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화 〉드워프 왕국
세웨나가 비열하게 웃었다.
“이거 만들려고 저년의 머리카락을 얼마나 힘들게 구했는지 알아? 이제 저 가증스러운 년을 죽였어! 꺄하하하!”
토비아스의 초등학생 아들 아서가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앙! 아빠! 엄마!”
당황하던 호위병들이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꺼내 들고 아서의 앞을 지켰다.
“이 흉악무도한 괴물들아!”
“아서님을 지켜야 한다!”
메르누사가 고혹적인 얼굴로 호위병들에게 걸어갔다.
또각또각
“호호호~ 아리따운 부녀자를 찌르려고요?”
“꺼져! 이 마녀야!”
메르누사의 얼굴이 악마처럼 일그러졌다.
“목젖을 뜯어주마.”
샬다드, 메르누사가 길어진 손톱을 들고 호위병들에게 달려갔다.
세웨나가 까마귀 깃털을 한 움큼 뿌리자 깃털들이 까마귀 무리로 변해서 호위병들의 얼굴을 쪼아댔다.
까아악까아악 푸더덕 콕콕콕
호위병들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까마귀를 쳐내려고 했다.
“끄아아! 꺼져! 꺼져라고!”
그러나 호위병들의 손은 까마귀를 그냥 통과할 뿐이었다.
까마귀들이 계속 얼굴을 쪼았다.
호위병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샬다드와 메르누사가 손톱으로 호위병들의 목젖을 찌르며 돌아다녔다.
이윽고 모든 호위병이 목젖이 찢겨서 피가 기도를 막아 쓰러졌다.
호위병들을 얼굴에는 까마귀 깃털이 한두 개씩 붙어있었다.
혼자 남은 아서가 뒷걸음질 치고 울고 불며 애원했다.
“으아앙! 제발 살려주세요!”
샬다드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안되지. 네가 있으면 내가 왕이 못 되잖아.”
샬다드가 아서의 미간을 손톱으로 관통했다.
푹
메르누사가 토비아스의 머리와 품에서 왕관과 옥새를 꺼냈다.
“아들~ 여기 네 거 있다.”
메르누사가 샬다드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품에 옥새를넣어주었다.
샬다드가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감사합니다.”
세웨나가 다가왔다.
“여보. 저는요?”
샬다드가 세웨나를 껴안았다.
“고마워. 너는 이제 하멜 제국 왕비야.”
“꺄하핫! 내가 왕비라니! 최고야!”
세 명은 행복한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이들은 에리드네 시로 갈 생각이었다.
------
이제는 드워프 왕국의 상황을 설명하겠다.
드워프 왕국은 대륙 동쪽의 산맥 아래에 파진 지하 왕국이다.
각 도시는 거대한 지하 공동이며 도시를 개미집 같은 굴이 연결하고 있다.
스토자냐 시의 사절단이 길룩의 망치 라하브를 들고 드워프 왕국의 수도인 불의 도시를 방문했다.
사절단은 길룩의 죽음을 알리며라하브를 드워프 왕국에 돌려주었다.
드워프 왕국의 제1 왕자이자 황태자인 길룩의 죽음은 드워프 왕국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드워프 왕국을 애도와 슬픔의물결이 감쌌다.
길룩의 장례식은 불의 도시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거대한 단상 위에 길룩이 아끼던물건으로 채워진 관이 놓이고, 단상 주변을 드워프들이 에워쌌다.
드워프 왕 타타그가 관 앞에 서서 연설했다.
“길룩은 드워프 왕국의 정당한 후계이자 뛰어난 전사이고 사랑하는 내 아들이었다.그는 대륙을 어둠에서 구하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변을 당했다. 그의 죽음은 가치 있었다. 비록 그의 육체는 없지만, 그의 뛰어난 업적과 행보는 영원히 우리의 가슴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드워프들이 고개를 숙여서 존경의 뜻을 표했다.
길룩의 관은 드워프 왕가와 영웅들만이 묻히는 ‘영웅의 휴식처’에 묻히게 되었다.
