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9화 (19/295)

< 축제 >

에휴... 기분이야 기분이고, 정산 해보자. 정산이라니까 이상하네. 보상... 이것도 아니고.. 여튼, 나와라! 스마트폰.

새로운 여사친과 섹스 : +500포인트

특별한 섹스 : +100포인트

크리스탈 +1

첫 여사친과의 섹스로 보상이 추가됩니다.

특별한 장소 충족으로 보상이 추가됩니다.

잔여 포인트 : 1650포인트

잔여 크리스탈 : +7 (10개 획득 시 크리스탈 상점이 열립니다.)

1650포인트라. 일단 두께부터 샀다. 이제 둘레는 12cm. 다음은 씨 없는 수박 구매. 생활비를 위해 150포인트로 150만원 환전하자. 남은 700포인트는 보험으로 남겨 놓고. 정리 끝이다.

띠리리리링

갑자기 벨 소리가 울리자 가슴이 쿵쿵 뛴다. 설마 혜진 선배 아니겠지?

"여보세요?"

-야 현찬아! 살아있어?

"석훈이야? 어. 나 이제 내려가려고."

-혜진 선배는 지랄 안 해?

"둘이서 잘 이야기했어."

몸으로 이야기했지만....

괜찮냐? 살아있냐? 어디냐? 라는 여자애들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온다.

"다들 어디야? 집에 안 갔어?"

-어. 우리 치맥 먹으려고. 어서 내려와.

"어딘데?"

-여기? 현찬이네 집.

"아. 알았어. 거기로 갈···. 이 미친놈아! 우리 집이라고?"

임석훈이 깔갈 웃는다.

-어!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사람 죽으면 그 집에서 제사 지내야 한다네. 너 죽을 줄 알고 치킨 놓고 제사 지내려 했어.

"아오! 진짜 이것들. 알았다. 지금 내려갈게."

뭔가가 마음 한쪽에 걸리지만, 어쩌겠어. 이미 저지른 일인데. 혼내줬으면 됐지. 옷을 입고 집으로 가는데, 폭포수처럼 비 내리는 하늘을 보고 하나 깨달은 게 있다.

시불. 심혜진. 저번에 사물함에 우산 몇 개 있는 거 봤는데, 하나 주고 가지. 진 기분이 든다.

***

띠띠 띠 띠띠띠 띠

지금 내 모습은 물귀신이 물속에서 나온 모습이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온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힘없이 현관문을 열자, 교복을 입은 여대생 세 명과 석훈이가 앉아 있는 게 보인다.

"야 우리 현찬이 이제 와.. 야 너 왜 그래?"

"석훈아 뭐가?"

"이 시발 심혜진 쳐 돌았네. 우산 안 씌워 줬어?"

"됐어. 다 끝난 일이야."

나도 아이템을 써서 합체했으니 할 말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가 보다. 임석훈은 노발대발하고, 이혜민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수건을 들고 와 닦아준다.

"현찬아. 어떡해. 혜진 선배 완전 미친년이네."

"괜찮아. 혜민아 별일이네. 네가 욕을 다하고? 야! 이선미 잡아!"

휴대전화를 만지는 이선미, 혜진 선배 번호가 없는지 침대에 던진다.

"아씨! 심혜진 이년 전화번호가 없어. 야! 은미야. 휴대전화 줘봐."

"나도 혜진 선배 번호 없어. 야 임석훈 너는 번호 없어? 있으면 넘겨봐. 내가 전화할게."

얼씨구. 다들 의리는 있네. 라면 끓여 맥인 보람은 있구나.

아이고야! 나는 휴대전화 꺼내는 임석훈을 발로 찼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상황 아니야.... 제발 이제 그만해...

"야!야! 다 끝났어. 앞으로 서로 터치 안 하기로 했어. 그러니 너희들도 그렇게 알아. 나 씻고 올게."

"오~ 민현찬. 여자애들 세 명 있는데 씻고 온단다. 누가 같이 들어갈 건데?"

우리 석훈이 대단하다. 역시 적당히 미치면 욕먹지만, 완전히 미치면 인정받는구나. 모두 다 어이없이 웃기만 한다.

그래도 내 걱정에 집에도 안 간 친구들이 고맙다. 섹스하고 온 걸 알면.... 아씨 또 후회된다.

