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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11화 (111/295)

< 엠티 >

30명의 인원을 천막 건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여기 먹고 마시기 좋네. 생각보다 넓고 깔끔하다. 한쪽에는 노래방 기계도 있다. 게다가 안에서 고기 구워 먹어도 된다고 허락도 받았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였고 가운데에는 불판이 있다. 한쪽 귀퉁이에는 소주가 궤짝으로 네 개가 있다.

"선배! 여기 앉아요!"

이세연이 자기 옆자리를 팡팡 친다. 멤버 스캔 한 번 해보자.

세연, 선미, 진희, 서영 누나... 왠지 가면 안 될 거 같은 멤버다. 전부 나와 했던..

시불! 갑자기 쓰레기가 된 거 같아!

정신 차리자.

그래도 내가 학생회장인데,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놀 수는 없다. 나는 현아와 덤성이 그리고 안 친한 후배가 있는 자리에 앉았다.

"오빠 게임 해요. 게임!"

현아가 한 손에 소주병을 들고 춤을 춘다.

너 공부 좀 해라. 저번 학기 3점 초반이라면서. 너희 어머님에게 얻아먹은 갈비가 내 목을 조른다 인마!

"오케이. 게임 하자! 첫 게임은 간단하게 더 게임 오브 데스 어때?"

"에이~ 우리 더 게임 오브 라이프 먼저 다섯 번 하고 해야죠."

더 게임 오브 라이프를 하자고? 걸린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술을 마시는 규칙인데, 보통 술자리를 끝낼 때 하는 게임이다.

네 등록금만큼 술값으로 들어갔겠다.

"오케이. 바로 시작하자. 신난다 재미난다 더 게임 오브 라이프~ 칠!"

숫자대로 한 명씩 지나간다. 마지막에 찬영이가 걸렸다.

"예스! 다들 마셔요!"

"햄! 임마는 맨날 요리조리 피해 나갑니다."

"그래? 찬영아 너도 마셔."

"예? 그런 게 어딨어요?"

"내 맘이다. 억울하면 학교 먼저 들어오던가."

캬! 꼰대 짓 재밌네. 그래도 기분 나쁘지는 않은지 찬영이는 글라스에 소주를 부어서 나에게 건넨다.

너 미쳤니?

"하하하. 형이 이거 마시면 저도 마실게요."

"형 술 마시면 이틀 동안 마시는 거 몰라?"

"그러니깐요. 마셔라~ 마셔라~"

"잘됐다. 오빠 어서 마셔요. 마셔라! 마셔라!"

"햄! 한 번 보여주십시오. 마셔라! 마셔라!"

검은 머리들이 나에게 아우성친다.

해보자는 거지? 이것들 다 뒤졌다. 내가 전생에 게임 마스터였어. 술자리에서 취해 본 적이 없단 말이다! 그래서 술 게임에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고 왕따가 되었... 눈물 좀 닦자.

글라스를 깔끔하게 원샷 했다.

"오빠 아~"

그래도 현아가 쌈 싸주는데, 고기가 없다.

"켁! 현아야. 내가 뱀파이어야? 무슨 마늘 쌈을 줘?"

"히히히. 아 재밌어!"

"히히? 히히히? 오늘 다 죽었다. 이 자리 앉은 사람들 각오해라."

대학교 술자리 게임이 콜로세움 검투사들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스타크래프트 프리폴올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서로를 먹이고 먹였다. 어느덧 우리 주위에는 여섯 병의 빈 병이 굴러다닌다. 일 인당 한 병 먹었나 보다.

"선배는 담배 피고 올게."

"오빠 도망가기 어딨어요?"

"억울하면 너도 담배 펴. 시작은 말보루 레드다."

"아! 진짜 너무해!"

웃기네. 일학년들끼리 짜고 나를 죽이려 해놓고는. 네가 더 너무하다.

밖에서 담배를 하나 물었다. 그러자 옆에 예쁜 사람이 섰다.

선미다.

"술 많이 마셨나 보네?"

"선미야~ 선미야~~"

"차렷."

"안녕. 너는 많이 마시지 않았니? 컨디션은 괜찮아?"

"풋. 뭐래. 라이타 좀 줘."

이선미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망할 언제봐도 더럽게 예쁘네.

"선미야. 술 많이 안 마셨어?"

"나? 그럭저럭. 한 병정도 마셨어."

"너는 어쩜 그렇게 예쁘면서 술도 잘 먹니?"

"술을 콧구멍으로 먹었어? 좀 이상한대?"

"...에휴. 칭찬한 내가 바보지."

"꺄하하하. 칭찬하지 마. 어색하니깐. 들어가자."

"그래. 이제 너희 자리에 가야겠다."

