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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 못했던 여사친들-6화 (6/295)

< 변화 >

이선미 집 앞.

참을 수 없는 욕망에 달려왔다가 결국 돌아섰다. 합체권을 써서 하기에는 오늘 나에게 잘해준 선미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

아니 솔직해지자. 달려오는 사이 현자가 되었다.

합체권을 써서 선미와 해도 10포인트밖에 얻지 못한다. 나는 10년 동안 100억을 못 벌면 죽는다.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종잣돈이 중요하다. 이 합체권을 이용해서 선미가 아닌 다른 여사친과 하면 50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타짜의 김윤석 형님이 '복수 같은 그런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으로 접근하면 안 되지. 자본주의적인 개념으로다가 나가야지'라고 하셨다.

나는 자본주의 섹무새다.

결국,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딸딸이도 치고 싶지 않다.

-띠링 상점이 떴습니다.

갑자기 뜬 상점.

1. 소중이 +1cm 500포인트

2. 합체권 1000포인트

....

나는 고민하지 않고 소중이를 골랐다.

***

"어? 야 민현찬 너 깔끔해졌다?"

"어머! 현찬아 웬일이야? 맨날 축구 유니폼만 있던 애가. 잘 어울려."

얼래? 월요일 학교에 왔는데 예상 못 한 반응이 나를 덮쳤다. 이전에는 학교에 오면 다들 안녕~ 하고 쌩 지나갔는데, 지금은 다들 와서 한 마디씩 건다. 옷만 바뀌었는데도 이런 반응이라니. 나 어쩌면 존잘남 이었나?

"악!"

"야 민현찬! 왔으면 누나한테 인사해야지."

누군가 내 뒤통수를 때려서 돌아봤다. 이선미다. 내가 칭찬받는 걸 뒤에서 다 봤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짜슥 고맙다.

"현찬아 오늘 되게 멋있다."

선미 옆에서 이혜민이 나를 칭찬한다. 큰 가슴에 여우의 끼를 장착한 친군데, 바로 나의 다음 목표다. 목표라니까 좀 이상하네. 여성은 소중한 존재니깐!

호구신의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사용이 엄격하다.

- 아무 곳에서나 합체가 가능하지 않음. 둘만 있어야 사용 할 수 있다.

합체 이용권 옆에 붙어 있던 설명이다. 호구신은 설명충인게 틀림없다. 뭔 이런 조건들을 다닥다닥 붙여놨는지 모르겠다. 여튼 나의 목표는 이혜민이다. 이혜민이 목표인 이유는 단 하나다. 가슴! 마이 프리시우스. 가슴 가슴을 보자.

혜민이는 정말 가슴이 큰 아이다.

전생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혜민이가 몇 번 나에게 물으러 온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일부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보이게 살짝 상체를 숙여서 물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부러 보여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하얀 가슴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쳐지자 풍만감은 두 배가 되었다. 브래지어가 잡고 있지 않았다면 살짝 엎드린 거로 가슴이 책상에 닿았을 거다. 대신 브래지어는 가슴을 모아줘서 더욱 예뻐 보이게 했다.

그렇다고 브래지어에 고마워할 생각은 없다. 젖꼭지를 완벽하게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슴은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였으며, 감히 정약용 선생님이 귀양 가서 머물 정도로 절경이었다.

그 절경에 리포트도 전부 다 해줬고 공부도 다 가르쳐 줬다. 아마 이혜민은 나 없었으면 1학년 때 자퇴했을 거다. 물론 돌아온 건 고맙다는 말 한마디 뿐이었었다. 심지어 밥 한 끼 못 얻어먹었다. 젠장 갑자기 화가 난다.

"무슨 생각해?"

"아. 아니야 혜민아."

네 가슴 생각이라고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현찬아. 어서 수업 가자."

10년 전 기억이라 깜빡했는데, 나와 이혜민 둘만 같은 교양 수업이었다.

***

교양 수업이 끝났다. 그리고 섹스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혜민아 우리 어떻게 하냐."

"아 몰라. 짜증 나. 교수님 너무하다."

젠장. 조별과제인데 다른 과라는 이유로 우리 두 사람만 한 조가 되었다. 별수 있나. 이래 봬도 호구의 신이 인정한 호구가 나다. 이전 삶에도 조별과제는 나 혼자 다 했었다. 이런 건 자신 있다.

"악!"

"현찬아 갑자기 왜?"

"아니야. 팔에 쥐가 와서."

호구의 신 메시지를 안 읽어봐도 알겠다. 정신 차리자!

"현찬아. 네가 과제 대신해주면 안 될까?"

고맙다. 이혜민. 덕분에 더 정신 차려졌다.

"그러지 말고 같이 하자. 우리 과제 영화 감상이잖아. 같이 보는 건 어때?"

"같이? 그래 그러자. 같이 보고 밥이나 먹자. 나 맛있는 거 사줘."

