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6화 (16/295)

< 멤버쉽 트레이닝 >

일단 두 사람을 말리자.

"호빈아. 그만해."

"야! 민현찬! 넌 가만히 있어. 하은미 너 앉아봐."

박호빈이 버럭 성을 낸다. 그래. 너희 일이니 너희가 알아서 하려무나.

잠시만! 이 새끼가. 20살밖에 안 되는 놈이 어디서 지랄이지? 예전 같았으면 가만히 있었겠지만, 나는 이미 30살을 살면서 회사에서 구르고 구른 놈이다. 잠시 생각하는데 박호빈과 하은미가 더욱 격해졌다.

"미친 새끼."

"야! 뭐 이 시발! 하은미 너 어디서 욕하는 거야?"

욕하는 박호빈을 보자 3분 지난 왕 뚜껑처럼 머리 뚜껑이 열렸다.

"박호빈! 이 미친 새끼야. 은미가 싫다잖아."

나는 박호빈 팔목을 꽉 잡아끌어 은미에게서 떼어냈다.

"하. 야 너 미쳤어 민현찬?"

이 새끼 봐라. 내가 예전의 호구 민현찬으로 보이나 보네.

"호빈아. 아니 야! 박호빈. 아니아니. 이 시발새끼가! 쳐 돌았나?"

갑자기 살벌해진 분위기에 친구들이 전부 나만 본다. 박호빈은 당황스러운지 한 걸음 물러난다.

"어?... 어... 현찬아. 그게."

"시발놈아 은미가 싫다잖아. 싫다는 사람 왜 붙잡아?"

"아... 미안."

뒤늦게 몇몇 아이들이 와서 우리를 말린다. 아예 이 기회에 박호빈을 조져야겠다.

"은미야 너는 일단 올라가. 박호빈 너는 나하고 이야기 좀 하자."

"아... 아니야. 내가 술 취했나 봐. 은미야 잘자."

호빈이는 아무일 없듯이 다시 자리에 앉아 다른 친구들과 어울린다. 응? 이렇게 끝? 레알 마드리드?

박호빈은 강약약강 인가 보다.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사람.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에게 끼어들어 술 먹는 모습을 보니 어이없다. 에휴... 20살짜리 애한테 내가 뭐 한 거냐. 나는 그냥 아무말 하지 않고 담배 피우러 펜션을 나갔다.

펜션을 나가니 밖은 선선하다. 담배를 하나 무는데 어둠 속에서 임석훈이 혼자 걸어온다.

"여~! 현찬아 안 잤어?"

"시원하냐? 선희는?"

"어? 시발 봤냐?"

"존나 정확하게 생 라이브로 봤다.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려다가 말았어."

"미친 새끼네 이거. 관전했네. 다음에는 초대남으로 초청해줄게."

캬! 석훈아! 역시 너를 이길 사람은 없구나.

"방금 안에서 호빈이랑 은미랑 실랑이했어."

"어? 진짜? 어떻게?"

"박호빈이 왕게임 하자고 말하니 은미가 싫다고 일어나더라고. 그런 은미를 박호빈이 잡으면서 티격태격했어. 내가 하지 말라고 정리했다."

"오! 우리의 기사도. 역시 기사 민현찬이야. 만인의 기사야."

"너는 은미가 그랬다는데 화 안 나냐?"

"네가 잘 처리했네. 여기서 내가 달려들면 네가 꼰지른거 밖에 안 되잖아. 타이밍 놓치고 화내는 건 병신밖에 안 돼. 게다가 상태 보니깐 아이들이 다 박호빈 병신이라 생각하겠네. 굳이 나까지 나서서 동정표 줄 필요는 없지.

박호빈 저 새끼 일부러 동정받으려고 불쌍한 척하는 거 너도 알잖아? 여자애들은 그런 호빈이 감싸주고."

-딸랑

갑자기 펜 션문이 열리며 은미가 나온다. 우리 둘 옆에 서서 임석훈을 보더니 말을 툭 쏜다.

"지랄. 나서기 귀찮은 건 아니고?"

"어? 은미야. 네가 원한다면 내가 나서줄게."

"웃기네. 현찬아 아까는 고마웠어."

"너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세게 잡지는 않았어."

갑자기 임석훈이 웃는다.

"이거, 현찬이 여왕님 한 명 더 생기는 거 아니야?"

나는 손을 머리에 올렸고, 하은미는 화를 냈다.

"야. 임석훈 너 진짜 죽을래?"

"너 왜 그리 발끈해? 우리 현찬이 인기가 많아. 같이 당구 치던 나는 버리면 안 된다."

-딸랑

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두 사람이 나왔다. SES인 세희랑 은진이다. 임석훈은 웃으며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든다.

"어? SES에서 은진이랑 세희 아니야? 너희는 왜 나왔어?"

"박호빈 저 새끼 술 취한 꼬라지 보기 싫어서 나왔어. 너희 세 명 있는 것도 보이고. 여기가 훨씬 재밌지. 우리 밖에서 술 먹자."