나와 선미는 담배를 다 피우고 다시 천막 건물로 들어갔다.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진희가 어깨를 들썩들썩 거린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예전에는 동충하초처럼 어딨는지도 몰랐던 애가 지금은 시장바닥 각설이가 되어서 몸을 흔들고 있다.

"마셔라. 마셔라!"

그 옆에 있는 이세연도 마찬가지다. 전생에서는 싸가지 없게 BMW에 처박혀 있던 애가 지금은 내 코에 술을 처박고 있다.

"이 미친것들아! 코로 술을 어떻게 먹어!"

"선배! 벌칙이잖아요!"

"이런 벌칙이 말이 돼?"

"싫으면 엉덩이로 이름 쓰세요."

"바지 벗고 쓴다? 아! 선미야. 알았다. 내가 잘못했다."

섹드립을 날리자 이선미가 억제기가 되어서 나를 팬다.

"바지 벗고 앞으로 써!"

얼씨구야. 서영 누나는 한술 더 떠서 섹드립을 날린다. 이 정도로 다들 맛탱이가 간 거 보니 술을 많이 마시긴 마셨나 보다.

인당 두 병은 마신 거 같다. 시간은 어느덧 열한 시다. 열 명 정도는 새 나라의 어린이들인지 이미 자러 갔다.

-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이해 못 할 노랫소리가 들린다. 잔칫날 같은 분위기에 어머님이 왜 짜장면을 싫어하실까? 고개를 돌리자 술 취한 덤성이가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야이야이야~~ 그렇게 살아가고

그 옆에 찬영이도 술에 취했는지, 아니면 정말 어머님이 짜장면을 싫어하시는지 바이브를 넣어서 노래를 부른다.

저것들은 또 왜 저러냐?

"선배! 우리도 부르러 가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리가 없지. 노랫소리가 들리자 진희가 내 한쪽 팔을 잡고 일으킨다.

"선배! 어서 진희랑 같이 가요."

친구 아니랄까 봐 세연이도 반대편 팔을 잡고 일으킨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이선미가 씨익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뒤에서 안고 일으킨다.

얘도 술 많이 마셨네.

"민현찬! 민현찬!"

"학회장! 학회장!"

서영누나와 동기, 선배, 후배 모두가 나를 부추긴다.

별수 있나? 분위기 한 번 뒤집어 줘야겠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섰다. 어머님을 몇 번 외친 덤성이가 나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이놈의 자슥아. 노래로 어머님 외치지 말고 공부 좀 해라.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원투 펀치."

- 아하하하 원투 펀치래!

이게 재밌다고? 쓰잘데 없는 애드립에 모두 환호한다. 분위기 좋네.

"선배. 사랑보다 깊은 상처 부를게요."

"진희야. 그거 불렀다가는 우리 진짜 상처 생겨."

"그래요? 그럼 뭐 불러요?"

이런 곳에서는 노래를 잘 부를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잘 부르면 안 된다. 그럼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이나, 다음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서 못 나온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랬으니깐. 전생에 인싸들 노래 들으면서 혼자 구석에 찌그러졌던 게 VR로 보인다.

"윤수일의 아파트. 금영 기준 539번이야,"

"아하하! 저 새끼 영감처럼 번호 외우고 있어."

술 취한 선미가 나를 보며 깔깔 웃는다. 너 지금 탈룰라 한 거야. 이거 우리 아빠 애창곡이라서 아는 거야.

진희가 번호를 누른다. 나는 서둘러 찬영이랑 덤성이를 불렀다. 두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내 옆에 섰다.

"형한테 어깨동무하고 따라서 움직이면 돼."

"네."

"예 햄."

- 딩동. 따다다다따 다르랑

간주가 흘러나온다. 최대한 재밌게 부르자. 진희가 알아서 음을 맞춰서 부른다.

나는 덤성이 찬영이와 진희 뒤에 섰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으싸랴 으쌰 으쌰라 으쌰."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으쌰라 으쌰 으쌰라 으쌰."

으쌰라 으쌰 할 때 세 명이 어깨동무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 꺄하하! 쟤네 뭐야?

- 백댄서야?

우리 셋 다 키가 180 플러스 마이너스다. 키 크고 덩치 큰 세 명이 작고 귀여운 진희 뒤에서 어깨동무하고 춤추자 모두가 웃는다.

진희도 재밌는지 웃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아하하 흘러가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강물 처어럼~"

이번에는 세 명이 나란히 서서 몸을 들썩이며 팔을 앞으로 쫙 뻗었다, 그리고 돌림 노래처럼 진희를 따라 불렀다.

"흘러가는 구름 처럼~"

"흘러가는 구름 처어럼~"

분위기가 점점 고조 된다.

