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39화 (39/295)

< 개강 >

나의 첫 번째 타켓은 SES 은진이다. 아니, 그 타켓은 아니고. 여튼 은진이가 있는 테이블이다.

남자 두 명과 은진이가 있는 자리. 여기부터 분위기 띄우자.

"안녕 은진아."

"어? 현찬아. 어서 앉아."

옆자리에 있는 의자를 빼준다. 지금 포지션은 지훈이와 현준이라는 남자 동기 두 명이 앞에 있고, 반대편에는 나와 은진이가 앉은 상태다.

"현찬아. 여름 방학 때 뭐했어?"

나를 바라보며 묻는 은진. 옛날 같았으면 김병지 형님처럼 혼자 중앙선까지 드리블하다가 히딩크 감독님한테 욕먹었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노련한 기성용. 필드 전체에 공을 뿌려야 한다.

"나 농활 갔다가 왔어. 지훈아 너는 뭐 했어?"

은진의 패스를 받아서 부드럽게 지훈이에게 넘겼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은진이 얼굴이 지훈이에게로 간다. 지훈아 네 차례다. 골을 넣어라.

"나 게임 했는데?"

딥 임팩트가 내 머리에서 일어났다. 딥빡! 하지만 지훈이를 책망할 수는 없다. 저번 생에서 지훈이는 나랑 같이 여름 방학 때 풋볼매니지먼트 게임에 빠져서 집에 나가지 않았었다. 사기 캐릭 에스포지토 아직 잘 있나요?

이럴 때가 아니지. 걱정하지 마라. 스트라이커는 아직 한 명 더 남아있다.

"현준아 너는?"

"나? 일본 갔다가 왔어."

예스! 좋다. 공격이 끊어지지 않았다. 현준이의 말을 부드럽게 은진이에게 패스하자.

"일본? 재밌었겠다. 은진이 너 일본 가봤어?"

"나? 아니 안 가봤어. 현준아 일본 어땠어?"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 티키타카가 바르셀로나 수준이다. 분위기 좋네.

"그럼 현준아 다음에 나랑 같이 일본 가자."

"진짜?"

"응 네가 안내해줘."

분위기가 좋아도 너무 좋네. 너희 사귀지도 않고 여행가니? 하여튼 요즘 애들은.

"은진아, 현준아. 갈 때 나도 불러 같이 가자. 난 이만 다른 자리 가볼게."

꼭 불러 이것들아.

자! 여기 결혼시켰고, 이제 다음 테이블로 가자.

이번 테이블은 모쏠역. 모쏠역 입니다.

내 앞에 있는 성호와 지은이. 둘 다 전생의 기억으로 현재까지는 모태솔로다. 어차피 2학기 중반쯤에 사귀게 되니, 미리 불붙여 주자. 옆에 앉자 지은이가 나에게 말을 건다.

"안녕 현찬아. 너 은미랑 사귄다면서?"

"들었어? 여름 방학 때 사귀기 시작했어. 지은아 너도 연애해."

"그러게 말이다. 나도 연애 해야는 데."

좋다. 이제 성호 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성호야 너는 여자친구 있어?"

"아니. 아직."

"너희 둘 다 없구나. 멀리서 찾지 마. 너희 둘이 친하게 지내잖아. 보기 좋더라.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

당황하는 성호와 얼굴이 붉어지는 지은. 성호가 이제 골만 넣으면 되는데, 갑자기 지은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야! 김성호! 너 현찬이한테 내가 고백했다고 말했어?"

"아니... 지은아. 나 진짜 아무 말도 안 했어."

"갈래!"

자리를 일어나는 지은. 따라가는 성호.

망했다.

- 깝죽거릴 때 알아봤다.

네. 그냥 얌전히 있을게요.

그래. 내가 잠시 꼰대가 되었구나. 30대 아저씨가 '허허 자네들 잘 어울리는구먼' 하는 거랑 똑같은 행동을 했구나.

20살의 아이들. 남자 여자 섞어서 앉히고 술만 놔둬도 분위기는 끓어오른다. 전생에 박호빈 이 새끼가 여자애들 자기 주위에만 앉히니깐 분위기가 개판 난 거였네. 나는 남자들 사이에서 축구 이야기만 했었던 거고.

