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삐 풀린 망아지 >
짜릿하다. 하얀 액체가 몸속에서 전부 빠져나갔는데도 오히려 충만하다. 쭈그러진 막대기를 빼고 혜민이의 계곡을 닦았다.
"아흣... 아~~..."
혜민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여운이 몸속에 남아 있는지 약간의 떨림과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다. 에반게리온에서 남자, 여자 주인공을 쓰리섬 시킨 뒤 출격시켰으면, 제1사도부터 제18사도 까지 한 몸이 되어 부숴버렸을 거다. 잠시만... 이런 내용 망가...
아니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한찬아~~너무 좋았어.~"
내 팔을 자기 가슴속에 파묻으며 안기는 이혜민. 생글생글 거리는 얼굴로 내 가슴을 쓰다는다.
"혜민아 아까 화내서 미안해."
"아니야. 나도 미안한데 뭘. 그래도 놀리고 싶다."
그럼. 이제 놀려도 돼. 아니 제발 놀려 주세요! 또 혼낼 수 있게.
"놀리면 또 혼낼 건데? 헉."
"이 막대기로요 선생님?"
아흣. 이혜민은 내 막대기를 조물딱 거린다. 멘트 하나하나가 명대사다.
"그런데 더 굵어진 거 같아. 아까 입으로 하는데 평소와 달랐어. 수술 한 거 아니야?"
"아니야. 수술은 무슨. 너무 흥분해서 그런가 봐."
-띠리리리링
"어? 혜민아 전화 왔다."
"애들인가 봐. 현찬이 네가 받아줘."
통화 버튼을 누르자 이선미 목소리가 들린다.
-야! 이혜민. 민현찬 아직 화났어?"
"화 안 났는데 선미야."
-어? 현찬이야? 둘이 잘 풀렸나 보네. 술 마시고 있으니깐 어서 와. 항상 가던 불닭 집이야.
아... 피곤해서 가기 싫은데. 조금 쉬고 2교시 하고 싶은데.
"일단 혜민이랑 이야기 조금 더 하고."
전화가 끊어지자 혜민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씻으러 간다.
"선미지? 아이들 오라는 거지? 아 가기 싫다~"
"우리 가지 말까 혜민아?"
"그래도 가야지. 나 씻고 올게~"
벌거벗은 채, 팔을 하늘로 들어 스트레칭을 한 번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나저나, 아까 사정 직후 스마트폰 신호가 왔었는데. 나와라!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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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환타지를 기록 합니다.
1. 이선미 섹스 환타지
: 자고 있을 때 호감 있는 사람이 자기를 거칠게 덮치는 환타지
2. 이혜민 섹스 환타지.
: 선생님과 제자 환타지. 선생님이 제자를 혼내는 것, 제자가 선생님을 혼내는 것. 둘 다입니다.
크리스탈 상점이 오픈 되었습니다. 눌러 주세요.
이혜민 섹스 환타지가 선생님과 제자라고? 그래서 멘트도 그렇게 찰지고 섹스도 찰졌구나.
아! 갑자기 등줄기에 전율이 느껴진다. 스터디룸에서의 섹스!
생각해보면, 그때도 혜민이는 엄청 적극적으로 섹스를 했었다. 그날이 영화 예고편 같은 섹스였구나. 앞으로 섹스를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도 꼼꼼히 체크 해야겠다.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섹스는 없다!
다음은 크리스탈 상점을 보자.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과연 어떤 게 있을까? 손으로 눌렀다.
-띠링. 본인인증이 안 됩니다. 귀두로 눌러주세요.
미친. 귀두로 스마트폰 누르는 건 기획물에서도 못 봤다. 이 어플을 만든 놈은 넥손에서 일하다가 SOD에 이직한 새끼가 분명하다. 별수 없지. 귀두로 스마트폰을 눌렀... 자괴감 드네.
-띠링. 크리스탈 상점이 오픈 되었습니다.
노래실력 100크리스탈
목소리 100크리스탈
랩실력 100크리스탈
싸움실력 100크리스탈
춤실력 100크리스탈
너의 성감대가 보여 100크리스탈
경기도 안성맞춤 몽둥이 100크리스탈
우장춘의 손길 100크리스탈
군면제 100크리스탈
순간이동 1000크리스탈
크리스탈 교환 1000포인트->1크리스탈. 반대는 불가.
이게 뭐야? 춤? 노래? 랩? 하나씩 찬찬히 읽어 봤다. 경기도 안성맞춤 몽둥이는 뭐지? 순간이동은 1000 크리스탈이나 들어? 길게 눌러보자 구매 크리스탈이 부족 하다는 메시지만 뜬다. 잠시 생각해보자.
아! 알겠다. 포인트가 내 피지컬에 대한 내용이라면, 크리스탈은 내 소프트웨어에 관한 내용이구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보인다. 바로 군 면제.
국방의 의무는 중요하다. 하지만 난 이미 한 번 갔다 왔다. 행군을 하도 많이 해서 팔다리가 닳아 없어졌다는 오뚜기 부대. 그 추운 포천에 다시는 가기 싫다.
