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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13화 (13/295)

< 멤버쉽 트레이닝 >

2차전 승리한 아스날이 결승전에 올라갑니다.

2차전 승리한 바르셀로나가 결승전에 올라갑니다.

데자뷔? 아니다. 챔피언스리그 2차전 경기 결과가 이번에도 적중했다.

당첨금은 6000만 원. 미래만 알면 인생 이렇게 쉬운 거구나. 우선 3000포인트만 환전했다. 나는 처음으로 키를 +2cm 샀다. 이제 키는 178cm.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이 탑 위에 눈알을 박은 이유를 알겠다. 무조건 높은 게 장땡이다.

다음은 소중이. 길이와 두께를 하나씩 샀다. 돈 벌기도 쉽지만, 쓰는 것도 금방이다. 나는 단번에 3000포인트를 다 썼다. 현금 3000만 원이 통장에 남아 있어서 환전할 수는 있지만, 혹시나 모르니 남겨두자.

소중이를 측정하기 위해 바지를 벗었다. 쭈글이인 소중이는 이혜민의 가슴을 떠올리자 바로 막대기가 되었다.

길이 14cm에 둘레 11cm.

이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겠지? 아니지, 여자들은 어느 정도를 좋아할까? 인터넷에 검색해보자.

- 여자들이 좋아하는 고추 크기.

완벽한 고추 크기는 16~18cm길이에 둘레가 14cm다.

아직 멀었다.

***

다음날 오전,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

"아~! 드디어 시험 끝났다!"

이혜민이 기지개를 켠다. 한쪽에서는 나와 석훈, 선미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

"너희 이번 주말 뭐할 거야?"

이혜민 뒤에서 박호빈이 따라 나오면서 물어본다. 옆에 몇몇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이 우르르 서 있다. 그 아이들은 20살답게 평범하고 조용하다.

그에 비해 우리 쪽은 너무 화려하다. 저쪽이 양 떼라면 여기는 개 떼다. 도베르만 이선미, 시베리안 허스키 임석훈, 포메라니안 이혜민, 애완견 콘테스트 나온 것처럼 빛나고 떠들썩하다. 나는 여기서 말티즈 정도 되겠다.

"글쎄? 나는 별로 할 게 없는데."

박호빈의 말에 임석훈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우리 시험 끝났으니 엠티가자. 1학년 전체 어때?"

"엠티? 그러자. 재밌겠네. 현찬아 너는 어때?"

"나? 글쎄... 혜민아 갈래?"

"가면 가는 거지 뭐. 선미야 너는?"

"너희 다단계냐? 아니면 내가 리더야?"

스키니 청바지에 가죽 재킷을 입고 팔짱을 끼는 도베르만 그 자체인 이선미. 모두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하. 보모가 된 거 같다. 가자."

결정 완료. 엠티면 혹시? 왕게임! 환락의 왕게임이 시작되는 건가? 나와 같은 생각인지 박호빈이 싱글벙글거린다.

"오케이. 내가 준비할게. 술도 마시고 왕게임도 하자."

"변태 새끼. 20명이 넘게 가는데 왕게임은 무슨."

이선미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세게 던진다. 말 안 하길 잘했다. 임석훈도 어이가 없는지 웃는다.

"크하하하 박호빈 이 미친 망상 환자야. 20명이 왕게임 하면 춘추 전국 시대 되겠다."

"야! 그냥 해본 말이야. 그럼 전체 공지 날릴게."

박호빈이 얼굴이 시뻘게져 과 건물로 다시 들어갔다. 와···. 얘네들 앞에서는 입조심 해야겠구나.

"현찬아 너도 왕게임 하고 싶어?"

혜민이가 내 얼굴을 빤히 본다.

"아니야. 그냥 술 마시고 놀면 되지 뭐."

"왕게임, 내가 해줄까? 내가 여왕 할게. 기사 민현찬 치마 사러 가자!"

"치마? 어제 샀잖아?"

"이번에는 청치마 사려고."

"알겠어. 지금 사러 갈까?"

"치마 하니깐 치킨마요 먹고 싶다. 한솥 콜?"

