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탈카 시
“이단 심판관들의 연락이 끊긴 지 며칠 후에 탈카 시에 용사 파티가 왔습니다. 용사 파티를 확인하던 이단 심판관이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뭔가요?”
“용사 파티의 일원이던 아샤 성녀님이 없다는 겁니다.”
“네?!”
“스토자냐 시의 이단 심판관들의 소식이 끊긴 후 용사 파티가 탈카 시에 왔는데 아샤 성녀님이 없어졌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저희는 용사 파티가 어둠의 신과 연결되어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뭡니까?”
“저희는 탈카 시의 모든 다크인간의 근황을 언제나 조사하고 있습니다. 용사가 온 날 밤에 다크인간인 이바나가 다크인간 메이드와 병사를 데리고 용사 파티가 머무는 호텔 3곳을 모두 방문했습니다. 이후 다크인간이 없던 탈카 연구소에 다크인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왜 기사단에 알리지 않았습니까?”
아누셰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이미 인류에게 다크인간의 존재를 알렸지만, 인류는다크인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서로 다퉜습니다. 다크인간은 여전히 그대로지요. 저희는 그때의 실패를 통해서 무작정 알리는 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기회가 생길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정 안되면 이단 심판관 전부가 동귀어진의 각오로 달려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용사 파티가 전부 어둠의 신에게 먹힌겁니까?”
“그건 모릅니다. 이바나가 호텔 3곳을 모두 들렀기에 누가 어둠의 존재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예상하는 용의자는 2명입니다.”
“누굽니까?”
“먼저 세리나입니다. 그녀는 다크인간입니다. 세리나는 서큐버스 퀸의 피를 타고난 경국지색의 존재이기 때문에 용사를 완전히 자신의 펫으로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용사를 자신의 입맛대로 조종하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럴 수가….”
“두 번째는 카일입니다.”
“엘프 지휘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이바나가 호텔에 들어갔다 나온 이후로 카일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카일의 아내 니사만이 혼자서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즐기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상하네요.”
“아직은 의심뿐입니다. 어쩌면 카일이 방에서 지내는 걸 좋아할지도 모르지요.”
“의문만 생기는군요.”
“저희가 판단한 내용을 알려드리지요. 용사 파티에 어둠의 신의 권속이 있습니다. 이들은 스토자냐 시에서 용사를 이용해서 이단 심판관들과 아샤 성녀를 제거했을 겁니다. 아마 스토자냐 시는 다크인간의 도시가 되었을 겁니다. 스토자냐 시가 공업을 모두 포기한 것도 하멜 제국을 약화하려는 속셈이겠지요.”
“말이 되네요.”
“용사 파티의 어둠의권속은 탈카 시에 와서 다크인간인 이바나에게 뭔가를 지시했습니다. 이바나가 연구소에 간 이후로 어둠이 연구소를 침식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랑 캐롤에 대해서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희는 연구소 주변을 언제나 감시하며 다크인간의 수를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밤 우연히 클로비스님과 캐롤님이 소형 골렘을 연구소에 보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겁에 질려서 도망가는 것도요. 저희는 당신들이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당신들의 저택을 지켰습니다.”
클로비스가 안도한 표정으로 감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원을 잃을 수는 없으니까요. 거기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클로비스는거기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아누셰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걱정했다.
“어쩌면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태가 심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둠의 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클로비스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촉수요?”
“맞습니다. 따라서 어둠의 신의 고위 권속들도 촉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소에서 다크인간이 증가하고 다크인간이 아닌 연구원들도 촉수를 찬양했습니다. 이 촉수에게 인간을 세뇌하고 다크인간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이 정도 능력의 촉수는 어둠의 신 자체이거나 고위 권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롤과 클로비스가 어마어마한 상황에 신음을 흘렸다.
“허어….”
아누셰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더 끔찍한 사실은 이 촉수가 용사 파티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밖에 돌아다니지 않는 카일이 탈카 연구소에 있는 촉수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명이군요.”
클로비스가 착잡한 표정으로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촉수가 자신이 발견되었다는 걸 알았으니 빠르게 움직일 겁니다. 이바나가 있는 루카스 후작가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아직 연구원을 제외한 기사단에는 다크인간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기사단을 모아서 이 사태를 알려야 합니다. 클로비스님 혼자라면 믿지 않겠지만 이단 심판관들이 증언하면 믿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병사 중에도 다크인간이 별로 없습니다. 제 예상에는 다크인간으로 만들려면 상대를 잡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무력이 강한 자들은 다크인간으로 만들지 못했겠지요. 군사위원장이자 기사단장이신 클로비스님께서 병사들을 모으셔야 합니다.”
