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66화 (66/295)

< 집들이 >

잠든 누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화장실에 왔다.

나와라! 스마트폰.

1000 포인트 말고는 들어온 게 없다.

누나의 섹스 판타지는 아직 못 찾은 거구나. 과연 어떤 걸까? 분명히 춤과 관련된 것일 텐데.

오늘은 여기까지. 언젠가는 찾을 수 있겠지.

나는 화장실을 나와 맥주캔으로 개판이 된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들었다.

"일어나 현찬아."

서영 누나 목소리인데. 벌써 아침인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부스스 눈을 떴다.

"누나. 벌써 일어났어요?"

"응. 한참 전에 일어났어."

내 앞에 서 있는 서영 누나. 블라우스는 단정하게 채워져 있고, 치마는 단단하게 채워져 있다.

갑옷이에요? 아씨. 조금만 일찍 일어날걸.

"너? 아쉽지?"

"네?"

"후후. 얼굴이 아쉬운 표정이야."

귀신이네. 누나 아예 무당으로 가 보는 거 어때요?

누나는 배고픈지 내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현찬아. 라면 끓여줘. 배고파."

"싫은데요."

"왜~ 삐졌어? 그래도 누나가 여기 청소 다 해놨어."

고개를 돌려 자취방을 봤다. 바닥에는 어제 전투의 흔적이 하나도 안 남아있다.

심지어 맥주 캔도 깔끔하게 한쪽 구석에 일렬로 세워져 있다.

"알겠어요. 라면 끓여 줄게요."

"아쉬워 하지 마. 다음에는 밤에 라면 먹으러 올게."

나에게 슬쩍 뽀뽀하는 누나. 구미호다! 정신 차리자. 까딱 잘못하면 영혼을 뺏기겠다.

츄릅. 추르릅.

"역시 현찬이 라면이 제일 맛있어."

"감사합니다. 많이 먹어요."

"우리 현찬이는 라면도 맛있고 거기도 맛있고. 아~ 또 하고 싶다."

"안 낚여요. 계속 그러면 거짓말 탐지기 해 볼 거예요."

"아! 저거는 너무 아파. 그리고 너도 아프고."

"많이 아팠어요?"

"응. 뒤로 할 때는 너무 아팠어. 갑자기 무서워!"

서영 누나는 라면을 먹다 말고 양손으로 몸을 가린다.

"참나! 누나가 무서워요. 누나가!"

"쿡쿡. 왜~ 누나가 뭐가 무서워."

한참 동안 나를 놀리며 라면을 먹는 누나. 다 먹자 뒤로 기대며 방을 둘러본다.

"현찬아 자취방 많이 좁아진 거 같아. 이제 여기에 전부 다 모이면 좁겠다."

나도 방을 한 번 둘러 봤다.

내 자취방 구석구석에는 짐들이 제법 쌓여있다. 처음에는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면 넓게 마셨는데, 이제는 한가운데 모여서 좁게 마셔야 할 정도다.

"그렇긴 해요. 안 그래도 큰 곳으로 이사 갈까 생각 중이에요."

"어디로? 멀리 가게?"

"아니요. 근처 빌라 가려고요."

돈도 있겠다 이사 갈 때 되었다.

다음 주부터 집 보러 다녀야겠다.

처음에는 아파트를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머릿속에서 지웠다.

아파트로 이사 갈 돈은 있지만, 근처에 아파트가 없어서 멀리 가야 한다. 그러면 모두와 멀어지겠지. 그건 싫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빌라 전세다. 어차피 2008년이면 집값 떨어질 텐데 매매를 할 필요는 없다.

근 2주 동안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별 소득은 없었다.

어느덧 시간은 지나서 지금은 3월 후반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자취방에 있다.

내 앞 모니터에 떠 있는 빨간 색깔 막대기들. 작전 주 루X의 수직 상승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주식 평가액은 지금은 25억이 되었다.

손이 떨린다. 25억이라니. 전생에 2억을 못 모았는데, 25억이라니. 더 놀라운 건 아직 다 오른 게 아니라는 거다.

현재 루X 가격은 이만원대 중반. 목표액 4만원 까지는 많이 남았다.

4만원이 되면 30억 후반에서 40억까지 되겠다.

아싸라비야! 상상만 해도 기분 좋다.

띠리리링.

그때 갑자기 울리는 내 휴대전화. 모르는 번호다. 영화 작전처럼 끌려가지는 않겠지?

