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 대회 >
본격적으로 과티 패션쇼를 준비해 보자.
총인원은 누나와 나까지 합쳐서 열한 명이다.
이 인원으로 춤을 맞출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남자 여자 따로 춤추는 게 썩 매력적이지 않을 거 같다.
더 좋은 게 없을까? 그때 내 머리가 번뜩였다.
"누나 우리 작전 바꿀래요?"
"이제 와서? 너 여장하고 엉덩이 흔들기 싫어서 그러지?"
서영 누나의 말에 농구대잔치 멤버들이 부엉이 눈으로 나를 본다.
미안. 우리 엉덩이 흔들어야 해.
"아니요. 엉덩이 흔들어도 별 상관없어요. 다만 춤추려고 하니깐, 작년에 했던 거 또 우려먹는 기분이 들어서요. 올해는 새로운 거 하죠."
"새로운 거? 좋은 생각 있어?"
"치어리딩 어때요?"
서영 누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반대로 후배들의 눈에는 설렘이 깃든다.
치어리딩이 댄스보다는 부담감이 적을 거다. 열 명이 한꺼번에 하니 실수해도 티가 덜 난다.
"그러자."
서영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꺄~~!! 정말요?"
이현아가 신나서 방방 뛴다. 진희도 손뼉을 치는 게 하고 싶나 보다.
"누나. 그런데 할 줄 알아요?"
"고등학교 때 했었어. 조금 생각해보면 떠오를 거 같아. 노래는 뭐로 할 거야?"
"노래는 하나밖에 없죠. 마왕 형님의 그대에게 해야죠."
"마왕 형님이 누구야? 그대에게면 그 노래 맞지?"
"네 맞아요. 그대에게는 하나뿐이죠. 혹시 음악 있어요?"
"있을 거야. 잠시만."
서영 누나가 한쪽에 있는 스피커에 노래를 틀었다.
-오우예~~ 오오오오~~ 빠바바밤! 숨 가쁘게 ~
형 잘 지내시죠? 언제 들어도 심장을 뛰게 하는 노래예요.
"잠시만, 나 기억나는지 한 번 해볼게."
노래에 맞춰 누나가 치어리딩 안무를 한다. 팔을 시원하게 뻗고 돌리고, 다리를 앉았다 일어선다.
처음에는 몇 번 멈칫하더니, 두 번째 노래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췄다.
"다행히 몸이 기억하고 있네. 이걸로 하자.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치어리딩은 손발 맞추려면 정말 죽으라고 연습해야 해. 거울도 있어야 하고. 연습실이 있으면 좋은데, 용인은 가기 멀잖아."
그렇지. 무엇보다 거울이 꼭 필요하다.
인원수가 열 명이나 되니, 까딱하면 동선 꼬여서 넘어진다.
연습실이라, 연습실이라. 아!
"내가 구할 수 있어요."
"어떻게? 너 또 돈 써서 빌리려고?"
"에이~ 내가 무슨 부잣집 아들내미도 아니고. 돈 많이 없어요.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요."
나는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를 하나 물었다.
돈을 왜 써? 빌려준 돈 이자 받으면 되는데. 그러고 보니 반기마다 한 번씩 전화하는 거 같네.
은미의 사장님인 박인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민현찬 씨 오래간만이네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잘 계셨죠? 다름이 아니라, 그 연영과에 친구분이 교수님이죠?"
- 알면서 물어보네요. 왜요? 또 부탁할 거 있어요.
"네. 간단한 거예요."
연습실 좀 빌려 오세요. 라는 말을 부드럽게 돌려 말했다.
*
하루가 지났다.
어제 연영과에 민폐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박인혜한테 전화해 연영과 학생이 쓴다면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조금 기다리자 박인혜에게 전화가 왔는데, 다행히 일주일 동안은 우리가 써도 된단다.
나는 지금 연영과 건물 앞에 열쇠를 받기 위해 서 있다. 5분쯤 지나자 건물에서 연영과 학회장이 웃으며 나온다.
불안하게 왜 웃고 있니?
"안녕 현찬아."
"안녕하세요."
나는 어색한데, 쟤는 안 어색하네.
"자! 여기 연습실 열쇠. 나한테 말하지. 내가 빌려줬을 건데. 우리 선배들 지금 졸업작품 극본 적고 있어서 연습실 안 쓰거든. 보름만 늦었어도 안 됐을 거야."
"아. 다행이네요. 잘 쓸게요. 주의 사항 같은 거 있어요?"
"그냥 깨끗하게만 써. 안에 냄새 안 빠지니깐, 음식은 꼭 밖에서 먹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인사하자 연영과 학회장이 같이 웃는다.
