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76화 (76/295)

< 축제 >

투둑. 투두둑.

저녁이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지금은 밤 열한 시. 사람이 거의 없다. 옆의 주막들도 이미 정리를 하고 있다.

임석훈이 내 옆에 서더니 어깨를 툭 친다.

"너 최근에 섹스 몇 명이랑 했어?"

"왜?"

"내가 작년에 말했지? 대표가 문란하면 행사 때 비가 온다고. 요즘 엄청 했나 보다."

"지랄. 거의 안 했거든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자."

"그러자."

우리는 축제의 하루를 비 때문에 날렸다.

다음날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다. 저녁 7시쯤 되자 어두컴컴한 운동장에서 사람들이 한 명씩 주막으로 놀러 온다.

"현찬아!"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서영 누나.

일 안 하고 어디 갔다가 이제 온대요?

"누구세요?"

"야! 미안. 안 늦었지?"

"엄청 늦었는데요. 나는 내일 올 줄 알았어요."

"야! 너 누나한테 너무 한 거 아니야?"

"아이고. 일도 안 하시면서.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몰라요?"

"그래? 손님 데리고 왔는데? 공연하는 친구들 데리고 왔어. 이렇게 안 반겨주다니 옆에 주막 가야 하나?"

서영 누나 뒤에 여자들 세 명이 서 있다.

"아이고! 서영 누나! 오시기만을 목매어 기다렸습니다!"

큰소리로 90도 고개 숙이며 외치자, 누나 친구들이 웃으면서 나에게 온다.

"한번 보고 싶었어요. 진짜 잘생겼다."

"내 말 맞지? 얘가 내 친한 동생이래도."

"너만 친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서영 누나를 놀리는 친구들.

우리 서영 누나 기 좀 세워 주자. 나는 서영 누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니에요. 우리가 얼마나 친한데요. 맞죠. 누나?"

"갑자기 왜 이래. 징그러워."

"꺄하하하. 서영아 친한 거 인정."

누나와 친구들을 깔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야! 민현찬!"

또? 역시 손님은 썰물처럼 한 번에 밀려오는 거구나. 이번에는 농활 멤버들이 다 같이 왔다.

"인봉이 형!"

"다 모아 온다고 고생했다."

"역시 의리 있네요. 다들 오래간만이에요. 대충 앉아요."

"야! 너무한 거 아니야?"

"어제 야유 했던 사람이 누구였죠?"

"미안. 여기 앉을게."

한동안 계속 오는 손님들. 주막은 만석이 되었다.

나는 서영 누나 테이블에 제육볶음과 오뎅탕을 가지고 갔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학회장님 여기 앉아서 한잔하고 가요."

내 손을 잡고 자리에 앉히는 누나 친구들.

자리에 앉자 술을 한 잔 부어준다. 원샷하고 다시 잔을 넘기는데, 누나 친구 한 명이 웃으며 나를 본다.

"저기, 춤 잘 추신다면서요?"

"저요? 아니에요. 누나들이랑 비교하면 장난이죠."

"우리 춤 보여줘요! 궁금해요!"

갑자기?

"민현찬! 춤춰라! 민현찬! 춤춰라!"

뒤에서 들리는 표인봉 형의 목소리.

형 솔직히 말해요 여기 누나들에게 관심 있죠?

"그럼 누나들이 먼저 보여주면 안 돼요?"

"응? 우리가요?"

"네. 저는 따라 하는 거 잘하거든요."

"오~~ 진짜로 춤출 건가 봐. 서영아 네가 보여줘."

"미쳤나 봐. 여기서 뭔 춤이야!"

"왜~~ 보여줘~"

그래. 이렇게 분위기 띄우는 거지 뭐.

"잠시만요. 석훈아!"

"네. 사장님."

"아! 지랄! 우리 노래 있어?"

"응. 혹시나 몰라서 챙겨왔어. 엠프에 연결할게."

나와 서영 누나는 사람들 앞으로 나왔다.

아씨. 막상 나오니 민망하다.

- 빠밤. 빠밤.

임석훈 선곡 죽인다. Usher의 Yeah! 가 흘러나온다.

서영 누나는 나를 한 번 보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박자에 맞춰서 딱딱 떨어지는 힙합 댄스.

오호라. 그렇게 추면 된다는 말이지? 머릿속에 춤동작이 선명히 그려진다.

