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69화 (69/295)

< 집들이 >

선미는 화장실에 가더니 얼굴을 씻고 왔다.

"너 머리에도 튀었어."

"아? 진짜?"

"내가 닦아 줄게."

수건에 물을 가득 젖혀서 선미 머리를 닦아줬다.

"그래도 조금밖에 안 튀어서 다행이야."

"그래? 그런데 너 벌써 다시 섰어?"

지금 우리가 발가벗고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설 수밖에 없지.

"응. 내 고추는 예쁜 여자 보면 바로바로 서거든."

"립서비스 지랄. 그래도 두 번은 안 할 건데요~"

왜! 견우직녀처럼 너의 소중이와 나의 소중이가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선미의 말은 진짜인가 보다. 속옷부터 시작해서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담배 하나 피우자."

우리는 테라스로 갔다.

-칙.

영화주인공이세요? 선미는 담배를 두 개 물더니 불붙여서 나에게 하나를 건넨다.

"여기 정말 좋다. 멀리 안 나와도 되고. 담배피기 너무 편해."

선미는 테라스 난간에 손을 올리고 밖을 바라봤다.

나는 그런 선미 옆에 서서 같이 담배를 피웠다.

"그런데 나에게 있다는 욕심이 뭔데?"

"아? 그거? 별거 아니야. 내가 네 동정 떼줬잖아. 나 아직도 그때가 생생히 떠오르거든. 그래서인지 앞으로 살아갈 이 집에서 처음 하는 사람이 내가 되고 싶더라고...

뭔가 추억을 만드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그냥 섹스를 했다, 보다는 그때 나랑 처음으로 했다. 이런 게 스토리 있잖아.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고."

이선미는 말을 다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처음에 대한 이선미의 욕심, 내가 채워주고 싶다.

나는 선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선미야 나 학교에서도 안 해봤고, 비상계단에서도 안 해봤고, 밖에 화장실에서도 안 해봤고, 당구장에서도 안 해봤어. 그뿐만 아니야. SM도 안 해봤고, 코스프레도 안 해봤고, 스타킹도 안 해봤어. 네가 원한다면 나는 언제든지 악!!!"

선미야. 파이어 에그는 그렇게 쉽게 잡으면 안 돼. 너 그거 안 좋은 습관이야.

"지랄. 그런 거는 다른 사람이랑 해. 담배 다 피웠어. 간다."

"아! 일단 이거 좀 놓아줘. 나도 다 폈으니 같이 가."

이선미는 파이어 에그를 놓고 뒤돌아섰다. 나는 그런 이선미의 어깨를 잡았다.

"왜? 이제 들어가자. 나 잘 거야."

선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난간으로 아프지 않게 밀었다.

나에게 어깨를 잡힌 이선미는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뭐하냐?"

"선미야.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이 테라스에서 처음 하는 사람도 너이고 싶지는 않아?"

씨익 웃는 이선미.

"민현찬 잔머리 하고는. 우리 키스 했었나?"

"아니. 안 했어."

선미는 내 머리를 잡아당기더니 키스를 했다.

인싸들 손 인사처럼 찰싹찰싹 달라붙는 우리의 혀.

나는 손을 선미 팬티 속으로 넣은 후, 바로 구멍에 넣었다.

찔꺽. 찔꺽. 찔걱.

손가락을 움직이자 선미는 내 혀를 질끈 물었다가 놓는다. 나도 선미의 입술을 질끈 물었다가 놓았다.

"하... 현찬아. 잠시만."

"왜?"

"여기 사람들 보는 거 아니야?"

"근처에 높은 건물 없잖아. 그리고 너도 그만두기 싫지?"

이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바로 선미의 바지와 팬티를 잡고 아래로 훅 내렸다.

다음으로 내 바지를 벗으려는데 선미가 먼저 잡더니 훅 내렸다.

발딱.

딱딱하게 선 나의 막대기.

이선미는 쭈그리고 앉아 입안 가득히 넣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츄릅. 추릅. 츄릅.

"아흑. 선미야 잠시만."

"읍. 읍. 하~ 왜?"

"못 참겠어. 그냥 할래."

"알았어."