***

"혜진 선배, 여기 놔둘게요."

"고생했어. 현찬아."

다음날 밤, 우리 과 주막.

어제 살을 섞었던 사람을 이렇게 보니 조금 민망하다. 혜진 선배 역시 마찬가지 인지 나에게서 떨어진다. 어제보다 부드러워진 태도로 나를 피한다. 그 모습을 보던 호빈이가 놀라서 묻는다.

"와. 현찬아 뭐 어떻게 한 거야?"

"서로 원터치 강냉이 했다 왜?"

"졌겠네?"

"아슬아슬하게."

"큭큭큭. 하긴 너라고 해도 혜진 선배 어떻게 이기겠어? 오늘 너 고등학교 동창들 오기로 했어. 조금 있으면 올 거야."

-호빈아!

고개를 돌리자 160cm 중반의 마른 여자와, 160cm 초반의 통통한 여자가 손을 흔들며 걸어온다. 아... 얼굴은 익숙한데... 이름이 뭐였더라?

여자애들이 와서 그런가? 박호빈이 손담비처럼 어깨에 뽕이 들어가서 인사한다.

"은하야, 지민아 왔어? 여기 앉아."

"오래간만이다. 그런데 너희 학교 왜 이리 사람 없어? 아! 현찬이는?"

"현찬이? 앞에 있잖아."

"어디? 어? 민현찬? 너 민현찬이야?"

네. 제가 민현찬 인데요.

"와. 너 스타일 완전 변했다. 맨날 축구 바람막이 잠바만 입고 다니던 애가 왜 이렇게 깔끔해졌어?"

"나? 그냥. 대학교 와서 꾸미고 다니는 거지."

그런데... 너희들 이름이···

"너 우리 이름 모르지? 야! 졸업한 지 일 년도 안 되었는데 어떻게 우리 이름을 모를 수 있냐?"

나는 졸업한 지 10년이 넘었으니깐. 아!

"하쿠나마타타?"

"뭐? 야 이... 그 별명 부르지 마! 동고 동정남아!"

기억났다. 별명 하쿠나마타타. 티몬과 품바였지! 어쩐지 어제 혜진 선배 뒤태 볼 때부터 라이언킹이 생각나더라니.

여자는 20살 되면 예뻐진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10년 전 기억으로는 분명히 마르고 뚱뚱한 두 사람이었는데, 나만큼 용 되었다. 티몬이었던 은하는 살이 조금 찌면서 맛있게... 아니 아니, 보기 좋아졌고, 품바였던 지민이는 살이 쫙 빠지면서 맛있게...

정신 차리자! 예쁘게 통통해졌다.

"야! 진짜 오래간만이다."

"참나! 우리 못 본 지 반년밖에 안 되었어."

"너희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은하만 말하고. 지민아 너도 반가워."

"안녕. 현찬아. 너 많이 변했어."

"변하기는. 뭐 먹을래? 고등학교 동창 왔는데 내가 살게."

"잠시만! 너 현찬이 맞어? 옛날에는 우리 보면 쭈뼛쭈뼛했잖아."

"은하야. 그때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빨리 시켜."

은하와 지민이가 깔깔 웃으면서 주문한다.

화채, 계란말이, 파전 다 합쳐도 얼마 하지도 않으니, 추억의 가격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다. 한동안 여자 동창들과 술 마시면서 고등학교 이야기를 했다.

"현찬아. 졸업한 지 일 년도 안 되었는데, 무슨 고등학교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은하야. 그런 이유가 있어."

즐거운 분위기에 갑자기 박호빈이 끼어든다.

"그런데 현찬이 고등학교 별명이 동정남이었다면서?"

이, 시불놈. 남의 약점에 확 들어오네.

"어어! 아이들끼리 내기했었잖아. 현찬이 여자 손은 잡아봤다 안 잡아 봤다로. 결론은 뭐였게?"

"뭐였어? 이야기해 봐."

"손도 안 잡아봤었데. 그때 다 쓰러졌었어. 꺄꺄꺄꺄"

꺄?꺄?꺄?꺄? 까마귀도 아닌 게 꺄?꺄?꺄?꺄? 와씨... 합체권 안 쓰기로 마음 먹은지 하루 만에 쓰고 싶어지게 하네.

