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98화 (98/295)

< 해외 여행 >

우리는 11시쯤 클럽으로 갔다. 밥 먹고 바로 가니 사람이 없었다.

가기 전에 술도 한잔했다. 흐리멍덩한 정신까지, 클럽에서 놀기 위한 모든 게 갖춰졌다.

지금 우리는 발리의 한 클럽 입구 앞에 서 있다.

선미와 혜민이는 막상 클럽 앞에 도착하자 긴장했다.

나는 긴장한 혜민이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이혜민. 한국에서도 클럽 안가면서 왜 가자는 거야? 막상 들어가려니 무섭지?"

"한국 아니니깐 가려는 거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가 보겠어? 아씨 그런데 가려니깐 무섭다."

"뭐 별일 있겠어. 가 보고 아니면 나오자. 선미 너도 긴장 했나 봐?"

"어? 어. 나 외국 살 때도 클럽은 한 번도 안 가봤어. 우리 그냥 돌아가자."

"돌아가긴 뭘 돌아가. 들어가 보자."

나는 도망 못 가게 세 사람을 뒤에서 안고 클럽으로 밀었다.

현란한 조명이 쏟아 내린다.

발리의 클럽은 가운데는 스테이지가 있고, 앞쪽에는 한 단 높은 DJ 석이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바가, 다른 쪽에는 사람이 앉아 쉴 수 있도록 소파가 있다. 곳곳에는 봉춤을 출 수 있도록 기다란 봉도 서 있다.

봉만 빼면 초기 홍대 클럽과 비슷하다.

- 너 초기 홍대 클럽 가봤어?

네. 박호빈하고 갔었는데요? 둘이서 멀뚱히 있다가 왔어요.

- ...여기서라도 재밌게 놀아라.

호구신의 말이 끝나자, 선미가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내 귀에 입을 대고 말했다.

"여기 외국인들 엄청 많아!"

"응. 한국 사람, 아니 동양인은 우리밖에 없어."

클럽에 오자 외국에 온 기분이 확 든다. 클럽 안은 대부분이 서양 사람이다. 의외로 여자도 많다. 다들 여행 왔다가 즐기러 온 듯하다. 대부분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음악을 즐긴다.

이 느낌 좋다. 에너지 넘친다. 게다가 우리만 동양인이어서 특별한 존재가 된 기분이다.

그런 분위기에 혜민이와 선미도 두려움은 날아가고 들떴다.

우리는 바에 가서 칵테일을 시켰다. 칵테일을 마시면서 몸을 흔들거리자 선미가 나를 보며 웃는다.

"야! 너 신났다!"

"여기 분위기 좋다. 노래도 너무 좋아."

"괜찮네. 어? 야! 나 이 노래 알아!"

DMX의 PARTY UP이 클럽에서 흘러나왔다. 혜민이가 선미 손을 잡았다.

"선미야! 나가자!"

"응. 같이 가자."

두 사람은 중앙 스테이지에 가서 신나게 춤을 춘다.

저럴 때 보면 21살의 철없는 여대생들이란 말야.

나는 은미 귀에 대고 말했다.

"우리도 나가자."

"응? 아. 나는 여기 있을래. 처음 와봐서 못 하겠어."

"나도 처음이야. 우리 같이 가자~"

"헤헤. 알겠어."

은미 손을 잡고 스테이지로 왔다.

스테이지에는 많은 사람이 어깨를 흔들고 있다. 우리 둘은 그런 사람들 사이에 마주 보고 섰다.

- 가고매미 유마마! 업인 히~ 업인 히~

클럽 춤은 잘 출 필요 없다. 리듬에 몸을 맡기면 된다.

손을 살짝 들고 흔들면서 업인 히~ 할 때 손가락을 하늘로 찔렀다.

웃긴 동작이지만, 뭐 어때? 아는 사람도 없는데.

은미는 손뼉을 치며 웃더니, 나에게 안겨 귓속말했다.

