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여행 >
일주일 뒤. 발리 국제 공항.
"드디어 도착했다!"
"발리 생각보다 멀구나."
"7시간이나 걸렸어."
짧은 반바지에 민소매 티를 입은 선미, 역시 짧은 반바지에 하얀 옷을 입은 이혜민, 그리고 반바지에 셔츠를 입은 나. 우리는 한 손에는 캐리어를, 얼굴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입국 수속을 마친 우리는 은미를 만나기 위해 공항 입구로 갔다.
나는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선미를 봤다.
"은미 아직 일정 소화 중인 거 아니야?"
"아니야. 오늘 자기들 일행 한국 가는 날이라고 했어. 오히려 여기서 두 시간 정도 우리 기다리고 있었을걸? 어? 저기 은미다."
선미의 손끝을 따라가자 짧은 원피스를 입은 은미가 캐리어를 잡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게 보인다.
짧은 원피스는 바람만 불면 팬티가 보일 것 같고, 위에는 커다란 가슴이 원피스를 밀어내고 있다. 한국이 아니라 해외여서 그런지 옷이 도발적이다. 주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흘깃흘깃 쳐다보기까지 한다.
"은미야!"
"어? 애들아! 왔어?"
은미가 웃으면서 우리에게 온다. 나는 손을 넓게 벌려 은미를 맞이했다.
"하은미!"
"은미야!"
그럼 뭐해, 선미와 혜민이가 달려 나가서 은미를 안았다.
혼자 남겨지자 갑자기 임석훈이 그립다.
"너 너무 예쁘다."
"은미씨! 이제 연예인 다 되셨어요!"
"후후. 선미야, 혜민아 고마워. 너희도 예쁘면서. 선미 너도 살 많이 빠졌다. 어? 혜민이 너? 머리했어?"
"응 이번에 기분 내려고 염색하고 잘랐어. 어때?"
"잘 어울려."
저기. 이럴 거면 나는 돌아갈게. 계속 자기들끼리 이야기한다. 나는 선미와 혜민이 캐리어를 발로 차면서 걸어가 세 사람 옆에 섰다. 그제야 은미가 나를 봤다.
"현찬아."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찌른다. 검은 생머리가 내 귀를 간지럽히고 등에는 은미의 손이 올라왔다.
은미는 나를 꽉 안았다.
"은미야?"
나에게서 몸을 때고 환하게 웃는다.
"현찬아! 보고 싶었어. 잘 지냈어?"
"응. 잘 지냈지. 촬영은 어땠어?"
"헤헤헤. 힘들지만 괜찮아."
환하게 웃는 은미는 옛날 그대로다.
선미가 우리 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중에 인사 더 하고 이제 가자. 현찬이가 좋은데 예약했어. 빨리 가고 싶어!"
"진짜?"
촬영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은미는 아이처럼 기뻐한다.
"응. 너희 팀이 묶었던 곳보다 훨씬 좋을 거야. 너도 고생했으니 이 기회에 푹 쉬어."
"와! 고마워 현찬아. 어서 출발하자."
우리는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은미와 혜민이는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고 먼저 탔고, 아직 차에 타지 않은 선미가 내 옆에 섰다.
"은미 아직 너 많이 좋아하나 봐."
"나한테 미안해서 그런 걸 거야. 너 우리 이야기 대충 알잖아."
"그렇지. 그럴 수도 있겠다."
"노는 거에만 집중합시다. 선미씨. 거기 비싸요."
"아고.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선미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됐냐? 만족해?"
"오케이. 만족함. 가자."
우리는 택시를 타고 풀빌라로 이동했다.
*
로비에서 접수하고 안내를 따라 들어가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한쪽에 커다란 풀장이 있고, 옆에는 고급 리조트 같은 본채가 있다.
"꺅! 너무 좋다!"
이혜민이 신난 아이가 되어 뛰어 들어갔다. 은미는 놀라서 입만 벌린다.
"여기 진짜 예쁘다."
"은미 너 이런데 안 와봤어? 촬영 많이 다녔을 거 아냐?"
"나 안 와봤어. 우리 아직은 돈이 별로 안 돼서 평범한 숙소밖에 못 써."
"그래? 훗. 은미님. 제가 쏘는 거니깐 맘 편히 쉬다 가세요."
"헤헤헤. 정말요? 감사합니다. 민현찬님."
우리는 모두 풀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풀빌라는 한 채가 프라이빗으로 독립된 공간으로 되어있다.