여튼 좋아진 분위기. 나도 덩달아 술을 많이 마셨다. 술을 잠시 깰 겸 화장실에 갔다.

쏴~~~~~~~!

담배를 피우면서 폭포수를 쏟아내자 머리가 어질거린다. 나는 학년 대표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된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화장실 벽에 퉁퉁 박았다.

"후~~~~ 정신 차리자. 현찬아. 이것밖에 안 되지 않잖아."

1분 정도 머리를 박았나? 갑자기 등에 C컵 가슴의 감촉이 느껴진다. 그리고 하얀 손이 내 몸을 감싼다.

"현찬아. 괜찮아?"

"어? 은미야. 괜찮아."

잠시만. 여기 남자 화장실인데?

"은미야. 여기 남자 화장실이야. 그리고 잠시만 놓아줄래?"

"여기 남녀 공용 화장실이야. 그리고 안 놓을 거야. 놔두면 벽에 머리 박을 거잖아. 너 10분째 이러고 있는거 알아?

그리고 섹스하고 싶다고는 왜 말해? 민망하게. 너 화장실에 머리 박으면서 섹스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다고 해서 찾으러 온거야."

음. 자퇴하자. 학교 안 다니고 섹스로 돈 벌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일단 여기 좀 앉아 현찬아."

나를 양변기에 앉히는 하은미. 맨투맨 티에 치마를 입고 있다.

"괜찮아?"

"나 하나도 안 취했어. 멀쩡해."

"이거 몇 개개?"

"세 개?"

"주먹이야. 어서 자라."

은미는 양변기에서 헤드뱅잉 하는 내 머리를 가슴팍에 안아준다. 내 코로 들어오는 향긋한 향수 냄새가 좋다. 그리고 가슴의 물컹함이 좋다.

"은미야. 문 잠갔어?"

"아니. 왜?"

"잠가줘. 나 토하려고."

"진짜? 잠시만. 어떡해."

은미는 문을 잠그고 왔다.

"어서 토해. 등 두드려 줄게."

은미가 앞에 서자 맨투맨 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 차가운 은미의 배. 그 배를 타고 올라가자 가슴에 도착했다.

"아 진짜. 너 이러려고 문 잠그라고 했지?"

"아니야. 나 지금 술 깨려고 그러는 거야. 가슴 만지니깐 조금 깬다."

"참나. 알았어."

툭.

은미는 후크를 푼 뒤 브래지어 위로 들었다. 반가워 말랑말랑 마시멜로. 은미는 가슴을 만지는 나를 계속 안아준다.

"우리 현찬이 가슴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가슴만 좋아하는 거 아닌데."

"그럼?"

"여기도."

가슴에서 손을 떼고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서 두툼한 계곡을 만졌다. 은미도 흥분했나? 뜨겁다.

"이 변태 진짜."

"좋아. 은미야."

팬티 양쪽 끝을 잡고 내렸다. 다시 계곡에 올라간 손. 까칠까칠한 아르덴 숲이 그대로 느껴진다. 오래간만이네. 롬멜의 전차군단 진격하라! 동굴에 손가락이 들어가자 끈적한 액체에 휘감긴다.

-지걱. 지걱.

"아흣... 하.. 현찬아."

은미는 나를 더 꼭 끌어 안아준다.

"아흣... 현찬아. 나중에. 집에 가서 하자."

고개를 들고 하은미를 올려다봤다.

"집에 가서?"

"응. 왜 하고 싶어?"

네!네!네!네!네!네!네!

고개를 위 아래로 빠르게 흔들자, 하은미는 아기 보듯이 웃는다.

"알겠어. 잠시만."

쾅!쾅!쾅!

그때 갑자기 누군가 화장실 문을 세게 쳤다.

깜짝이야. 술이 확 깨네.

"야! 은미야! 현찬이 괜찮아?"

이선미다. 망할 이선미, 재수 없는 이선미, 카페베네 같은 이선미. 갱킹 타이밍 정확하다.

"헤진 언니 왔어. 빨리 나와!"

어? 급하게 부를만했네. 욕해서 미안 선미야. 우리는 서둘러 화장실을 나갔다.

