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학년 1학기 개강 >
친구들과 헤어지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아까부터 울렸던 진동을 확인하자.
나와라. 스마트폰.
특별한 섹스 : +500 포인트
크리스탈 + 5
상대방 섹스 판타지 충족으로 보상이 추가되었습니다.
섹스 판타지를 기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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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혜민 섹스 판타지.
: 선생님과 제자 판타지. 선생님이 제자를 혼내는 것, 제자가 선생님을 혼내는 것. 둘 다입니다.
: 요리하는 남자와 섹스 하는 판타지. 남자가 요리할 때, 반대로 여자가 요리할 때 하는 것 둘 다입니다.
두 번째 섹스 판타지를 기록했기에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크리스탈 + 20개.
포인트 + 2000포인트
예상 대로구나. 흥건히 젖은 혜민이를 보고 예측했었지.
이걸로 끝인가? 아니면 더 있을까? 나중에 생각하자.
어차피 섹스는 따라오는 것.
그리고 다시 태어난 지 이제 2년 차다. 아직 시간은 많다.
*
수요일. 저녁 여덟 시.
일학년 개강주에 가기 위해 박호빈과 학교 근처에서 만났다.
일찍 가는 건 예의가 아니니깐, 이 정도 시간이면 적당하겠지?
"현찬아 얼마나 있다 갈 거야?"
"글쎄? 오래 있어봤자 뭐 하겠어. 빨리 나오자."
"왜? 선배들이 신나게 분위기 띄워주고 와야지."
"아오. 피곤하기만 해. 학회장 되니 쓸데없이 가야 하는 자리 많네. 술집 어디야?"
"우리 항상 마셨던 술집이야."
"또 거기야? 거기 사장님은 우리 엠티 갈 때 소주 한 박스 줘야 해. 들어가자."
우리는 일학년들이 개강주를 마시고 있는 술집으로 들어갔다.
*
"어? 선배님 오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현찬 선배!"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기는 후배들.
이미 잔득 마셨나 보다.
사람 얼굴 대신에 빨간 토마토가 술집에 앉아있다.
특히 이현아. 비틀비틀 걸어와서 팔짱을 낀다.
"너 술 많이 마셨어?"
"아니요~ 헤헤헤. 두 병? 세 병인가?"
"잘했다. 과대가 돼서."
"선배! 선배! 나 물어볼 거 있어요."
"뭐? 이상한 거 물어보면 집에 간다."
"아니에요! 성현아 와봐!"
내 앞에 선 임성현과 이현아. 뭘 물어보려고 하는 걸까?
"행님! 야구는 갈매기 아입니까? 현아가 계속 트윈스라고 우깁니다!"
"야! 야구는 트윈스지! 갈매기가 무슨 야구야!"
"트윈스가 무슨 야구라고!"
애들아. 2007년이면 호랑이까지 해서 하위권 삼각 동맹인데 갈매기니 트윈스니 뭐가 중요하니?
"둘 다 시끄러워. 술이나 먹자."
자리에 앉으려는데, 한쪽 구석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진희가 보였다.
"진희야. 너 야구 좋아해?"
"네. 선배님."
"어디 팬이야?"
"저 인천이어서 와이번 좋아해요."
좋겠다. 올해 김성근 감독님 부임해서 날아다니겠네.
계속 야구로 티격태격 싸우는 현아와 성현. 나는 두 사람 귀를 잡고 자리에 앉혔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술이나 먹자. 아니면 다음에 야구장 같이 가면 되잖아."
"진짜요?"
"햄! 진짜요?"
"그래."
그제야 자리에 앉는 후배들.
나는 현아가 있는 곳에, 호빈이는 나와 반대편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
"마셔라! 마셔라!"
"선배님 원샷!"
후배들은 술에 미쳤다.
이 녀석들은 금주령을 내리면 공업용 알콜을 먹는 러시아인이 틀림없다.
물론 모두 다 국적을 변경한 건 아니다. 대부분은 얌전히 마시고 있고, 잘 노는 몇몇 아이들만 러시아인이 되어 있다.