나도 누나를 따라 췄다.

"와~~!"

"멋있다~~~"

"잘한다~~~"

주막 앞에서 백열등을 조명 삼아 추는 우리 두 사람. 주막에 앉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서 환호한다.

"뭐야? 저기 뭐 하는 거야? 공연이야?"

"구경가자."

노랫소리 때문인지, 춤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든다.

처음에는 각자 따로 춤췄지만, 우리 두 명은 곧 아이돌처럼 군무가 되었다.

역시 한번 맞춘 호흡은 어디 안 가는구나.

마지막 포즈와 함께 노래가 끝났다.

-짝짝짝짝

"와~~!!"

"한번 더! 한번 더!"

어느새 구경꾼들이 많이 모였다.

수많은 주막이 운동장에 있는데, 우리 주막만 안에도 밖에도 사람으로 붐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봤다.

재미없기로 소문난 우리 학교 축제. 모두가 심심한 축제에 뭔가를 갈망하는 눈빛이다.

그 순간 내 머리가 번득였다.

"석훈아! 우리 노래 많지?"

"응. 신나는 노래 다 있어."

"마이크는?"

"마이크? 응. 잠시만."

마이크를 연결해서 나에게 건네는 임석훈.

나는 마이크를 쥔 채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봤다.

"안녕하세요. 경영과 학회장 민현찬 입니다."

모두의 눈이 나에게 집중된다.

"경영과 클럽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따단 따 단다라

캬! 역시 임석훈이다. 타이밍 정확하다. 세븐의 열정이 흘러나온다.

임석훈도 신났는지 내 옆에 섰다.

- 뜨거운 가슴에~~

시작은 임석훈 부터.

그래, 원래는 네가 나보다 춤을 더 잘 췄었지.

임석훈이 세븐에 빙의해서 춤을 추자, 우리 주막은 공연장이 되었다.

- 다른 사랑을 찾으려 하네.

이제 내 차례. 한국 노래는 자신 있다. 분위기를 더 띄우자. 무릎 꿇고 한 바퀴 돌면서 과격하게 춤췄다. 바퀴 달린 힐리스가 없는 게 아쉽다.

이 순간, 우리 두 사람이 마지막 동방신기다.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 뜨거운 가슴에~ 나를 앉을래~

따라 부르는 사람들. 천막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자 모두 하이파이브를 해준다.

- 원 아이 원, 원 츄 원.

노래가 끝나자 숨을 헐떡거리는 우리 둘.

"헉.... 헉...."

"하... 하..."

비명, 환호, 박수를 쳐주는 사람들.

짝! 짝! 짝! 짝! 짝!

"멋있어요!"

좋다 분위기는 띄웠다. 무대는 무대고 이제 장사를 시작하자.

"하... 하.. 여러분. 즐겁나요?"

- 네~~~

"저는 죽을 거 같아요. 너무 갈증 나는데 혹시 맥주 사주실 분!"

3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 선배가 지갑을 꺼내더니 주막으로 들어간다. 덤성이가 재빨리 맥주를 계산했다.

나에게 맥주를 가져오는 여자. 농활 때 잠시 봤던 유미 누나다.

"유미 누나!"

"너 장사를 이렇게 해? 야! 우리는 어떻게 팔아."

"장사 접고 그냥 우리 과에서 놀아요!"

"그러고 싶다. 자! 여기 맥주! 옆에 친구분도 드세요."

오케이 두 개 팔았고. 자 분위기를 이어가자. 다음에는 어떤 걸 해볼까?

주막 안을 보는데 이세연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만, 이세연이라..

내가 웃자 불안한지 고개를 돌렸다.

세연아. 이미 늦었어.

"여러분 경영과 마스코트가 뭔지 아세요? 바로 고양이입니다. 다음은 경영과 마스코트 무대입니다."

나는 이세연에게 뛰어갔다.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는 이세연. 이미 늦었어. 나는 꼬리를 잡고 안 놓아줬다.

"선배~ 놔요! 안 해요!"

"내가 같이해줄게 걱정하지 마~ 석훈아 클럽 음악으로!"

나에게 끌려 나온 이세연. 사람들 앞에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여기서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주막에 저스틴 팀버레이크 섹시백이 울려 퍼진다.

이세연은 포기했는지 노래에 맞춰 몸을 살랑살랑 흔든다.

- 귀여워~~

- 예뻐요!