"선미야 혜진 누나 왔다고?"

"응. 안 그래도 너희 둘 시간 주려고 했는데 미안."

아니 그 음흉한 웃음은 뭔데? 나는 이선미 머리에 한 손을 올리고 쓰다듬었다.

"웃기네. 나 토해서 은미가 등 두드려 줬어."

"야. 너 그 변명 좀 바꿔라. 은미야 너도 앞으로 고생하겠다."

"어? 아. 그러게 말이야. 우리 올라가자."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먼저 올라갔다. 치마 입은 하은미의 엉덩이와 청바지를 입은 이선미의 엉덩이가 보인다.

산신령이 나와서 '어느 엉덩이가 네 엉덩이이냐'라고 물었으면 좋겠다. 내 엉덩이를 치면서 '이게 제 엉덩이입니다' 라고 말하면 둘 다 주지 않을까?

아차차 정신 차리자. 서영 누나가 파라오에게 잡아 먹히기 전에 어서 올라가자.

다시 들어간 술집.

우선 두 사람이 먼저 눈에 띈다. 손잡고 있는 성호와 지은이다. 나는 지그시 지은이를 바라봤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현찬이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지은이는 눈빛으로 화답한다. 이래서 중매는 서는 게 아니다. 뭐 물론 잘한 건 없다.

고개를 돌리자 빈 테이블에 혜진 누나가 앉아 있다. 나를 보더니 가슴을 출렁이며 팔을 흔든다.

"현찬아!"

"혜진 누나 안녕하세요."

"너 술 많이 마셨네. 얼굴 뻘건가 봐."

물을 따라주는 혜진 누나. 파라오에서 페르시아 왕으로 바뀌었구나. 나는 관대하다.

"혜진 언니."

"안녕 은미야! 잘 지냈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쎄쎄쎄를 한다. 인싸들의 인사인가? 인사를 끝낸 혜진 누나는 컨디션 하나를 나에게 건넨다.

"대표 하면 속 많이 버린다. 결국 1학년 대표 되었네. 내년에 과대도 네가 해."

"잘 마실게요. 하지만 과대는 안 합니다. 이번에는 어쩌다가 한 거예요. 누나 그런데 저 할 말이 있어요."

"응? 아 서영이 때문이지?"

"네... 화해 하는 게 어때요?"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왔어. 다 옛일인데 뭐. 서영이 좀 불러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영 누나를 찾으러 갔다. 중간쯤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서영 누나는 많이 마셨는지, 시골 장터의 각설이처럼 신나 있다.

"서영 누나."

"어? 현찬아! 왜?"

"혜진 누나 왔어요."

"아 진짜? 혜진 언니 어딨어?"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서영 누나. 불안하다. 모두 같은 마음인가 보다. 임석훈이 옆에 서서 나를 슬쩍 민다.

"현찬아. 빨리 가봐."

"왜 석훈아?"

"세 병 넘겼다. 나는 저 누나 포기다."

세 병 넘겼다고? 저 청순한 누나가? 내가 아는 서영 누나는 착하고 청순하고 얌전한 천사 같은 누나였는데. 아.. 하긴 같이 술 마신 적은 한번도 없었지. 나 혼자 베프 였구나.

서영 누나와 혜진 누나는 마주 앉았다. 혜진 누나가 먼저 차분히 말을 꺼냈다.

"서영아. 언니가 작년에는 미안했어. 너희 동기들 모두에게 미안해."

나는 관대하다. 화해를 청하는 파라오에 서영 누나는 눈물을 흘린다.

"언니 작년에 저도 미안했어요."

"괜찮아 서영아. 다 옛일이잖아."

"제가 그 말만 안 했어도 괜찮았을 건데. 미안해요."

"서영아 다 잊어. 아무 말 하지 마."

"제가 슈렉 같은 년이라고만 말 안 했어도."

"옛일이잖아. 이제 더는 말하지 마."

"언니 그때 슈렉 같은 년이라고 해서 미안해요. 다시는 슈렉 같은 년이라고 안 할게요."

"서영아. 닥치는 게 어떻겠니?"