아니지, 잠시만. 군대에서 나를 개같이 부렸던 여자 장교와 하사관들. 그 사람들도 여사친이면? 말 그대로 하렘 같은 군 생활을 하게 되는 거 아닐까?
응. 졷까! 그래도 안가. 그럴 바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여사친을 찾는 게 낫겠다. 좋다! 100크리스탈 모으는 게 내 목표다. 그런데 더럽게 비싸네. 돈으로 치면 10억이다.
하지만, 방법이 있지. 섹스 판타지 충족! 흐흐흐흐흐흐. 교복, 세라복, 동복, 하복, 춘추복, 책상, 칠판, 지우개 털이 까지 사서 이혜민과 즐겨야겠다.
-딸깍.
"현찬아~ 나 츄리닝 바지 좀 줘."
씻고 나온 이혜민은 수건으로 몸을 닦는다. 둘 다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친구들이 있는 장소로 나갔다.
***
항상 가는 불닭 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끄러운 사람들 사이에서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우리 두 사람을 보더니 이선미와 하은미는 밝아진 표정을, 임석훈은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박호빈도 와있네?
"호빈아 너도 있었어?"
"어. 다른 애들은 다 집에 갔어. 갈 곳도 없어서 왔어."
"그래? 잘했어. 야 임석훈. 너는 왜 음흉하게 쳐다봐?
"후후후... 둘 다 옷이 바뀌었네? 왜 그랬을까~~ 어떤 대화를 했을까?~~"
"미친놈. 나와 주먹의 대화를 한 번 해볼래?"
"아닙니다. 민현찬 기사님. 저 같은 망나니가 어찌 감히 기사님과 싸우겠습니까."
"기사답게 일대일 하자. 포크로 대가리 먼저 찍는 놈이 이기는 거로."
"어? 차라리 포크로 다른데 찍는 건 어때? 남자 인생 걸고 싸우자."
미친놈. 여자아이들이 야유를 부린다. 하은미는 술잔을 들어 잔에 가득 찬 소주를 임석훈에게 던진다. 그때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박호빈 불쑥 들어온다.
"현찬아. 그런데 너 왜 고등학교 때 동정남이었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자 이선미가 팝콘을 한 개씩 던지며 욕을 퍼 붙는다.
한 개.
"야! 너는 이제 다 끝난 이야기를 또 꺼내냐? 일 절만 하자."
"아니 궁금하니까 그렇지."
두 개
"미친놈아. 그게 뭘 궁금해? 야! 야! 그럴 거면 집에 가."
세 개, 네 개.
근데? 사실 나는 괜찮은데? 트라우마가 섹스로 치료된 건가? 헤민이와 피스톤 왕복 운동 수업을 한 뒤에는 아무렇지 않다. 어차피 과거인데 뭐.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니. 임석훈이 형처럼 박호빈한테 어깨동무한다.
"호빈아. 친구라면 지켜줘야 할 게 있단다. 친구의 순수했던 과거, 친구의 옛날 여자친구 그리고 제일 중요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들어갔던 곳."
아오! 진짜, 임석훈 이 새끼는 어떻게 옳은 말을 저렇게 문란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야이! 미친 새끼야. 너는 제발 좀 닥쳐."
"왜 현찬아? 네 편 들어주는데."
야유 부리는 아이들. 깔깔거리는 임석훈. 박호빈도 타이밍이 아닌지 깨달았나 보다. 나를 놀리는 건 포기하고. 술자리에 끼어들었다.
오고가는 술잔에 다들 알딸딸하게 취한다. 불닭 집에서 현재까지 마신 술은 소주 12병. 서서히 잠이 오는데, 박호빈과 하은미의 이야기에 잠이 깼다.
"은미야. 그런데. 우리 2학기 때 혜진 선배 학과에 꼰지른 05학번 선배 복학한대."
"05학번? 여자 선배라고는 들은 거 같은데. 호빈이 너 누군지 알아?"
"아니. 나도 여자 선배란 거만 알아."
이름? 나는 안는데.
"서영 누나 말하는 거야?"
친구들이 갑자기 나를 쳐다본다. 이혜민은 내 팔을 꼬집는다.
"현찬아. 어떻게 알아?"
아뿔싸! 젠장. 그렇지. 지금 알면 안 되는 사람이지.
"나 혜진 선배와 싸운 날 들었어. 너도 서영이처럼 되고 싶냐고 뭐라 하더라고."
미안해요. 혜진 선배. 악당이 돼주세요.
한서영 누나. 어떻게 아냐고? 저번 생에서 나에게 잘 해준 누나니깐. 아마 유일하게 나를 호구로 보지 않았던 여사친 일거다. 내가 리포트를 주면 꼭 밥을 사줬고, 시험 기간에 모르는 거 가르쳐 주면 언제나 고맙다며 음료수와 과자를 줬었다. 그 모습에 고백했지만, 결과는....
