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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49화 (49/295)

< 조별 과제 >

내가 아는 작전주는 루X사태다. 공장 하나에 컨테이너 건물 몇 개인 회사가 몇 달 만에 시총이 5000억이 된 사건이다.

이 주식을 알게 된 건 회사에서 너무나 할 게 없어서 인터넷 다음 카페를 뒤적거리다가 알게 되었다. 월급 루팡을 하다가 봤다는 말이다.

다음 카페에는 최악의 주가 조작 사건이라며 소개되어 있었다. 그때 미리 알았더라면 하고 부러워했었는데, 이제 내가 그 거대한 흐름을 올라타게 된다니. 다시는 월급 루팡을 무시하지 마라!

증권회사에서 계좌를 만들었다. 이제 조금씩 티 나지 않게 사들이자. 목표 매수 금액은 3억 정도. 평균가격은 2000~2500원 사이다.

더 저렴할 때 사는 것도 생각했지만, 혹시나 나의 매수 때문에 작전이 취소될 수도 있을까 봐 일부러 작전이 궤도에 오르는 가격까지 기다렸다.

판매 목표액은 안정적인 4만원. 대략 20배의 수익이면 60억 정도 벌 수 있다. 못해도 50억은 되겠지. 막상 큰돈을 만질 생각하니 흥분과 떨림이 온몸을 감싼다.

오늘부터 차근차근히 모아보자.

조별 과제 발표까지 일주일 남았다. 각자 자기가 조사한 파트를 보냈는데, 하나같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한 거처럼 개판이다. 조태오 마음을 알겠다. 어이가 없네.

이선미와 임석훈은 둘이 한날한시에 태어나지 않았어도 한날한시에 다운받았는지 다른 사람이 한 똑같은 리포트를 나에게 보냈다. 바로 삭제.

발표 자료를 만든다는 서영 누나. 미래에 누가 피피티 배경에 넣은 것처럼, 졷같은 보노보노가 안 들어간 거에 그냥 감사해야겠다.

결론은 또 나의 몫이다. 밤늦게까지 내 자취방에서 은미와 자료를 만들었다. 그때 들리는 전화벨 소리. 서영 누나가 미안해서인지 치킨을 사 들고 왔다.

"현찬아. 먹으면서 해."

"네 누나. 은미야. 우리 먹고 하자."

"응. 알겠어."

자취방에 세 명이서 치킨을 뜯었다. 하얀 피부에 단발머리인 서영 누나가 헐렁한 티셔츠에 츄리닝을 입고 나를 본다.

"아! 현찬아. 우리 큰일 났어."

큰일은 당신들이 자료라고 이상한 걸 보내줄 때 이미 났어요.

"왜요? 보노보노 넣고 싶어졌어요?"

"응? 무슨 말이야?"

"그냥 농담한 거예요. 그런데 왜요?"

"호빈이 있잖아. 우리랑 비슷한 회사로 한 데."

"비슷한 회사요?"

"응. 의류 계열사로 한다고 하더라고."

아. 맞네. 전생에 내가 박호빈이랑 같이했었지. 머리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둔 호빈이 피피티를 떠올렸다.

큰일 날 것도 없겠다. 박호빈의 피피티 스타일은 마우스 클릭할 때마다 테트리스 떨어지듯이 글 상자가 움직인다. 쓸데없는 효과라고 교수님한테 욕먹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이 했겠지?

무엇보다 나는 사회인. 대학교 1학년 수준의 피피티와 비교하면 회색의 간달프와 흰색의 간달프 차이가 난다. 아무 걱정 없다.

"괜찮아요. 우리가 더 잘했으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만들어준 피피티에서 많이 고쳤어?"

"음... 누나 혹시 피피티에 자부심 있고 그렇지는 않죠?"

"응! 제일 하기 싫은 게 피피티야."

"싹 다 고쳤어요."