"여보세요?"

"여기 부동산인데요. 집 나왔어요. 보러 오세요."

"위치는 어디예요?"

"GL 편의점 근처 빌라예요."

위치는 괜찮네. 친구들 및 후배들과 그렇게 가깝지도 않고 아주 멀지도 않다.

"네. 지금 가볼게요."

옷을 챙겨 입고 서둘러 나갔다.

"어때요?"

"맘에 들어요. 당장 계약하죠."

"내가 괜찮다고 했죠?"

"얼마예요?"

"전세로 5000만원이에요."

실평수 18평 정도에 방은 두 개. 전세금은 5000만원.

현재 통장에는 2억 정도 있다. 바로 계약해야겠다.

방이 아파트처럼 넓지는 않다. 거실도 예전 내 자취방보다 조금 더 큰 정도다. 옛날 자취방에서 잠자는 방이랑 옷방이 생긴 것, 딱 그 정도다.

그럼에도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테라스다.

문을 열고 나가면 나오는 옥상 겸 테라스. 열사람 정도 앉아서 고기를 구워 먹고, 세 사람은 옆에서 탭댄스를 출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계약금 얼마죠? 당장 보내 드릴게요."

이제 이사 가자.

바로 입주가 가능한 신축 빌라. 필요한 가구와 가전제품은 이미 사서 넣었다.

가구점에서는 침대, 소파, 옷장, 서랍장을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티비,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를 구매 했다.

처음에는 살 때 망설였다. 침대 하나에 200만원, 티비 150만원, 냉장고 200만원... 이게 다 얼마야!

하지만 다 합쳐도 2 섹스 판타지가 안 된다는 걸 깨닫자 구매에 망설임이 없어졌다.

젠장... 모두에게 잘해줘야겠다.

지금은 원래 내 자취방에서 석훈, 선미와 함께 짐을 싸고 있다.

이선미는 옷을 정리하다가 축구 유니폼을 들더니 인상을 쓰고 나를 봤다.

"야! 축구 유니폼 좀 버려. 요즘 축구도 안 하면서."

"선미야. 유니폼은 남자의 로망이야."

"웃기네. 이제 옷은 끝. 임석훈 다른 거 다 챙겼어?"

"그냥 박스에 구겨 넣었어. 돈도 많은데 부서지면 지가 하나 더 사겠지."

석훈아. 고맙다. 그래도 발로 밟으면서 넣을 필요는 없잖아.

"자! 이제 짐 다 쌌다. 들고 내려가자. 내가 너희들에게 나의 러브하우스를 공개할게."

내 말에 피식 웃는 이선미.

"얼마나 좋은지 한 번 가서 보자."

"놀라지 마. 대박이니깐."

우리는 짐을 챙겨 새집으로 갔다.

옷이 담긴 상자를 낑낑 들고 오는 이선미.

"와~ 확실히 넓다."

빌라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옷상자를 집어 던지고 거실로 들어갔다.

따라 뛰어가는 임석훈은 소파에 몸을 던진다.

"술 마시면 여기는 내 자리."

"미친놈아. 내 집이 무슨 아지트야?"

"너 우리랑 놀기에 좁아서 들어온 거 아니야?"

정답. 쓸데없이 똑똑한 새끼.

두 사람은 한동안 집을 구경했다. 안방도 보고, 화장실도 보고.

후후후. 애들아. 그 두 개는 별다를 게 없어. 내가 진짜를 보여주지. 이제 친구들에게 테라스를 자랑하자.

"애들아 대박은 여기야."

선미와 석훈을 끌고 테라스로 왔다.

넓찍한 테라스. 그리고 높은 층에서 보이는 탁 트인 대학가의 풍경.

둘 다 마음에 드나 보다. 이선미는 테라스 끝에 가서 밖을 내려다보고, 임석훈은 턱에 손을 올리고 테라스를 한 바퀴 빙 돈다.

"현찬아. 여기 테이블 놓으면 고기 구워 먹을 수 있겠다. 여기가 최고층이고 근처에 높은 건물도 없으니 완전 자유네."

"그래서 여기 잡은 거야. 석훈아 네가 할 일이 있다."

"뭐?"

"테이블 못 구해? 왜 펜션 같은 데 있는 거 말야."

"테이블? 아빠 절에 한 번 물에 볼게. 구하면 집 하루면 빌려줘."

"집? 왜?"