길룩의 장례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다음 문제는 왕의 후계자를 정하는 문제였다.
먼저 드워프 왕가를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드워프 왕 타타그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형인 길룩과 동생인 핸드룩이었다.
길룩은 결혼해서 두 아들인 듀빅(11살)과 듀란(5살)을 두고 있었다.
듀빅과 핸드룩 둘다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었다.
여기서 누구를 후계자로 선정해야 하는지 문제가 생겼다.
핸드룩은 뛰어난 정령사로 땅의 최고위 정령 핀톰을 다룰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령이 사려져서 핸드룩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듀빅은 11살로 어리지만, 아버지 길룩을 닮아서 뛰어난 망치 전사의 자질을 보였다.
같은 나이대에는 듀빅의 적이 없었고, 듀빅은 성인 전사도 대련에서 간간이 이기곤 했다.
드워프 사회에서는 왕이 되려면 강해야 했다.
타타그 왕은 원로들과 각 도시의 시장을 모아서 누구로 후계자를 할지 토의했다.
뛰어난 망치 전사가 될 듀빅이 후계자로 선정되었다.
드워프 왕은 불의 망치 라하브를 잘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듀빅이 라하브를 받았다.
토의가 끝나자 각 시장은 자신의 도시로 돌아갔다.
핸드룩은 자존심에 큰상처를 입었다.
그날 핸드룩은 방에 들어가서맥주를 마시며 분노를 표출했다.
핸드룩이 맥주잔으로 탁자를 때렸다.
쾅
“XX! XXX! 그런 애송이한테 라하브를 주다니! 젠장! 나도 망치는 많이 다뤄봤다고! 그 망치는 내 것이 되어야 해!”
핸드룩은 계속 구시렁거렸다.
정령사도 아니고 라하브도 없는 핸드룩은 이제 왕가의 핏줄만 빼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핸드룩의 정치 인생은 완전히 끝난 거였다.
“그래. 가서 듀빅이 정말 대단한 놈인지 확인해 보자고.”
핸드룩은 듀빅과 잠깐 얘기를 나누고자 듀빅의 집으로 갔다.
듀빅의 집은 원래 길룩의 집이었다.
핸드룩은 듀빅의 집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렸다.
길룩의 아내가 문을 열었다.
“어머. 핸드룩 시숙. 무슨 일이에요?”
“잠깐 듀빅을 만나서 길룩 형에 대한 위로도 하고 라하브를 얻었으니축하도 좀 해주려고요.”
“들어오세요.”
길룩의 아내는 핸드룩을 듀빅의 방으로 안내했다.
“듀빅~ 삼촌 왔다~”
길룩의 아내가 문을 열었다.
듀빅은 방에서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다.
듀빅은 11살 답지 않게 140cm의 성인 드워프 키에 온몸이근육질로 우락부락했다.
듀빅은 심지어 핸드룩보다 더 근육이 펌핑되어 있었다.
듀빅이 무아지경으로 운동하다 핸드룩을 발견하고 인사했다.
“헛둘! 헛둘!앗! 핸드룩 삼촌! 안녕하세요!”
핸드룩은듀빅의 근육에 위축되었다.
핸드룩이 인사했다.
“잘 지냈니? 얘기 좀 하려고 왔다.”
핸드룩과 듀빅은 서로 바닥에 앉아서 얘기했다.
핸드룩이 듀빅을 위로했다.
“아버지 일은 유감이구나. 길룩 형은 정말 뛰어난 전사이고 좋은 형이었지.”
“아버지는 위대한 일을 하시다가 가신 거잖아요. 제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겠어요.”
“흐음. 아직 어린데 괜찮겠니?”
“하려는 의지와 능력만 있다면 나이는 상관없어요. 드워프 왕국은 지금까지 전통과 문화를 지킨다는미명아래 외부와의 연결을 최소화했어요. 이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저는 드워프도 외부로 나가서 인간과 함께 어둠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핸드룩은 듀빅과 여러 얘기를 나눴다.
