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별 과제 >
은미는 내 앞에서 훌쩍거린다.
솔직히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 야동을 보는 게 죄인가? 자위할 수도 있지! 그렇게 따지고 싶지만, 은미는 이제 겨우 20살 아닌가?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보자.
역지자지의 마음. 내가 은미라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지금 나는 포경 수술을 하고 실밥을 풀지 않은 상태. 그 기간에 가득 찬 욕망 때문에 은미가 야동을 보며 자위를 했다면?
개꿀! 내 앞에서도 해주세요. 젠장! 왜 역지자지는 맞는 적이 한 번도 없는 거야? 포기하자.
그렇다고 임석훈을 대입해 볼 수도 없는 거고. 별수 없다. 그냥 달래줘야겠다.
나는 흔들리는 은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은미야. 그게 아니야. 네가 저 야동에 나오는 여자보다 훨씬 예뻐. 가슴도 크고 골반도 크고."
"지금 나랑 야동 배우랑 비교하는 거야?"
유 저스트 액티베이티드 마이트랩 카드. 함정 밟았네. 그래 머리 쓰지 말자. 뇌를 거치지 말고 이야기하자.
"아니. 너는 비교 불가능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니깐."
"...그런데 왜 야동 봐?"
말과 다르게 얼굴은 부드러워졌다. 뇌를 거치지 않고 나온 멘트에 은미의 화가 조금 풀렸나 보다. 계속 생각 없이 내뱉자.
"사실. 임석훈이 나에게 부탁 한 거였어."
"석훈이 하고는 전화했어. 전혀 모르던데?"
"당연히 그렇게 말하지. 알잖아. 임석훈 항상 내 핑계 대는 거. 은미야. 내 말을 믿을 거야? 석훈이 말을 믿을 거야?"
미안. 석훈아. 오늘 일은 내가 꼭 보답할게.
"네 말 믿어야지..."
"그래. 은미야. 내 눈에는 네가 제일 예뻐."
"그럼 야동 지운다."
어... 잠시만... 지워도 되기는 한데. 저금통에 모아둔 동전처럼 왜 이리 털어내기 아깝지.
"너 왜 망설여? 이것 봐. 네가 보려고 다운받은 거잖아."
아차차. 지금 찰나 같은 승부 중이었지. 한순간의 방심에 은미의 칼이 내 목 아래에 왔다.
"솔직히 말할게. 나는 성욕이 왕성한가 봐. 자다가도 하고 싶어. 그렇다고 아픈 너에게 해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어. 아픈 너를 희생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거든. 그래서 혼자서 야동 받아서 한 거야."
"그래서 253개를 다운 받은거야?"
이틀 동안 받기는 했는데, 그렇게 많이 받았어? 나도 처음 알았네.
"응. 거기 정액제를 끊은 거여서 한 번에 많이 다운 받아야 하거든. 어쩔 수 없었어."
아프냐? 나도 아프다. 다모의 이서진이 되어서 은미를 바라봤다.
내 이야기와 눈빛에 은미는 밝아진 표정으로 눈물을 훔쳐낸다.
통하였느냐?
"알겠어. 이해할 거 같아.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 내가 있는데 남자친구가 야동 본다고 생각하니깐 막 자괴감 들고 그랬어. 내가 만족 못 시켜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미안해."
통했다. 살았다. 모두 나에게 환호의 박수를. 이 대결에서 나는 살아남았어!
"이 바보야! 나는 섹스 때문에 너를 만나지 않아. 네가 혼전 순결이어도 너를 만났을 거야."
"어... 정말?"
너무 신나서 오바 했다.
그래도 은미는 빈말이어도 기분이 좋은지 해맑게 웃으며 내 막대기를 잡았다.
갑자기? 화해의 악수인가?
"그런데 꼭 그렇게 하고 싶어?"
"응? 아. 뭐. 꼭 그런 건 아니야."
"내가 입으로 해줄까?"
어? 하은미님.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요.
"괜찮아. 은미야."
"하고 싶어서 야동 봤다면서. 내 숙제한다고 고생도 했고. 나 해주고 싶어."
잠시만.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
입으로 해주면 좋기는 하지만, 은미는 베이비 샤크란 말이야. 이빨로 내 막대기를 긁을 건데. 그렇다고 매직데이날 남자친구를 위해 입으로 해주는 은미에게 거기서는 혀를 써야 하고 거기서는 입술로 해야 하고 말할 수도 없고.
내가 망설이자 다시 은미가 고개를 푹 숙인다.
"야동 보면서 혼자 하는 게 더 좋구나."
"아니야 은미야. 해... 해줄 수 있어?"
"응. 해줄게. 의자에 앉아봐."
은미는 베시시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슬금슬금 내 바지를 내리고는 막대기를 한 손으로 쥐었다.
곧 닥칠 운명도 모른 채 강직하게 서 있는 병조판서. 그래, 어차피 고통은 내가 느끼는 거니깐 너는 그저 즐길 생각뿐이겠지.
