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악마
이곳은 에리드네 시의 회의실이다.
회의실에는 샬다드 왕과 가족, 군 간부들이 있었다.
제1 기사단장 타라가 샬다드에게 최근에 어둠 종족과의 접경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했다.
“어둠 종족의 정찰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저희 정찰대가 어둠 종족 정찰대와 마주쳐서 소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 빈번해 졌습니다. 접경 지역에 다량의 병력과 물자가 모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샬다드가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돼지?”
“......”
“아. 얘 인형이었지. 젠장.”
이곳의 군 간부들은 모두 인형이었다.
인형으로 만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만, 자유의지가 없어서 중요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었다.
샬다드는 군 간부들을 인형으로 만든 이후로는 보고를 듣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전부였다.
샬다드가 답답해했다.
“어떻게 전쟁하지.”
군 간부들을 인형으로 만드니 대군을 운용하고 작전을 세울 머리가 부족해졌다.
샬다드는 하멜 제국에서 대군을 다뤄본 경험은 없었다.
세웨나 왕비가 제안했다.
“여보. 디아블로님께 물어보는 게 어때?”
“그래야겠군.”
샬다드는 막힐 때마다 악마왕 디아블로에게 조언과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샬다드, 세웨나, 메르누사는 궁전 지하의 비밀공간으로 갔다.
비밀공간에는 사방이 피범벅이고 벽에 시체들이 메달려 있었다.
바닥에는 피로 그려지고 내장으로 장식된 거대한 마법진이 있었다.
구석의 철창에 손발이 묶이고 입이 막힌 사람들이 몸을 뒤틀었다.
“읍! 읍읍! 으읍!”
샬다드랑 세웨나가 사람 2명을 마법진 중앙으로 억지로 끌어간 후 손톱을 세워서 목젖을 땄다.
사람 2명이 목젖에서 나온 피로 기도가 막혀서 바닥에 쓰러져서 고통스럽게 발버동쳤다.
세웨나가 악마소환 주문을 외웠다.
“제물을 바칩니다! 악마왕 디아블로님! 저희의 부름에 답해주십시오!”
제물의 몸에서 피가 모두 뽑혀나오더니 허공에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렸다.
문양이 사라지자 허공에 디아블로의 모습이 솟아났다.
디아블로는 머리의 기다란 뿔 2개, 삐죽삐죽한 이빨, 거대한 박쥐의 날개, 긴 꼬리, 불타는 듯한 가죽까지 완벽한 악마의 모습이었다.
디아블로가 둔중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무슨 일이냐?”
샬다드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디아블로에게 설명했다.
디아블로가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흐음. 카마이트 형이 움직이려나 보군. 이제 우리 악마가 행동할 차례인가.”
샬다드가 되물었다.
“무슨 말 하셨나요?”
디아블로가 킥킥 웃으며 질문했다.
“킥킥. 너랑 내 계약 내용 기억하냐?”
“제 소원이 이루어지면 제 영혼을 바치는 것 아니었습니까?”
“맞다. 네 소원이 뭐였지?”
“대륙의 지배자가 되는 겁니다.”
“그전의 소원 말이야.”
샬다드가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하멜 제국의 왕이 되는 겁니다.”
그때 세웨나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외쳤다.
“여보!위험해!”
디아블로가 손을 뻗자 샬다드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 끄아아아! 무슨 짓입니까!”
“네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영혼을 가져가는 거다.”
샬다드의 영혼이 디아블로의 입으로 들어가자 디아블로가 맛있게먹었다.
“우적우적. 흐으음. 적당히 맛있구나.”
메르누사가 눈물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안돼! 이 교활한 놈아!”
디아블로가 손을 뻗자 메르누사의 영혼도 뽑혀서 디아블로의 입으로 들어갔다.
메르누사의 소원은 아들을 왕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세웨나가 몸을 덜덜 떨다가 무릎을 꿇고 땅에 머리를 박으며 애원했다.
쿵 쿵 쿵
“제발 살려주세요! 죽이지 말아주세요!”
세웨나의 소원은 하멜 제국의 왕비가 되는 것이었고 이미 이루어졌기에 세웨나가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디아블로가 말했다.
“흐음.지금 선택지를 주마. 첫째는 나에게 영혼을 먹히고 죽는다. 둘째는 샬다드의 몸에 내가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세웨나가 외쳤다.
“두번째로 하겠습니다!”
디아블로는 자신이 세상에 현신하는 주문을 알려주었다.
대륙에 사는 생명체가 직접 주문을 작동해야만 악마가 대륙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세웨나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샬다드의 몸을 바닥에 눕혔다.
세웨나가 샬다드의 몸 주위에 제물로 사용할인간들을 눕히고 일일이 목을 칼로 찔러서 바닥이 피로흥건하게 했다.
세웨나가 주문을 외웠다.
“디아블로님을 세상에 불러들이겠습니다! 아브라 카다브라!”
샬다드의 몸에 디아블로가 쑤우욱 빨려들어갔다.
샬다드의 몸이 바닥에 흥건한 피를 주우욱 빨아들였다.
