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탈카 시
실비에가 양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앗싸! 나도 세상을 뒤에서 조종해 보고 싶었어! 제 천재성을 보면 절 권속으로 만든 걸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이바나가 불러온 메이드 1명을 소모해서 실비에를 권속으로 만들었다.
나는 다시 줄어들어서 애완문어가 되었다.
실비에는 나, 이바나, 소피아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실비에가 벽을 두드리자 벽이 열리며 안에 비밀 공간이 생겼다.
비밀 공간에는 몰카 수정이 수십 개가 있어서 각각 저택의 다른 곳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바나가 놀랐다.
“실비에 언니. 도대체 이 방은 언제 만든 거야?”
실비에는 기분이 좋은지 실실거리며 설명했다.
“이 저택의 곳곳에 제가 만든 전투 골렘과 감시 골렘이 숨어있어요. 이 관제실에서 저택의 모든 것을 보고 골렘들한테 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당연히 저만 쓸 수 있어요. 이 저택의 내부는 누구도 몰래 침입하기 힘든 던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바나는 이제 놀라는 걸 포기했다.
“언니. 정말 대단해. 언니는 후작가후계가 아니라 탈카 연구소 소장이 되어야 했어.”
“나는 후작가 후계 일이 더 좋아. 골렘 만드는 건 취미일 뿐이야.”
소피아가태연하게말했다.
“실비에는 하멜고 때부터 이랬지. 언제나 자기가좋아하는 것에 빠지면 끝을 보곤 했어.”
나는 실비에에게 임무를 내렸다.
“이제 네 부모인 루카스 후작과 콜렛트를 내 권속으로 만들어야 한다.”
실비에가 나에게 부탁했다.
“제 부모님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 주세요.”
“당연하지. 네 부모는 여전히 탈카 시를 관리하게 될 거다. 어둠의 탈카 시를 말이야.”
“그거라면 괜찮아요.”
실비에가 몰카 수정 하나를 보고 말했다.
“으음. 제 부모님은 아직도침대에서 껴안고 누워계시네요.”
이바나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당황했다.
“뭐! 그, 그런 짓을 하신 거야?”
“아니야. 아침부터 계속 주무시고 계셨는데? 옷도 입고 있어.”
이바나가 손을 내렸다.
“아. 그렇구나.”
우리는 루카스 후작의 방으로 갔다.
방문을 끼익 열자 정말로 루카스 후작과 아내 콜렛트가 서로 껴안고 자고 있었다.
우리는 살금살금 침대로 다가갔다.
나는 순식간에 촉수로 루카스와 콜렛트의 머리를 감쌌다.
둘은 자다가 봉변을 당해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허둥지둥했다.
나는 둘의 뇌 구조를 변경하고 메이드를 소모해서 권속으로 만들었다.
루카스 후작이나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어둠의 신을 뵙습니다.”
콜렛트도 인사했다.
“저도 어둠의 신을 뵙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 실험체로 쓴다는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나는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괜찮다.”
나는 연구소 소장 캐롤과 기사단장 클로비스에게 내 진정한 모습을 들킨 과정을 설명했다.
루카스 후작이 잠시 고민하다가 나에게 말했다.
“제 추측에 따르면 이단 심판관들도 이 일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왜지?”
“이단 심판관들은 이바나가 다크인간이기 때문에 후작가 주변을 몰래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냥 용인해주고 있었지요. 이단 심판관들은 후작가 주변에 있는 탈카 연구소에서 다크인간이 증가한 것도 알고 있을 겁니다.”
“으음.”
“제 추측이 맞는다면 이단 심판관들은 어떻게든 캐롤과 클로비스와 접촉했을 겁니다. 클로비스가 지금까지도 저를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후작가가 이미 어둠에 침식되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예리하군.”
“클로비스가 지금쯤 나머지 기사들을 불러서 군을 움직여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을 겁니다.”
내가 우려를 표했다.
“우리가 늦은 건가.”
루카스 후작이 대답했다.
“모든 기사가 클로비스에게 찬동하지는 않을 겁니다. 여론을 저희한테 좀 더 유리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전쟁은 벌어지겠지?”
“클로비스에게 찬동하는 자들이 생길 테니까 그럴 겁니다. 저희는 이들을 사악한 쿠데타 세력으로 포장해야 합니다.”
“루카스. 너만 믿겠다.”
“알겠습니다.”
실비에가 나에게 제안했다.
“일단 이 저택의 고용인들부터 부하로 만드는 게 어때요?”
“좋지.”
실비에가 차고 있던 팔찌를 톡톡 두드리자 팔찌의 구슬에서 빛이 뿜어졌다.
이윽고 빛이 형태를 잡아가더니 루카스 후작가 저택의 3D 지도가 되었는데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빨간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루카스 후작이 경악했다.
“실비에! 언제 이런 걸 만들었니?!”