임석훈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고마워! 여자 따라 쇼핑 다니는 건 너무 힘들다.

"그러자. 안 그래도 오후 수업 있어서 나가기 귀찮았거든."

"그럼 우리가 치마 사 올게. 보자 한솥, 두솥, 세솥, 네솥 뿌꾸빠 뿌꾸빠"

"미친 새끼."

여자아이들은 과 건물로 들어가고. 석훈이랑 둘이서 한솥으로 걸었다.

"야! 너 혜민이한테 너무 사주는 거 아니야?"

"뭐 어때? 여자친구인데."

그깟 치마 돈 몇 푼 한다고. 내 계좌에 박힌 돈이 3000만 원이다.

"네가 좋아서 그러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답답하다. 아니다. 어쩌면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무슨 소리야?"

"그날이 오면 형님이 이야기해주마. 근데 박호빈 이 새끼 졸라 음흉하네. 아까 왕게임 이야기할 때 얼굴 봤어?"

"그 새끼 원래 그렇잖아. 근데 사실 나도 조금 기대했다."

"미친놈아. 혜민이도 같이하면 난리 난다. 다음에 시간 비워놔."

"왜?"

"네놈이 원하는 왕게임 할 수 있는 멤버 만들어 줄게. 아니면 여름에 여자애들 놔두고 우리 둘이서 바닷가나 놀러 가자."

"마음만 받을게."

"왜? 너 혜민이 마음에 걸려서 그래? 이 새끼 호주머니에 은장도 넣고 다닐 새끼네."

석훈아. 형은 여사친이 아니면 서지가 않는단다.

***

MT날. 동기들 모두 미니버스를 타고 먼저 출발했다. 우리는 별도로 석훈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좋구나. 봄날의 따스함이차 속으로 그대로 온다.

"이 봐보야 진쫘~ 아니야~!"

"임석훈 닥쳐라."

뒷자리에 앉은 이선미가 조수석에 앉은 임석훈 뒤통수를 친다.

"야! 내 차 타고 가면 고맙다고 해야지."

"네가 같이 가자고 했잖아."

임석훈 차는 2005년식 BMW다. 아버지가 대학 입학 선물로 사줬다는데, 오늘 출발하자마자 전봇대를 박을 뻔해서 운전대를 내가 잡았다. 내 운전 실력은 이전 생에서 수면제였다. 옆에 앉으면 다 잠들 정도다.

회사 다닐 때 여직원이랑 카풀 했는데, 그 애가 출근하는 길에 푹 자라고 조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배긴 운전 실력이다. 그 애는 일 년 카풀하고 기름 한 번 안 채워줬던 아이였지. 내가 진짜 그 여직원은 어떻게든 찾아서 하고 만다.

"그래도 현찬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혜민이 너 어디 갈 때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은미야 나도 현찬이 운전 잘 하는거 처음 알았어."

뒷좌석에 하은미와 이혜민이 나란히 앉아 있다. 하은미는 그날 술자리 이후로 우리 패밀리에 들어왔다. 우리 쪽이 재밌고 편해서다.

하지만, 나는 하은미가 어색하다. 바로 예전 기억 때문이다.

와씨! 생각해보니 마음속에서 천불이 올라온다. 지난 생에 1학년 2학기 내내 하은미의 노예로 지냈었다. 모든 과제를 해서 갖다 바쳤었고, 조별 과제 때는 발표만 하라고 했었는데 은미는 그것도 나오지 않고 연락 두절되었었다.

룸미러로 노려보는데 하은미와 눈이 마주쳤다.

"현찬아 왜?"

"아니야. 은미야."

내가 진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복수한다. 너무 밉고 화나는데 휴게소에 도착해서 내리자 고마워진다. 치마가 짧다. 임석훈이 짧은 치마를 보더니, 은미에게 깐죽거린다.

"은미야. 너 치마 너무 짧다.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야?"

"미친놈아. 너 성희롱으로 콩밥 먹어 볼래?"

은미의 허벅지와 짧은 치마 사이에 있는 검은 틈은 블랙홀이다. 한번 손이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그 밑으로는 하얀 다리가 늘씬하게 서 있다. 저 다리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였으면 좋겠다. 바람피울 수 있도록 말이다.