-너는 정말 좋은 동생이야. 미안해.
잠시 옛 생각에 빠져 있는데 하은미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은미야?"
"어? 아니. 서영 선배인가 어떤 사람이야? 혜진 선배랑 싸웠으면 성격 안 좋겠다."
"서영 선배? 아니야. 엄청 착해. 얼굴도 엄청 하얗고."
"너는 어떻게 잘 알아? 아는 사이야?"
아씨. 이래서 술 마시면 안 된다. 정신 차리자.
"종수 형한테 들었어. 아니면 내가 어떻게 알겠어. 다들 벌써 세시다 이제 일어나자."
계속 있다가는 '내가 몇 년 뒤에 나오는 스마트폰이 있는데, 귀두인증 된다 깔깔깔' 거리며 아이들 앞에서 고추로 인증 하겠다.
***
땅 다 다 다 땅.
축제가 끝난 다음 주, 간만에 임석훈과 당구장에 왔다.
"축제도 벌써 보름 지났네. 이제는 리포트 때문에 죽겠다."
"임석훈. 너는 이번 판 승부나 걱정해. 난 마지막 가락구 인데 너는 50이나 남아 있냐?"
축제 끝나고 한가한 날들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망할 교수는 리포트 폭탄을 던졌다.
하지만 해 볼 만했다.
이미 다 한 거니깐. 이혜민도 엄청 힘들어했지만, 다행히 나의 도움으로 무사히 끝마쳤다. 민현찬 캐리 인정?
"너희 둘 다 빨리 안 끝내면 죽는다."
"현찬아. 우리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
당구장 한쪽에 이선미와 하은미가 앉아 있다. 짧은 치마를 입은 두 사람이 기다란 당구장 의자에 앉아 있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옆 테이블 사람은 우리 쪽으로 오면서 슬쩍슬쩍 본다.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나와 임석훈은 공포가 엄습해있는 상황이다. 같이 저녁 먹으려고 두 사람은 기다리는데... 30분이 지났다. 내가 마지막 가락구를 못 뺀 지도 30분이 지났다.
이선미의 눈에서 죽음의 신 하데스가 느껴진다. 켈베로스를 소환하기 전에 끝내자.
"선미야 말 걸지 마. 집중 안 하면 더 길어져."
"지랄! 10분 줄게. 이 버튼 누르면 자동으로 꺼지는 거지?
"어어어... 야! 그거 누르면 안 돼!"
당구장 버튼에 손을 올리는 이선미. 이 승부의 결론은? 10분이 지났다.
"현찬아 가위바위보 하자. 우리 잘못하면 죽겠다."
"석훈아. 너는 가락까지 못 왔잖아. 내가 이긴 거야. 네가 돈 내야지."
"아닌데! 한 큐만 더쳤으면 다 뺐는데."
우리는 결국 못 끝냈고
"아저씨. 여기 계산해주세요. 밥은 너희가 사."
이선미가 버튼 누르고 계산했다. 당구장 아저씨는 껄껄거리며 이선미에게 엄지를 들어준다. 좁은 당구장 계단을 내려오는데 이선미가 갑자기 빤히 쳐다본다.
"야. 그런데 혜민이는?"
"응? 혜민이 집에 갔는데? 지금 오고 있을걸?"
"그게 아니라. 요즘 무슨 고민 있나 보던데? 우리랑 있을 때도 애가 말이 없어."
"정말?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띠링. 휴대폰 진동. 폰을 꺼내보자 문자메시지가 와있다.
-현찬아 밥 먹었어?
-이제 아이들이랑 먹으려고.
-둘이서 먹자.
-알겠어. 어딘데?"
-여기 레드망고 앞이야.
-벌써 학교 앞에 도착했어? 알았어 갈게.
"애들아. 나 혜민이와 밥 먹으러 갈게. 석훈아 네가 애들 밥 사라."
"야! 이런 게 어딨어. 너 이거 손모가지 날아간다."
"지랄. 그럼 나는 간다."
혜민이가 무슨 할 말 있나? 이상하게 촉이 조금 좋지 않다.
***
레드망고 앞. 이혜민이 서 있다. 그런데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 같이 동거하다시피 살아온 날이 있어서 그런가?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혜민아. 나 왔어. 밥 뭐 먹을래?"
"현찬아. 우리 커피부터 한잔 마시자."
이혜민 목소리는 힘이 없다. 어? 이거 많이 듣던 패턴인데? 이전 인생에서 수많은 친구에게 들은 패턴이다, 주인공이 나쁜 놈 때려잡으면, 그 뒤에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거와 비슷할 정도의 클리셰다.
우리는 커피숍에 말없이 들어갔다. 이혜민이 앉아서 입을 열자 클리셰가 완성되었다.
"현찬아. 우리 헤어지자."
아.... 또 왜! 이번에는 왜!
"왜? 혜민아? 이유가 뭐야?"
"나 휴학하고. 다시 수능 보려고. 미안해."
젠장. 이건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 고삐 풀린 망아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