몇 분이 흐르자 샬다드가 눈을 뜨고 일어서며 기지개를 폈다.
“오우~! 오래간만에 대륙에 돌아오는군. 이 몸은 평타는 치는구나.”
세웨나가 덜덜 떨며 무릎을 꿇고 인사했다.
“악마왕 디아블로님을 뵙습니다.”
“다른 악마들도 대륙으로 불러야겠다.”
세웨나의 지시에 인형 군 간부들이 지하 감옥에 있던 범죄자들을 줄로 묶어서 비밀공간으로 끌고왔다.
범죄자들이 비밀공간의 지옥같은 상황에 비명을 질렀다.
“들어가기 싫어!”
“으아아!사람 살려!”
디아블로가 인형들을 보고 말했다.
“좋은 빈껍데기구나. 자아를 상실했으니 다른 악마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겠어.”
디아블로가 세웨나에게 다른 악마들을 소환하는 주문을 알려주었다.
세웨나가 창백한 얼굴로 제물을 바치고 주문을 외자 고위 악마들인 몰렉, 프로세르핀, 메피스토, 아스타로트, 안다리엘, 벨리알 등이나타났다.
안다리엘이 색정적으로 기지개를 폈다.
“하아아암! 대륙 공기는 너무 맛있어~”
디아블로가 맞이했다.
“카마이트 형이 대륙의 대부분을 먹었다고 한다. 이제 지옥의 위상을 대륙에 알릴 때가 왔다. 모두 열심히 일하자.”
악마들이 환호했다.
“예이~!”
“지옥 떡상 가즈아~!”
천사가 엘리아 여신의 부하이니 악마는 어둠의 신의 부하였다.
세웨나가 제물을 소모해서 주문을 외자 악마들이 메르누사와 군 간부들의 몸으로 들어가서 현신했다.
중간에 제물이 부족해지자 악마가 된 군 간부들이 밖에 나가서 노숙자들을 잡아왔다.
메르누사의 몸에는 몰렉이,
제1 기사단장 타라의 몸에는 프로세르핀이,
제2 기사단장 헴브람의 몸에는 메피스토가,
제3 기사단장 세스티의 몸에는 아스타로트가,
제5 기사단장 크리스틴의 몸에는 안다리엘이,
쉴라 후작의 몸에는 벨리알이 들어갔다.
다른 고위 악마들도 고위 군 간부들의 몸에 들어갔다.
이제 하멜 제국의 권력층이 악마로 채워지게 되었다.
세웨나는 믿을 수 없이 두려운 현실에 오줌을 지리고 덜덜 떨었다.
“으아아아…. 이제 망했어….”
샬다드가 세웨나를 툭 치며 말했다.
“어이~ 걱정하지 말라고. 명목상으로 너는 내 아내잖아. 많이 도와줬으니까 너는 특별취급해줄게.”
세웨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떨기만 했다.
덜덜덜덜
샬다드가 말을 이어갔다.
“괜히허튼짓 하면 네 영혼을지옥의 가장 더럽고 고통스러운 고문실로 보낼 거야. 밖에서는 내 아내처럼 행동해라. 그럼 평소에는 자유를 허락하지. 그리고 네가 죽어도 지옥에서 나름 좋은 곳에서 지내게 해주마.”
세웨나가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샬다드와 군 간부들은 비밀공간 밖으로 나갔다.
샬다드가 크리스틴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가 서신을 작성할테니 들고 어둠의 신께 전해라.”
“알겠습니다.”
크리스틴이 샬다드의 서신을 받은 후 와이번을 타고 아스모데우스 왕국으로 날아갔다.
샬다드가 군 간부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군을 정비하고 엘리아 성국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자. 병사들 정신무장부터 시켜야 한다. 명분은 다음과 같다. 엘리아 성국이 하멜 제국 왕인 나를 축출하려고 작전을 짰다. 어둠의 신이 나에게 손을 잡고 같이 엘리아 성국을 치자고 제안했다. 이후 엘리아 성국의 영토를 하멜 제국에게 주며 자치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군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라가 염려를 표했다.
“에리드네 시의 교회 세력이 강합니다. 이단 심판관에게 들킬 위험이 있어요. 그리고 병사들 중에 반발하는 자들이 나올 거예요.”
샬다드가 피식 웃었다.
“장난하냐? 우리가 인간이야? 악마에게는 악마의 방법이 있잖아. 약을 쓰든 미인계를 쓰든 가족으로 협박하든 몰래 죽이든 알아서 하라고.”
군 간부들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었다.
“푸훕. 그렇네요. 반발하는 자들을 없애버리면 찬성하는 자들만 남는군요.”
“푸헬헬헬. 나는 사제 년들 따먹고 땅에 묻어야지~”
“이단 심판관도 발기는 할까? 섹스하면서 자지를 자르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다.
악마들은 각자 할 일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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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카일이 궁전에서 가족이랑 쉬고 있는데 병사가 와서 보고했다.
“에리드네 시에서 제5 기사단장 크리스틴이 사신으로 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들여보내라.”