“루카스 후작님께 반기를 들라는 말씀입니까?”
“어둠의 신에게 귀의한 자들이 귀족입니까?”
“아직 후작님이 어둠의 신에게 귀의했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이건 시간 싸움입니다. 당신 아들 테프리를 생각해 주십시오. 후작님이 아직 다크인간이 아니라면 그때 가서 후작님도 끌어들이면 될 일입니다.”
클로비스가 주먹을 꽉 쥐고 결정을 내렸다.
“어쩔 수 없군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단 심판관님들은 무엇을 하실 겁니까?”
“일단 클로비스님을 따르는 자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해야겠지요. 그리고 다른 지역의 이단 심판관들과 엘리아 성국에도 저희가 발견한 사실을 보낼 겁니다.”
“믿을까요?”
“성국과 이단 심판관들은 다른 이단 심판관의 신앙을 믿습니다. 이단 심판관이 의문을 표하면 반드시 무언가 있다는 겁니다. 반드시 지원군이 올 겁니다. 당장 주변 도시와 영지의 이단 심판관들이 이곳으로 올 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용사 파티와 싸울 수도 있으니 마음을 굳게 먹으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행동합시다.”
이미 새벽이 끝나서 아침이 오고 있었다.
마침 오늘은 휴일이었다.
이단 심판관 몇 명이 클로비스의 집을 상시 지키기로 했다.
기사단 56명 중 캐롤을 제외한 탈카 연구소 연구원인 14명은 적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클로비스는 아누셰와 이단 심판관들을 데리고 치안대 건물로 갔다.
그리고 전령을 보내서 군과 행정을 관리하는 나머지 기사단원들도 치안대 건물로 모이게 했다.
클로비스와 이단 심판관들은 기사단원들에게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를 모두 말하고 군과 경찰을 움직여야 한다고 설득했다.
클로비스는 이것이 루카스 후작가에 반기를 드는 게 아니며 인류에게 더 큰 위험이 오기 전에 막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사단장 3명, 브루노 치안대장은 원래 클로비스와 친했기에 클로비스를 따르기로 했다.
클로비스에게 찬성하는 사단장들의 사단은 탈카 시의 남쪽에 있었다.
여러 치안대 기사들이 상사인 브루노를 따르기로 했다.
치안대 기사와 행정 기사 중 독실한 엘리아 신자인 자들은 이단 심판관에게 찬동했다.
나머지 사단장 3명, 기사 7명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클로비스에게 반대하는 사단장들의 사단은 탈카 시의 북쪽에 있었으며 루카스 후작의 저택도 북쪽에 있었다.
7명의 기사는 루카스 후작가에 저항하는 것에 반감을 가졌다.
이단 심판관들이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있었기에 이들은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모임이 끝난 후 몰래 루카스 후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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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휴일이라 모든 연구원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이바나와 소피아는 아침 일찍 실비에를 만나러 루카스 후작의 저택으로 갔다.
이바나는 실비에의 여동생이고 소피아는 실비에의 하멜고 동기이자 친구이므로 실비에를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사이였다.
소피아의 어깨에는 애완문어 뿌요가 있었다.
이바나와 소피아가 실비에의 방으로 들어가자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던 실비에가 인사했다.
“안녕~ 오늘은 둘이 같이 왔네?”
이바나가 말했다.
“응. 언니. 옛날에도 이렇게 셋이서 놀았잖아. 오늘 셋이서 수다 떨자~”
실비에가 소피아 어깨의애완문어를 보며 말했다.
“외계인은 왜 데려왔어? 세뇌당했어?”
소피아가 웃었다.
“푸후훗. 실비에는 언제나 그대로구나~”
“나는이성적일 뿐이야. 나를 세뇌하려고 왔구나.”
“무슨 말이야. 친구끼리 수다 떨려고 왔지.”
“그럼, 여기 앉아.”
실비에, 소피아, 이바나는 탁자 주위에 앉아서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다.
실비에의 흥미는 주로 새로운 세계, 외계인, 세계를 뒤에서 주무르는 손 등이었다.
실비에는 하멜고 시절부터 이런 미스테리 요소를 좋아했기에 소피아와 이바나는 적당히 맞장구쳐 주었다.
소피아가 중간에 주제를 목욕으로 바꿨다.