"현찬아 가자."

"그래 혜민아."

혜민이가 내 팔을 꽉 잡았다. 하은미 다리를 보는걸 눈치챘구나. 아. 언제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서 독립할 수 있을까? 죽은 멜 깁슨을 살려서 프리덤 백번 외치게 하고 싶다.

***

"너희 왔어?"

박호빈이 손을 흔들며 반긴다. 펜션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크고 괜찮다. 나와 석훈이가 후진 곳에서 자기 싫어서 20만 원씩 추가로 냈다. 보람은 있네. 다만 본의 아니게 나도 석훈이와 마찬가지로 부잣집 아들내미가 되었다.

"호빈아 장본다고 고생했다."

"아니야. 현찬아. 너희들 방은 따로 잡아놨어. 거기에 짐 풀면 돼. 은미야 안녕. 엠티 안 온다면서?"

"그냥 왔어."

하은미가 까칠하게 박호빈을 지나친다. 지금 호빈이는 내 예전 모습이구나. 지금은 너를 동정해줄게.

"전부 도착했으니 사진부터 찍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 우리 과 동기들 모두 한곳에 모였다. 20명은 되겠다.

-찰칵

"아 뭐야. 나 눈감았잖아."

조그마한 디지털카메라에 20명의 동기가 옹기종기 모였다. 참 좋을 때다. 선미가 카메라를 보더니 놀란 눈으로 나를 부른다.

"현찬아 너 키 컸어? 석훈이랑 비슷한데? 옆에 서봐."

"어? 기분 탓이야."

"아니야. 컸는데."

임석훈이 뛰어오더니 옆에 선다. 아직은 차이 날 건데.

"대박. 현찬이 키 컸다."

"진짜야?"

"대박이다."

갑자기 내 주위에 애들이 웅성웅성하며 모인다. 이게 무슨 갑동원이지?

"야. 내가 갑동원도 아니고 그만해."

"현찬아 갑동원이 뭔데?"

"갑자기 동물원 원숭이."

분위기가 싸해졌다. 미안. 아재 개그는 안 할게.

"현찬이 머리 커진 거 아냐?"

박호빈 상놈의 자식은 뭐가 아니꼬운지 말을 더럽게 한다. 저 녀석 키가 178 정도 되었던 거 같은데?

"키 큰 거 맞아. 호빈아 내 옆에 서봐. 너 예전에 나보다 컸잖아."

"어? 아니야."

"왜 그러지 말고 같이 서 보자."

동기들이 억지로 호빈이를 내 옆에 세웠다. 이선미가 재밌는지 어디서 막대기를 가지고 온다.

"자. 네가 공정하게 잴게. 일단 키는 보자...."

박호빈대 민현찬 과연 키의 승자는?

"똑같다. 둘 다 비슷해. 그럼 이번에는 대가리 크기 한번 보자."

대가리라니. 역시 도베르만 이선미다. 말이 시원시원하다.

"현찬이가 어깨가 더 높네. 현찬이 승!"

"야! 이선미 너 확실히 잰 거 맞아?"

"박호빈 억울하면 하은미한테 쟤라고 할까? 하은미 성격 알잖아."

"그래. 은미야 네가 한번 재어봐 줘."

아무 말 없이 막대기를 받더니 우리 어깨 위에 올린다.

"현찬이가 어깨 더 높아. 너희 둘 다 어차피 180 안 넘잖아. 나 힐 신으면 너희 둘보다 커."

으아아아! 하은미 네 이년!

180cm 이하는 루저로 보는지 한심하게 우리를 보고는 펜션으로 들어갔다. 내가 언젠가는 변 사또가 되어 너를 춘향이처럼 수청 들게 하고야 말겠다.

갑자기 혜민이가 다가와서 내 팔짱을 낀다.

"현찬이 너 키 많이 컸네. 여자친구 잘 만나서 그런 거야.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고마워 혜민아."

변 사또가 되는 날이 오기는 할까? 일단 혜민이에게 집중하자.