"하하. 너 뭐야!"

"왜 재밌잖아. 같이 추자."

우리는 같이 춤췄다. 업인 히~ 할 때 같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노래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조금 느린 템포의 음악이 나왔다.

흐느적거리며 춤추는 은미를 뒤돌려 세운 후, 허리를 잡고 몸을 붙인 채 슬쩍슬쩍 움직였다.

은미는 내 손을 잡고 슬쩍 움직인다.

처음 해보는 부비부비. 은미랑 해서 더 재밌다.

다시 서너 곡 정도 빠른 노래가 나왔다. 우리는 신나게 고속도로 춤을 췄다.

한국이었으면 남 눈치 본다고 못 췄을 건데, 해외여서 그런지 막 춰진다.

은미는 신난 얼굴로 나에게 안긴다.

"아하하하. 재밌어!"

"나도. 우리 한잔 마시고 오자."

"응. 선미랑 혜민이는 어딨지?"

"글쎄? 어 저기 있는데... 누구랑 있는 거야?

선미와 혜민이는 서양인과 이야기 하고 있다.

저것들 벌써 양놈들이랑 이야기하다니! 나와 은미는 서둘러 두 사람에게 갔다.

"선미야. 너희 뭐해? 누구야?"

"응? 아. 호주에서 여행 온 커플이래."

커플? 자세히 보니 20대의 어린 서양 남자 두 명과 여자 두 명이 웃고 있다.

서양 남자가 나에게 와서 뭐라고 한다. 못 알아듣자 선미가 통역을 해준다.

"어디서 왔냐는데?"

"위 아 코리아."

"미친놈아. 우리가 한국이야?"

그래. 나 영어 못한다 왜?

서양 남자는 내 콩글리시를 알아들었는지 되물었다.

"사우스 오알 노스?"

"노스!"

"노스! 리얼리?"

"예스! 위아 프롬 노스!"

다들 놀란다. 이선미는 깔깔 웃더니 외국인들에게 사우스 코리아라고 말했다. 몇 마디를 더 나누더니 나를 본다.

"선미야 뭐래?"

"같이 놀재. 너랑 은미 보고 온 거야."

"나랑 은미?"

"여기서 너희 둘이 제일 신났어. 사람들 너희만 봐."

동양인 둘이서 미친년, 미친놈처럼 춤춰서 그런가?

그래! 외국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서 노는 것, 이게 또 하나의 재미다. 나이대도 우리랑 비슷해 보인다. 주위에 있는 아저씨들이랑은 사뭇 다르다. 얘네들도 비슷한 나이 때가 반가운가 보다.

"헤이. 조인 투게더. 조인 투게더."

"왓? 아! 오케이 오케이."

"저스트 모먼트."

나의 콩글리쉬에 선미, 은미, 혜민이가 부끄러워한다.

야! 언어 중에서 제일 좋은 건 바디랭귀지야.

바에 가서 맥주 7병을 샀다. 그리고 한 명씩 나눠 줬다.

"디스 이즈 코리안스타일. 기프트! 기프트!"

이선미는 통역해주고 혜민이와 은미는 이제는 고개를 돌린다.

호주 친구들은 웃더니 맥주를 한 병씩 받았다.

영어 못해도 인종 차별 안 하다니, 착한 놈들이네. 같이 놀자.

"헤이. 투게더. 투게더. 라운드. 라운드."

"야이! 미친놈아 그만해!"

"왜 선미야 다 알아듣잖아."

맥주를 따고 우리는 둥글게 섰다. 7개의 맥주병이 가운데 모였다. 나는 호주 남자 두 명을 보고 말했다.

"헤이 원샷! 온리 원샷."

"오케이. 오케이."

"쓰리, 투, 원 파티 타임!"

맥주병 7개가 부딪혔다. 남자 세 명은 시원하게 맥주를 원샷했다.

자. 이제 놀아보자!"