제일 신난 사람은 술집 사장님. 싱글벙글거리는 얼굴로 술을 계속 가져다주면서, 나에게 연신 엄지를 들어주고 간다.
차르인 이현아는 이미 30분 전부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계속하고 있다.
"선배~~ 어쩜 그래요?"
"뭐가 현아야?"
"응! 진짜 어쩜 그래요!"
"그러니깐 왜? 지금 30분째 같은 말 하고 있어."
"에헤헤헤. 말 안 해줄 거예요."
너 앞으로 한마디만 말했다간 봐라. 합천 해인사로 묵언 수행 보내버린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담배 하나 피워야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나왔다. 밖에는 남자 후배인 엄성현과 임찬영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아. 선배님."
"행님."
나를 보더니 담배를 뒤로 숨기는 두 사람. 사소한 행동인데 왜 이리 감동적이냐.
"편하게 해. 과 생활은 어때?"
"행님. 재밌습니다."
"엄성현. 임마 너 말고. 찬영아 재밌어?"
"예. 저는 선배 보면 대단한 거 같아요."
"왜?"
"그냥 성격도 좋으시고, 행동력도 좋고. 춤도 잘 추고."
"웃기네. 너 이 새끼, 밥 얻어먹고 싶어서 그러지?"
"헤헤헤. 들켰네요. 선배 다음에 당구 가르쳐 주세요."
"알겠다. 다 폈으면 먼저 들어가."
"네. 저희 들어가 보겠습니다."
남자 후배들이 들어가자 이번에는 진희가 나왔다.
술 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진희. 귀여운 눈웃음을 지으며 나를 향해 걸어온다.
"진희야. 나 누구게?"
"현찬 선배님이잖아요. 저 많이 안 마셨어요. 선배 이거 드세요."
진희는 내 옆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잘 먹을게. 너 옷에 담배 냄새 밴다."
"괜찮아요. 선배 저 궁금 한 거 있어요."
"나에게? 뭐?"
"선배는 안 무서워요?"
"뭐가?"
"사람들 앞에 서는 거요."
갑자기? 무슨 고민 있나?
"예전에는 무서웠는데, 지금은 안 무서워."
"정말요? 선배도 예전에는 무서웠어요?"
진희야 30년 동안 남 앞에 서는 걸 무서워했었어. 특히 여자가 있으면 더 무서워했었지.
"응. 예전에는 선배도 엄청 무서웠었어."
"그럼 어떻게 지금처럼 변한 거예요?"
"글쎄. 과 생활 열심히 해서 그런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가 보다. 진희의 어깨가 축 처진다.
"그렇구나. 저도 열심히 해 볼게요."
"그런데 왜? 누가 뭐라고 해?"
"아니요. 현아는 활기찬 데 저는 너무 가만히 있는 거 같아서요."
"현아 쟤가 이상하게 활기찬 거야. 진희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과 생활 적응하면 돼."
나는 진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러자 어깨가 올라가더니 웃으면서 나를 본다.
"헤헤헤. 선배. 좋아요."
"뭐가?"
"툭툭 던지듯이 말해 주는데 힘이 돼요."
-딸랑.
분위기 좋은데 갑자기 문을 열고 튀어나오는 임성현.
Winter is Coming. 겨울이 왔나 보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다.
"선배! 현찬 선배!"
"왜? 성현아?"
"큰일 났어요. 싸움 났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나는 황급히 술집으로 들어갔다.
*
"이 미친년이 선배한테 뭐 하는 짓이야?"
"하. 야! 시발 병신이. 네가 뭔데 어깨동무해?"
싸움이 난 건 박호빈과 이세연이다.
박호빈은 양쪽 어깨를 후배들에게 붙잡힌 채, 이세연에게 손가락질한다.
이세연은 조프리를 본 산스스타크 처럼 박호빈에게 죽일 기세로 달려든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내 머릿속에서는 아마겟돈이 일어났다.
"하... 이 미친것들 진짜."
두 사람 머리끄덩이를 잡아 당기로 가는데, 누가 내 목을 먼저 감쌌다.
"선배~ 어디 갔다가 왔어요~~"
"현아야. 이거 잠시만 놓으렴. 지금 이럴 때 아니야."