"아하하. 고마워. 역시 현찬이가 최고야. 은미야 너는 좋겠어. 현찬이 때문에 얼마나 든든해."

"맞아요. 언니. 제 과제도 다 해줬어요."

"진짜? 좋겠다."

그런 거 부러워하지 말아요. 대신 나는 입으로... 정신 차리자.

서영 누나에게 맥주를 따라 주는 은미. 갑자기 천진난만한 얼굴로 묻는다.

"언니. 남자친구 안 사귀어요?"

"나? 별로. 괜찮은 사람이 없어서."

"그럼 언제 사귀었어요?"

"마지막에 사귄 게 작년쯤이야."

"그때 남자친구도 야동 봤어요?"

"풉!"

맥주가 내 코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은미야 왜 나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남에게 공유하려고 하는 거니?

"응. 남자들 야동 자주 봐. 그게 어쩔 수 없대."

서영 누나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때 댄스 동아리를 해서 친한 남자들이 많아서 그런가? 서영 누나는 덤덤한 표정이다.

"다들 그러는구나. 현찬이 저 몰래 야동 봤거든요."

"아하하하 진짜? 현찬이 그렇게 안 봤는데."

"누나. 솔직히 야동 안 보는 남자 없을 거예요."

딸을 한 번도 안 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친 사람은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뭐 나의 경우에는 전생에 모쏠 마법사였기에 유난히 야동에 대한 조예가 깊기는 하다. 고전인 옥보단, 카마수트라, 노랑머리부터 해서 신작인 수많은 AV 누님들까지.

젠장 왜 야동부심이 생기는 거지?

"은미야 그래서 현찬이한테 뭐라고 했어?"

"처음에는 뭐라고 했다가 말았어요. 야동 보는 대신 아, 아니에요. 내가 무슨 말 하는 거지."

그래. 정신 차려. 은미는 황급히 붉어진 얼굴을 가린다. 그런 은미를 서영 누나가 날카로운 눈빛과 음흉한 미소로 쳐다본다.

"아하하하. 어떻게 됐는지 대충 알겠다. 현찬이 좋겠다~ 이런 착한 여자친구 있어서."

모든 상황을 다 아는지 서영 누나는 깔깔 웃는다. 우리 학교에 유리겔라 같은 초능력자가 이렇게 많다니. 다음에 숟가락 한번 휘어보세요.

"은미가 착하긴 하죠."

"너희 둘이 야동 보면서 따라 해봐. 나는 안 해봤는데, 인터넷 보니깐 그러는 사람들도 있대."

갑자기 구성애 선생님이 되셨네요?

"누나. 무슨 말 하는 거예요. 은미야 누나 집으로 보내."

"잠시만. 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말요? 따라 하는 사람 있어요?"

"응. 예전에 내 친구한테 들었는데, 따라 해보니 재미있데. 짜릿하고. 아니다! 그러면 나 집에 가야 하는구나. 민현찬 그래서 날 집으로 보내라고 한 거야? 너 음흉하다."

숨겨진 나의 뜻을 바로 알아채다니 눈치가 귀신같이 빠르네요. 언어 1등급 드릴게요.

"아니에요. 누나 오해예요."

"아닌데~ 에휴~ 이만 집에 가야겠다. 너희들 사 먹였으니 마음 편해졌어. 과제 부탁할게."

"조금 더 있다가 가지 그래요?"

"정말?"

서영 누나는 나를 보며 웃는다.

- 정말 있다가 갈까? 너는 그것을 원해?

나도 누나를 보며 웃었다.

- 아니요. 지금 당장 집으로 가주세요.

"나 먼저 갈게. 둘이 고생해~"

누나는 해맑게 웃으며 나갔다. 마지막 문이 닫히기 전에 팔로 파이팅 포즈까지 취해준다.

그런데 누나의 속마음은 뭘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마음을 열더니 이제는 예전처럼 나를 동생으로만 생각한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은근히 섭섭하네.

