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6화 〉탈카 시 (166/200)



〈 166화 〉탈카 시

다음 날 클로비스의 쿠데타 세력을 규탄하는 홍보물이 탈카 시 북쪽 전역에 뿌려졌다.

홍보물은 캐롤과 클로비스가 저지른 권력형 비리와 부하 학대에 대해 자세히 담고 있었다.

또한, 클로비스가 탈카 연구소에서 일어난 키메라 폭주 사건을 이용해서 이단 심판관을 등에 업고 권력을 쟁취하려고 한다며 규탄했다.

탈카 연구소에서 만든 가고일 골렘들이 홍보물을 잔뜩 들고 탈카 시 남쪽으로 날아가서 뿌렸다.

클로비스의 병사들이 탈카 시 남쪽에 들어온 여러 대의 가고일 골렘을 격추했지만, 홍보물들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클로비스는 누구든 홍보물을 집으로 가져가는 자는 극형에 처하겠다고 선언했다.

병사들이 탈카 시 남쪽에 떨어진 홍보물을 모아서 태워버렸지만, 이미 홍보물의 내용이 암암리에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었다.

엘리아 종교에 대한 신앙이 낮은 자들은 이단 심판관의 말보다 홍보물의 내용을 더 신뢰했다.

그렇게 북과 남의 대치 상태가 유지되며 며칠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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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 조달이다.

남쪽 세력은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해서 조달했다.

탈카 북쪽은 자체적인 식량 조달이 어려웠다.

다행히도 스토자냐 시가 루카스 후작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스토자냐 시는 열차로 북쪽 세력에 다량의 식량을 싼값에 수출했으며 키메라 전문가 지킬 박사를 파견했다.

지킬은 마른 몸매와 허약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3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지킬은 루카스 후작 저택의 귀빈실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루카스 후작, 실비에, 이바나가 있었다.

루카스 후작이 정중히 환대했다.

“어서 오십시오. 천년 전부터 어둠의 신님을 섬겼다고 들었습니다.”

귀빈실에는 어둠의 신의 부하만 있었기에 대놓고 말해도 상관없었다.

지킬은 구조가 변경당해서 어둠의 신을 숭배하고 있었다.

지킬이 대답했다.

“천년 전부터 연구원으로 어둠의 신님을 섬겼습니다. 그동안 일이 있어서 어둠의 신님과 떨어졌지만, 연이 닿아서다시 섬기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하하하. 좋군요. 키메라 전문가라고 들었습니다.”

“네. 키메라를  많이 다뤄봤지요.”

“어떻게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제가 벌레 형 키메라와 전투 키메라가 전문이라서요. 전투에 도움이 되는 키메라를 만들어드리지요”

“탈카 연구소에 개인 연구실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소피아 소장에게 말해놓을 테니 편하게 연구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실비에가 루카스 후작을 불렀다.

“아버지.”

“응? 아빠가 아니고?”

“아이. 앞에 손님이 있잖아요~”

“흠흠. 무슨 일이냐?”

“지금 강자의 수와 병력의  모두 우리가 열세잖아요. 이럴 때는 비대칭 전력이 필요해요.”

“맞다. 계속 말해봐.”

“현재 우리의 비대칭 전력은 용사 파티 하나에요. 하지만 적에게도 40명의 강력한 이단 심판관이 있어요. 우리는 탈카 연구소로 전쟁의 판도를 바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야 해요. 모두 어둠의 신님을 위한 일이에요.”

“좋은 생각이다.”

실비에가 지킬을 보며제안했다.

“저는 마도 공학 분야의 천재예요. 저랑 같이 대량살상무기를 연구해요.”

지킬이 얼굴이 붉어져서 헛기침했다.

“어험. 흠흠. 아아~ 좋습니다.”

이바나가 중얼거렸다.

“여자에 완전 숙맥이네.”

실비에가 얼굴을 기우뚱했다.

“감기 걸리셨어요?”

지킬이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저는 지킬 님과 제가 동류라고 생각해요. 서로 배울 점이 많을 거예요.”

지킬이 당황했다.

‘으엇! 만난 지 하루 만에 솔로 탈출인가?!’

“어, 어떤 동류요?”

“연구에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이요. 제 마도 공학 기술, 지킬 님의 키메라 기술, 탈카 연구소의 기술이 합쳐지면 최고의 대량살상무기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아. 그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지킬이 오른손으로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굽신거렸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실비에는 단지 직업적인 이유로 지킬과 공동연구를 하는 것이지만, 아버지인 루카스 후작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루카스 후작이 매의 눈으로 지킬을 파악했다.

‘이 녀석이 내 딸에게 작업을 걸어? 천년 전부터 어둠의 신님을 섬긴  점수를 줄 만하지만 아직은 네놈에게 만족하지 않았다.  놈에 대해서 샅샅이 파헤쳐 주마.’

이바나는 연애 숙맥인 실비에 언니와 지킬이 과연 어떻게 될지 기대하는 눈으로 쳐다봤다.

‘히힛~ 언니가 드디어 연애 고자 탈출인가?’

