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3화 〉탈카 시 (163/200)



〈 163화 〉탈카 시

캐롤이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있다가 슬슬 분노가 피어올랐다.

“하-미치겠네. 저년이 소장한테 까불어?! 두고 봐! 생각해보니 저년이 나에 대한 여론을 나쁘게 만든 걸 거야. 소장 자리가 탐나는 거겠지.”

캐롤은 소피아 부소장을 연구소에서 퇴출하기로 마음먹었다.

부소장 해고는 탈카 연구소 소유주인 루카스 후작만이 할  있었다.

캐롤은 소피아에 대한 연구소 여론을 악화해서 소피아가 알아서 나가거나 루카스 후작이 소피아를 해고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여론전이라 이거지? 나도 할 수 있어. 나는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는 천재라고.’

캐롤은 옷을 말끔히 정리하고 6층 휴게실로 갔다.

휴게실에는 직원 10명 정도가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캐롤을 보고도 무시했다.

‘뭐야! 내가 소장인데 무시하기야? 이럴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지?’

캐롤이 다가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얘기 하시나요?”

 연구원이 말했다.

“그냥 골렘 뭐 만들지요.”

“골렘이요?”

“요즘 개인 골렘이랑 개인 키메라 만드는 게 유행이라서요.”

“아. 그렇구나….”

연구원들은 캐롤을 무시하고 다시 서로 수다를 떨었다.

마침 소피아가 커피를 들고 휴게실로 들어오자 연구원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소피아 부소장님~ 어서 오세요!”

“어머! 부소장님이닷!”

캐롤은 기분이 나빠졌다.

‘나를 만날 때랑 너무 다르잖아.’

소피아가 캐롤을 무시하고 연구원 사이에 끼어들어서 말했다.

“저는 요즘 새로운 키메라를 만들고 있어요!”

 연구원이 물었다.

“무슨 키메라요?”

“애완문어 키메라요. 저는 요즘 문어가 너무 좋아요~”

“앗~ 완성되면  보여주세요.”

“네~!”

캐롤이 고민하다가 뭔가가 번뜩 떠올라서 연구원들에게 물었다.

“혹시 개인 골렘과 개인 키메라는 어디서 만드나요?”

“연구소에서 만드는데요.”

“연구소 자제로요?”

“네.”

캐롤이 이제야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며 꾸짖었다.

“아니! 소장인 저한테 말도 하지 않고 개인 골렘과 키메라를 만들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연구소 안에서는 연구해야지 개인행동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이 건은 루카스 후작님께 고발하겠습니다.”

그런데 연구원들은 일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연구원이 말했다.

“맘대로 해요. 모든 연구원이 개인 골렘이랑 키메라 만드니까 저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희끼리 회의한 결과 개인이 즐기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오히려 기술 발전에  좋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제가 없이 회의했다고요?”

“네. 그쪽 없이 소피아 부소장님부터 아래 간부 모두 참여한 회의입니다. 곧 소피아 소장님이 되시겠지만요.”

소피아가 캐롤을 노려보며 말했다.

“직원 대부분이 제가 연구소 소장이 되는 것에 동의했어요.  직원들의 추천 서명을 받은 제 소장 출마서를 루카스 후작님께 드릴 거에요. 캐롤 씨는 이제 가세요.”

캐롤이 분노로 소리쳤다.

“이건 말도 안 돼! 너희들은 하극상을 벌이는 거야!”

소피아와 연구원들이 이내 캐롤을 무시하고 서로 시시덕거렸다.

캐롤이 분노와 고립감으로 얼굴이 붉어진 채 휴게실을 떠났다.

‘이럴 수가…. 내가 소장이 아니라고? 이 천재 캐롤 님이?’

이 위기는 지금까지 찬란했던 캐롤의 경력에 처음 생기는 오점일지도 몰랐다.

캐롤은 그나마 자신에게 가장 친절했던 간부인 헤르멘의 사무실로 갔다.

“헤르멘. 혹시 소피아가 소장 출마한다는 얘기 들었어?”

헤르멘이 캐롤을 보고 나가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그쪽한테 아부하는 것도 질렸습니다. 저도 소피아님 추천했으니까 이제 가세요.”

캐롤이 충격받아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어쩌면 이 사무실도 며칠 후에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될지도 몰랐다.

그날 캐롤은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유령 사장이 되는 게 이런 느낌일까?’

캐롤은 6시까지 참다가 칼퇴근해서 바로 집으로 갔다.

‘남편한테 말해야겠어!’

캐롤의 집에는 남편인 클로비스 기사단장과 4살 아들 테프리, 나이든 메이드 2명이 있었다.

캐롤이 집에 들어가자 테프리가 반갑게 맞이했다.

“엄마! 어서 오세요!”

“그래~ 우리 아들 잘 지냈지?”

“네!”

캐롤은 메이드가 해준 저녁을 가족과 함께 먹고 남편 클로비스와 둘이서만 방에 들어갔다.

캐롤은 남편에게 최근과 오늘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다.