나와 임석훈은 왜 구르고, 뛰고, 돈 걸까?

세연이가 몸만 살랑살랑 흔들었는데, 쏟아져 나오는 환호가 우리랑은 비교도 안 되게 크다.

- 더리 베이~~ 유 시디 샤크 베비

헉.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웨이브를 하는 이세연. 너 클럽에서 제법 놀아 봤구나.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웨이브를 하니 더 섹시하다.

- 와~~~~~~~~~~~

-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노래가 끝나자 내 발을 한번 꾸욱 밟는다. 뭐 이 정도야 춤췄으니 애교다. 이제 장사하자. 나는 웃으며 이세연 꼬리를 잡고 흔들었다.

"세연아 잘했어. 여러분 우리 후배가 목이 마르다고 하는데요, 어!"

이것들아! 아직 멘트도 다 안 끝났어!

남자들 열 명 정도가 주막으로 뛰어간다.

그런데?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어이가 없다. 제일 빨리 사 온 건 인봉이 형이다.

이세연은 맥주를 받더니 하나를 따서 바로 원샷했다.

- 오오오오오

"석훈 선배 저 병맥주 하나만요."

병맥주를 따더니 엄지로 막고 흔드는 이세연.

머리 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 아니구나!

이세연은 나를 노려보더니 내 얼굴에 맥주를 쏘아붙였다.

"야! 이세연!"

"짜증나!"

아오! 저 망할 것!

톰과 제리처럼 뛰어다니는 우리 둘. 사람들이 큰 소리로 웃는다.

"경영과 재밌게 논다. 부럽다."

일학년들로 보이는 다른 과 후배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그러게 우리과로 오지 그랬어?

더 부럽게 하자! 무대는 계속 이어졌다.

-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가겠죠~

선미, 현아와 같이 나란히 서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로질렀고,

- 김미, 김미, 김미 사랑을

엄성현, 임석훈, 나, 박호빈 네 명이서 고개를 흔들며 김미김미를 춤췄다.

주막은 이미 자리가 다 찼고, 몇 명은 바닥에 앉은 채,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우리를 구경한다.

이제 드디어 하이라이트다.

나는 덩섬이를 바라봤다. 내 눈빛을 읽었는지 진희 옆에 딱 달라붙어 있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경영 과 최고의 아웃풋! 노래로 회계장부를 쓴다는 그 사람! 오늘 공연의 주인공! 한진희! 입니다!"

화들짝 놀라는 진희. 옆에 서 있던 덤성이가 도망 못 가게 팔을 잡았다. 나는 서둘러 달려가 진희를 잡고 끌고 나왔다.

"선배... 잠시만요...."

잠시만, 너 왜 이리 떨고 있니? 진희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바들바들 떨고 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수군거리며 우리를 봤다.

이렇게까지 강제로 부르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나는 놀란 마음에 진희의 어깨를 잡았다.

"진희야. 어... 이렇게 놀랄 줄 몰랐어. 괜찮아? 안 불러도 돼. 미안."

"예? 아... 아니에요... 석훈 선배."

"어. 진희야. 현찬이 이 새끼 신경 쓰지 마. 들어가자."

"제 MP3에 보면 눈의 꽃 MR 있어요.. 그거 틀어주세요."

- 오~~ 야 눈의 꽃이래.

- 정말? 진짜? 기대된다.

눈의 꽃?

박효신 형님이 불렀던 그 노래?

잘 못 들은 게 아닌가 보다. 나키시마 미카 버전이 주막에 흘러나온다.

진희는 눈을 감고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서.."

사람들의 시선이 진희에게 집중된다.

간호복을 입고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진희. 하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은 그냥 목소리가 모든 걸 지배한다.

광란의 축제였던 주막이 진희의 음색 하나에 고요한 호수가 되었다.

"이렇게 그댈 사랑하는데~"

진희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맺힌다.

"언제나 그 언제나 곁에 있을게요~"

감정이 복받쳤는지 팔까지 움직이며 노래를 부른다.

"영원히 내 곁에... 있...어요..."

정적. 이 순간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다.

- 짝.... 짝.. 짝 짝 짝짝

말없이 울리는 박수 소리. 주막과 운동장이 박수로 가득 찼다.

"...감사합니다..."

진희가 민망해하며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 잘했어요!

- 너무 좋다~~

- 야 술 떙긴다. 술 먹자...

