해.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는 게 힘이라는 말도 있다.

다음날 엠티는 무사히 끝났다.

황건적 같았던 후배들은 밤에 유비, 관우, 장비가 귀신으로 나와서 줘 팼는지 천막 건물도 깔끔하게 정리해놨다.

"선배. 표정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 머리 아파."

이세연이 머리를 만지며 나에게 묻는다.

"세연아 별일 없어. 죽을 거 같지?"

"네."

"이 기회에 다시 태어나는 건 어때?"

"아... 뭐래. 머리 아파서 대꾸도 하기 싫어. 진희야 네가 놀아드려."

"나도 머리 아파. 선배 혼자 노세요."

"진희야. 너마저 이러기냐? 어깨는 괜찮아? 어제 어깨춤 추다가 날아가는 줄 알았어."

"헤헤헤. 선배 웃기지 마요. 머리 울려요. 날아가는 줄 알았대."

고마워 진희야. 나의 이상한 개그에도 웃어 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우리는 짐을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왔다. 전부 다 컨디션이 안 좋은지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선미야. 저녁에 짬뽕 먹자."

"보고. 일단 잘래."

선미도 집에 들어갔다. 이제 흥신소를 차려보자.

선미가 힘들다면 말할 사람이 누구일까?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은 딱 한 사람이다.

나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혜민아. 나야. 현찬이."

"넌 줄 알거든! 너 학회장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아오! 나한테 잘해주는데 부담돼서 죽겠어. 그냥 예전처럼 하라고 해."

"내가 너 챙겨 주라고 특별히 부탁한 거야."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그 노래 내가 먼저 불렀다. 오늘 시간 돼? 좀 보자."

"왜? 무슨 일 있어?"

"어. 이야기할 게 있어."

"알았어. 우리 집 근처 커피숍에서 보자."

뚝.

나는 혜민이를 보러 차를 돌렸다.

커피숍에 앉은 이혜민. 가슴골이 보이는 상의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

하얀 빨대를 물고는 담배를 피우듯이 숨을 마셨다가 내쉰다.

"선미요? 훗. 제가 아는 타짜 중에 최고였어요.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커피숍에 앉아서 타짜 김혜수의 대사를 친다. 이게 미쳤나?

이번에는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든다.

"쏠 수 있어! 쏠 수 있어! 나 김혜수랑 연기 비슷하지 않아? 타짜보고 완전 빠졌잖아."

"너는 김혜수가 아니고 혜모수야. 됐고,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지 않으면 내 질문에 답 좀 해라."

"헐... 와... 혜모수래. 진짜 재미없다. 그런데 선미는 왜? 별말 없었는데?"

"그래? 씁... 이상하다."

"너! 또 선미에게 뭐 잘못했지?"

"아니거든. 내가 선미에게 잘못했으면 지금쯤 생매장당해서 너 보러 못 오지. 선미 요즘 살 빠졌잖아. 이상해서 내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거든. 그러니깐 그냥 집안일이라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이혜민이 화들짝 놀라면서 테이블을 친다.

"맞지? 선미 살 빠졌지? 그래!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너도 물어봤구나."

"너도 물어봤어?"

"응. 그런데 나한테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어. 아씨! 너까지 이러니깐 다시 궁금하잖아."

"아는 사람 없나? 일단 알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는데?"

"임석훈 보러."

"임석훈이 선미에게 연락 안 했다에 내 누드사진을 건다."

"너 누드사진 볼 바에는 타짜 김혜수 누님이나 한 번 더 볼란다. 하지만 네 말에는 동의해. 그래도 가봐야지."

"은미는?"

"선미 성격상 은미에게는 말 안 했겠지. 안 그래도 남이 신경 쓰는 거 싫어하잖아. 은미라면 달려올 거고."

"그렇네. 같이 가!"

"너도 가게?"

"선미 일인데 가야지. 어차피 오늘 할 일도 없어."

우리는 같이 커피숍을 나왔다.

임석훈이 일하는 동사무소 앞에 혜민이와 같이 있다.

조금 있자 임석훈이 나오더니 우리 둘을 향해 손을 흔든다.

"야! 너희 둘이 다시 사귀는 거야? 언제부터 일일인데?"

"오늘부터 네 제삿날이 일일이다."

"민현찬. 센스 나름대로 합격점 줄게. 그런데 진짜 둘이서 무슨 일이야?"

"너 선미한테 무슨 말 못 들었어?"

"어? 선미가 누군데?"

미친놈. 역시 임석훈이다.

"지금 우리 진지해. 심각한 상황이야."

"네 입에서 진지하다는 말이 나오다 보니 진짠가 보네. 선미? 글쎄... 체육대회 할 때 당구장에서 본 게 마지막이야."

"연락은?"

"그날 본 게 마지막 연락이지."

이혜민이 내 팔을 잡고 당긴다.

"에휴... 가자. 임석훈한테 뭘 바래."

"야! 나만 왕따 시키지 말고 말해줘! 안 그래도 동사무소에서도 왕따야."

"거기서는 왜?"

"잘못 건드렸다고만 이야기할게. 여튼 말해봐. 무슨 일인데?"