“심심할 때마다 보완했더니 이렇게 됐어요. 후작가 저택과 그 주변의 완벽한 지도를 제공해요.”
“이건 세기를 앞서가는 기술이야! 역시 우리 딸 대단하다!”
실비에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폈다.
“엣헴! 이 지도를 확인하면 모든 사람을 어둠의 신님의 부하로 만들 수 있어요.”
내가 실비에에게 질문했다.
“내 부하인 사람과 부하가 아닌 사람을 판별해서 다른 색으로 표시할 수는 없어?”
“이 지도는 감시 골렘들의 시야를 지도로 구현한 거예요. 부하들에게 표식을 몸에 붙이고 다니게 한다면그 표식을 보고 구별할 수 있을 거예요.”
“표식 없이는 힘들까?”
“아직 사람의 모습만 보고 구별하는 알고리즘은 개발하지 않았어요. 흐음. 연구해볼 여지가 있네요.”
“뭐. 안되면 어쩔 수 없지.”
애완문어인 나는 이번에는 실비에의 어깨에 탔다.
우리는 지도를 보고 저택을 돌아다니며 메이드, 주방장, 집사, 호위병 등의 고용인들을 세뇌했다.
이제 후작가 저택 사람전부가 내 휘하에 들어오게 되었다.
지도를 보고 있는데 후작가 저택 정문으로 10개의 빨간 점이 다가왔다.
실비에가 설명했다.
“집에 손님 10명이 오셨네요. 맞이하러 가야겠어요.”
나, 실비에, 이바나, 소피아는 정문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밖에는 어두운 얼굴의 사단장 3명과 기사 7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실비에가 손님들을 홀로 안내했다.
홀에는 긴 식탁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루카스 후작, 콜렛트도 와서 모두 의자에 앉았다.
한 사단장이 얘기했다.
“왜 저희가 단체로 이곳에 왔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클로비스가 이단 심판관과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키려고 합니다.”
루카스 후작이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허어…. 짐작은 했지만 정말로 반란을 일으키다니….”
“후작님께서는 알고 계셨습니까?”
“모든 발단은 우리가 캐롤을 연구소 소장 자리에서 해고했기 때문이네.”
“클로비스의 아내 캐롤 말입니까?”
“그렇네. 캐롤이 연구소장 권력을 이용해서 나머지연구원들을 학대하고 심지어 연구소 자재를 몰래 빼돌린 정황이 확인되었네.”
“캐롤 여사가 공부만 해서 인격이 모자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했는지는 몰랐습니다.”
“연구소 인원 대부분이 캐롤을 해임하고 소피아 부소장을 소장으로 올려달라는 탄원서에 서명했네. 나는 탄원서를 바로 수리하고 캐롤을 해임했지. 나는캐롤에게 지금까지 저질렀던 비리와 학대가 언론에 알려지기 싫으면 조용히 나가라고 했지.”
“그렇다면….”
“그날 저녁에 캐롤이 소형 골렘으로 연구원들을 몰래 도촬했어. 탈카 연구소는 비밀리에 어둠 종족으로 만드는 전쟁용 키메라를 연구하고 있었네.근데 연구원의 실수로 키메라가 폭주한 걸 보고 주변의 이단 심판관에게 일러바친 모양이야. 자네도 이단 심판관들이 어둠과 관련되면 앞뒤가 막히는 자들이라는 건 알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이단심판관이 클로비스와캐롤에게 당장 어둠을 제거해야 한다고 설득했겠지. 그리고 클로비스는 이 기회에 권력을 잡고 캐롤을 다시 연구소 소장으로 앉히려고 쿠데타를 일으킨 걸 거다.”
“이럴 수가….”
“자네도 클로비스가 야망이 높은 자라는 건 알고 있지 않은가?”
“맞습니다. 클로비스는 권력욕이 대단히 높지요. 클로비스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탈경련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뇌물을 받아먹고 있었습니다. 그 자신도 회유와 협박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서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늘였습니다. 기사 중에서도 후작님보다 클로비스를 따르는 자들이 많을 정도입니다.”
“클로비스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는 이단 심판관이 참여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걸세. 더 많은 피가 뿌려지기 전에 클로비스를 막아야 하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기사가 결의했다.
“후작님을 따라서 클로비스를 막겠습니다!!”
나는 속으로 클로비스를 비웃었다.
‘멍청한 클로비스 녀석. 평소에 청렴하게 살았으면 신뢰도가 높아서 반대자가 나오지도 않았을 거 아냐. 캐롤도 인격이 모자란 거로 여기서 뒤통수 맞을 줄은 몰랐겠지.’
사단장 3명은 사단을 전투 준비하고 나머지 7명의 기사는 가족을 이끌고 후작가 저택으로 오기로 했다.
기사들이 저택을 떠나기 전에 실비에가 물었다.
“가시기 전에 후작가 저택의 마사지 의자를 사용하지 않으실래요?”