클로비스가 착잡한 표정으로 캐롤을 나무랐다.

“그러니까 내가 밑에 사람들  신경 쓰라고 했잖아. 부소장도 괜히 건들지 말고.”

캐롤이 눈을 부릅뜨며 짜증 냈다.

“그래서  잘못이라는 거야?!”

“아니. 연구소 사람들이 잘못했네.”

캐롤은 몇십 분 동안 자신이 연구소를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이럴 수가 있냐며 하소연했다.

클로비스는 아내가 삐지면 자신이 힘들어지니 참고 끝까지 들어주고 맞장구쳤다.

캐롤이 클로비스에게 부탁했다.

“여보. 기사단장 권력으로  좀 도와주면 안 돼?”

“한두 명이야 내가 도와주지. 연구소 직원 전부인데 내가 어떻게 막아.”

“그럼 어떡해!”

“연구소장 아니라도 너 데려가고 싶은 곳은 많잖아. 당장 유니콘 전자 이사 정도는  수 있을걸?”

유니콘 전자는 탈카 시에서 가장 큰 대기업이었다.

캐롤이 화를 냈다.

“내가 스스로 가는 거랑 밀려서 가는 게 같아?! 어쩜 말을 그렇게 해!”

클로비스는 아내가 더 화낼까 봐 입을 다물었다.

그때 캐롤이 반짝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야근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소피아도 야근했고. 아마도 나에 관한 얘기를 하는 중일 거야.”

“그래?”

“몰래 연구소에 가서 나에 대해서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야겠어.”

“네 골렘으로?”

캐롤은 골렘 소형화 연구의 권위자였다.

사실 캐롤도 소장 권한을 이용해서 몰래 연구소 자제로 자신의개인 소형 골렘을 만들고 있었다.

캐롤은자신의  형태 소형 골렘인 쥐돌이를 사용해서 연구소 내부를 몰래 살펴보기로 했다.

“내 쥐돌이를 써야겠어.”

“잘됐네.”

“근데 쥐돌이가 통신 거리에 한계가 있어서 연구소 주변까지 가야 해. 여보도 같이 가주면  돼?”

“아니. 내가 왜!”

“제발~~”

캐롤이 애교를 부리면서 눈을 번뜩이는 걸 보니 같이 안 가면 클로비스가 한동안 고생할 것 같았다.

클로비스는 똥 씹은 표정으로 동의했다.

“알겠어.”

캐롤과 클로비스는 어두운 옷을 입고 아들은 메이드에게 맡기고 집을 나섰다.

캐롤과 클로비스는 연구소 근처의 길목에 몸을 숨기고 쥐돌이를 땅에 놓았다.

캐롤이 고글을 끼자 쥐돌이와 시야가 공유되었다.

캐롤은 무선 컨트롤러로 쥐돌이를 조종해서 연구소로 가게 했다.

그때 클로비스가 짜증을 냈다.

“같이 왔는데 내 고글은 없냐?”

“아. 여기 있어.”

클로비스도 고글을 껴서 쥐돌이가 보는 걸 감상했다.

“우와. 마도 공학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니까. 쥐가 보는 세상은 이렇구나.”

“조종하는 데 집중해야 하니까 조용해 있어.”

멀리서 둘의 이런 모습을 관찰하는 자가 있었지만 둘은 눈치채지 못했다.

캐롤의 쥐돌이는 연구소 정문을 들어가서 사람들을 찾았다.

1층을 돌아다녔는데 몇 명만 있고 썰렁했다.

‘모두 어디 있는 거야? 일단소피아사무실로 가볼까?’

쥐돌이는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쥐돌이가 5층에 도착했을 때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됐어! 여기다!’

소피아는 쥐돌이를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곳으로 달려가게 했다.

그곳에서 소피아는 끔찍한 광경을 마주하고 말았다.

거대한보라색 촉수 괴물이 연구원 1명의 머리를 촉수 다리로 꽁꽁 싸맸는데 연구원이 정신병자처럼 몸을 경련했다.

옆에 몇몇 연구원이 밧줄에 몸이 묶이고 입에 천이 쑤셔박힌 채 공포로 덜덜 떨었다.

그리고 촉수 괴물을 엄청난 인파가 둘러싸서 숭배하고있었다.

“아! 저희의 신이시여!”

캐롤과 클로비스가 둘 다 경악해서 비명을 질렀다.

“으아!”

마침 5층에서  연구원이 쥐돌이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소형 골렘이다!”

누군가가 밟았는지 쥐돌이가 부서지며 고글이 꺼졌다.

캐롤과 클로비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고글을 벗었다.

캐롤이 클로비스에게 물었다.

“내가 본 게 진짜 맞지?”

“나도 봤어.”

“이제 어떻게 해?”

“괴물이 감시를 눈치챘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괴물과 한패인지 몰라. 일단 집으로 도망가자.”

캐롤과 클로비스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기사단장인 클로비스는 연구소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연구소 직원들은 전부 고위직이나 귀족이기 때문에 기사단장도 증거 없이 함부로 수색할수 없었다.