듀빅은 책을 많이 읽어서 엄친아처럼 박학다식하고 생각이 깊었다.
심지어 듀빅의 근육이 핸드룩보다 두꺼웠다.
핸드룩은 라하브를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래. 듀빅은 정말 왕의 그릇을 가지고 있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핸드룩은 하나만 부탁하기로 했다.
“듀빅. 잠깐 라하브 좀 만져봐도 되겠니?”
도량이 넓은 듀빅이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듀빅이 벽에 걸려있는 라하브를 들고 핸드룩에게 건내며 말했다.
“잠깐만이에요.”
핸드룩이 떨리는 손으로 라하브를 잡았다.
그 순간이었다.
핸드룩의 머리로 친근한 여성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 [나를 가져. 나를 가지면 막대한 힘의 너의 것이 되는 거야. 듀빅보다도 강해질 수 있는 궁극의 힘이 말야.]
핸드룩은 라하브를 들고 있기만 하는데도 몸 구석구석에 가공할 힘이 깃드는 것이 느껴졌다.
핸드룩의 손과 눈동자가떨렸다.
- [그거 봐. 힘이 느껴지지? 정령도 잃었으면서 아무것도 아닌 채로 평생 살 거야? 지금의 넌 듀빅보다도 강해.]
여성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달콤했고 핸드룩의 가장 깊은 욕망을 건드렸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핸드룩이 라하브를 계속 들고 있자 듀빅이 라하브를 꽉 잡으며 말했다.
“삼촌. 이제 돌려주세요.”
핸드룩이 자기도 모르게 라하브를 뒤로 빠르게 빼자 듀빅이 끌려오다가 바닥을 굴렀다.
“어! 어!”
우당탕 콰강
핸드룩 스스로도 자신의 힘에 놀랐다.
- [넌 듀빅보다도 강해. 이 힘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지 않아? 네가 왕이 되는 거야.]
듀빅이 일어나서 화를 냈다.
“삼촌! 뭐예요! 갑자기 잡아당기니까 넘어졌잖아요! 라하브 이리 줘요!”
듀빅이 라하브에 손을 뻗으려는데 핸드룩이 듀빅의 손목을 잡고 세게 힘을 줬다.
우드득
듀빅이 손목이 바스러지는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 삼촌 잠깐만요! 아야야야!”
- [죽여!]
핸드룩이 자기도 모르게 라하브를 듀빅의 얼굴로 뻗었다.
콰직!
라하브가 살짝 부딪혔는데도 듀빅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핸드룩이 듀빅의 손을 놓자 듀빅의 시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풀썩
핸드룩이 자신의 악행에 몸을 떨었다.
“으으으…. 내가 듀빅을 죽이다니. 말도 안 돼. 이건 악몽이야.”
머릿속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 [넌 이제 돌아갈 수 없어. 이대로 자수하고 처형될래? 아니면네 편을 모아서 새로운 왕이 될래? 이 막대한 힘이 네 거잖아. 넌 충분히 능력이돼.]
목소리가 맞았다.
아무리핸드룩이라도 드워프 후계 듀빅을죽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었다.
누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형아. 왜 비명 질렀어?”
듀란이었다.
- [죽여!]
하지만 핸드룩은 아직은 라하브에 이성이 완전히 잠식되지 않았다.
핸드룩이 목소리를 떨쳐냈다.
“으으으…. 듀란까지는 안돼.”
핸드룩이 방문을 벌컥 열자 듀란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듀란이 핸드룩을 보고 반갑게 불렀다.
“핸드룩 삼촌!”
핸드룩은 듀란과 길룩의 아내의 인사도 무시하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뒤에서 듀란과 길룩의 아내의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핸드룩은 다급했다.
‘시간이 없어! 빨리 도망가야 해! 여기서 가까운 폭발의 도시로 가야겠다.’
후계자를 정하는 토의에서 핸드룩을 지지한 자들이 여러 명있었다.
이 중에는 독의 도시 시장 스카즈막, 폭발의도시 시장 그로켄, 전기의 도시 시장 도르티르가 있었다.