은하, 지민, 호빈이는 주막이 터져가라 웃는다. 말이 동정남이지 모태솔로를 놀리는 말이다. 아니 여자 손도 못 잡아 본 나를 놀리는 말이다. 그래서 동정남이라는 별명을 들으면 환생 전에 바보 같았던 삶이 떠올라서 싫다. 그런 이유라고 해명할 수는 없으니, 웃어넘기자.

물컹. 갑자기 내 목에 여자 가슴이 느껴진다. 이 사이즈는 이혜민인데? 고개를 돌리자 혜민이가 도끼 눈을 뜨고 서 있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민현찬씨. 아주 신나셨네요? 여자친구는 일하고 있는데 말이죠."

"아! 혜민아. 앞에 두 사람 내 고등학교 동창이야."

"진짜? 너 이 동네에서 학교 안 나왔잖아."

"그러게. 호빈이랑 아는 사이래. 혜민아 여기 앉아. 은하야, 지민아 인사해. 내 여자친구야."

이혜민이 주막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자, 은하와 지민이는 티몬과 품바가 되어서 놀랐다.

"진짜 현찬이 여자친구예요?"

"네. 반갑습니다."

"너무 예쁘시다."

한동안 존댓말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세 사람은 말을 놓았다. 나는 세 사람을 빤히 바라봤다. 20살짜리 여자애들 세 명이 술 마시는 모습이 귀엽다.

"그럼 현찬이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 없었어?"

어? 혜민아 잠시만... 은하야 동정남 이야기 하지마라...

"없었어. 현찬이 별명이 동고 동정남이었어. 선생님들까지 인정해준 거야. 여자 손도 못 잡아 봤어."

친구들은 다시 빵 터졌다. 주막을 둘러보니 모두가 들었나 보다. 하은미는 뒤돌아 있지만, 엿들은 게 확실한지 어깨를 들썩인다. 임석훈은 손가락질하면서 소리 없이 웃고 있고. 이선미... 그래... 모든 걸 다 아는지 고개만 끄덕인다. 동정이 뭐 어때서!

다들 웃는 모습을 보자 살살 열이 올라온다. 전생 때문이겠지. 이전 삶에서 난 30까지 먼저 손잡지도 못한 사람이니깐.

"그럼 우리 현찬이~ 누나 손 잡을 때 떨려서 어떻게 했어?"

혜민이는 나를 놀린다. 하하하... 억지웃음 한번 지어주자.

"그러게. 말이야. 혜민이가 보물이지."

"그러니깐 앞으로 잘해. 나 다시 일하러 갈게. 재밌게 놀다가 와."

자리를 뜨는 이혜민을 은하가 바라보면서 입을 연다.

"현찬아 너 여자친구 예쁘다."

"그래? 고맙네."

"동정남이 여자친구도 사귀고. 대학 와서 제일 많이 변했어. 여름에 동창회 한다던데 한 번 나와."

"알겠어. 그때 연락 줘."

"그런데 저기 남자애는 누구야? 잘 생겼다."

은하는 임석훈을 가리킨다. 하하하 너 그래 한번 당해봐라.

"석훈아!"

"..."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 말도 없다.

"너 화났어?"

"아니, 동정남이랑은 이야기 안 하려고."

다시 터진 웃음소리. 참자. 참자.

"미친놈. 얘들이 너랑 인사하고 싶데."

"현찬아 미안. 아버지 이름까지 걸고 정식으로 사과할게. 안녕하세요. 현찬이 친구 임석훈입니다."

"네 반가워요. 현찬이 고등학교 동창 은하예요."

"저는 지민입니다."

캬! 자리에 앉자마자 주둥이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술자리를 연주한다. 티몬과 품바는 임석훈에게 홀렸다. 정말 임석훈은 천부적이다. 덕분에 박호빈만 불쌍해졌다. 주인공 자리를 뺏긴 채 한쪽 구석에 쭈글이가 되었다. 호빈아, 인과응보다.

주막 천막 뒤. 담배를 피는 나, 임석훈, 이선미. 어제와 같은 모습인 건 기분 탓이겠지? 임석훈이 하늘에 연기를 뿌린다.

"현찬아? 몇시냐?"

"10시 55분."

"선배 뭐래?"

"접잔다. 뒤풀이도 없대."

오늘도 파리 날렸다. 은하 지민이도 따지고 보면 내 돈 낸 거고, 그런 식으로 몇몇 지인 장사한 게 전부다.