침대가 있는 방이 두 개 있는데 그 두 개는 뚫려있고, 거실로도 뚫려있다. 외부와 독립되어 있지만, 내부는 전체가 오픈되어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스파 욕조도 있다. 돈 쓴 보람이 있다.
이혜민은 침대에 몸을 던졌고, 우리는 거실에 소파에 앉았다. 나는 음료수를 마시며 은미에게 물었다.
"오늘 우리 일정 어떻게 돼?"
"일단 우리 해변에 가자."
"해변?"
"발리 왔으니 해변은 봐야지. 다들 수영복 챙겨 왔지? 어서 갈아입고 가자."
"그러자. 너희 어서 수영복 갈아입어."
선미의 은미의 눈이 나에게 날카롭게 날아온다.
"야! 네가 비켜줘야지 갈아입지."
"선미야. 눈 감고 있을 게."
"눈 뽑아 버린다."
"나 못 믿어? 농담이고. 비켜줄 테니까 어서 갈아입어."
나는 침대에 갔다. 침대에 누운 이혜민 발목을 잡고 흔들었다.
"아~ 아~ 왜~ 왜!"
"여성분들 옷 갈아입으셔야 합니다. 저 이불 덮고 있을 테니깐 어서 갈아입으세요."
"벌써? 알았어."
혜민이는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내 배를 툭툭 쳤다.
"오! 복근 있어 민현찬 씨."
"너희 갈아입으면 보여줄게."
"웃기네. 너 우리 갈아입는 거 보면 죽일 거야."
"볼 것도 없으면서. 악!!!"
짝!
이혜민의 등짝 스매싱, 아프다.
나는 침대 위에 등 돌리고 앉은 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었다.
"안 보이니깐 갈아 입어."
"알았어."
딸각. 찰깍
캐리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후후. 순순히 침대에 앉은 이유가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다. 이러면 적어도 소리는 들을 수 있다.
- 변태냐?
지적 호기심이라고 해두죠.
- 고개를 조금만 왼쪽으로 돌려봐
왼쪽으로.. 헉!
거울이 있다. 침대 떡상이다.
거울에 이혜민 옆모습이 비친다. 혜민이가 상의를 위로 올려서 벗자 하얀 브래지어에 감싸인 D컵 가슴이 출렁였다. 바지를 내리자 검은색 얇은 팬티가 보였고, 손을 뒤로 뻗어서 브래지어를 풀자 맨 가슴과 핑크빛 유두가 나타났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혜민은 팬티를 잡고 벗더니, 몸을 돌리고 숙여서 무언가를 찾았다. 나는 그 시간 동안 혜민이의 맨 엉덩이와 계곡을 계속 봤다. 조금 있자 비키니 수영복을 꺼내더니 천천히 입었다.
여기 명당이다.
헉! 이번에는 속옷만 입은 은미가 나타났다. 거울에는 속옷을 입은 은미의 뒷모습이 보인다. 운동 정말 많이 했구나. 허리는 기립근이 서 있을 정도로 탄탄하고, 엉덩이는 젤리처럼 딴딴하다. 팬티는 얼핏 보면 티 팬티 같아서 엉덩이가 다 보인다.
혜민이와 은미가 사라지더니 거울에 선미가 나왔다. 밑에는 수영복을 입고 위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선미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좌우로 몸을 돌렸다. 한번 돌릴 때마다 B컵 가슴이 출렁였다.
선미는 몸을 숙여서 캐리어를 뒤지더니 스포츠웨어 같은 수영복을 꺼내 입었다. 그때 팬티만 입은 은미가 나타나서 선미 수영복 상의를 잡고 위아래로 당겼다. 당길 때마다 하얀 은미의 가슴이 출렁인다.
그것을 끝으로 거울에서 세 사람은 사라졌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지만,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후~~~"
깊은 한숨이 나오는 멋진 승부다.
"현찬아!"
"악! 깜짝이야!"
이선미 목소리다.
"너 왜 그렇게 놀라? 훔쳐보기라도 했어?"
"어? 아니야. 아니거든! 다 갈아입었어?"
"응. 이제 나와도 돼."
침대에서 이불을 걷고 몸을 돌렸다. 수영복을 입은 세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위에는 가디건과 바람막이 잠바 같은 걸, 아래에는 얇은 면바지를 입고 있다.
얘네들은 상도덕이 없어.
"너희 수영복 갈아입는다고 안 했어?"
이혜민이 웃으며 나를 본다.