지킬은 저택의 방을 하나 배정받았다.

실비에가 지킬을 탈카 연구소로 안내했다.

루카스 후작은 뭔가 맘에  드는 얼굴이었지만 조용히 있었다.

지킬은 실비에의 안내를 따라 홀을 지나가다가 용사 파티와 마주쳤다.

지킬은 표면상 용사 파티와 처음 만나는 거였다.

지킬이 나를 모른 체하고 용사에게 간단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후작가에 파견 온 스토자냐 시의 지킬 박사입니다.”

박경철이 인사했다.

“용사 박경철이고 이쪽은 제 파티원들입니다.”

지킬은 우리를 지나쳐갔다.

촉수 통신 네트워크로 하이드가 나에게 연락했다.

아직 지킬은 권속이 아니라서 촉수 통신 네트워크를  수 없었다.

- [카일님. 안녕하십니까!]

- [하이드. 반갑다.]

- [요즘 형님이랑 말이 통해서 엄청 즐겁습니다. 형님도 어둠의 맛을 알아버렸다니까요. 하하하.]

- [드디어 형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구나. 축하한다.]

[모두 어둠의 신님 덕분입니다. 이번에 형님이 천년 솔로 탈출할지도 모릅니다.]

- [왜?]

- [실비에 영애랑 대량살상무기를 공동 연구하게 되었거든요.]

- [좋네. 실비에는 뛰어난 여성이야. 네 형한테 반드시 잡으라고 해라.]

- [그럴 겁니다.]

- [잠깐! 지킬의 여자면 네 여자도 되는 아냐?  몸에 초식남과 마초남이 다 들어있는 거네? 이걸로  개성을 밀어붙이면 되겠다.]

- [푸하하하! 카일님 말이 맞네요. 형과 제 매력으로 실비에 영애를 잡아보겠습니다.]

[난 결혼까지 한 사람이니까 도움 필요하면 물어보고.]

- [이런 건 혼자 해볼게요.]

- [패기 좋고~]

촉수 통신 네트워크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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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카 시 남쪽에서는 그동안 탈카  북쪽에서 내려오던 생필품이 끊겨서 생활의 질이 떨어졌다.

북쪽과 남쪽의 경계를 각 세력이 봉쇄했기 때문이다.

남쪽의 식량, 등을 대부분 구매하던 북쪽과의 연결이 끊기자 남쪽의 재고가 늘어나고 수입이 줄어들었다.

남쪽 시민들 사이에 전쟁 상황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심이 퍼져나갔다.

루카스 후작이 보낸 홍보물의 내용이 빠른 속도로 남쪽 시민들에게 전파되었다.

다크인간들을 주축으로 클로비스의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가 남쪽 곳곳에서 일어났다.

시위대가 팻말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외세인 이단 심판관을 끌어들인 클로비스는 전쟁을 멈춰라!”

“비리와 학대를 저지른 클로비스와 캐롤을 규탄한다!”

여러 병사가 주군인 루카스 후작에 반기를 드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위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쪽에서 주로 농사, 청소부, 하수 처리  기피 업무를 하던 마족 노예들이 갑자기 자유를 되찾았다.

루카스 후작이 남쪽 마족 노예를 모두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마족 노예들은 일을 멈추고 도망가면서 곳곳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여러 마족 노예들이 무리를 지어서 남쪽의 성벽을 습격하고 밖으로빠져나갔다.

병력 대부분이 북쪽과의 경계에 대기하고 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족 노예들이 사라지니 농사 시설과 도시 환경 시설의 인력이 없어졌다.

도시 곳곳에 오물이 싸이고 위생이 나빠졌다.

마침 아오페 백작령, 서르백 시, 에리드네 시의 이단 심판관 60명이 탈카 시 남쪽에 도착했다.

열차역이 탈카 시 북쪽에 있기에 이들은 열차가 아닌 육로로 왔다.

추가로 성국의 모리안 시를 관리하는 벤자민 추기경이 사제 3천 명, 성전사 3천 명, 기타 병사 4천 명을 이끌고 탈카 시 남쪽에 지원 왔다.

성전사는 철퇴를 휘두르며 신성력으로 오오라를일으키는 성국만의 특수 병종이다.

성전사 중에서 굉장히 강한 자들이 성기사가 된다.

카일 성국에서 성전사의 대척점에 있는 병종이 수확자이다.

기타 병사의 경우는 검병, 창병, 궁병, 마법사 등 다양한 병종으로 구성되었다.

이 정도의 성국 병력이 하멜 제국에 들어오는 건 쉬운 일이아니었다.

에리드네 시와 서르백 시는 라이트 인간 협회에 가입해서 성국과 친했다.

성국이 탈카 시의 위험을 설명하고 두 도시에 막대한 금화를 제공하자 두 도시에서 병력의 통과를 용인했다.

성국 병력은 서르백 시까지는 열차를 타고 가고 이후 육로를 통해서 탈카 시 남쪽으로 들어갔다.