이 세 도시의 시장들은 망치 다루는 능력으로 후계를 정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망치를 잘 다루는 어린이인 듀빅보다 연륜이 있는 성인인 핸드룩이 왕이 되는 것을 선호했다.
핸드룩은 자신의 집에 가서 아내와 아들에게 다그치며 소리쳤다.
“위기상황이야! 여기서 나가야 해!”
핸드룩의 아내와 아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 간단히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핸드룩은 가족을 데리고 드워프 철도역으로 갔다.
이곳에는 수백 대의 광차들이 있었다.
역무원이 인사했다.
“핸드룩 님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인가요?”
“광차 하나 타겠다!”
“기관사가 필요하십니까? 아니면 직접 운전하시나요?”
“직접 한다!”
핸드룩은 가족들과 광차 하나에 탔다.
역무원이 광차 엔진에 마나석을 넣고 인사했다.
“좋은 운전 되십시오~”
핸드룩의 광차가 철로를 따라 굴 하나로 들어갔다.
핸드룩의 광차가 점점 빠른 속도로 달렸다.
덜컹 덜컹 덜컹
광차에는 방향을 바꾸는 막대 손잡이가 하나 달려 있었다.
철로가 두 개, 세 개로 나눠진 지점에서 적절한 순간에 손잡이를 움직여서 알맞은 철로를 타야 했다.
핸드룩의 광차 운전은 이미 수준급이고 철로 지도도 외우고 있었다.
뒤에서 아내가 소리쳤다.
“여보!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핸드룩이 허리에 맨 라하브를 들었다.
아내가 물었다.
“그게 왜 여보한테 있어요?”
“젠장! 내가 듀빅을 죽이고 가져왔어!”
아내가 경악했다.
“여보!”
“이제 돌아갈 수 없어! 잡히면 가족 모두 죽을 거야! 폭발의 도시로 가서 저항해야 해!”
아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앙! 앙앙!”
핸드룩이 아내에게 외쳤다.
“아들을 달래봐!”
이제 핸드룩의 선택과 행보에 가족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
아내가 아들을 달랬다.
뒤에서 광차 여러 개가 따라붙는 소리가 들렸다.
덜컹덜컹덜컹
핸드룩이 긴장했다.
“벌써 추격자가 따라붙었어!”
아내가 겁에 질렸다.
“여보! 어떡해요!”
“네가 광차 운전해!”
아내가광차 손잡이를 잡고 운전했다.
아들은 아내의 다리에 딱 달라붙었다.
핸드룩은 라하브를 들고 광차 뒤에 섰다.
드워프가 4명씩 탄 광차 여러 개가 일렬로 다가오고있었다.
맨 앞의 드워프 장교가 망치를 들고 소리쳤다.
“왕족 살인범 핸드룩은 멈춰라!”
핸드룩이 라하브를 양손에 들고 자세를 잡았다.
드워프 장교가 조소했다.
“투항할 마음이 없구나! 타타그 왕께서 널 죽여서라도 잡아 오라고 하셨다!”
병사들이 탄 광차에 더 좋은 엔진과 마나석이 있는지 핸드룩과 점점 가까워졌다.
핸드룩이 긴장으로 식은땀을 흘릴 때 머리로 목소리가 들렸다.
- [뭘 긴장하고 있어? 정령이 없다고 싸우지도 못하는 거야? 넌 불의 망치 라하브가 있잖아. 지금의 너는 저런 병사들은 모두 태워버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져.]
핸드룩이 라하브를 바라봤다.
‘그래. 나에겐 불의 망치 라하브가 있어.’
핸드룩이 갈망하자 그의 머릿속에 라하브의 사용법이 들어왔다.
핸드룩이 라하브에 힘을 밀어 넣자 망치 머리에 거대한 화염이 일었다.
화르르륵
병사들이 탄 광차가 핸드룩의 광차에 거의 다다랐다.
핸드룩이 고함을 지르며 라하브를 휘둘렀다.
“난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