"여기서 하게. 악!"

이선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임석훈 뒤통수를 갈겼다. 사장님 나이스 샷!

"야! 너는 친구가 집을 구했는데 섹스할 생각 밖에 안 해?"

"내가 언제 섹스한다고 했어? 여기서 하게. 여기서 공부를 하게, 여기서 이야기를 하게."

"지랄. 변명 좀 창의적으로 해라. 현찬아 이게 끝이야?"

"아니. 선미야. 이제 옷방 남았어. 옷방으로 가자!"

다음은 옷 방 차례. 내가 가장 공을 들인 방이다.

나는 옷 방 앞에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너희들 마음의 준비 되었어?"

이선미는 내 말에 피식 웃는다.

"뭐가 있기에 그래? 야! 너 또 이상한 거 사 놓은 거 아냐? 아까 이삿짐 싸다가 깜짝 놀랐어. 수갑은 왜 있어?"

아... 그걸 봤구나.

"그거는... 일단 패스. 중요한 건 이 방이야!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면 문을 열게."

"하. 열어 봐."

나는 작은방 문을 열었다. 선미와 석훈은 방에 들어가더니 놀라서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어때 애들아 멋있지?"

"하... 하... 미친놈아."

"민현찬. 진짜 또라이다."

맨유, 아스날, 첼시, 리버풀......

작은방에 걸려있는 EPL 20개 팀의 유니폼. 이게 바로 돈 지랄이다!

"어때? 어? 야 잠시만!"

이선미 달려가서 유니폼을 다 걷더니 옷장 구석에 처박아 버린다.

"아후. 진짜 너는 돈이 많으면 뭐해. 이 옷은 작년에 나랑 같이 산 거잖아! 야! 차키 들고 따라 와!"

"어디 가게?"

"백화점 가자. 후배들 축구 유니폼 입히기 전에 어서 가야겠다. 석훈아 우리 쇼핑 하고 올게."

"오케. 나는 플스 하고 있을게."

"잠시만. 선미야. 여기 아디다스도 봐봐!"

"지랄. 빨리 따라와."

아. 쇼핑하기 싫은데. 온갖 핑계를 대었지만 안 통한다.

이선미는 내 목덜미를 잡더니 빌라 입구로 끌고 왔다.

"선미야 우리 내일 안 갈래?"

"웃기네. 네가 내일 잘도 가겠다. 어? 애들이네?"

원룸촌 골목길에서 걸어서 내려오는 현아, 진희, 성현. 우리를 보더니 놀란 눈으로 뛰어왔다.

내 앞에 선 세 사람. 이현아가 한 걸음 앞에 서서 나에게 묻는다.

"어? 안녕하세요. 그런데 현찬 오빠? 왜 여기서 나와요?"

"나, 이사했어."

"정말요? 우리 오늘 놀러 가도 돼요?"

"지금은 선미랑 다른 데 가봐야 하고, 나중에 저녁에 올래?"

"네! 아! 우리 집들이해요. 제가 요리해드릴게요."

"요리? 괜찮습니다. 후배님."

이현아의 요리라.

평소 성격으로 유추해보면, 히드라리스크 다리 튀김 같은 거 만들겠지.

내가 손사래 치자 진희와 성현이가 현아를 거든다.

"선배. 현아 요리 엄청 잘해요."

"행님. 장난 아입니다. 진짜입니다."

그래? 어차피 중국집 시켜 먹으려고 했는데. 한 번 기대해 보자.

"알겠어. 그럼 저녁에 와. 밥 안 먹고 있을게."

"네. 오빠! 기대하세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선미 선배님도요."

후배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차에 탔다.

강남에 있는 백화점.

이선미는 지금 셔츠를 내 목에 갖다 대면서 만족스러운지 환하게 웃고 있다.

"음. 어울리네. 돈 얼마 있어?"

"돈은 신경 쓰지 마."

"오~~ 야! 너 로또 되었지? 이거 수상해. 집도 새로 구하고, 돈 걱정 하지 말라 하고."

"그래 로또 일등 10개 됐다. 됐냐?"

너 왜 갑자기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니. 나는 이선미의 이마를 툭 쳤다.

"뻥이다. 뻥. 선미야 쇼핑 그만하자. 이제 충분해."

벌써 두 시간 지났잖아.

"다음에 언제 올 줄 알고? 살 때 확 사놔야지."