"오늘도 바보처럼 미련 때문에~"

앉아 있던 사람 중에서 형들 두 명이 튀어나와서 우리 옆에 섰다. 같이 막춤을 추면서 노래를 했다.

"쓸쓸한 너의 아파트~"

"으쌰라 으쌰 으쌰라 으쌰"

- 와!!!!!!!!!!!!!!!

- 꺄!!!!!!!!!!

- 졸라 웃겨. 저 새끼 완전 아저씨야.

마지막은 이선미가 한 말이다. 그래, 나 회식 자리에서 많이 했던거다 왜? 술 취해서 그런지 아저씨 같은 모습에도 모두 웃는다.

모두가 아는 옛날 노래를 하길 잘했다. 전부 다 신났는지 너도나도 나와서 마이크를 잡는다.

다음은 이세연이 나와서 청춘열차를 부른다.

너 이 노래를 어떻게 아니? 이 노래는 순서 바꿔서 불러야 하는데?

"가슴엔 사랑이차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캬! 부를 줄 아네. 민현찬과 백댄서들 출격이다. 우리는 이세연을 둘러싸고 미친놈들처럼 막춤을 췄다.

한 명씩, 한 명씩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맥주와 소주를 들고 마시면서 춤추고 노래했다. 분위기가 식을 것 같으면 바로 내가 나가서 분위기를 띄웠다. 날강두가 퇴장당한 것처럼 모두가 신나고 즐겁다.

요즘 노래, 옛날 노래 전부 다 나왔다. 긱스의 짝사랑이 나오면서 누가 고백도 했다.

저거 미친놈이네. 이 분위기에 그 노래로 고백을 해?

여튼. 분위기는 최고조다. 섹스로 치면 사정 직전이다. 이딴 생각을 하는 거 보니 술에 취했나 보다. 이제 마지막을 터트려야 한다. 이럴 때는? 당연히 이선미지.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여러분 아직 나오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모두가 그 사람을 본다. 이선미는 나에게 중지를 들어준다.

"우리 과의 최고의 카리스마! 이 구역의 크레이이이이이지 걸! 이선미입니다!"

-와!!!!

-이선미! 이선미!

-선미 언니! 선미 언니!

너는 한국에서 여고 다녔으면 인기 많았겠다. 여자애들이 더 좋아한다.

이선미는 저승사자처럼 나에게 와서 목을 조른다. 이거 습관성 충동 목조르기 아냐?

"야! 죽을래?"

"왜! 재밌잖아!"

"선미 언니! 노래해! 노래해!"

이세연이 신나서 선미 옆에서 깐죽거린다. 선미는 세연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나 방금 봤어. 분명 마지막에 잡아당겼어!

이선미가 마이크를 잡고 모두를 본다. 그러자 카리스마에 조용해졌다.

"안녕하세요. 친구 잘못 만난 이선미입니다."

"그 친구가 저예요."

"민현찬 좀 닥쳐!"

모두가 깔깔 된다.

짜슥 너도 기분 좋으면서 왜 그래? 선미는 말은 그렇게 해도 기분 좋은지 웃으며 노래를 예약했다.

이선미는 뭘 부를까?

"살다 보면 그런 거지!"

잠시만, 이 노래는? 2번 경추와 4번 척추를 저절로 움직여 사람 머리를 숙이게 만드는 전설의 노래! 말달리자다!

너무 강한 노래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모두 알고 있지 닥쳐!"

이선미가 나를 가리키며 닥치라고 한다.

"차 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이제 모두가 나를 향해 닥치라고 한다. 후배 너희들은 얼굴 전부 다 봐 놨어.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말~~ 달리자!"

턱.

이선미가 나에게 어깨동무한다. 나도 세연이에게 어깨동무 했다. 세연이는 진희에게 어깨동무 했다.

"말!!!! 달리자!!!!"

경영과는 사라졌다. 모두가 경주마가 되어서 발을 굴리며 달린다. 평소에 마주쳐도 고개를 5도 이상 숙이지 않았던 매뚜기 두 명은 지금 90도로 나에게 인사하면서 머리를 흔든다.

이거 전부 다 미쳤네.

이선미가 내 머리를 잡고 푹 숙인다. 나는 세연이를, 세연이는 진희를 잡고 푹 숙였다.

에라 모르겠다 놀자!

- 말!!! 달리자!!!!

- 말!!!! 달리자!!!!!!

여기에 김경호 형님이 왔나 보다. 우리는 헤드뱅잉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신나는 후배들, 소리치는 선배들, 춤추는 동기들 역시 놀 때는 이렇게 놀아야 한다!

노래는 근처 주민 신고로 끝났다. 이제 다시 술 마시는 자리다.

"선배! 마셔요!"