얼래? 옛날 같았으면 다음에 보자고 했을 건데? 이혜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옷만 깔끔하게 입었을 뿐인데 이런 효과가 있다니.

하긴 우리 과에 옷 깔끔하게 잘 입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실제로 이선미가 세팅해준 옷은 3~4년 뒤에나 유행할 패션이다. 지금은 다들 카고바지에 거지같이 입고 다닌다.

"그러자. 내가 밥 살게. 세 시니깐 지금 가면 딱 되겠네. 가자."

이혜민은 내 옆에 팔이 맞닿을 정도로 붙어서 걸었다.

나는 소중이가 막대기가 된 채 발걸음은 DVD 방으로 향했다.

***

대학교 앞 DVD방. 이름은 버뮤다.

사장은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이름을 지었을 거다. 나는 그 의도에 맞추기 위해 건물 안으로 실종되었다.

DVD 방이 이렇게 생겼구나.

태어나서 처음 DVD방을 와봤다. 세 명은 앉을 수 있는 소파가 우리를 기다렸다. 그 소파 위에 둘이 나란히 누웠다. 말이 소파지 눕도록 설계되어 있다.

영화가 시작됐다. 우리가 선택한 영화는 공포 영화다. 공포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온고지신. 옛것을 알고 새것을 익힌다. 공포 영화는 스킨십을 하기 위해 산업화 시대부터 써온 우리 조상님들의 전통이다.

공포 영화가 시작되자 혜민이는 내 팔을 잡은 채, 자기 몸을 내 쪽으로 당겼다. 팔꿈치에서 물컹한 가슴이 느껴진다.

내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악~!"

잔인한 장면이 나오자 눈을 가리며 더욱 내 팔에 몸을 기댄다. 그러자 가슴이 내 팔을 압박했다. 화답해줘야지. 치마 입은 이혜민의 허벅지로 손을 옮겼다. 실수인 척 은근하게 치마를 걷으며 허벅지를 만졌다. 혜민이의 맨살 허벅지. 보드랍다.

"아~ 현찬아 잠시만."

"어. 미안. 너무 놀라서."

"아니야. 그냥 놀래서 그래."

살짝 떨어지는 이혜민. 그것도 잠시, 이미 우리 두 사람은 자석이다.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붙는다.

"꺄아악. 아 뭐야? 현찬아 나 잔인한 장면 끝나면 말해줘."

"알겠어. 윽... 윽..."

칼로 사람을 쑤시는 장면이 화면에 나온다. 그 칼질을 한번 할 때마다 나는 허벅지를 만졌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올라왔다. 슬쩍 치마를 보자 제법 많이 올라와 있다.

"혜민아 끝났어."

"아? 진짜 다행이.. 꺅!"

안 끝났지롱. 갑자기 나를 확 끌어앉는 이혜민. 그 움직임에 나도 모르게 손으로 둔덕을 훑었다.

"아~ . 야! 손···. 손 좀 조심해줘."

"미안 혜민아. 네가 갑자기 당겨서."

콩닥콩닥.

한번 의 손길에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내 손끝에 둔덕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고개를 돌리자 남방 사이로 풍만한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발딱. 막대기가 된 내 소중이. 이혜민 팔꿈치에 닿았다.

"어.. 아 미안. 현찬아."

"아니야. 혜민아."

"우리 이만 나갈까? 영화는 다음에 보자."

안돼! 젠장. 이럴 수는 없어! 지금이라도 합체권을···.

늦었구나.

이혜민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수 있나. 나는 따라 나갔다.

왜 이렇게 엇갈리는지. 나는 정녕 넣지 못할런지

유명 가수의 노래가 지금 내 마음이다. 나는 죄인의 심정으로 걸었다. DVD방에서의 스킨쉽 때문에 우리 사이에는 어색함이 가득하다.

"혜민아 이제 집에 가야지. 어떻게 갈 거야?"

잘가요 내 소중한 가슴... 이 아니라 사람.

"너 저녁 사기로 했잖아. 어디 도망가려고 해!"

혜민이는 나를 노려보며 내 팔을 꼬집었다. 아프지 않다. 저녁? 당연히 사드려야죠!

"그럼 우리 집에서 치킨 먹을래?"

망할. 나도 모르게 다이렉트 돌직구가 나왔다. 이제 변태로 몰리겠지. 친구 한 명 잃는구나.

"그래. 너희 집 가서 치킨 먹자! 콜."

이게 먹히네? 이혜민은 팔짱까지 살며시 꼈다.

***

"그래서 말야~ 호빈이 걔 재수 없는 거 같아."

"그래? 그런 모습이 있었구나."

집에 가는 길 내내 이혜민은 내 옆에서 재잘거렸다. 그 이야기에 호응해주고 있지만, 사실 귀에 잘 안 들어온다.

바로 전에 일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집에서 치킨 먹자면, 당연히 변태 보듯이 나를 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단번에 승낙했다. 그 승낙은 내 외형 변화도 한몫했을 거다.