"현찬아 우리도 과제 다시 하자."

"어떤 과제?"

"응? 우리 조별과제 말이야."

아 맞다! 우리 과제 중이었지. 나는 의자에 앉아서 다시 피피티를 만지작거렸고, 은미는 내 옆에 앉아서 턱을 괴고 화면을 보았다.

"끝이다! 은미야 고생했어."

끝이다! 한 시간 정도 걸렸나? 속이 후련하다. 끝났다는 말에 은미는 내 어깨를 주물러줬다.

"네가 다 했는데 뭘. 이제 메일로 아이들한테 보내주면 되겠다. 내가 보낼게."

"오케이! 나는 담배 하나 피고 올게."

자취방을 나와서 담배를 물었다.

칙.

그래도 이번 생에 혼자서는 안 하네. 은미라도 있어 주는 게 어디냐. 임석훈, 이 자식은 여자들이랑 놀러 다닌다고 코빼기도 안 보이고. 너 미안하다는 말 취소다. 선미는 매직데이니깐 봐준다.

다시 들어간 자취방. 은미가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다.

"현찬아. 이리 와봐."

"왜?"

"야동 안 지웠어?"

데자뷔인가? 아니면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네버엔딩 스토리인가?

"어... 그게. 안 그래도 지우려고 했는데."

"같이 보자. 옆에 앉아봐."

"지금 지울게. 응? 같이 보자고?"

"응. 재밌을 거 같아. 어서 옆에 앉아요~"

헉. 잠시만 머리를 굴려 보자. 내가 어떤 영상을 받았지? 하드한 영상이 있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합법적인 수준에서만 다운받았다. 영상의 목적 자체가 섹스 판타지를 찾는 거였으니 대부분 기획물이고, 큰 문제는 없겠다.

여자 친구와 같이 야동을 본다니!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은미 옆에 앉았다.

첫 번째 재생된 파일. 시간아 멈춰라.

"이거는 뭐야? 나 설명해줘."

"남자가 가지고 있는 시계 있잖아. 저거 누르면 시간이 멈추게 돼. 여자는 움직이지 못해."

"정말? 막~ 해도 못 움직이는 거야?"

"응. 그러면 남자가 못 움직이는 여자와 하는 거야."

"그렇구나. 한번 보자."

아니, 내가 왜 이걸 명작 영화 설명하듯이 말하는 거지? 게다가 마음속에서는 이상한 뿌듯함까지 올라온다.

재생된 동영상. 남자가 시간을 멈추자 여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자 남자가 여자들을 벗기더니 뿅뿅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어머. 저 여자들 가만히 있어? 꺄!! 넣어도 가만히 있어."

"저게 힘들어?"

"모르겠어. 그런데 저렇게 세게 하면 가만히 있기 힘들 건데."

은미는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고 집중해서 야동을 본다. 초등학교 때 삼촌이 보던 비디오라면서 옥보단을 가지고 온 친구와 겹쳐 보인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형제다.

"이거 이제 재미없어. 다른 거는 뭐 있어?"

"음... 다 비슷한데 어떤 거 보고 싶어?"

"신기한 거?"

"그럼 매직미러 볼래?"

"매직미러가 뭐야?"

"거울인데 안에서는 밖이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는 거야. 보통 여자를 헌팅해서 하는데, 돈으로 꼬셔서 하는 것도 있고, 안마해주면서 하는 것도 있고, 친구끼리 하는 것도 있어."

훗. 은미야 나의 완벽한 설명이 어떠냐?

"너 박사야? 솔직히 말해! 맨날 야동 보지? 아니면 왜 이렇게 잘 알아?"

은미는 어이가 없는지 인상을 쓰고 나를 쳐다본다.

아뿔싸! 내가 너무 신났구나.