선미는 뒤돌아서더니 난간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뒤로 내밀었다.

새하얀 선미의 엉덩이와 슬쩍 보이는 계곡.

나는 잘록한 선미의 허리를 잡았다. 무릎을 살짝 숙여서 막대기를 선미의 동굴에 조준하고 넣었다.

찰싹. 찰싹. 찰싹.

"아! 아흣~ 아!"

"너 엉덩이 너무 예쁘다."

"아~~ 너도 딱딱해서 좋아. 아! 아흣."

테라스 위에 하의만 벗은 채 뒤치기 자세로 섹스를 하는 우리 두 사람.

따스한 봄바람이 우리 둘을 훑고 지나간다.

격렬한 피스톤에 선미의 다리는 조금씩 힘이 풀렸다. 나는 주저앉는 선미의 골반을 잡고 위로 올리며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퍽. 퍽. 퍽.

"미치겠어. 너무 좋아."

"선미야 쌀 거 같아."

"안에 싸줘. 전부 다 싸줘."

쭈욱!! 쭈우우욱!! 쭈욱.

"아흣..."

"하......"

사정이 끝나자 선미는 머리를 난간에 기대고 옅은 숨을 쉰다.

막대기를 빼자 하얀 액체가 선미 다리를 타고 흘러 내려왔다.

"하... 테라스 매력적이네. 중독 되겠어."

"언제든지 와."

"웃기네. 어서 수건이나 들고 와. 정액 다리에 다 묻었다."

"알겠어. 빨리 가져올게."

"빨리! 빨리! 찬 바람 들어와서 추워."

"알았어."

젖은 수건을 들고 와서 선미를 닦아주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은 피곤하구나. 이제 자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방을 나가자 선미가 어제 마신 맥주를 정리하고 있다.

일어난 지 제법 되었나 보다. 이미 옷도 축구 유니폼에서 자기 옷으로 갈아입었다.

"선미야. 그냥 놔두지."

"일찍 일어난 김에 정리했어. 나 이제 가 볼게."

"밥 안 먹고 가게?"

"응. 어제 너무 많이 먹었어."

"잠시만. 이거 가지고 가."

나는 냉장고를 열어 선미에게 반찬통 하나를 건넸다.

"뭐야?"

"김치."

"현아가 선물 준거 아니야?"

"아니야. 이거 우리 엄마 거야."

"그래? 잘 먹을게. 그럼 간다. 저녁에 심심하면 밥 먹자."

"데려다줄게. 같이 가자."

나는 선미를 배웅해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나도 개인 시간 좀 가지자.

나와라. 스마트폰!

10포인트가 추가되었습니다.

남자의 처음을 가지는 게 선미 환타지인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자기의 욕심인가 보다.

하긴 그랬으면 내 동정을 가진 날 판타지가 충족 되었었겠지.

뭐 포인트가 안 들어와도 상관없다. 선미인데 뭐 중요한가.

다음 주 월요일.

새로 산 옷과 시계를 차고 등교했다.

현재 내 패션은 D&G 셔츠와 디젤 청바지. 시계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신발은 디올 스니커즈다.

톰브라운이 내 워너비 였지만, 2007년인 지금은 없다. 아쉬움에 눈물이 난다.

2007년 이어서 좋은 점도 있다. 서브마리너 166XX는 지금 60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미래에는 중고로 900 정도에 팔리는데, 시계 되팔이나 할까? 아차차. 정신 차리자.

학교 건물에 올라오자 과 동기들이 보인다.

명품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냥 옷 샀구나' 정도로 반응한다.

나는 겸손하게 말하고 그 친구들을 지나쳤다. 내 입으로 비싸다고 자랑하는 것도 웃기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래도 두 사람에게는 돈 지랄 해야지. 고맙게도 마음껏 돈 지랄 할 수 있게, 하나는 손절 직전이고 하나는 미친년이다.

"어? 너 뭐야?"

손절 직전인 박호빈이 놀란 눈으로 달려온다.

"뭐긴? 왜?"

"옷 언제 샀어? 너 이거 다 얼마야?"

"그걸 일일이 계산해보면서 사? 그냥 사는 거지. 몇백만원 정도 썼어."