"은미야. 굳이 입으로 안 해줘도 괜찮아. 손으로만 해줘도 돼."
"응? 왜?"
"미안해서 그래."
"아니야. 입으로 해줄게."
너 오늘따라 왜 이리 사육신처럼 강직하니?
은미는 머리끈을 가져와 긴 생머리를 묶었다. 한 손은 내 허벅지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내 막대기를 잡더니 혀를 내밀어서 동그란 머리를 핥았다.
햘짝.햘짝 쪽쪽쪽
막대기 끝에 느껴지는 은미의 혀. 혓바닥을 아이스크림 먹듯이 돌리자 야릇한 자극이 내 척추를 휘감는다.
여기까지는 좋다.
"어때?"
"좋아 은미야."
"더 기분 좋게 해줄게."
올 것이 왔구나. 작은 입을 벌리는 은미. 천천히 내 막대기를 입속에 품는다.
그런데? 보... 보드랍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은미의 치아가 하나도 내 물건을 긁지 않는다.
은미는 머리를 왕복하면서 내 막대기를 빨다가 다시 혀로 동그란 머리를 핥았다.
햘짝. 햘짝.
"은미야. 너 어떻게 이렇게 잘해?"
"선미가 가르쳐 줬어. 손가락 세 개로 연습해서 이가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 데."
여자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성을 공유하는 걸까?
은미의 말에 나도 손가락 세 개를 입에 넣고 움직여 봤다. 아. 이게 되네.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오랄의 메커니즘이 머릿속에 완벽하게 이해된다.
"이것도 좋아한다던데."
"어떤 거?"
"잠시만."
훌러덩.
은미는 상의를 벗더니 브래지어도 풀었다. 뽀오얀 은미의 가슴이 나를 맞이해준다. 양손으로 가슴을 모으고는 막대기로 다가온다.
설마?
"은미야?"
"가만히 있어 봐."
하은미는 가슴골 사이에 막대기를 넣었다. 내 물건에 부드러운 가슴이 그대로 느껴진다.
스륵~ 스륵~ 스륵.
흔들흔들 흔들어. 이렇게! 뭐라고? 파!이!즈!리!
내 막대기를 기준 삼아서 출렁이는 은미의 가슴. 핑크빛 젖꼭지를 보자 막대기에서 쿠퍼액이 흘러나온다.
황홀한 감촉에 영혼이 출타한 표정으로 천장을 봤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오래간만이에요 할아버지. 잘 계셨죠.
"어때? 나 잘하지?"
"은미야 어디서 배웠어?"
"이것도 선미가 가르쳐 줬어."
선미와 은미는 친구 사이가 아니 설리번 선생님과 헬렌 켈러 사이였던가?
감사! 압도적 감사! 이선미야. 내가 나중에 밥 사줄게.
"이거 힘들어. 나 다시 입으로 해줄게."
다시 새하얀 손으로 막대기를 잡고는 입에 넣어서 위아래로 흔든다. 아까와 비슷하지만 다른 풍경이다.
이번에는 은미의 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가슴이 출렁인다. 젠장 거울 앞에서 하자고 하면 욕먹겠지. 참자.
츄릅. 추르릅. 츄릅.
의자에 앉아 있는 나. 그런 내 앞에 상의를 벗은 채 무릎 꿇고 입으로 해주는 은미.
헉! 방금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쉬고 있는 손으로는 내 파이어에그를 부드럽게 살살 긁는다.
괄목섹대 한 은미의 스킬에 사정감이 빠른 속도로 차오른다.
"은미야. 쌀 거 같아."
"읍... 읍.. 하~~ 하~ 현찬아 입에 싸도 괜찮아. 습."
고마워. 여태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내 심금을 울리는 말이었어.
OK 허락이 떨어졌다.
쭈~~~~욱. 쭉.
힘차게 발사되는 나의 하얀 액체. 은미의 입에서 하얀 액체가 막대기를 타고 내려온다. 은미는 손과 입에 하얀 액체를 묻히면서 계속 흔들어 줬다.
새로운 경험이다. 막대기에 묻은 하얀 로션. 그것을 손과 입에 묻힌 채 입으로 하는 은미. 정액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자 은미는 입에 로션이 묻은 상태로 베시시 웃는다.
"은미야. 마무리는 손으로 해도 되는데."
"헤~~ 해주고 싶었어. 나 얼굴 닦아줘. 아니다. 내가 닦아 줘야 하는구나. 잠시만."
수건을 가져와서 쭈글이를 닦아줬다. 나도 책상에서 물티슈를 꺼내서 은미 입 주위와 손을 닦았다.
"현찬아.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 싸? 야동 봤다면서."
"사흘 전에 본 거야."
"사흘 만에 이렇게 많이 모였어?"
음. 그거는 내가 알 수가 없는 부분인데?
"은미 네가 해줘서 그래. 너무 좋았거든."
"헤헤. 앞으로 야동 보지 말고 나한테 말해. 내가 해줄게."
어. 사실 DDR 하려고 야동 본 거는 아닌데. 호사다마구나.