나랑 아스모데우스가 궁전의 홀에서 기다리자 크리스틴이 다가왔다.
그런데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혹시 안다리엘이야?”
크리스틴이 발랄하게 대답했다.
“네! 오빠! 저 안다리엘이에요!”
“오오! 안다리엘! 너무 반갑다!”
아스모데우스도 안다리엘을 맞이했다.
“안다리엘~ 오랜만이네.”
나랑 아스모데우스는 크리스틴 (=안다리엘)을 접대실로 데려갔다.
우리는 허심탄회하게 그동안의 일을 얘기했다.
지옥에 관해서 간단하게 얘기하겠다.
천국이 엘리아 여신의 고유 신성 영지인 것처럼 지옥은 나 어둠의 신의 고유 신성영지이다.
지금은 내가 반신격이라서 들어가지 못하지만, 신격이 되면 지옥에 들어갈 수 있다.
내가 지옥을 만든 이유는 어둠 종족의 영혼이 윤회하기 전에 마음껏 놀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옥은 불이 치솟는 땅, 울퉁불퉁한 산맥, 요리가 쏟아져나오는 방, 빛 종족 고문실 등 다양한 놀잇거리들이 있는 어둠 종족 놀이동산이라고 보면 된다.
어둠 종족의 영혼은 지옥에서 마음껏 먹고 부수고 스릴을 즐길수 있다.
나는 천년 전에 어둠 종족 영웅들의 영혼에게 지옥을 관리하는 ‘악마’라는 지위를 주었다.
나는 당시에 가장 강력했던 마족 전사 디아블로에게 악마왕의 지위를 주었다.
내가 크리스틴에게 물었다.
“요즘 지옥은 어때?”
크리스틴이 풀죽은 얼굴로 대답했다.
“어둠의 신님이 없어지신 이후로 지옥의 상황이 매우 나빠졌어요. 다행히 엘리아가 어둠의 신님의 고유 신성 영지인 지옥으로 쳐들어오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엘리아는 지옥으로 영혼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어요. 가끔 대륙에서 큰 범죄를 저지른 영혼이 처벌 명목으로 지옥으로 보내지고는 해요.”
빛 종족의 영혼은 지옥을 유지하는 양식이 된다.
어둠 종족의 영혼은 윤회하거나 새로운 악마가 될 수 있다.
“이런! 지옥을 고사하게 만드는 작전이구나.”
“맞아요. 요즘 지옥이 휑하고 악마들도 많이 말랐어요. 새로운 악마도 생기지 않고요. 옛날에 어둠의 신님이 강했을 때의 활기 넘치던 지옥이 그리워요.”
“휴우우…. 상황이 많이 안 좋구나. 그럼 어떻게 연명한 거야?”
“가끔 들어오는 범죄자의 영혼이 있고요. 대륙 생명체의 어두운 소망을 들어주고 영혼을 가져가는 방법을 주로 쓰고 있어요. 저희가 옛날에 뿌려둔 악마 소환 서적들을 인간들이 찾아서 소원을 이룰 때 쓰더라고요.”
“그렇구나.”
“아참! 5년 전에 어린 악마 보르타르그가 정글 고블린에게 소환되었다가 소식이 끊겼는데 아시나요? 대륙을 어둠의 신님의 색깔로 물들인다며 의욕이 넘쳤던 아이예요.”
‘아 썅. 그거 나다. 보르타르그야. 미안해. 다른 사람들한테 비밀로 하라고 입단속 해야겠다.’
“그,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죽었나 보네요. 불쌍한 보르타르그. 훌쩍.”
크리스틴이 샬다드 (=디아블로)의 작전을 내게 얘기했다.
“지금 악마들이 에리드네 시에서 병사들을 세뇌하고 교회 세력을 몰아내고 있어요. 저희가 모리안 시를 공격할 테니 어둠의 신님이 예호멜 시를 공격하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했다.
크리스틴은 궁전에서 배불리 먹고 하룻밤 잔 다음날에 와이번을 타고 에리드네 시로 돌아갔다.
에리드네 시의 전력은 거신병 90대, 제1, 2, 3, 5, 기사단, 18만 명의 정규병이라고 한다.
이 거대한 군대가 내 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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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엘리아 성국의 수도인 시빅 시이다.
며칠 후 시빅 시의 대신전에는 교황, 성녀, 추기경들이 모여서 현상황에 대해 의논했다.
벤자민 추기경이 지금까지 들어온 정보를 말했다.
“에리드네 시에 있던 교회와 이단 심판관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에리드네 시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에리드네 시가 향하는 방향이 저희들이라는 것이 확실합니다.”
교황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결국 샬다드가 완전히 어둠에 물들었군요. 3년 전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샬다드를 죽여야 했습니다.”
아가타 성녀가 반박했다.
“만약 그랬다면 하멜 제국과 엘리아 성국이 서로 싸우다가 더 빨리 어둠의 신에게 점령당했을 겁니다. 오히려 3년 간 하멜 제국의 병사들을 빼돌렸으니 저희의 이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