이제 마무리하자. 더 이상 공연처럼 했다가는 주위 주막 하는 사람들에게 민원 신고 들어오겠다.

"자! 여러분! 경영과 주막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무대는 없지만, 주막에서 본격적으로 놀 겁니다. 다들 놀러 오세요. 지금까지 경영과였습니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사람들이 주막으로 들어온다.

밤 한 시. 더 놀고 싶지만, 총학생회에서 안전 때문에 정리를 해란다. 망할. 자기들이 귀찮은 거겠지. 우리는 서둘러 주막을 치웠다.

사람 손이 무섭다고 모두가 같이 옮기니 금방 치웠다.

"다들 수고했어! 후배들! 잠시만 모두 모여 봐."

내 앞에 서 있는 열 명의 후배들. 다행히 즐거웠나보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애들아 뒤풀이 가야지!"

"네! 선배!"

"다들 뒤풀이 가기 전에 선배가 할 말이 있어. 잠시만 기다려봐. 석훈아 같이 가지고 오자."

우리 둘은 내 차에 가서 커다란 박스를 가지고 왔다.

박스 안에는 10개의 종이가방이 들어 있었다.

"얘들아. 너희들 다음 주 월요일이 무슨 날인 줄 알아?"

궁금한 얼굴로 나를 보는 후배들.

"성년의 날이잖아. 선배들이 너희 축하해준다고 준비했어."

"오빠 진짜요?"

"선배 진짜요?"

모든 후배가 부엉이처럼 눈을 크게 뜬다.

이세연조차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작년 축제. 남는 것도 없었고 재미도 없었다. 혜진 선배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선배가 되고 싶지는 않다. 후배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주고 싶다. 몇 년 뒤에 만나도 '그때 재밌었어요' 하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무엇보다 후배들 추억이 곧 내 추억이다.

"그럼. 선배들끼리 돈 모아서 축제에 참여하는 후배들 챙겨주기로 했거든. 너희들 고생했으니 이 정도 선물은 줘야지. 자 우선 이현아."

한 명씩, 한 명씩 후배들에게 종이 가방을 나눠줬다. 가방에는 장미꽃 한 송이와 향수 그리고 짧은 편지가 들어 있다.

선물을 받은 후배들.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배부르다. 후배들에게도, 나에게도 오늘은 좋은 추억이 되었다.

"다들 진짜 성인이 된 거 축하해! 오늘 신나게 뒤풀이 하자."

"네!!!!!!!"

"가자!!!!!!!!"

"달리자!!!!!!!!"

뒷풀이 때는 코가 삐뚤어져 보자!

그만... 그만 먹자 이 괴물들아.

1차 술집, 2차 맥줏집, 3차 해장국집, 4차는 내 자취방.

벌써 아침 10시다.

환생해서 좋은 점은 체력도 있다. 옛날 같았으면 잠이 와서 죽었겠지만, 지금은 겨우겨우 버틸 수 있다.

그래도 20살한테는 안 된다. 20살 이후부터는 일 년이 다르다지만, 너무 다른 거 같다.

이선미는, 임석훈, 한서영, 박호빈은 이미 전부 전사했다.

이세연은 3차 끝나고 집으로 갔고, 현재 내 자취방에는 현아, 덤성이, 진희만 남아 있다.

"애들아. 나 죽을 거 같아."

"오빠 더 놀아요~"

"햄! 이제 시작입니다."

"선배. 많이 피곤해요?"

"어. 미안 애들아. 나 먼저 잘게. 너희들끼리 놀다가 가."

나도 전사했다. 저 바이킹 같은 것들에게 벗어나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래간만에 밤새워서 술 마셨구나. 해 뜬 거 보면서 자는 기분 오래간만이다.

몇 시지..

시체처럼 잤다. 겨우 눈을 뜨고 일어나자 어두컴컴한 밤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저녁 8시다.

그래. 아침 열 시쯤 잤으니 밤이어도 이상하지 않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머리가 아프다. 술 좀 깨야겠다. 나는 한쪽에 있는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거실을 나왔다.

"코... 코...."

내 귀에 들어오는 옅은 숨소리.

이것들 집에 안 간 거야?

나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하얀 간호복에 빨간 망토를 입은 사람 혼자서 소파에 자는 게 보인다.

깜짝이야! 진희야. 왜 혼자 여기서 자고 있니?

< 축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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