"마셔라~ 마셔라~"

다들 흥이 가시지 않았나 보다. 어깨를 들썩이며 마셔라를 외치고 있다.

너희들 졸업 전에 어깨 탈굴 된다에 내 오른쪽 알을 건다.

나는 밖에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 그대로 있다가는 저 바이킹 후손 같은 것들한테 머리가 깨지겠다.

"괜찮아? 너는 괜찮아."

이상한 헛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선미가 벽을 보며 말하고 있다.

"야. 선미야. 정신 차려. 너 술 엄청 많이 먹었어."

"나? 아닌데? 많이 먹었나? 헤헤헤."

선미는 오늘 폭주 기관차처럼 달렸다. 마지막에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달리고 싶은 철마처럼 북한을 넘어갔을 거다.

"오늘 기분 좋나 봐? 엄청 많이 먹고?"

"응! 나 기분 너무 좋아! 그런데 졸료..."

"먼저 들어가서 자. 나도 잠 와 죽겠어."

그럴 만도 하다. 둘이서 아침부터 장보고 준비한다고 바빴다.

"나 자러 갈 거다~"

"데려다줄까?"

"나는 자러 갈 거래도!"

네. 여기는 이 구역의 미친년이 5분 간격으로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장소입니다. 방금 전에도 한 명이 튀어나왔는데요, 제가 재우고 오겠습니다.

나는 선미에게 어깨동무하고 아무도 없는 방으로 끌고 갔다.

- 뭐 하려고?

아닌데요. 아무것도 안 할건데요?

진심이다. 내가 무슨 발정맨도 아니고. 오늘 막대기는 조선 시대 장영실처럼 조신하다.

선미를 재운 나는 다시 천막 건물로 돌아왔다.

"현찬 오빠 왔다!"

"선배님. 헤헤헤헤~~"

"킥킥. 선배~~"

현아, 진희 세연이는 글라스에 뭔가를 말고 있다.

"너희 뭐 하고 있어?"

세연이가 글라스를 내 얼굴에 들이민다.

"선배! 도망갔으니깐 벌주예요!"

"이게 뭔데?"

"소백산맥요! 소주! 백세주! 산사춘! 맥주!"

"우리 산사춘은 없는데?"

옆에 있던 진희가 배시시 웃으면서 뭔가를 마신다.

"그래서 주스 넣었어요!"

너는 주스 먹고 나는 죽인 다음에 조스 먹이로 보낼 생각이냐?

"얘들아 일단 진정하자."

말이 통할 리가 없지... 세 명은 나에게 매달린다. 왼쪽 팔에는 진희의 가슴이, 오른쪽 팔에는 세연이의 가슴이 느껴진다.

"오빠 아~~"

현아가 글라스를 내 입에 붙인다.

하.. 진짜... 나는 파블로프의 개인가 보다. 종소리가 들리면 침을 흘리는 개처럼 가슴이 느껴지자 입이 벌어진다.

꿀꺽 꿀걱.

정체불명의 폭탄주가 입에 들어온다. 깔끔하게 원샷하고 빈 잔을 들었다.

모두가 나에게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나는 근엄한 자세로 모두에게 말했다.

"선배는 여기까지다. 이만."

그리고 도망 나왔다.

마지막 폭탄주가 크리티컬 대미지를 터트렸다.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짱구의 하루처럼 어지럽다. 자야겠다.

어딘지 모를 방에 들어왔다. 겨우 이불을 덮고 옆으로 누웠다.

그러자 데자뷔 같은 느낌이 난다.

꿈인가? 일학년 때로 돌아온 건가? 내 옆에 선미가 천장을 보고 자고 있다. 이불은 어느새 내려와 무릎에 걸려있다.

사락.

나는 이불을 목 까지 덮어줬다.

옛날의 나였으면 선미를 건드렸을 거다. 일 년 전의 나는 철없고 섹스에 미친 놈이었으니깐.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내가 섹스를 지배할지언정 섹스에 지배되지 않는다.

"오늘 수고했어. 잘자."

선미를 향해 말 한마디를 하고 옆에 누웠다.

피곤하다. 그래도 재밌고 보람찬 하루였다.

사랍. 사랍.

한 시간 잤나? 아니면 두 시간 정도 잤나?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선미가 잠시 깼나 보다. 어딘가 갔다가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옆에 눕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갔다 왔겠지 뭐. 졸려서 눈 뜨기도 귀찮다.

스윽.

그런데? 내 바지 위에 따뜻한 손이 올라왔다.

설마?

조금 있자 옷 속으로 손이 쑥 들어오더니 내 막대기를 잡았다.

이 손의 느낌은? 확실하다. 이선미다.

이... 이것은? 말로만 듣던 정조 역전 세계인가?

- 히토미 꺼라.

네.

< 엠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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