"웃기네. 구라치지 마라. 짝퉁인가 보네? 어디서 샀는데?"

그래.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한테 말해서 뭐 하겠냐.

"인천항에서 밀수 걸린 거 주워왔다. 너도 사고 싶으면 인천항으로 가."

"진짜? 인천항 어디? 너 차 있잖아. 나 좀 태우고 가줘."

캬! 미친놈. 내 말을 진짜로 믿을 줄이야. 박호빈은 지금 수업을 째고 인천항으로 달려갈 기세다.

이번에는 내 팔을 들더니 시계를 본다.

"너도 롤렉스 서브마리너 샀네. 이거는 얼마 줬어? 네거는 티 안 나게 잘 만들었다."

그때 미친년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같은 서브마리너인데 하나는 진짜고 하나는 가짜네요."

고개를 돌리자 이세연이 웃으며 서 있다. 그래도 그날 잔소리한 게 먹혔나 보다. 이제 존댓말은 한다.

"뭐?"

"현찬 선배 거는 진짜고 호빈 선배 거는 가짜네요."

박호빈이 얼굴이 붉어진 채 이세연을 노려봤다.

"야! 너 무슨 소리야? 네가 무슨 시계 감정사야?"

"훗. 시계만 좋은 거 차는 사람, 시계도 좋은 거 차는 사람. 그렇다면 뻔한 거죠. 설령 진품이어도 그 옷에는 가짜처럼 보여요."

"야이..."

내 앞에서 티격태격 싸우는 두 사람.

저러다가 정들어서 사귀고, 학교 건물 앞에서 서로 뺨 때리고 헤어져라. 팝콘 먹으면서 개꿀잼 구경 좀 해보자.

나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내 갈 길을 갔다. 그때 이세연이 내 앞길을 막았다.

박호빈은?

고개를 돌리자 씩씩거리며 담배 피우러 가고 있다.

"왜? 할 말 있어?"

"옷 예쁘네요. 돈 제법 썼겠어요?"

"별로. 그냥 기분 전환할 겸 샀어."

"기분 전환 비싸게 했나 봐요?"

"비싸게는 무슨. 얼마 되지도 않잖아?"

실제로 주식이랑 섹판이랑 비교하면 쇼핑하는데 쓴 돈은 그리 큰돈은 아니다.

그나저나 옷 하나 바꿔 입었다고 이세연의 얼굴이 달라져 있다.

나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부드러워져 있다.

"너는 평소에는 악을 쓰고 달려들더니, 옷 하나 바꿨다고 부드러워졌다."

"풉. 킥킥. 그럼요. 당연하죠. 이 정도면 같이 말 할 수준은 되니깐요. 다행이네요. 나한테 지랄 한 사람이 거지는 아니어서요. 그럼 가 보겠습니다. 선배님."

"야! 이세연!"

나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돌아서는 이세연을 불렀다.

뭐? 말할 수준은 된다고? 자기한테 지랄 한 사람이 거지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그럼 다른 애들은 다 거지로 여긴다는 말이잖아.

아니, 전생의 나는 거지로 여겼다는 말이잖아?

"왜요?"

"너 인생 왜 그렇게 사냐?"

"예?"

"너 돈 많은 건 알겠어. 좋은 집에서 태어나서 부유하게 사는 인생, 얼마나 좋아. 20살에 BMW 타고 다니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거지처럼 봐?"

"하. 또 잔소리야. 왜요? 그러면 안 돼요? 지금 여기는 나와 선배밖에 없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준 거는 하나도 없잖아요. 다른 사람을 거지로 보던, 안 보던 제 자유 아닌가요?"

"그래 그것도 네 자유야. 내가 뭐라고 할 건 아니야. 대신 그런 논리면 지금처럼 싸가지 없게 말하는 너를, 내가 사람으로 안 봐도 되겠지? 그거는 내 자유잖아."

"참나. 어이없네."

"네가 돈으로 사람 보듯이, 나는 인간성으로 사람 보거든. 좋은옷 몇 개 입었다고 같이 말할 수준은 된다고 했지?

나는 돈 없다고 주위 사람을 거지로 여기는 너 같은 사람은, 같이 말할 수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앞으로 말 하고 싶으면 정신 머리는 챙겨서 와."