호주 남자 2명과 나는 미쳤다. 우리는 미친놈들처럼 스테이지에서 춤췄다.

선미와 호주 여자 한 명은 춤추다가 지쳐서 한쪽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남은 여자 세 명은 우리와 같이 춤추고 있다.

술도 많이 마셨다. 오죽하면 잭 스패로우가 보인다.

어? 나는 앞에서 춤추는 은미 등을 두드렸다.

"은미야. 잭 스패로우야!"

"어? 진짜다. 이벤트 하나 봐!"

DJ 석 근처에 잭 스패로우 분장을 한 사람이 돌아다닌다.

나는 옆에 있던 호주 친구 팔을 치고 잭 스패로우를 가리켰다.

"헤이! 잭 스패로우!"

"오! 헤이! 헤이!"

우리는 잭 스패로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잭 스패로우는 우리를 발견하더니 손을 저으며 자기 쪽으로 오라고 한다. 호주 남자 두 명과 신나서 달려가자 내 머리를 잡는다.

인종 차별인가? 아니구나.

한 손에서 술병을 들더니 입에 붓는다.

"왓!"

독하다. 독한 술이 내 목을 타고 내려간다. 호주 남자 두 명도 같이 마셨다. 잭 스패로우는 인상 쓰는 우리를 보며 웃더니 엄지를 들어준다.

망할 놈. 덕분에 한계선이 무너졌다.

우리는 쉬고 있던 선미와 호주 여자도 같이 불렀다.

남자들 세 명은 나란히 서서 이상한 춤을 맞춰서 췄고, 여자들 다섯 명은 그런 우리를 보며 어이없어하면서 같이 춤췄다.

그때 갑자기 화려한 조명이 터졌다. 요란한 소리가 나오더니 수영복만 입은 누나들이 나왔다.

그리고 봉이 있는 곳에 올라갔다.

"와!"

사람들의 환호가 폭발한다. 특히 나와 호주 남자 두 명은 어깨동무하고 환호했다.

여자 댄서들은 봉에 등을 기대고 웨이브를 한다.

우리 세 명은 유비, 관우, 장비가 되어서 그 사람들 앞에서 춤췄다.

한동안 화려한 무대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 댄서 한 명이 내 옆으로 내려왔다.

설마? 나는 여기서도 인정받는 건가?

아니구나. 댄서는 은미 손을 잡고 무대로 당겼다. 은미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본다.

은미야. 이것도 다 추억이야. 우리는 은미 이름을 환호했다.

"은미! 은미! 은미!"

"야! 너희들 하지 마!"

"른뮈! 른뮈! 른뮈!"

호주 친구들도 환호한다.

"아 진짜."

은미는 마지못해 봉이 있는 조그마한 무대 위에 올라갔다.

은미가 춤을 추자 게이트가 열렸다.

짧은 원피스를 입은 은미가 살랑 움직일 때마다 사람들이 열광한다. 그래, 연예인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춤을 추는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은미는 갑자기 내려오더니 내 손을 잡고 봉이 있는 무대로 끌고 올라간다.

"현찬아 너도 올라와!"

"어? 나도?"

"어서!"

나도 무대 위에 올라왔다. 나, 은미, 여자 댄서가 올라서니 무대는 꽉 찬다. 그래. 어차피 유튜브도 퍼지지 않은 시대다. 크레이지 코리안이라고 동영상이 올라올 일도 없다.

비키니를 입은 여자 댄서와 은미가 나를 가운데 놓고 춤춘다. 부끄러운 척 가만히 있자 호주 친구 두 명이 야유한다.

한 번 보여줘야겠네.

나는 여자 두 명의 허리를 살짝 감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웨이브에 맞춰서 같이 움직였다.

- 와!

- 웁스!

- 소! 크래이지!

소가 미쳤다고? 그래! 더 미쳐보자. 그대로 웃통을 벗었다.

마! 행님 복근 보이나?

보이나 보다. 이선미와 이혜민이 말리러 달려 나오다가 호주 친구들에게 제압당했다.