***

저녁은 고기 파티는 끝났다. 이제 술 파티할 차례다. 스무 명의 아이들이 사사 오오. 모여있다. 이혜민은 오늘도 폭주 기관차다. 거침없이 달린다. 그 옆에 이선미도 지지 않으려는지 시원하게 먹는다. 하은미는 어느새 치마를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와서 술을 마신다.

"혜민아. 현찬이 좀 빌려 갈게."

"석훈아? 왜?"

"저쪽 아이들이 데리고 오래."

"알겠어."

석훈이를 따라 메뚜기가 되어 자리를 옮겼다. 앞에 앉아 있는 여자애들 세 명, 평범하고 수수한 모습의 아이들은 아니다. SES 인가? 외모를 보면 아니지만, 화장한 모습은 무대 직전의 SES처럼 보인다.

"현찬아. 우리 과 SES다."

풋! 미친. 진짜 별명이 SES 라고? 세 명 중의 한 명이 깔깔 웃는다.

"현찬아 석훈이 말 듣지 마. 쟤가 마음대로 지은 별명이야. 나는 세희고, 옆에는 은진이랑 선희야. 그래서 SES래."

이름도 익숙하고, 얼굴도 익숙한데, 왜 기억이 안 나지? 나는 암모나이트 수준의 뇌세포를 지녔나 보다.

"안녕. 나는 현찬이야. 그런데 우리 처음 이야기하는 건가?"

"응. 너는 거의 혜민이하고 선미랑만 다니잖아. 앞으로 우리 인사하자."

세희가 웃으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자 나는 알게 되었다. 고추에 자극이 온다. 기억은 안 나지만, 이전 생에서 나를 호구처럼 여긴 여사친들이다. 오호라···. 세 명 추가요.

귀찮았던 술자리가 갑자기 흥미진진해진다. 영화 속 복선처럼 일단은 친해지자. 한참을 앉아 술을 마셨다.

서서히 머리가 어지러울 때쯤 임석훈이 내 등을 툭 쳤다.

"석훈아 담배 피러 가자."

펜션 밖을 나오자 시원한 바람이 술을 깨운다. 임석훈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나에게 물었다.

"현찬아 쟤네 세 명 어때?"

"왜? 그냥 착한 애들 같은데."

미친놈이 귀에 입을 갔다 댄다. 갑자기 짜증이 확 나네.

"쟤네 잘 줘. 다음에 같이 놀러 가자."

석훈아 형으로 모실게. 아니 이제 네가 내 아버지다.

-쾅!

깜짝이야! 갑자기 문이 열리며 이선미가 튀어나왔다.

"너희 둘이 무슨 귓속말을 해? 현찬아! 혜민이 술 취했어. 어서 챙겨."

내가 보기에는 당신도 만만찮은데요. 선미는 바닷속에서 수영하는 해파리처럼 흔들흔들한다.

"혜민이 벌써 취했어? 아직 12시인데?"

"우리 테이블 졸라 달렸어."

"알겠다. 나 먼저 들어간다."

펜션 안에 들어가자 이혜민이 휘청거리며 2층으로 가려는 게 보인다. 아이고 저러다가 넘어지면 난리 난다.

"혜민아. 올라가서 자자."

"응? 현찬이 왔구나! 헤헤헤 우리 현찬이."

술 마시면 정신 못 차리는 이혜민. 겨우 부축해서 방으로 데리고 갔다. 이불과 요를 깔고 눕히자 바로 잠들었는지 코까지 조금 곤다. 나도 술이 올라와서 혜민이 옆에 누웠다. 혜민이를 재워주기 위해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철컥

"야? 이방이야? 맞네. 나도 자야겠다."

깜작이야! 간 떨어질 뻔했네. 이선미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내 뒤에 누웠다. 이불 덮고 있지 않았으면 이혜민 가슴 만지는 거 그대로 들켰을 거다.

이선미, 나, 이혜민. 세 사람은 나란히 누워있다. 두근거리는 상황에 가슴이 폭발하듯이 콩닥콩닥 뛴다.

< 멤버쉽 트레이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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