뭐 인마. 예전에 혜민이 가운데 두고 티격태격한 거 기억 안 나? 웃는 얼굴에 방심하지 말자.
"현찬아. 예전에 미안했다."
"네?"
"왜, 우리 술집 앞에서 이혜민 때문에 싸운 날 있잖아. 네 친구인 줄 알았으면 안 건드렸을 거야. 그날은 술도 취했고. 미안해."
이걸 사과하네? 강날두는 반만 배워라.
혹시 여자만 없으면 괜찮은 형, 뭐 그런 스타일인가? 아니면 교수님 권력 때문인가?
여튼 얼굴에 사심 없이 사과한다. 나도 받아주자.
"아니에요. 저도 굳이 교수님에게 연락할 필요는 없었는데, 죄송해요."
"그러면 우리 농구 동아리 들어올래?"
개뿔. 그냥 농덕이네.
"고민해 볼게요."
"꼭 와! 우리 지금 전력 필요해!"
"알겠어요! 다음에 갈게요."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연영과 학회장이 계속 농구를 외친다.
그건 다음에 하고요. 패션쇼부터 합시다.
*
저녁에 연영과 연습실에 모두 모였다.
연습실은 스무 명이 서도 남을 정도로 크고, 한쪽 벽면이 유리로 되어있다. 우리 학교 돈도 많아.
지금 우리는 나와 서영 누나가 같이 서 있고, 남은 사람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누나 안무 짜왔어요?"
"응. 최대한 간단하게 짜왔어. 동작만 신경 써서 크게 크게 하면 돼. 일단 전체적으로 한 번 보여줄게. 현찬아 보고 바로 배워"
"알았어요."
서영 누나가 안무를 시작한다. 어디 한번 보자.
확실히 단조롭다. 대신 팔을 쫙쫙 뻗어서 역동적이다.
안무를 마친 누나는 숨을 헐떡이며 나를 바라본다.
"어때? 다 외웠어?"
내 옆에 있던 진희가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말한다.
"에이~ 아무리 선배라도 이건 다 못 외우죠."
"네. 다 외웠어요."
"...선배! 다 외웠어요?"
아이고. 귀청 떨어지겠다. 진희가 나를 귀신 보듯이 본다.
"그럼. 진희야 내기할래? 선배가 다 외웠으면 뭐 해줄래?"
"네? 음..."
"진희야. 현찬이랑 내기 하지 마. 너 큰일 나."
거. 서영 누나. 이렇게 훼방 놓기 있습니까? 아차차. 진희 배 아프지. 정신 차리자.
고민하는 진희의 머리를 쓰다듬자 배시시 웃는다.
"헤헤헤. 제가 노래 불러 드릴게요."
"그래? 알겠어. 다 외운 거 보여줄게."
나와 누나는 다섯 걸음 정도 떨어져서 나란히 섰다.
내 쪽에는 진희와 농구대잔치 멤버 3명과 수연이라는 후배가 있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 누구니? 얼굴이 낯설다.
다들 오래간만에 과 행사에 참여했나 보다.
"자 시작하자."
연습실에 '그대에게'가 흘러나온다. 나는 서영 누나와 한 치의 오차도 없게 움직였다.
그러자 모든 후배가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너희 과대 이 정도 되는 사람이야.
한 번 보여주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습에 돌입했다.
*
"헉..헉... 진희야 괜찮아?"
"아...하.. 선배... 네... 괜찮아요."
모두 다 땀에 범벅된 채 연습실 바닥에 앉아있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하나가 되어서 같이하자 아사리판이 되었다. 동작은 맞는데, 동선이나 위치가 계속 어긋난다.
자유도가 있었던 댄스와는 다르게 치어리딩은 한팀이 각이 잡혀야 한다. 방법은 끝없는 연습뿐이구나. 무한도전에서 발에 물집 잡혀가면서 연습한 이유를 알겠다.
"누나. 이거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네요."
"그렇지. 나도 고등학교 때 했었는데, 정말 힘들었어. 그래도 다 같이 모여서 하니깐 재밌다."
그 말은 맞다. 모든 후배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나는 벌렁 누워있는 현아에게 이온 음료를 굴렸다. 빙그르르 굴러가던 음료는 현아 머리에 부딪히고 멈췄다.
"현아야 할 만해?"
"오빠. 나 죽었어요."
"진희야 현아 묻어 버려라."
"네. 선배. 에잇!"
"꺄! 진희야 하지 마! 너 요즘 나 괴롭힌다?"