여자 댄서와 은미가 내 복근을 만지면서 춤을 춘다.

그때 누군가 내 등을 톡톡 두드리더니 머리를 잡았다.

이렇게 가드들에게 끌려가는 건가?

아니다! 잭 스패로우다.

잭 스패로우는 내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젖히더니 또 술을 먹인다. 이거 더 미치라는 말이지?

독한 술이 몸으로 들어오자 진짜 미친놈이 되었다.

봉을 잡고 몸을 꿀렁였다. 다시 무대에는 PARTY UP이 흘러나왔다.

- 가고매미 유마마 업인 히~ 업인 히~

업인 히 할 때 팔을 한 바퀴 돌리고 하늘을 찔렀다. 몇몇 사람들과 호주 친구들이 나와 같이 하늘을 찔러준다. 다른 사람들은 어이없게 보지만, 중요하지 않다. 우리만 재밌으면 됐지 뭐.

한동안 미쳐서 춤췄다. 여자 댄서 뒤에 서서 허리를 쓰다듬었고, 은미 뒤에 서서 가슴을 쓰다듬었다.

노래가 바뀌더니 여자 댄서들이 내려갔다. 나와 은미도 따라서 내려갔다.

스테이지에 내려오자 호주 친구들이 달려와서 내 맨 등을 친다.

"유아 크레이지!"

나는 피식 웃었다.

너희들 강남스타일 있었으면 죽었어.

클럽앞 맥줏집.

우리는 클럽을 나와서 호주 친구들과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러 왔다.

"이 미친놈! 사진 찍었어야 했는데!"

"아 진짜. 학교 친구들에게 다 보여줘야 하는데. 아쉬워."

선미와 혜민이가 나를 보며 깔깔댄다.

"유 굿!"

"땡스. 땡스!"

호주 친구들은 깔깔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린다.

시계를 보니 1시 30분을 조금 넘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선이먀. 이제 돌아가자."

"알았어. 내가 말할게."

선미가 뭐라고 말하자 호주인들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그때 호주 여자아이가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꺼냈다.

선미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내가 먼저 나섰다.

"오케. 포토 찰칵 투게더."

은미, 선미, 혜민은 고개를 돌렸고 호주 친구들은 깔깔 웃는다.

우리는 사진을 두 번 찍고 각자 나눴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로도 사진을 찍은 뒤 이메일도 교환했다.

호주 남자는 마지막으로 나를 안더니 한국 놀러 갈 테니 꼭 클럽에 같이 가자고 했다.

한국 클럽은 오히려 이런 분위기 아니야 인마. 너는 인기 있지 나는 가면 들러리 돼.

우리는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친구들과 헤어졌다.

빌라에 오자 이선미가 웃는다.

"아오! 민현찬. 진짜 미친놈이야."

옆에 있던 혜민이도 환하게 웃는다.

"그래도 정말 재밌었어. 우리 내년에도 여행 가게 계 모임 하나 만들자. 현찬아 어때?"

"콜. 임석훈도 넣어서 내년에 또 가자. 진짜 재밌어."

한동안 우리는 소파에 앉아서 가시지 않는 흥분을 달랬다.

한 시간쯤 지나자 은미가 하품을 한다.

"이제 자자. 벌써 세 시 넘었어. 우리 내일 아침 비행기야."

여자들은 한 명씩 씻으러 들어갔다. 마지막 내 차례에 씻고 나오자 선미와 혜민이는 한 침대에, 은미 혼자 다른 침대에서 잔들어 있다.

나는 은미 옆에 앉았다.

"코...."

새근새근 어린아이처럼 잔다.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소파에 누웠다.

갑작스러운 여행이라 일정이 부족해서 아쉽다. 아니, 모든 게 다 아쉬운 여행이다.

애들아 다음에는 더 길게 여행 가자.