“그러고 보니 후작가 온천탕이 그립네. 우리 집은 그냥 샤워기랑 욕조가 다인데.”
이바나가 소피아에게 물었다.
“언니. 그럼 지금 목욕하고 갈래?”
“좋지~”
“실비에 언니는 어때?”
실비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후작가 전용의 거대 온천탕으로 갔다.
후작가 온천탕은 거대한 욕실에 온천물을 받은 탕과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셋은 옷을 다 벗고 하얀 온천 수건을 두르고 온천에 들어갔다.
온천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따뜻한 게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소피아가 온천물에 담긴 채 중얼거렸다.
“극락극락~”
이바나도 행복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봤다.
뿌요도 눈동자가 풀린 채 물에 둥둥 떠다녔다.
“뿌이이….”
실비에는 뿌요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장난쳤다.
콕콕콕
“신기한 문어.”
이바나와 소피아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실비에를 양쪽에서 꽉 껴안고 외쳤다.
“잡았다!”
뿌요의 다리들이 촉수처럼 길어지더니 실비아의 머리를 감싸려고했다.
그때 온천에 있던 2m 크기의 인간 석상 하나가 손을 뿌요에게 향하고 마나포를 쏴서 뿌요가 터져버렸다.
지이이잉 퍼어어엉!
이바나와 소피아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이바나가기겁했다.
“저건 언제 준비한 거야!”
실비에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역시! 외계인은 있었어! 너희들 모두 세뇌되었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저 석상은 뭐야!”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만든 골렘이야! 이 집 어디든지 내가 만든 골렘이 숨어있어서 내가 위험해지면 공격하지. 엣헴.”
“집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실비에가 협박했다.
“어쨌든 다치기 싫으면 이 손 놓지?”
석상이 실비에 방향으로 온천물을 가르며 걸어왔다.
첨벙 첨벙
석상이 협박했다.
“삐리리리리. 실비에 주인님을 놓아주세요.”
실비에가 가슴을 펴고 자랑했다.
“엣헴. 기초적인 문장도 말할 수 있다고.”
이바나랑 소피아가 경악했다.
“말도 안 돼! 스스로 판단해서 말하는 골렘을 만들다니!”
실비에가 양팔을 번쩍 들고 자랑스럽게 외쳤다.
“내가 바로 루카스 후작가 후계자 실비에다!”
그때 석상 뒤의 온천물에서 갑자기 거대한 촉수가 부아악 자라나서 촉수 다리로 골렘을 휘감았다.
골렘이 몸을 뒤틀며 저항했다.
“삐리리리. 위기! 위기!”
골렘을 휘감은 촉수 다리가 힘을 주자 골렘이 부서져 버렸다.
쩌저적 우지끈 풍덩 풍덩
실비에가 비통하게 외쳤다.
“안돼! 내 석상 골렘 1호!”
촉수가 실비에에게 달려가서 촉수 다리로 휘감았다.
실비에가 들어 올려지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나도 세계를 움직이는 어둠의 손의 일원이 되는 건가.”
이바나가 감탄했다.
“실비에 언니. 대담해!”
소피아가 고개를 저으며 수정해 주었다.
“저건 대담한 게 아니라 4차원인 거야.”
실비에가 이바나에게 물었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
“응. 언니.”
“이 촉수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궁금한 게 아니라니….”
“그건 이따가 알게 되잖아.”
“뭐. 언니답네. 내 보지에 들어있었어. 방금 터진 애완문어는 소피아 언니가 만든 키메라로 눈속임이었어. 언니의 비상한 머리로 뭔가 안전장치를 만들었을 거라고 예상했지.”
“내가 졌네. 촉수야. 빨리해.”
나 카일은 실비에가 정말 담대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헷갈렸다.
나는 촉수로 실비에의 뇌 구조를 변경했다.
실비에가 눈을 떠서 나를 숭배했다.
“아아! 신이시여!”
실비에가 갑자기 눈에 불을 켜고 내 촉수 다리를 흔들며 애원했다.
“나를 세상을 뒤에서 조종하는 단체의 간부로 만들어줘요! 나도 어둠의 고위 간부 할래요!”
내가 혀를 찼다.
“역시. 성격은 변하지 않는구나. 인간 제물을 가져오면 권속으로 만들어 줄게. 그럼 너도 내가 그리는 계획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야.”
실비에가 양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앗싸! 나도 세상을 뒤에서 조종해 보고 싶었어! 제 천재성을 보면 절 권속으로 만든 걸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