"혜진 언니. 근데 진짜 이뻐졌어요. 이제 피오나 공주 같아요."

아... 님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군요?

술집에 모두가 입 닥치고 있고, 서영 누나만 떠들고 있다. 임석훈과 이선미는 던질만한 것은 서둘러 테이블에서 치웠다.

"현찬아."

나를 보는 혜진 누나. 두 눈에 분노가 차 있다. 어디서 많이 봤던 눈인데?

"나 서영이 죽이고 지옥 갈게."

왜 너는 나를 만나서 나를 아프게만 해~

그래. 아내의 유혹에 장서희 눈빛이다. 혜진 누나가 서영 누나의 머리끄덩이를 잡았다.

***

술집을 나와서 담배 피우는 나, 옆에 있는 혜진 누나. 우리는 술자리가 끝나서 밖에 나왔다.

"누나 잘 참았네요?"

"응? 참아야지. 나도 내년이면 졸업반이야."

막상 혜진 누나는 서영 누나 머리를 잡고 그냥 위아래로 한 번 흔들고 말았다. 우리 혜진 누나 착해졌네요. 제 덕분이에요.

작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부 들어보니 누구를 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서영 누나가 뒷담화를 깠는데 하필이면 종수 형이 들었다. 종수 형은 혜진 누나에게 바로 말했고, 혜진 누나는 전체 집합시켜서 각목으로 때린 게 사건의 전체 내용이다.

아! 종수 형이 잘못 했네. 에휴. 남자는 혀끝, 졷끝, 마우스 끝을 조심해야 하는데. 마우스는 잘 못 하면 부모 욕이 날아오는 세상이다.

동기들이 한 명씩 술집을 나온다. 한서영 누나는 술에 취해서 부축 받으며 온다.

누나. 제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얼마나 깨부술 생각입니까? 나중에 그리스는 왜 새벽에 축구 하냐고 물어보겠어요.

"현찬아 서영 언니 어떡해?"

"은미야. 나도 모르겠다. 누나 집 어딘지 알아?"

"우리 집 근처야."

응? 남자 목소리인데? 고개를 돌리자 호빈이가 서 있다. 너 있었니?

"호빈아. 정확하게 알아?"

"아니. 집 근처 편의점에서 서영 누나 본 적 있어."

너 탈락. 너는 못 믿지. 별수 있나? 우리 집 데려가야겠네.

"은미야. 너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서영 누나 우리 집에서 재우자."

"알겠어. 그러자."

나와 은미는 서영 누나를 택시에 태우고 자취방으로 향했다.

"현찬아. 아... 아.. 죽을 거 같아...."

누나는 내 등에 업혀서 괴로워한다. 나도 무거워 죽을 거 같아요. 우리 집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108번뇌가 있는 계단 갔다.

"현찬아. 이불 깔아 놨어."

은미는 먼저 올라가서 이불을 깔았다. 나는 자취방에 들어가서 누나를 이불 위에 눕혔다.

"현찬아. 너 땀 봐바."

"은미야 죽을 거 같다."

"잠시만. 어? 물 다 떨어졌어."

"나 그냥 수돗물 줘."

"아니야 물 사러 갔다 올게."

어? 너 여기 비우면 안 돼! 나의 본능이 솟구친단 말이야! 은미가 집을 나가자마자 서영 누나와 단둘인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갑자기 병조판서가 봉기했다.

- 전하 오래간만입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시면.

닥쳐 임마. 나 범죄 저지르면 죽어. 하지만, 서영 누나가 걱정되니 살펴보는 건 괜찮겠지?

스륵.

헉! 맙소사. 서영 누나가 잠결에 무릎을 세웠다. 그러자 치마가 벌어지며 팬티가 보인다.

아이고 남사시러버라. 나는 저런 거 못 본다.

손가락을 최대한 벌리고 눈을 가렸다. 누나 팬티는... 곰돌이? 누나 남자친구 없구나.

그런데?

"어? 왜?... 왜 이러지?"

막대기가 가라앉는다. 그리고 흥분이 완벽하게 사라진다. 이 기분은 막 사정을 마친 상태와 같은 기분이다.

서영 누나 팬티를 보자 나는 현자가 되었다.

< 개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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