"알겠어 은미야."
"오늘 나 많이 챙겨 줬잖아. 내가 더 고맙지. 나 이제 잘래."
"낮잠 자서 잠 안 오지 않아?"
"아니. 졸려."
우리는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
은미의 입김을 느낀 지 이틀이 지났다.
지금은 은미를 피팅 모델 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있다. 은미는 다리를 데시보드에 올리고는 신난 어린아이가 되어 춤을 추고 있다.
"은미야. 그러다가 사고 나면 크게 다쳐."
"진짜? 알았어."
내 말에 곧장 다리를 내린다.
"너 기분 좋아 보인다?"
"응. 배 아픈 거 다 끝났거든."
고래? 고오오오래? 아차차. 정신 차리자. 섹스는 따라오는 것이지 따라가는 게 아니거늘.
야동 사태에서 느낀 점이 있다. 진인사 섹천명. 최선을 다하면 섹스가 돌아올 것이니라.
- 이상한 명언 좀 만들지 마.
내 맘이에요.
"현찬아. 나 저기 내려주면 돼."
벌써 도착했나? 생각보다 제법 큰 보세 상점 뒤에 차를 주차했다. 그러자 은미가 갑자기 고양이가 되어서 나를 바라본다. 뭔가 바라는 게 있을 때 표정인데?
"현찬아. 나랑 같이 안 갈래?"
"어디? 옷 가게에?"
"응. 사장 언니가 너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그러자."
"정말?"
"응. 뭐 어려운 일이라고. 들어가자."
우리는 같이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가자 사장 언니라는 사람이 웃으며 인사했다. 옷 가게를 하는 여자 사장님이라기에 순수한 호기심으로 기대를 했지만, 장거한이 나오셨다.
"은미야 왔어? 옆에는?"
"말씀드렸던 제 남자친구예요."
"잘생겼네. 20살이지?"
"네. 민현찬입니다.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90도로 고개와 허리가 숙여졌다.
"예의 바르네. 여기 앉아."
음료수를 건네주는 사장님. 한동안 은미와 둘이서 촬영 컨셉과 새로 나온 옷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패션에 대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내가 알아듣기에는 너무 고급레스토랑이다.
옷?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옷이라면 나이키지! 젠장. 패션 감각은 살 수 없나? 나도 어서 아디다스로 넘어가야 하는데.
"현찬아!"
"응?"
"사장님이 몇 번이나 불렀어."
"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 한다고요."
"지루한가 보네. 옷에는 관심 없어?"
"관심은 있는데 보는 눈이 아직 없는 거 같아요."
"그럼 이 기회에 피팅모델 안 해볼래? 옷 입다 보면 보는 눈도 늘어나."
피팅모델? 잠시만 지금 2006년이지? 패션이라면 싸이월드에서 시작된 배정남 형님 점령기일 건데.
"제가요? 그런데 여기는 여자 옷만 하지 않아요?"
"우리 이번에 남자 옷도 해보려고. 사실 그래서 한 번 데리고 와달라고 은미한테 부탁했어. 은미가 키 크고 잘 생겼다고 몇 번이나 말했거든."
"현찬아. 같이하자."
피팅모델이라. 지금 내 피지컬이면 '존나좋군 포즈만' 취해도 다 쓰러지지 않을까? 까짓거 해보지 뭐.
"네. 할게요. 그런데 오늘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제가 볼일이 있어서요."
"괜찮아. 우리도 보름 뒤에야 옷이 들어오거든. 그럼 옷 들어오면 은미 편으로 연락 줄게."
"알겠습니다. 은미야 나 이제 가볼게. 나중에 끝날 때 전화해."
"응. 알겠어. 나중에 봐."
나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따스한 가을 햇살이 나를 비춘다. 이제 은미도 데려다줬고. 나도 돈 벌러 가봐야겠다.
다시 태어나고 처음으로 몇천의 푼돈이 아닌 거액을 만질 기회가 있다.
차를 타고 증권회사 앞으로 몰았다. 나는 주식을 잘 모른다. 아니 투자 자체를 모른다.
이전 생에서 우리 부모님은 새마을 정신에 따라 저축이 최고라는 캐치프라이즈 아래 내 월급을 다 은행에 넣기를 권유하셨다. 그런 부모님의 말씀에 아무런 반항 없이 은행에 다 넣었고 덕분에 2%대라는 감동적인 이자를 받으며 자라나는 손톱처럼 돈을 불렸다. 젠장 은행에게도 호구였던 건가?
이번 생에도 그렇게 해도 되지만, 사야 할 게 많다. 군 면제도 받아야 하고, 춤 기술도 사고 싶고, 노래도 사고 싶고, 성감대도 보고 싶다.
크리스탈을 모으는 거로는 부족하다. 돈을 불려서 그 돈으로 크리스탈을 사자.
물론 지금 주식 살 이유는 없다. 2008년 되면 몇 달 동안 블랙프라이데이가 펼쳐지게 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작전주가 딱 하나 있다. 그리고 지금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거다.
< 조별 과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