도합 100명의 이단 심판관과 1만 명의성국 병사는 무시하지 못할 전력이기에 탈카 시 남쪽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벤자민 추기경이 클로비스에게 반강제적으로 제안했다.

“시위대의 주축이 다크인간입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마족 노예가 자유를 찾아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두 사회 불안을 일으키고 내부에서 인간을 무너트리려는 어둠의 신의 계략입니다. 탈카 시 남쪽의 모든 다크인간과 마족을 죽여야 합니다. 이들을 완전히 제거해야 저희의 후방이 안전해  겁니다.”

클로비스가 벤자민 추기경을 말렸다.

“너무 피를 많이 쏟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불안에  겁니다.”

이단 심판관 대장 아누셰가 강조했다.

“항상 해야 할 첫 번째 중요한 일은 경계하는 것입니다. 어둠은 항상 주위를 서성거리며 우리의 약점을 활용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크인간과 마족을 죽이는 것으로 인한 여파가 무서워서 죽이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둠의 신이 원하는 상황입니다.”

벤자민 추기경이 설득했다.

“모든 것은 엘리아 여신님의 뜻입니다. 저희는 엘리아 여신님의 자녀이고 어둠의 신과의 전쟁의 일부이며 저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아누셰와 벤자민이 눈을 번뜩이며 설득하자 클로비스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윽. 알겠습니다. 그런데 병사들이 심적으로 저항할 겁니다.”

클로비스가 허락하자 벤자민 추기경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클로비스님의 병사들은 전선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세요. 악을 멸하는 것은 성국 병사들이 주축이 돼서 하겠습니다. 성국 병사들은 엘리아 여신님의 뜻을 이행하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저희가 열심히 설교한다면 시민들도 받아들일 겁니다.”

클로비스가 질문했다.

“만약 일반인이 다크인간과 마족을 감싸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악을 감싸는 것은 엘리아 여신님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먼저 설득을 할 겁니다. 설득이 먹히지 않으면 신의 이름으로 정화해야겠지요.”

“정화라면….”

“죽음을 통해 이 대륙에서 배제하는 겁니다.”

“그런데 마족을 다 죽이면 농사와 도시 정비 일손이 부족해집니다.”

“도시민들에게 대신일을 시키면 됩니다. 엘리아 여신님이 내리신 사명을 이행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겁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럽습니까!”

아누셰와 벤자민은 사람을 죽이고강제하는데 일말의 거부감도 없었다.

이들은 엘리아 여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수 있었다.

만약 클로비스가 거절한다면 몰래 클로비스를 제거할 수도 있었다.

클로비스는 몸에 소름이 돋는  느꼈다.

성국 병력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배운  있기에 바로 다크인간과 마족을 잡아 죽이지 않았다.

이들은 시민들 사이에 선동꾼을 풀어서 다크인간과 마족이 어둠의 신의 명을 받아 사회 불안을 일으킨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벤자민 추기경은 시민 중에서 엘리아 여신에 대한 신앙이 출중한 자들을 뽑아서 어둠 척결단으로 임명했다.

벤자민 추기경은 사람들이 다 보는 광장에서 어둠 척결단 임명식을 성대하게 이행했다.

성대한 임명식을 하는 이유는 엘리아 여신을 충직하게 믿는 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어둠 척결단은 얼굴 전체를 감싸는 하얀 고깔모자를 쓰고 몸 전체에 하얀 천을둘렀다.

마치 미국 KKK단의 유령 복장 같았다.

단상 위에 벤자민 추기경이 서고 그 앞에 어둠 척결단 수백 명이 유령 복장을 하고 밧줄, 쇠사슬, 무기를 든 채 도열했다.

주변에는 이단 심판관, 성국 병사들이 있었다.

사제들이 성가대 복장을 하고 거룩한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벤자민 추기경이 선언했다.

“너희들에게 엘리아 여신님이 내리신 신성한 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지위를 내리노라! 너희들은 엘리아 여신님의 최측근이 것이다! 너희들은 죽어서도 천국에 가서 영원히 행복하고 풍족하게 살  있을 것이다! 어둠 척결단은 모든 다크인간과 마족을 탈카 시에서 배제하라! 아-멘!”

어둠 척결단이 오른손을 왼 가슴에 대고 합창했다.

“아-멘!!!”

어둠 척결단은 이단 심판관, 성국 병사들과 함께 탈카 시 남쪽 곳곳으로 퍼져서 다크 인간과 마족을 습격했다.

시위하고 있던 자들이 가장 먼저 습격당했다.

어둠 척결단 병력이 시위대에게 달려가서 무기로 베고 찌르고 때렸다.

시위대에는 다크인간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있었는데도 전부 무자비하게 죽였다.

시위대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 멈춰!”

“내 아내를 때리지 마! 안돼! 으아아악!”

클로비스의 병사들은 위에서 나서지 말라고 지시했기에 시민들이 폭력에 희생되는데도 억지로 무시했다.

어둠 척결단 병력은 사로잡은 시위대의 이마에 칼로 십자가를 세기고 밧줄로 목을 감아서 가로수에 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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