"킥킥킥."

이세연은 갑자기 웃었다. 드디어 완전히 미쳤나 보다.

저 웃음의 의미는 뭘까?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계속 바라봤다.

"선배 완전 바본가 보네요. 아하하 졸라 웃겨."

"뭐가?"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죠. 여튼 저는 선배 옷 입은 거 보니깐 마음에 드네요. 딱히 옷에 관심 없는 선배 성격상 무리해서 옷 살 사람은 아닌 거 같고. 지금 입은 정도의 돈은, 마음만 먹으면 웃으면서 쓸 수 있는 사람이란 말이잖아요. 적어도 이 학교에 급이 맞는 사람 하나는 있다는 게 좋네요. 그럼 다음에 봐요. 선!배!님!"

이세연은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섰다.

결론은 부자여서 좋다는 말이잖아. 너 그러면 임석훈이랑 친하게 지내지 왜 나한테 난리냐.

이세연이 지나가자 현아와 진희가 복도에서 재잘거리는 게 보였다.

크윽. 귀여운 후배들. 쟤들 보면서 힐링 좀 하자.

두 사람은 나를 발견 하더니 어린아이들처럼 뛰어온다.

"오빠! 안녕하세요!"

"선배 안녕하세요."

"안녕 애들아."

나 뭐 변한 거 없니?

"오빠! 우리 또 놀러 가면 안 돼요? 보드게임 해요."

"선배. 뱅~ 헤헤헤."

눈치 못 채는구나.

새로 산 옷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는 두 사람.

지금은 2007년. 스마트폰도 없고 페이스북도 없다. 명품 옷을 사서 페북에 올리고 자랑하는 시대가 아니다. 끽해야 싸이월드에 올리는 게 다인데, 그것도 컴퓨터에 접속해서 그 사람 미니홈피까지 들어가서 사진첩을 봐야만 한다.

많은 사람이 명품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가 아니다. 각 과에 있는 몇 명의 패피들만 명품에 신경을 쓰는 시대다.

게다가 이제 20살인 진희와 현아. 패션보다는 보드게임에 더 관심이 많다.

이 둘에게는 얼마나 비싼 옷을 입었느냐 보다는, 얼마나 재미있게 노느냐가 오히려 더 중요한가 보다. 나는 이런 후배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방긋 웃었다.

"선배? 무슨 생각 해요?"

"오빠?"

"미안. 잠시 다른 생각 했어. 또 보드게임 하자고?"

"네! 우리 그때 그 멤버 다시 모여서 해요. 선미 선배도 부르고, 석훈 선배도 부르고."

"그러자. 다 같이 모여서 맥주 마시면서 또 보드게임 하자."

"진짜요? 우리가 맛있는 거 챙겨 갈게요."

"됐어. 선배가 사줄게. 진희야 너는 오지 마."

"어? 선배 왜요?"

"나 배신당한 상처가 아직 치유되지 않았어."

내가 사물함에 팔을 올리고 우는 장난을 치자, 진희는 울 것 같은 고양이가 되어서 내 팔을 흔든다.

"아아아~ 선배~ 화 풀어요~~ 게임이었잖아요~"

"진희야. 농담이야. 농담. 이번에는 내가 복수 할 거야. 잠시만, 그런데 다음 주 부터 시험 기간 이잖아."

시험 기간 이라는 말에 후배들의 머리 위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었다.

그것도 잠시, 현아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치며 나를 본다.

"잘됐다! 오빠! 우리 공부 좀 가르쳐 줘요. 우리 오빠 집 가서 공부할래요."

아이고 현아야. 공부는 집에서 하는 게 아니라 도서관에서 하는 거야.

그런데 진희야, 왜 너도 초롱초롱 한 눈으로 나를 보는 거니?

"헤헤헤. 선배. 저도 가르쳐주세요."

공부는 무슨. 너희들 그냥 놀고 싶은 거잖아.

어떻게 아냐고? 나도 놀고 싶으니까. 시험 기간에 노는 건 평소보다 세배는 재밌다.

"알았어."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후배들은 웃었다.

< 집들이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