기사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후작가 마사지 의자가 최고라지 않았나?”
“흐음. 후작가 마사지 의자를 사용하면 허리 통증이 사라진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단장 3명이 받아들였다.
“우리는 사단으로 가면 언제 여기로 돌아올지모르니 마사지를 받아봐야겠군요.”
나머지 기사들은 저녁에 마사지 의자를 사용할 수 있으니 가족들을 데리러 떠났다.
실비에는 3명을 물리치료실로 안내했다.
물리치료실에는 여러 대의 마사지 의자, 마사지 침대, 물리치료 기구들이 있었다.
사단장 3명이 마사지 의자에 편하게 앉고 팔걸이에 팔을 놓았다.
한 사단장이 실비에에게 물었다.
“이것들 전부 실비에 님이 만드셨다면서요?”
“네. 인체의 뼈와 근육의 형태를 연구해서 가장 편안함을 줄 수 있는기술을 적용했습니다.”
“허허허. 실비에 님은 대단하십니다.”
“탈카 연구소원들에게 기술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실비에가 말했다.
“이제 마사지 시작할게요.”
사단장들이 편안하게 눈을 감자 실비에가 팔찌를 톡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마사지 의자 곳곳에서 족쇄가 올라와서 사단장들의 손목, 발목, 목, 허리를 채웠다.
챙 챙 챙
사단장들이 당황했다.
“아니! 실비에 님 저번과 다르지 않습니까?”
실비에의 어깨에 타고 있던 내가 거대한 촉수로 변했다.
“키에에에~~”
사단장들이 몸을 비틀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
“괴물이다! 사람 살려!”
그러나 아무도 도우러 오지 않았다.
나는 사단장들의 뇌 구조를 변경하고 권속으로 만들었다.
후작가에서 주변 노숙자를 잡아 와서 재물로 사용했다.
사단장들은 나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 사단을 전투 준비하러 떠났다.
이바나는 용사 파티에 종자를 보내서 후작가 저택으로 오라고 전했다.
용사 파티는 각자 후작가 저택의 홀에 도착했다.
길룩이 엘프로 돌아간 나를 보고 물었다.
“형님. 니사 누님 혼자서 돌아다니던데 그동안 어디 계셨소?”
“호텔 방에 있었다.”
“일주일 동안 호텔에서 뭘 한 거요?”
“영화 보며 지냈지.”
“밥은 어떻게 해결하셨소?”
“니사가 가져온 밥으로 해결했다.”
“그것참. 대단합니다.”
니사와 세리나를 제외한 나머지 파티원들이 나를 폐인 보듯이 쳐다봤다.
아이보스가 나에게 말했다.
“카일 형님도 저랑 동류네요? 저는 한 달간 동굴에 처박힌 적도 있어요.”
“난 일주일만 있었을 뿐이야.”
안드레가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루카스 후작은 탈카 시에 불온한 움직임이 보여서 용사 파티를 후작가에 모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루카스 후작은 몇 시간 전에 기사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그대로 말했다.
요약하자면 클로비스 기사단장이 이단 심판관들과 손을 잡고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박경철이 손을 꽉 쥐고 분노했다.
“빌어먹을 이단 심판관들. 여기서도 문제를 일으키는구나.”
용사 파티와 이단 심판관이 부딪히는 것은 어쩌면 필연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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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루카스 후작이 계엄령을 선언하고 사단장 3명과 함께 병사들을 이끌고 탈카 시 북쪽을 점거하고 남하했다.
탈카 시 북쪽에는 후작가 저택, 열차역, 번화가, 첨단 기업, 첨단 공장이 있었다.
이때 클로비스는 병력을 모아서 정신 무장을 하고 있었다.
이단 심판관들이 병력에게 탈카 시에 닥친 위험에 대해서 목이 쉬어라 설교했다.
클로비스는 루카스 후작의 대응이 빨라서 놀랐지만, 신속하게 병력을 움직여서 루카스 후작 병력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직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클로비스의 병력은 탈카 시 남쪽을 점거하고 루카스 후작의 병력과 대치했다.
탈카 시 남쪽에는 노동자 거주지, 식료품 가공공장, 방적공장, 봉제공장, 축사, 논, 밭이 있었다.
탈카 시는 북과 남으로 갈라졌다.
탈카 시 북쪽의 루카스 후작의 세력은 다음과 같았다.
루카스 후작가, 용사 파티, 탈카 연구소, 연구원 기사 14명, 사단장 3명, 7명의 기사, 3.5만 명의 병사.
탈카 시 남쪽의 클로비스의 세력은 다음과 같았다.
클로비스 기사단장, 40명의 이단 심판관, 전 연구소장 캐롤, 사단장 3명, 브루노 치안대장, 24명의 기사, 3.9만 명의 정규병과 치안대원.
다음 날 클로비스의 쿠데타 세력을 규탄하는 신문 기사와 홍보물이 탈카 시 북쪽 전역에 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