이 고글에는 녹화 기능이 없고 괴물에게 잡혔던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만약 잡힌 사람들이 세뇌당한다면 지금 바로 기사단을 소집해서 습격해도 되레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클로비스 생애 최대 위기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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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카일은 오늘 저녁에 연구소에서 캐롤을 제외한 마지막 연구원들을 세뇌하고 있었다.

캐롤은 자기 사무실에 가만히 있다가 6시 칼퇴근해서 잡지 못했다.

내가 한참 세뇌하고 있을 때 한 연구원이 소리쳤다.

“소형 골렘이다!”

보니까 쥐처럼 생긴 소형 골렘이었는데 누군가가 밟아서 바로 부서졌다.

연구원들이 서로를 보며 추궁했다.

“이거 누구 골렘이야!”

“소형 골렘만들 수 있는 사람 누구야!”

연구원이 서로 아니라고 하다가 소피아가 문뜩 깨닫고 외쳤다.

“캐롤이에요. 캐롤이 골렘 소형화 권위자잖아요. 아마도 연구소 사람들이 자기 뒷담화하는  보려고 보낸 걸 거에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가 나에게 걱정을 표했다.

“캐롤이 이 사실을 알아 버렸어요. 지금 당장 캐롤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바나가 고개를 저었다.

“캐롤에게는 기사단장 남편이 있으므로 잡는 건 어려워요. 우리가 모두 발뺌하면 캐롤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소피아가 손을 들어서 말했다.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키메라 문어가 카일님과 똑같아요. 이 키메라 문어랑 헷갈렸다고 하면 될  같아요.”

그때 연구원들이 저마다 말했다.

“제가 새로 만드는 키메라 문어도 카일님이랑 똑같은데요?”

“저도요!”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

“모두 잘했다.”

나는 캐롤을 제외한 모든 연구원을 내 신도로만들고는 선언했다.

“이 연구소를 내 신전으로 선언한다.”

 신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너희들은 앞으로 있을 큰 전투를 대비해서 전투용 키메라와 골렘 제작에 집중해라.”

“알겠습니다!”

연구원들의 개인 키메라와 개인 골렘 제작은 내가 지시해서 하는 일이었다.

나는 이바나에게 말했다.

“이 일을 캐롤이 알았으니 기사단장 클로비스도 알겠지. 우리가  발짝 앞서려면 후작가를 밑에 둬야 한다.”

“제 언니 실비에의 세뇌부터 시도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방법을 생각해봐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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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과 클로비스는 집에 거의 도착했다.

클로비스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주변에 숨은 자들이 있어.”

캐롤이 걱정했다.

“여보. 우리 아들 테프리 어떡해.”

“젠장. 검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캐롤과 클로비스가 서둘러집의 정문으로 가자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클로비스가 몸을 돌려서 살기를 뿜으며 소리쳤다.

“누구냐!”

뒤에는 검은 후드를 쓴 자들이 여럿 있었다.

“저희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무슨 말이냐!”

“저희는 당신들이 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단 심판관들입니다.”

“후드를 벗어봐라!”

이들이 후드를 벗었다.

정말로 클로비스가 기사단장으로서  번씩 본 이단 심판관들이었다.

이단 심판관 40명이 다크인간을 감시하기 위해 탈카 시에 왔다는 것은 기사단 누구나 아는 정보였다.

이단 심판관이 말했다.

“안에 아누셰 대장님이 계시니까 들어가 보십시오. 아드님과 메이드 분들은 무사하십니다.”

아누셰는 탈카 시에 있는 40명의 이단 심판관 중에서 대장이었다.

캐롤과 클로비스가 안에 들어가자 아누셰가 거실 식탁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누셰는 정갈한 검은색 숏컷을 한 인자해 보이는 40대 여성이었다.

메이드가 캐롤과 클로비스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중요하신 분이 오셔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테프리 도련님은 방에서 잘 자고 계십니다.”

캐롤은 테프리의 방으로 가고 클로비스가 아누셰 앞에 앉았다.

아누셰가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단 심판관들은 당신들의 가족을 어둠에서 지키기 위해 이 집에 왔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클로비스가 물었다.

“저희는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이야기하자면 길군요. 이것은연구소에 단순히 괴물이 나타난 수준이 아닙니다. 어둠의 신과의 전쟁입니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캐롤이 테프리가 잘 자는  확인하고 거실로 돌아오자 아누셰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주 전에 이단 심판관 단장님과 부단장님이 스토자냐  다크인간들의 수상한 움직임을 조사하러 스토자냐 시로 가셨습니다. 이후 스토자냐 시의 이단 심판관들이 보내오던 연락이 전부 끊겼습니다. 그리고 스토자냐 시가 공업을 포기하고 공동생산하는 농업 사회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네.”

“이단 심판관들의 연락이 끊긴  며칠 후에 탈카 시에 용사 파티가 왔습니다. 용사 파티를 확인하던 이단 심판관이 아주 충격적인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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