돌아다니면서 셔츠에 구두에 가방까지 골라주는 이선미. 나는 막을 수가 없다. 고르는 것들마다 너무 마음에 든다.

"얼마예요?"

"175만 원 입니다."

이렇게 몇 군데 다닌 거 같다.

뒤 뜰체엔 가봤나 도 가고, 디젤엔진도 가고.

"선미야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야?"

"너 유니폼 20개 사는데 얼마 나왔어?"

홈앤 어웨이 다 샀으니... 그냥 닥치고 있자.

"네 옷은 안 사?"

"나는 백화점 옷 안 좋아해. 이거 입고 와봐."

"내가 미안해서 그래. 사줄 게 너도 골라."

"됐어. 진짜야. 오늘은 네 옷 사러 온 거잖아. 정 그러면 다음에 생일 때 사줘."

쩝. 미안하네. 이렇게 된 거 최선을 다해 쇼핑에 참여하자.

나는 피팅룸에서 골라준 옷을 입고 왔다. 슬림한 팬츠에 위에는 깔끔한 티.

공유가 되어서 커피프린스 1호점에 가야 할 것만 같다. 대만족이다.

"것봐. 얼마나 예뻐. 너 앞으로 옷 살 때 누나한테 허락 맡고 사."

"감사합니다. 선미 누나. 이제 가자."

"잠시만!"

갑자기 내 손목을 잡는 이선미.

"너 시계 없어?"

"응. 귀찮아서."

"시계 사러 가자."

"그런데 너 놀라지 않아? 나 여기서만 몇백만 원 썼어."

"네 돈인데 뭐. 돈 많으면 쓰는 거지. 우리 엄마도 한 번에 몇백만 원어치 사. 시계 비싼 거 살 거지? 여기에는 없어. 압구정으로 가야 해."

너도 부자였구나. 혹시 선미는 해외에 저택 있고 집사 있는 거 아닐까?

그나저나 쇼핑에 지치기도 하고, 시계를 원래 잘 안 차서 그런지 집에 가고 싶다.

"시계 다음에 사면 안 될까?"

"지랄 말고 빨리 따라와라."

이선미에게 팔을 체포 당한 채 압구정으로 갔다.

압구정에 있는 명품관.

나는 발을 놓자마자 다른 세계에 온 기분이 든다. 와봤어야 알지.

반대로 이선미는 익숙한가 보다. 싸대기 때리는 사모님처럼 도도하게 나를 바라본다.

"어떤 시계 살 거야? 메탈 좋아해?"

"메탈도 괜찮지, 그런데 시계는 중요한 게 있어."

"뭐?"

"방수되고 알람도 돼야 해. 불도 들어와야 하고. 여기 지샥 없어? 악!"

내 조인트를 까는 이선미. 네가 군대를 안 가봐서 그래! 얼마나 중요한 기능들인데!

"인간아. 인간아. 조금 덥겠지만 네 옷에는 가죽이 어울릴 거야. 얼마 정도 생각해?"

"글쎄? 보통 얼마 해?"

"네 옷에 어울리는 거 사려면 천만 원 정도?"

2 섹스판타지네?

아씨. 머릿속에서 섹판이 도란링처럼 화폐의 기준이 되었다.

정신 차리자!

"사자."

"오~~ 그럼 일단 IWC 가서 하나 사고 다음에 서브마리너 사."

IOC는 안다고 깐죽 거리면 맞겠지? 얌전히 따라가자.

"알겠어."

우리는 시계까지 사고 빌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이선미는 조수석에 앉아서 뒤를 돌아보더니 엄지손가락을 입에 갔다 대었다.

"너무... 많이 샀나?"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

"미안. 너 돈 많이 썼겠다."

"선미야. 괜찮아. 그러니깐 웃으세요."

계속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이선미. 미안해 하지 마. 돈은 쉽게 벌 수 있어.

오히려 이렇게 친구 옷 골라준 게 고맙지.

디리리링.

"여보세요?"

"오빠! 저 현아예요. 우리 언제까지 가면 돼요?"

"음? 두시간 뒤에 오면 돼."

"네! 알겠습니다. 보드게임이랑 음식 할 거 챙겨 갈게요! 조금 있다 봐요."

옛날 자취방이었으면, 여섯명부터는 비좁았을 건데.

이제 후배들이 와도 같이 앉아서 술 마시고 놀 수 있다.

이사하기 잘했다.

< 집들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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