우리는 한국에 돌아왔다. 선미 혜민이를 내려주고 마지막으로 은미를 내려주기 위해 집 앞으로 갔다.

"은미야. 도착했어."

"어? 미안 깜빡 잠들었어."

"괜찮아. 내일부터 바로 나가?"

"응. 싫지만 어쩔 수 없지. 현찬아."

은미는 나에게 안겼다.

"고마워. 행복한 추억을 줘서. 이틀 동안 너무 즐거웠어."

"재밌었다니 다행입니다. 힘든 일 있으면 연락해."

"응. 알겠어. 나 이제 갈게."

은미는 차에서 내렸다.

"이거 그때 사진이잖아."

호주 친구들이 찍어준 폴라로이드 사진을 은미에게 건넸다.

"네가 들고 있어. 우리 보고 싶을 때마다 한 번씩 봐."

"헤헤헤. 알겠어. 고마워 현찬아. 갈게."

은미는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이제 집에 가자.

남은 방학은 조용히 지나갔다. 다들 여행의 피로 때문인지 가끔 만나서 술 한잔 마시는 게 다였다. 이제 방학은 일주일밖에 안 남았다.

게임을 하자. 나는 컴퓨터에서 풋볼 매니지먼트를 켰다.

맨유가 되어서 호날두를 방출시켜야겠다. 넌 뒤졌어.

- 디리리링.

이세연이다. 아! 왜!

"선배!"

"죽었다."

"뭐래. 선배 우편 온 거 없어요?"

"우편? 몰라. 집에서 거의 안 나갔는데. 너 한국 왔어?"

"온 지 좀 됐어요. 담배 사러는 나갔을 거 아니에요?"

"잠시 갔다 왔지. 우편은 왜?"

"어서 가서 확인해 보세요. 끊을게요."

얘는 갑자기 뭔 우편 이야기를 해? 1층에 내려가자 우편이 잔뜩 와있다.

전부 해외에서 보낸 거다. 나는 빌라로 들고 와서 날짜별로 정리했다.

첫 번째 봉투를 뜯었다.

폴라로이드 사진인데, 영국 빅밴을 배경으로 이세연이 웃으며 서 있다. 사진 아래에 네임펜으로 글도 적혀져 있다.

- 영국 빅밴에서. 선배 여기 안 와봤죠?

자랑하냐? 이래서 주소를 불러 달라고 했구나. 두 번째 사진을 뜯었다. 파리 에펠탑에 세연이가 서 있다.

- 파리 에펠탑에서. 선배 여기 안 와봤죠?

이정도면 심령 사진이라는게 학계의 정설인데. 일단 계속 보자.

남은 사진도 똑같다. 스위스 루체른 카펠교, 로마 트레비 분수, 피사의 사탑. 헝가리 국회의사당까지 있다.

여기를 어떻게 다 돌았니?

- 여보세요.

"세연아. 이거 뭐야?"

- 자랑한 건데요?

"고맙다. 너 이거 전부 다 그 나라에서 국제 우편으로 보낸 거야?"

- 네. 유럽 안 가 본 선배는 이런 거 모르잖아요.

"고맙다. 이거 보낸다고 고생했겠다. 그래도 개학하면 자랑한 죄로 죽을 줄 알아."

- 선배 할 말 있어요.

"제사상에 뭐 올려달라고 말하는 거면 들어줄게."

- 참나. 내가 챙겨 줘도 이래.

"뭘 챙겨 줘?"

- 집 앞에 철문 열어보세요. 끊을게요.

현관을 열고 나가자 배전함이 보인다. 열어보자 안에 조그마한 상자가 있다.

상자 안에는 명품 지갑과 쪽지가 들어있었다.

- 기념품이에요.

...이건 좀 고맙네. 돈 많이 썼겠다.

고맙다는 말하려고 전화하니, 이세연은 안 받는다. 츤데레인가?

긴 여름방학이 끝났다. 이제 다음 주면 2학기 시작이다.

학교 가서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 해외 여행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