"선미야. 왜 이리 사람이 없을까?"

"사람 없는 게 당연하지. 수박 주스에 과일 몇 덩어리 넣은 게 화채고, 파전은 밀가루 전인데 누가 와서 먹겠어. 한 거라고는 우리 교복 입힌 거 말고는 없잖아."

이선미 정답. 당신이 장학퀴즈 우승자입니다. 부실한 음식에 재미없는 주막. 망할 메뉴판도 전지에 검은 매직으로 끄적거렸다. 그리고 결정적인 타격은 2학년의 부재다. 보통 주막은 2학년들이 와서 팔아주는데, 없으니 그만큼 텅 빈다.

"동정남 민현찬씨~ 선배들이 정리 해랍니다."

혜민이가 웃으면서 나에게 온다. 혜민아. 그만하자 제발.

"혜민아. 그만하면 안 될까?"

"왜 싫어?"

"아니 좀 그래서."

"왜? 나는 재밌는데. 헤헤."

그래. 20살에 귀여워서 봐준다. 우리는 주막을 서둘러 정리했다.

"동정남 민현찬씨~"

이혜민 신났다. 주막 정리하고 학교 내려오는데 계속 놀린다. 아이고···. 20살 상대로 화낼 수도 없고. 이선미가 말리지만 폭주 기관차다.

"우리끼리 뒤풀이할까?"

하은미의 제안에 우리는 서로를 봤다. 이견은 아무도 없겠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동정남 현찬이는 12시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해~"

"야! 이혜민!"

하···. 순간 감정 컨트롤이 안 되었다. 내가 외친 큰소리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지만, 애써 웃을 생각 없다.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

"하... 혜민아... 아니. 아니다. 얘들아 미안한데 나 먼저 들어갈게."

"현찬아... 화났어?"

"아니야 혜민아. 피곤해서 그래. 미안해. 얘들아 미안한데 먼저 갈게. 너희끼리 마셔."

부엉이처럼 눈을 뜨고 있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나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원룸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웠다.

마음이 복잡하구먼. 화가 나기도 하고, 괜히 화냈나 후회되기도 하고···. 모르겠다.

-지이이잉

-혜민이 지금 네 방으로 가고 있다. 둘이서 잘 풀어.

이선미 문자다. 하.. 그래 풀어야지.

띠띠띠 띠띠 띠

현관문 비밀번호 소리가 들리며 이혜민이 기죽은 채 들어온다.

"현찬아···. 미안. 나 재밌어서 한 건데."

한 번도 화 낸적 없던 내가 화내서 그런가? 눈치를 엄청 본다.

"아니야. 괜찮아. 다 풀렸어."

혜민이는 쪼르륵 걸어와 침대에 앉는다.

"미안 현찬아."

"진짜 괜찮아. 나 다 풀렸어."

"진짜야?"

"응."

사하라 사막 모래폭풍처럼 건조한 데답에 혜민이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우는 건 아니겠지? 나는 눈물에 약한데.

고개 숙인 혜민이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조금 풀린다. 얼굴 아래로 교복 블라우스를 빵빵하게 하는 가슴... 가슴!가슴!가슴! 나는 눈물에만 약한 게 아니라 가슴에도 약하구나!

갑자기 화가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 여자친구인데 놀릴 수도 있지! 내가 고등학교 때 동정이었다! 뭐! 지금 아니면 됐지!

정부는 지금 당장 공연음란죄를 폐지하고 술집에 여자 가슴 사진을 보관하는 걸 법제화해야 한다. 술자리 싸움 나면 다가가서 '저기 가슴 사진 보세요' 하면 싸우는 두 사람은

'아이고 형제여 같이 봅시다' 하면서 바로 진정될 거다.

이제 이혜민과 풀어야겠다. 그 전에 장난이나 쳐 보자.

"이혜민!"

혜민이는 교복 입은 채, 나를 빤히 바라본다.

"어! 너 말이야 선생님 놀리고 그러면 돼? 안돼?"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블라우스 위의 가슴을 톡톡 쳤다. 이제 이혜민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매달리겠지. '현찬아 화 풀렸으면 내일 옷 사러 가자'라고 미리 목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죄송해요.... 안 그럴게요."

그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갑자기 상황극?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 축제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