"싫어요. 선배~~ 어쩜 그래요?"
다른 후배들이 말리는 데도 이현아는 계속 나를 잡고 안 놓아준다.
빠지직. 이번에는 딥 임팩트가 내 머릿속에서 일어났다.
"선배... 괜찮아요?"
내 표정이 안 좋나 보다. 진희가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본다.
그때 다가오는 메뚜기 둘. 진희와 다른 아이들을 밀쳐내고 내 팔을 잡는다.
"선배! 우리 밥 언제 사줄거예요?"
"아웃백 어서 가요!"
내 앞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이세연과 박호빈.
그걸 말리로 가는데 내 목을 잡고 끌어안는 이현아.
조선 시대 보릿고개에서 회귀했는지 아웃백을 외치는 메뚜기 둘.
너희들이 러시아인이라면 이름은 분명 신발놈의스키일거다.
술집 사장님은 이미 우리를 손절하고, 빨리 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지연아 하민아. 너희 잠시 밖에 나가 있어."
"왜요! 밥 언제 사 줄지... 선배?"
노려보는 내 눈빛에 드디어 분위기가 파악됐는지, 메뚜기는 내 팔을 놓았다.
그건 이현아도 마찬가지. 슬쩍 한 걸음 물러나서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이현아. 정신 차리고 두 사람하고 같이 나가 있어."
단호한 내 목소리에 세 사람은 술집 밖을 나갔다.
이제 일기토 하는 두 사람을 잡으러 가자. 나는 굳은 얼굴로 이세연과 박호빈에게 갔다.
"이세연 박호빈."
"야! 내가 뭘 했다고!"
"진짜 선배면 다야?"
"이세연! 박호빈!"
큰소리에 움찔하는 두 사람. 놀랐는지 아무 말 없이 나를 본다.
"박호빈. 우선 너는 집에 가라."
"야. 뭘 집에 가? 이대로 가면."
나는 박호빈 어깨를 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개새끼야. 너 작년 엠티 때 기억 안 나? 진짜 뒤져볼래? 너 어차피 후배랑 쌈질해서 잡을 가오도 없어. 개욕 먹기 싫으면 그냥 내가 말려줄 때 집으로 가."
"아... 알겠어."
강약약강 박호빈. 2학년이 돼도 강자한테 약한 건 여전하구나. 호빈이는 가방을 챙겨서 집으로 갔다.
"야. 이세연."
"..."
"그래, 선배가 개 같은 짓을 하면 화낼 수도 있지. 그런데 너 호빈이에게 욕먹으니깐 어때? 기분 좋아?"
이세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좌우로 조금 흔든다.
"네 욕을 듣는 주변 동기들 기분은 생각해 봤어? 얘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네 욕하는 모습을 봐야 해?"
"...."
"아무 말도 하기 싫나 보네? 간단하게 한마디만 할게. 선배로서 올바르지 않은 행동 한 건 내가 책임질게. 박호빈을 내가 패든, 아니면 너한테 머리 박고 사과를 시키든 내가 책임질게.
대신 너도 모두가 다 있는 데서 쌍욕 하고 분위기 개판 만든 거는 책임져. 네 동기들에게 사과하던 알아서 책임져. 할 말 있어?"
"...."
"너는 집에 가라. 어차피 이제 끝날 분위기다."
이세연은 가방을 들고 술집을 나갔다.
나 때문에 조용해진 술집. 후배들은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이미 만족할 매출을 올린 술집 사장님 만이 나에게 엄지를 들어주고 있다.
"애들아. 미안한데. 잠시만 기다려."
나는 술집을 나왔다.
술집 밖에는 메뚜기 둘인 지연, 하민이와 현아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진희는 언제 나왔는지 현아 옆에 있다.
"지연, 하민. 너희 둘."
"네.. 선배."
"네..."
"밥 사달라고 가만히 있는 친구를 밀치고 그래도 돼? 진희가 너희 밥 한 끼보다 모자라?"
"아니요..."
"그리고 밥 얻어먹고 싶으면 최소한 예의를 지켜서 부탁해. 권리처럼 받아내려고 하지 말고."