그게... 전생에 모태솔로여서 내 야동 끈이 길거든. 김본좌가 구속되는 날, 눈물을 흘리며 하루 두 번 했다는 진실을 말할 수 없으니 대충 둘러대자.

"아니야. 그냥 이번에 보면서 알았어."

"변태. 그거 말고 다른 거 없어? 응 이건 뭐야? 게임을 해서 지면 당한다? 이거 틀어 볼게."

은미는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1/3 지점으로 넘긴다. 너 천재구나. 벌써 야동 보는 법을 깨닫다니.

- 카와이!

- 조또마떼! 이야 야메떼!

- 다이죠브~~

- 야메떼! 야메떼!

야동의 여자가 게임에서 졌나 보다. 양손으로 남자를 막으며 야매떼를 외치고, 남자는 다이죠브 라면서 밀어붙인다.

"현찬아. 이거 강제로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이런 일본 AV는 전부 다 전문 배우야."

"그렇구나... 어머! 몇 명이랑 하는 거야? 꺄! 남자가 세 명이나 있어. 너 이런 거 보면서 막 상상하는 거 아니지?"

얼굴에 인상을 쓴 채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은미. 귀엽다.

"은미야. 베트맨 본다고 따라 하지는 않잖아."

"초등학교 때 많이 했잖아~ 막 이렇게 손가락 뒤집어서. 그런데 엄청 야하다. 이런 거 보면 흥분돼? 보자! 어? 단단해졌어!"

"흥분 안 하면 남자가 아니야. 나는 네가 손만 잡아도 단단해져."

"웃기네. 다음에 확인해 본다."

"언제든지. 계속 볼 거야?"

"몇 개만 더 보자."

계속된 야동 감상. 내가 정말 많이 다운받기는 했구나. 지금 내 하드디스크는 남자들의 원피스다. 별의별 야동이 다 있다.

안마를 해주다가 하는 거, 여자 다섯 명이 나오는 거, 편의점에서, 공장에서, 여자 끼리... 은미야 그만!

그나마 다행인 건 서양 배우가 나오자마자 은미는 바로 꺼버렸다. 팔뚝만 한 남자의 물건이 무섭다나 어쩐다나.

"은미야 이제 그만 보자."

우리가 야동을 본 시간은 어느새 한 시간이다. 여자친구랑 야동을 인강 보듯이 보는 날이 내 인생에 올 줄이야.

"그래. 막상 보니 별거 없네. 그런데 예쁜 여자 정말 많다."

"은미 네가 더 예뻐."

"아닌데~ 가슴 큰 사람도 엄청 많아. 이만해!"

그렇게 손으로 표현해 줄 필요는 없단다. 하긴 I컵을 볼 일은 거의 없으니...

"아하하하. 아! 어떡해. 왜 이리 부끄럽지?"

은미야. 그게 현자 타임이란다. 간접 체험 정도는 되겠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는 은미. 나를 빤히 쳐다본다.

"부끄럽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어떻게 말하지?"

"뭐를?"

"저거 하나 따라 해볼래?"

내가 잘 못 들었나?

"응? 뭐를?"

"야동 말이야. 나 미쳤나 봐."

이 무슨 감사한 말인가?

"야동?"

"응. 이런 거 보는 거면 너 판타지 아냐? 따라 해보고 싶지? 하나만 말해봐. 내가 해줄게."

아버지는 말 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남의 섹스 판타지만을 위해 살아온 나. 드디어 내 판타지를 이룰 기회가 온 건가?

"그... 그럼. 시간아 멈춰라 어때?"

"그래? 알겠어. 그럼 현찬아 너는 움직이면 안 돼."

"응? 왜?"

"내가 시간을 멈추게 할 건데? 현찬이 너는 가만히 있어야 해."

젠장. 어쩐지 분위기 잘 흘러가더라. 갑자기 자취방이 축축한 낚시터처럼 느껴진다.

아씨. 이러면 나가린데...

< 조별 과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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