진희가 누워있는 현아 배를 간지럽힌다. 나도! 나도!
아차차. 착한 생각~
몇 번 장난 치더니 진희는 갑자기 인상을 쓰고 자기 배를 만진다. 오늘만 해도 몇 번째다. 아무래도 배가 많이 아픈가 보다.
"진희야 괜찮아?"
"네. 선배~ 나 화장실 좀 같이 가줘요."
"귀신 나올까 봐 그래? 귀신 너 안 잡아간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팔을 잡고 끈다.
"에이~ 같이 가줘요."
"그래. 알겠어. 누나 조금만 쉬었다 하죠."
"그러자."
서영 누나는 발라당 누워서 손만 휙휙 젖는다.
우리는 연습실을 나왔다. 진희는 화장실을 갔다 오더니 내 팔을 잡고 밖으로 끈다.
"선배~ 담배 피우고 싶죠?"
"어떻게 알았어?"
"쟤가 딱 눈치채고 선배한테 나오자고 한 거예요. 잘했죠?"
우리 진희 많이 컸네. 둘이서 건물을 나왔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우리 땀을 차갑게 식혀준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 담배를 하나 물고, 진희를 봤다.
"배 많이 아파?"
그러자 진희는 총총걸음으로 내 옆에 와서 섰다.
"어떻게 알았어요?"
"선배는 항상 너만 보잖아."
"헤헤헤. 감사합니다~ 으~ 담배 냄새! 담배 좀 끊으세요."
"멀리 가 있어. 선배 빨리 피울게."
"괜찮아요. 옆에 있을래요."
갑자기 매미처럼 나에게 찰싹 달라붙는다.
"선배 잡고 있으니깐 덜 아픈 거 같아요."
"반 자른다는 소리는 하지 마라."
"헤헤헤. 들었구나. 여기 잘라야지."
내 팔을 자기 가슴에 파묻고 부비부비한다.
"거기 자르면 안 돼."
"왜요?"
"못 만지잖아."
"만지고 싶어요?"
진희는 빙긋 웃으며 나를 본다. 너 많이 변했구나.
나는 그냥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줬다.
"됐습니다. 꼬맹이님."
"그래도 이렇게 선배 안고 있으니깐 정말 덜 아파요."
"다행이야. 아프면 무리하지 마."
"제가 또 은근히 독하잖아요. 이 악물고 할 거예요. 저 지금 기분 너무 좋아요."
"왜? 선배가 옆에 있어서?"
"아니요~ 그냥 뭔가 그런 느낌이 들어요. 나중에 오늘을 그리워할 거 같아요. 나뿐만 아니라 오늘 온 애들도 마찬가질 걸요?"
농구대잔치와 수연이?
"아까 선배가 서영 언니랑 잠시 나갔을 때 우리끼리 이야기했거든요. 다들 선배가 우리 선배여서 너무 좋대요. 남자애들은 여장해도 왠지 재밌었을 거 같다면서 자기들끼리 신났어요."
그렇단 말이야? 그냥 확 여장시켜 버려?
그런데? 나랑 같이 과 생활도 별로 안 한 후배들인데, 왜 나를 좋게 평가하지?
칭찬은 직접 들어야 기분 좋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그래? 신기하네. 이제 들어가자."
"으~ 담배 냄새! 담배 좀 끊어요."
진희는 내 팔을 팡팡 치고 먼저 들어갔다.
*
다시 연습했다. 시간은 어느덧 밤 아홉 시다. 갑자기 연습실 문이 열리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치킨 배달 왔습니다. 이 새끼야!"
"햄! 치킨 사 왔습니다!"
선미가 한 손에 치킨 한 마리를 들고 있고, 덤성이는 어떻게 들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많은 치킨을 들고 있다.
캬! 냄새 죽인다. 셋이 먹다 하나가 치킨이 되어도 모르는 우리 학교 명물 치킨이다.
"선미 선배!"
"덤성아!"
후배들은 신나서 달려가더니 치킨을 뺏는다.
너희들 배고팠구나.
"애들아. 연영과 학회장이 밖에서 먹으라고 했어. 나가서 먹자."
건물을 나가자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두 개 연결되어 있다.
몇 명은 앉고 몇 명은 일어선 채, 테이블 가운데에 치킨을 뜯어서 올렸다.
"어서 먹자!"
머뭇거리면서 나를 보길래 서둘러 먹으라고 재촉했다.
너희들 이렇게 나를 꼰대 만들기니?
다들 며칠 굶은 사람처럼 치킨을 먹는다. 나는 농구 대잔치 멤버인 찬영이에게 콜라를 따라줬다.