"민현찬 씨~ 기대하셨나 봐요? 우리 안에 입었어. 비키니만 입고 갈 수는 없잖아."
"해외인데 뭐 어때. 아는 사람 있는 것도 아니고. 비키니만 입고 가."
은미가 해맑게 웃으며 내 팔을 꼬집는다.
"너 왜 이리 음흉해졌어! 임석훈이랑 그만 놀아! 어서 갈아입고 가자."
은미야. 나 옛날보다 많이 음흉해 졌어.
나는 화장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왔다.
세 명의 여자들 눈이 내 복근에 쏠린다. 특히 은미가 내 옆에 오더니 손을 펴서 배를 만졌다.
"현찬아 배에 복근 생겼어. 옛날에는 없었잖아. 단단한 거 봐."
"운동 열심히 했거든. 어때? 멋있지?"
"어. 사장님한테 이야기해 볼까? 같이 화보 촬영해도 되겠어."
"에이~ 오바입니다. 이제 가자."
우리는 풀빌라를 나와 발리 해변으로 갔다.
*
"뭔 해변이 입장료에, 파라솔 빌리는데도 돈이 들어."
해변에 도착하자 선미가 투덜댄다. 은미가 그런 선미를 보며 웃는다.
"선미야. 그래도 여기가 깨끗하고 사람 많이 없어서 좋아."
"아! 은미야. 너에게 화낸 거 아니야. 여기 화낸 거야. 오해하지 마."
"헤헤헤. 바보야. 우리가 어느 사인데 그 정도는 알아."
은미가 안내한 해변은 입장료가 있는 대신에 사람이 많지 않다. 특히 동양 사람은 잘 없고 대부분이 서양 사람이다.
그렇다고 늘씬한 백인 미녀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다들 건강하시다. 만수무강하세요.
우리는 커다란 파라솔 아래에 자리 잡았다. 이혜민이 옷을 잡고 은미를 봤다.
"우리 여기서 옷 바로 벗을 거야?"
"응. 다들 그래. 여기서 벗자."
세 사람은 비키니 위에 입은 옷을 벗었다.
까만색 비키니를 입은 은미.
분홍색 비키니를 입은 혜민.
빨간색 스프츠웨어 같은 비키니를 입은 선미.
내가 세 사람을 빤히 보자 선미가 깔깔 웃는다.
"야! 너 그만 쳐다봐."
"너희들 너무 예쁘다."
"침 닦아. 현찬아 앞에 가방에서 선크림 좀 꺼내줘."
"선크림? 내가 발라 줄게."
"발라주기는 뭘 발라줘."
"아니면 안 줄 거야."
"아오. 이 미친놈. 진짜!"
이선미가 나에게 달려들자 나는 가방을 들고 도망갔다.
은미와 혜민이는 그런 우리를 보면서 웃는다. 후배들이 없어지자 우리는 사고뭉치 였던 일학년 때로 돌아왔다.
선미와 혜민이에게 선크림을 주자 온몸에 바른다. 혜민이가 가슴 위쪽에 선크림을 바를 때는 서양 남자가 지나가면서 흘깃 보고 갔다.
뭐 임마! 내 친구야.
선크림을 다 바르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물에 들어가자."
"어서 놀자!"
"너희들 잠시만."
"아. 민현찬 또 왜?"
"선미야. 조금만 기다려. 사진 한 장 찍고 가."
"사진? 그러자."
"여기 역광이셔서 사진 잘 안 나와. 이쪽으로 와."
내가 말하는 위치에서 세 사람이 포즈를 취했다.
찰칵. 찰칵.
사진을 찍자 세 명이 나에게 달려와 카메라를 본다. 갑자기 비키니 입은 여자 세 명이 앞에 서니깐 정신이 혼미해진다.
"혜민아 너는 왜 등 돌리고 찍었어?"
"민현찬씨. 비키니 처음 입어서 민망하거든요. 그래도 나 귀엽게 잘 나왔다."
"선미 너는 무슨 경례 하냐?"
"뭐 어때서. 그런데 확실히 은미가 포즈가 좋다. 뭔가 놀란듯하면서도 예쁘게 나왔어."
"헤헤헤. 청순하지 않아?"
"은미 너는 옛날에도 청순했어."
"정말? 고마워 현찬아!"
은미는 내 손을 잡고 밝게 웃었다.
선미와 혜민이는 수영하러 먼저 바닷가로 갔다. 나도 따라가려는데 은미가 내 손을 잡았다.
"나 태닝 오일좀 발라줘."