지금의 나는 이전의 나와 비교하면 훨씬 깔끔하다. 베스트 대학교 길거리 패션으로 올려도 될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외형 변화가 다는 아닌 거 같다.

어쩌면 나에게는 적극성이 없었던 거 아닐까? 그래. 집에 들어가면 완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자.

"여기가 내 원룸이야."

"나 남자 원룸 처음 와봐!"

이혜민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가더니 휴지를···. 아뿔싸. 저게 왜 저기 있지?

"야~~ 현찬아~ 왜 휴지가 여기 있을까?"

"나 비염 걸려서 그래."

"정말?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비밀로 해줄게."

"진짜야.!"

"그럼 휴지통 한 번 볼까?"

안 돼!

휴지통에는 대략 10억 마리의 올챙이들 사체가 있다. 일주일 친데, 이틀 전에는 3연 딸도 잡았었다.

쓰레기통을 뒤지러 책상 밑으로 들어가는 이혜민. 말리는 나. 어쩌다 보니 엉덩이 위쪽 허리를 잡았다.

이것은 뒤치기 자세다. 내가 잡은 곳은 허리와 엉덩이의 경계다. 그 아래로는 사과 같은 엉덩이가, 위로는 가녀린 어깨가 눈에 들어온다.

"야! 간지러워. 어디 잡는 거야."

"혜민아. 너야말로 남자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줘야 하는 거야."

"웃기네. 와 휴지 봐. 너 엄청 외롭나 보다."

이혜민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알겠다. 혜민이는 나한테 마음이 백프로 있다. 그 증거는 야한 농담이다. 이제 나만 삽질 안 하면 된다. 그나저나 이런걸 눈치채다니. 나도 늘었구나. 장하다 민현찬.

어느새 도착한 치킨.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소주도 샀다. 아직 시간은 5시, 이르지만 술판을 벌이자.

"현찬아. 너 선미랑 친해?"

"나? 그냥 친한 정도. 왜?"

"둘이 자주 붙어 다녔잖아."

한잔.

"초반에 같이 다닐 사람 없어서 그랬던 거야. 너는? 혜민이 너 호빈이랑 친하잖아."

"아~ 말도 마. 그 새끼 엄청 음흉한 새끼야."

또 한잔.

"나보고 사귀자고 했는데 내가 찼어. 그 미친놈 자기가 인싸인 줄 아는데. 어휴."

"호빈이면 인싸지. 내가 아싸고."

"현찬이 너 오늘부터 인싸야. 옷 깔끔하다고 다들 칭찬하더라. 여자친구 생긴 거 아냐?"

풋. 소주를 뿜자 혜민이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아니야. 없어. 너무 당황해서 뱉었어."

"진짜? 난 또 혹시나 하고."

"혜민아 진실 게임 안 할래?"

"어? 어.. 진실게임? 그래."

젓가락을 돌려야 하지만, 둘뿐인데 뭘 돌려. 한 번씩 왕복하면서 묻기로 했다.

여기는 복싱 경기장.

세, 네 번 정도 가벼운 잽을 서로에게 건넸다. 이제 1라운드 끝, 본격적인 게임 시작하자. 순서는 이혜민 차례다.

"나는 가슴 큰 여자가 좋다."

아니 이전 삶에서도 얘네들은 전부 다 돌직구를 던졌었나? 어쩌면 전생에 나만 바보처럼 선비로 산 거 아닐까?

"예스!"

"진짜? 아 뭐야!"

"왜? 난 솔직한 남자야. 그럼 내 차례. 나는 DVD방에서 좋았다."

혜민이 얼굴이 붉어진다. 과연 대답은? 내 기대와는 다르게 혜민이는 술을 목구멍에 쏟아부었다. 젠장. 호감 있다는 거는 내 착각인가 보다. 그때 혜민이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예스. 이제 내 차례.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와우. 걸크러쉬. 마시고 예스라니. 나도 질 수 없지. 바로 한잔 마셨다.

"예스.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10m 거리에 있다."

이번에도 한잔 마시는 이혜민. 이제 게임은 술은 무조건 마시는 거로 규칙이 변경되었다. 혜민이는 나를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예스. 사귀고 싶은 여자가 지금 치마를 입고 있다."

"예스. 지금 나는 사귀고 싶은 남자 방에 있다."

"예스. 나는 지금 사귀고 싶은 여자의 손을 잡고 싶다."

한발 물러서는 이혜민. 이제 내가 우사인 볼트처럼 달려가야 한다.

"예스. 사귀고 싶은 사람이랑 지금 키스하고 싶다."

이혜민은 술은 한잔 마시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웃었다.

"예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나는 지금 서독을 향해 달려가는 동독 주민이다. 치킨을 걷어내고 바로 이혜민에게 달려가 키스했다.

복싱 경기는 끝. 이제부터 레슬링을 하자.

< 변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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