"맛있어?"
"예! 형. 맛있어요."
"하나만 물어보자. 너희 아까 내 얘기했다면서?"
닭 다리를 든 찬영이 표정이 굳었다. 너, 내 욕했어?
"긴장하지 마. 좋은 쪽으로 말야. 좋은 쪽."
"아! 네. 형이랑 같이 있으면 재밌다고 말했어요. 오티도 정말 재밌었거든요. 사실 형한테는 미안한데, 저 축제는 안 했거든요. 나중에 이야기 듣고 할 걸 하고 정말 후회 많이 했어요."
옆에 있던 덤성이가 찬영이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니는 내가 그리하자고 해도 안 하더만."
"야! 이번에는 네가 다쳐서 빠졌잖아. 그리고 지금 형이랑 이야기하는 거 안 보여?"
둘이서 티격태격한다. 찬영이는 덤성이를 제압하더니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농구 할 때도 정말 재밌었어요. 형이 유니폼 갈아입고 딱 경기장에 들어오는데, 뭔가 사기가 오르는 기분이라고 할까? 이길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그래서 패션쇼도 덤성이가 하자고 꼬실 때 바로 한다고 말했어요. 지금도 재밌어요. 이렇게 치킨도 먹을 수 있잖아요."
"너 솔직히 말해. 형이 치킨이야?"
"아. 치킨이겠죠?"
찬영이가 나를 보며 씩 웃는다. 덤성이는 또 헤드락을 걸었다.
"야! 치킨 내가 사 온 거다. 니는 내한테 고마워해라."
"돈은 현찬이 형이 냈잖아."
"선미 선배가 계산했는데. 선미 선배 맞죠?"
선미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동기들이 너 놀리는 이유를 알겠다. 현찬이 카드야."
"그래요?"
벙찌는 덤성이를 보고 열댓 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웃었다.
진희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나를 보고, 선미는 엄지를 들어준다.
내 재밌자고 한 건데 후배들도 이렇게 신났구나.
나 혼자 지냈던 전생과 다르게, 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기분 좋다.
나는 이번에는 수연이란 후배를 봤다.
"수연아 너도 재밌어?"
"내. 선배님 재밌어요. 현아가 가자고 해서 왔는데, 잘 온 거 같아요."
"그래? 이거는 재밌는 것도 아니야. 중간고사 끝나고 엠티가자. 그때, 진짜 재밌는 게 뭔지 보여줄게."
"정말요? 꼭 갈게요 선배!"
이제 2학년도 얼마 안 남았다. 남은 기간 신나게 놀자.
치킨을 다 먹은 우리는 깨끗하게 치웠다. 남의 과니깐 조심 또 조심하자.
이제 어느덧 열 시다. 나는 모두를 보고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끝. 다들 집에 갑시다! 첫날에 무리하면 내일 쓰러질 수도 있어요."
그러자 갑자기 누가 내 머리카락을 잡았다. 이선미다.
"야! 구경시켜준다고 닭 사서 오라면서! 춤 추는 거 보지도 못했어."
"내일 또 닭 사 오면 제대로 보여줄게. 악! 야! 머리 뜯지 마라."
"머리 뜯는 거 아닌데? 닭 튀기기 전에 털 뽑는 거 몰라? 다 뽑아줄게. 잘 자고 있는데 전화해서 치어리딩 멋있게 됐다고 부르더니 뭐? 내일 또 오라고? 너 오늘 죽자."
이선미가 나를 닭 잡듯이 잡는다. 그 모습을 보고 후배들이 웃는다.
모두가 집에 가서 조용해진 학교에 우리만 웃고 있다.
*
진희가 조그마한 상자를 들고 과방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는 뒤 따라 엠프를 들고 들어갔다.
"겨우 도착했다. 아고고 힘들어."
"진희야 수고했어."
과방에 나와 진희만 올라왔다. 남은 사람들은 연영과 연습실을 정리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털썩 과방 소파에 앉자, 진희가 옆에 앉더니 인상을 쓰고 배를 만진다.
"많이 아파?"
"네? 괜찮아요."
"좀 누워있어."
"그래도 돼요?"
"응 조금만 쉬었다 가자."
진희가 내 다리를 베개 삼아 눕는다. 이렇게 누우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아. 누우니깐 덜 아파요."
"너도 대단하다. 그냥 힘들면 쉬지."
"헤헤헤. 그건 싫어요. 오래간만에 선배랑 있잖아요. 나 배 만져줘요."
내 손을 잡고 자기 배 위에 올렸다.
< 체육 대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