두 사람은 양손에 소주와 새우깡을 쥐고 있다.

"그러자. 저기 선희도 오네."

어둠 속에서 선희도 걸어오더니 우리에게 합류 했다. 그래! 날도 별로 안 춥고 술 먹기 딱 좋다.

SES와 하은미, 네 명의 여자아이들. 나와 임석훈 두 명의 남자들. 4:2 술자리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어느새 새벽 네 시. 세희가 내 팔을 잡으며 가슴 쪽으로 끌었다.

"현찬아 나랑 바람 쐬러 갈래?"

"세희야 나 뒷정리해야 해서. 미안."

이선미와 한 환상적인 섹스에 나는 현자가 된 상태다. 그 정도 유혹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하은미가 묘하게 신경 쓰이기도 하고.

임석훈? 이 미친놈은 술자리가 끝날 때쯤 이미 은진이와 사라졌다. 대단한 놈이다.

***

다섯 시간 정도 잤나? 9시가 되자 저절로 눈이 떠졌다. 펜션 거실 소파에서 잤는데, 눈 뜨자마자 개판인 거실 바닥을 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특히 상추가 들어있던 김치찌개는 이제 과자 부스러기까지 들어가 있다.

- 애드 오빠

강철의 연금술사인가. 냄비가 말하는 거 같다. 이것들은 술 게임을 하면서 뭘 연성 한 거지? 사람 튀어나올까 봐 서둘러 음식물 쓰레기에 담았다. 여기까지 하고 모닝 땡부터 하나 피우자.

밖에 나가자 선선한 봄바람이 기분 좋게 한다. 캬! 이 기분 오래간만이네. 엠티 와서 일찍 일어나 공기 좋은 곳에서 담배 피우는 이 기분! 산뜻하다.

기분도 좋지만, 확인할 건 해보자.

-나와라. 스마트폰.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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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선미 섹스 환타지

: 자고 있을 때 호감 있는 사람이 자기를 거칠게 덮치는 환타지

와우! 주식 장 시작하자마자 상한가 한 방 맞은 기분이다.

하나씩 정리해 보자. 특별한 섹스로 얻은 500포인트. 상대방 섹스 환타지를 충족해서 추가 보상이 들어 왔다.

크리스탈은 뭐지? 계속 쌓여가는데, 뭐 10개를 모아보면 상점이 열리겠지. 이 어플을 만든 사람이 넥손 회사 직원이면 분명 크리스탈로 신기한 능력을 구매할 수 있을 거다. 일단 10개 모을 때 까지 패스 하자. 제일 중요한 건 마지막 줄, 바로 이선미 섹스 환타지다.

"아!"

온몸에 전율이 쫙 돋는다. 생각해보니 이선미와 처음 했을 때도 잠들었을 때 내가 덮친 거다. 그리고 어젯밤도 마찬가지다. 이선미 섹스 환타지가 이거구나.

"으하하하하!"

이선미 너 큰일 났다. 이제 약점 알았으니 각오해라.

"뭘 그렇게 웃어?"

"깜짝이야. 혜민이 너 언제 일어났어?"

이혜민이 부스스 뜬 눈으로 옆에 쭈그려 앉는다.

"현찬아. 나 속 쓰려."

"그러게 뭔 술을 그리 많이 먹었어?"

"으.... 너무 속 쓰리다. 이래서 오늘 옷 사러 못 가겠다."

"내일 가자. 어차피 내일 일요일이잖아."

"그래. 나 소파에 좀 누워있을게."

아고... 옷옷옷. 아마 전생에 이혜민은 옷 벗은 채 죽었을 거다. 차라리 굿을 해서 옷 못 입고 죽은 귀신을 떼어내 줄까? 어휴 뭔 생각이냐. 펜션 거실부터 정리하자.

"현찬아 네가 정리 다 했어?"

한 시간쯤 정리했나? 정리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 방에서 하은미가 부스스한 얼굴로 나온다.

"어? 은미 일어났네. 너도 저기 소파에 가서 앉아. 좀비 두 명 이미 앉아 있다."

소파에서 자는 이혜민, 어느새 잠에서 깨어나 소파에 앉아 있는 이선미. 좀비라는 말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준다. 이것들은 정리하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다. 하은미 너는 어떻게 할지 한번 보자.

"나도 좀 쉬어야겠어. 현찬아 미안한데 우리 라면 끓여줘."

그래. 너도 웬수지. 하은미도 소파에 앉아 좀비가 되었다. 그래도 20살 세 명이 소파에 앉아 있으니 귀엽네. 라면 까짓거 끓여주지 뭐.......어라?

잠시만. 방금 뭔가 이상하다?

"은미야 뭐라고?"

"어? 미안한데 라면 좀 끓여줘."

'미안한데?' 이런 말을 하은미가 한다고? 믿기지 않아서 계속 쳐다봤다.

"왜?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아니야 은미아."