임석훈에게 선미 이야기를 했다. 그 장난기 많은 놈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흠. 나는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주의여서 신경 안 썼는데, 너희들 말 들으니깐 갑자기 신경 쓰이네."

"우리도 그래. 가만히 놔두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마음 한쪽이 불편한 거 있지?"

내 말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짝!

임석훈이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쳤다.

"야! 기가 차는 아이디어가 있다."

"진짜 기가 차지 않기를 빈다."

"선미 뒷조사하자."

"응? 무슨 소리야?"

"선미 주말마다 서울 간다면서? 그때 따라가 보자. 분명히 그쪽에서 무슨 일 있을 거야."

"콜! 이번 주 토요일 간다고 들었어. 이혜민 너는 어때?"

"나도 괜찮은 거 같아. 이번 주 토요일 따라가 보자."

오케이. 민현찬 흥신소 1기 출범이다.

토요일 아침. 우리는 선미 집 앞에 모였다.

차는 혹시나 몰라서 두 대를 끌고 왔다. 한 데는 임석훈 차고, 다른 한 데는 렌트 했다.

내 차는? 선미 빌려줬다. 은근슬쩍 차 필요해? 라고 물어보자 선미는 바로 빌려달라고 했다.

나는 미끼를 던져 버린 것이고 선미는 고것을 그냥 확 물어 번 것이어~

"선배. 오늘 선미 언니 서울 가는 거 맞죠?"

나는 렌트카에 타고 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이세연이 나를 빤히 보며 묻는다.

"응. 간다고 들었어. 그런데 너희도 대단하다. 어떻게 알았어?"

"뭔가 선미 언니답지 않았어요. 한 번씩 슬퍼 보이기도 했고요."

뒤에서 진희가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우리에게 잘해주는 게 애쓰면서 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둘 다 나를 찾아온 거야?"

"네. 엠티 때 확신이 들었거든요. 선미 선배 술 취하도록 마시는 사람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날 정말 많이 마셨어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서 다음날 선배한테 말한 거예요."

두 사람은 내가 혜민이와 임석훈을 찾아간 다음 날, 빌라에 찾아왔다. 아무래도 선미가 이상하다며 혹시 아는 게 있냐고 물었다. 기특한 것들. 그래도 먹인 보람은 있다.

갑자기 세연이가 내 팔을 툭툭 쳤다.

"선배! 선미 선배 나왔어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선미가 원룸에서 나오더니 대형 SUV에 올라탄다.

"세연아. 임석훈한테 전화 걸어줘."

"네. 잠시만요."

따르르릉.

- 선미 출발했어?

"방금 출발했어."

- 그래? 아! 보인다! 우리 바로 따라갈게.

"그래. 나도 따라가는 중이야. 긴장해서 운전해. 놓치면 안 된다. 혜민이한테 전화 꼭 받으라고 하고."

- 오케이 알았어.

부르르릉.

긴장하자. 전생에 상사 따라간다고 자동차로 추격해본 적 있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신호 하나라도 잘못 걸리면 난리 난다.

나는 휴대전화를 세연이에게 맡긴 채, 온 신경을 집중해서 운전했다.

선미야... 선미야...

빨리 좀 가자.

선미는 경부고속도로에서 70킬로로 달렸다.

도로 위의 마더 테레사 인가 보다. 모든 차에게 앞을 양보해주며 천천히 갔다.

덕분에 추격은 어렵지는 않았지만, 두 시간이면 갈 거리를 세 시간 넘게 운전하니 지친다.

선배를 위하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었던 검은 머리와 노란 머리는, 어느새 자고 있다.

- 디리리링.

"어. 너희 어디야?"

- 선미 바로 뒤에 있어. 선미 지금 강북 대성병원으로 들어갔어.

"병원이라고?"

- 응. 거기 도로변에 주차할게. 여튼 그쪽으로 와.

병원? 누군가 아픈가? 일단 가보자.

"세연아. 일어나. 일어나."

손을 옆으로 뻗어 깨우는데 왜 이렇게 물컹하지?

고개를 돌리자 이세연 가슴을 잡고 있다. 이세연은 두 눈에 불을 켜고 나를 본다.

...

"판타지야. 판타지."

"아씨... 뭐래... 알겠어요. 진희야 일어나 도착했어."

어라? 이게 통하네?

"으응? 하아~~ 어? 여기 병원 아니에요? 선미 선배 아파요?"

"본인이 아픈지 남이 아픈지는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일단 내리자."

차를 주차하고 병원 정문으로 갔다. 임석훈과 이혜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임석훈은 기지개를 켜더니 나에게 묻는다.

"현찬아.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몰래 찾아보고 안 되면 전화하자."

"그러자."

"그럼 한 명씩 흩어져서 찾아보자. 다들 찾으면 나에게 바로 전화해줘."

세연, 진희, 혜민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수수께끼를 풀어보자.

"너희 뭐야? 여기 왜 있어?"

어라? 이 목소리는 설마?

다섯 명의 얼굴이, 목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간다.

누나가 여기서 나오면 안 되는데. 이선미가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

< 우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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