"알겠어. 가방에 있지?"
가방에서 태닝 오일을 꺼내 손에 뿌렸다. 은미 몸에 바르려는데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웃는다.
"현찬아 앞에는 내가 바르면 돼. 뒤에 발라주세요."
왜! 영상 자료에서 보면 앞에도 발라주던데!
아씨. 후배들이 없으니 철딱서니가 되어가는 거 같다.
은미는 파라솔을 벗어나 햇볕이 내리쬐는 백사장 위에 천을 하나 깔고 누웠다.
나는 그 옆에 앉아서 태닝 오일을 은미 등에 뿌렸다.
그리고 등 전체에 태닝 오일을 골고루 묻혔다. 은미의 등은 예전과 다르게 탄력 있다.
"너 운동 정말 열심히 했나 봐?"
"응. 정말 힘들었어. 대표님 알잖아. 혹독하게 시켜."
"내가 뭐라고 해줄까?"
"정말? 응! 혼 좀 내줘. 헤헤헤 농담이야. 그래도 나 잘되라고 하는 건데 열심히 해야지."
태닝 오일을 손에 뿌려서 은미 목 주변에 고루 발랐다.
"거기 사람들은 어때? 기센 여자들 많지?"
"응. 그래도 네 덕분에 사장님이 잘 챙겨 줘. 뭐든 내가 일 순위야. 현찬아. 항상 고마워."
"고마우면 500원."
"헤헤헤. 내가 성공하면 100배로 줄게."
"100배면 5만 원인데?"
"어? 그것 밖에 안되네. 그럼 만 배!"
"기대할게요. 은미님."
이번에는 은미 허벅지에 태닝 오일을 뿌렸다. 예전에는 날씬하고 말랑했던 허벅지가, 이제는 단단하다. 내 손길에 따라 단단한 은미의 허벅지가 움직인다.
"현찬아. 조금더 위에도 발라줘."
더 위면 엉덩이인데? 보는 사람들도 많은 여기서?
그래 여기는 어차피 해외다.
손에 오일을 뿌린 뒤 엉덩이 위에 올렸다. 시계방향으로 은미의 엉덩이를 돌리면서 오일을 묻혔다.
"하..."
은미의 숨소리가 약간 거칠어졌다.
엉덩이 바로 아래의 허벅지 사이에 슬쩍 손을 넣어서 오일을 발랐다. 은미는 그래도 가만히 있다. 여기까지. 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은미야. 다 발랐어."
"어? 아. 고마워."
우리 둘다 말이 없어졌다. 분위기가 민망하다. 은미가 먼저 말을 꺼내 그 분위기를 깼다.
"훗. 너 임석훈이랑 놀지 마. 너무 음흉해졌어. 석훈이는 왜 안 왔어?"
"...군대 갔는데? 몰랐어?"
"...군대 갔어? 날짜는 몰랐어."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본다.
석훈아 아무리 공익이지만 초등학교 동창한테는 연락했어야지.
"임석훈 개새끼. 죽었어! 나 비키니 좀 풀어줘."
"어? 어. 알았어."
비키니 상의를 풀고 옆으로 풀어헤치자 은미는 눈을 감았다. 몇몇 서양인들이 지나가면서 은미를 본다.
내 친구래도!
혹시나 모르니 옆에 있어야겠다.
나도 태닝 오일을 몸에 바르고 은미 옆에 누웠다. 고개를 돌리자 모래사장에 눌린 가슴이 보인다.
정신 차리자.
*
풀빌라에 돌아왔다. 오늘은 밖에 안 나가고 홈서비스를 시켰다.
양주도 한 병 시켰다. 돈이 많으니 좋구나.
지금 시간은 밤 11시. 선미와 혜민이는 술과 여행의 피로 때문에 침대에 쓰러져 잔다.
나와 은미 둘만 남아서 남은 양주를 먹고 있다. 은미도 많이 마셨는지 이미 눈이 풀렸다.
"은미야 술 마셔도 돼? 몸매 관리 해야는 거 아냐?"
"촬영 후에는 괜찮아. 지금이 유일한 자유야. 이렇게 다 같이 놀러 오니깐 좋다."
"응. 일학년 때도 놀러 다닐걸."
"그러게. 일학년 때 더 놀지 못해서 아쉬워."
고개를 슬쩍 돌렸다. 은미 눈은 왠지 슬퍼 보인다.
"현찬아!"
눈이 마주치자 내 이름을 부르며 옆에 앉았다.
< 해외 여행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