어제 일 때문인가? 하은미가 부드러워진 거 같다. 기분 탓이겠지. 라면을 끓이러 가는데 이선미가 날 부른다.

"현찬아. 나는 너구리."

"신라면밖에 없어."

"아! 짜증 나! 너구리 좀 사다 줘. 차 타고 가면 10분이면 편의점 갈 수 있어."

나는 중지를 들어주고 라면을 끓였다.

여자아이들 세 명은 라면이 나오자마자 왕초에 나온 거지들처럼 라면을 흡입한다. 이렇게 보니 영락없는 20살 아이들이구나. 라면은 단번에 바닥을 들어냈...

"야! 나 한 입도 못 먹었어."

"아 몰라. 우리 이제 가자. 다른 아이들은 버스 타고 오겠지. 석훈이 깨워."

매정한 것들. 별수 있나. 자빠져 자는 임석훈을 조수석에 구겨 넣은 채, 우리 먼저 학교로 돌아왔다.

***

"현찬아, 이 옷은 어때?"

"잘 산 거 같아."

"그럼 이 옷은?"

"그 옷도 예쁜데? 잘 샀어. 혜민아, 그런데 안 피곤해?"

"나? 안 피곤한데."

이혜민의 자취방이다. 엠티 다음날 우리는 결국 쇼핑하러 갔다. 스프라이트 줄무늬가 있는 똑같은 옷을 두 벌 샀고, 내가 보기에는 이미 있는 치마와 똑같아 보이는 치마를 하나 샀다. 물론 그 세 벌의 옷을 사기 위해 4시간을 돈 건 보너스다.

"현찬이 너야말로 안 피곤해? 아까 노래방에서도 나 건드리고."

"아..하하.. 그랬지.. 혜민아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래."

"으그. 진짜 점점 더 변태가 되어 가는 거 같아."

빠른 인정. 국가 공인 대학생 데이트 코스인 쇼핑, 밥, 노래방을 투어하다가, 노래방에서 혜민이와 합체했다. 그 결과 100포인트와 크리스탈 +1을 얻었다, 이제 10개까지 남은 크리스탈 개수는 단 3개인데, 빨리 채우고 싶다. 섹스 판타지대로 섹스하면 500

포인트와 크리스탈을 5개를 얻을 수 있는데, 이혜민 섹스 판타지는 과연 뭘까? 물어보자.

"혜민아 너 섹스 판타지는 뭐야?"

"나? 글쎄? 생각해본 적 없는데? 현찬이 너는?"

"나도 별로..."

없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던데, 혜민이가 그런가 보다. 만약 이혜민이 이선미처럼 잠결에 당하는 게 섹스 판타지였다면, 지금까지 5000포인트랑 크리스탈 50개는 얻었을 거다.

"아! 현찬아 너 교복 좋아해?"

"네! 엄청 좋아합니다.!"

"으그. 하여튼, 나 교복 챙겨 왔어."

잠시만. 머리 좀 굴리자. 지금은 2006년이니 아청법이 있을 때는 아니다. 그리고 혜민이는 어차피 고등학생도 아니다. 정리 완료. 교복 입어도 된다!

"지금 입어 줄 수 있어?"

"싫은데요~ 다음 주 축제 하잖아. 혜진 선배가 입으라고 해서 챙겨 온 거야."

"혜진 선배? 각목 심혜진?"

04학번 각목 심혜진, 우리 학과 부대표다. 각목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는 간단하다. 진짜 각목으로 사람 팬 적이 있어서다. 작년에 05학번 선배들을 각목으로 두드려 팼는데, 그게 학교까지 전달되어서 난리 났었다. 열 받은 05학번 선배들 전부 다 학과 생활 때려치우고 은둔 고수처럼 잠수탔다.

덕분에 지금 과 행사는 1, 3학년이 다 하고 있다. 지금이니깐 유야무야 넘어갔지, 10년 후 이런 일이 있었다면 뉴스에서 난리 났을 거다.

"아 짜증 나. 살쪄서 불편한데. 교복 입으려고 다이어트 할 수도 없고. 이번 축제 때 혜진 선배가 우리 엄청 부릴 거래."

"아···. 걱정 마 혜민아. 내가 다 커버쳐줄게. 대신 지금 교복 입어줘."

"됐습니다. 너야말로 석훈이랑 땡땡이치다가 걸리지 마. 그 언니는 복학생도 못 막으니깐. 이제 옷 정리 끝. 저녁 시켜 먹자."

쩝. 아쉽구먼. 교복 블라우스 위로 혜민이의 가슴이 탱글탱글한걸 보고 싶다. 가운데 단추 하나만 딱 풀어도 툭 하고 열리겠지? 교복 치마 밑으로 있는 날씬한 다리도 보고 싶고.

"악!"

"정신 차리세요. 민현찬씨!"

"알겠어. 어서 밥 먹자."

후후 일단 참자. 그날은 올 거니깐.

< 멤버쉽 트레이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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