"네..."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이현아를 봤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현아. 바들바들 떨면서 옆에 있는 진희 손을 꽉 잡고 있다.
"이현아. 너 과대 아니야?"
"네..."
"네가 여기 대표야. 술 먹고 놀기만 할 거면 과대 임성현한테 넘겨. 지금 너 대신 성현이가 사람 다 챙기고 있어."
"...."
"그리고 내가 현아 네가 놀려도 귀여워서 다 받아 줬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네 장난감은 아니야. 항상 정도가 있다는 걸 잊지 마."
"네..."
"진희야. 부탁 하나만 할게. 현아 데리고 먼저 집으로 가. 지연, 하민 너희 둘도 이만 집으로 가."
아이들 네 명은 그대로 가방을 챙겨 집으로 갔다.
다시 술집으로 들어왔다. 술집에는 남은 후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얘네들은 오늘 즐거운 분위기에서 갑자기 피해를 본 아이들이다. 죄라면 과 행사에 참여 한 죄 밖에 없다.
"성현아."
"네. 행님."
"형이 카드 줄 테니까 애들이랑 집에 가면서 아이스크림 사 먹어."
"아.. 아닙니다."
"편의점에서 먹지 말고. 베스킨 가서 먹어."
"행님..."
"다들. 화내서 미안. 선배로서 어쩔 수 없이 분위기를 잡을 수밖에 없었어. 그렇다고 너희 동기들 너무 미워하지는 마. 현아 말 잘 따르고."
"네! 선배님."
웃으면서 말하자 후배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후배들을 뒤로하고 혼자서 술집을 나왔다.
*
대학가 앞 먹자골목. 그 가운데 있는 공원. 나는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혜진 누나 마음 너무나도 잘 알겠다.
누나도 처음에는 잘 대해줬겠지? 그러다가 사람들이 기어오르기 시작했고 결국은 파라오가 됐을 거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합체권 사용해서 혜진 누나랑 섹스나 하고.
"혜진 누나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
"으악! 뭐? 어? 누나?"
내 앞에 혜진 누나가 서 있다. 그런데? 엄청 예뻐졌다.
꼴 보기 싫었던 나이아가라 파마는 단정한 머리가 되었고, 살은 최소 5킬로 이상 빠진 거 같다. 옷을 입으면 예전에는 가슴에서 허리로 일자로 떨어졌는데, 이제는 잘록하게 허리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살이 빠지면서 육덕 거유였던 누나는 통통 거유가 되었다.
누나. 긁지 않은 복권이었군요! 아차차! 이럴 때가 아니다.
"어쩐 일이예요?"
"나 토익 학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야. 공원에 웬 술 취한 사람이 있길래 봤더니 너잖아? 무슨 일 있나 싶어서 와봤어."
"누나 미안해요."
"그러니깐 뭐가 미안해? 네가 나에게 잘 못 할 아이가 아닌데? 자. 커피 하나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혜진 누나는 커피를 건네며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누나에게 오늘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누나는 묵묵히 듣더니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준다.
"고생했네. 힘들지? 대표라는 거?"
"네. 저는 싫은 소리 하기 싫었거든요. 끝내는 이렇게 되네요."
"원래 그래. 처음에는 다들 싫은 소리 안 해. 그러다가 못 참고하는 거지. 그래도 나처럼 뒤늦게 터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오늘 잘했어. 초기에 안 잡으면 나처럼 더 큰 실수를 하게 되거든."
"이제야 누나 마음 이해되네요. 축제 때 미안했어요."
"그래? 나는 오히려 너에게 고마워. 너를 만나서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간 거 같아. 작년처럼 예민했으면 지금 취업 준비하면서 여러 번 폭발 했을 거야."
나를 보며 해맑게 웃는 혜진 누나. 팔을 벤치에 올리고 다리를 흔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현찬아. 착하고 싶지?"
"네?"
"후배들한테 좋은 선배가 되고 싶지? 너는 원래 마음이 착하잖아. 남한테 모진 말 못하고. 네가 학회장 되면 한 번은 이런 일 있을 줄 알았어."
혜진 누나는 오래간만에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 2학년 1학기 개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