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1화 〉탈카 시 (161/200)



〈 161화 〉탈카 시

나는 다시 줄어들어서 보라색 애완문어인 뿌요가 되었다.

“나는 뿌요예요~ 뿌잉~ 뿌잉~”

이바나가 나를 양손으로 잡고 볼에 비볐다.

“꺄아악! 너무 귀여워~!”

“뿌이이잉!”

“우쭈쭈~ 우리 뿌요~”

“저를 가족한테 소개해 주세요~ 뿌이잉!”

“응!”

이바나는 나를 양팔로 가슴에 안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뿌요. 오늘은 늦은 밤이니까 내일 가족한테 소개해 줄게.”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울었다.

“뿌잉!”

이바나는 나를 인형처럼 껴안고 잤고 나도 이바나의 품에서 편안한 꿈나라에 빠졌다.

다음 아침 이바나의 아버지인 루카스 후작, 어머니인 콜렛트, 언니인 실비에가  앉은 아침 식사 자리에서 이바나가 나를 소개했다.

“어제 길을 가다가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했어요! 이름은 뿌요예요.”

나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뿌잉! 뿌잉!”

브스스한 갈색 긴 머리와 동그란 안경을 가진 실비에 언니가 외쳤다.

“혹시 외계인? 이건 대륙을 침공하기 위해 외계인이 보낸 첨병이야!”

‘대륙 침공은 맞는데 외계인은 아니야!’

“뿌이잉?”

어머니인 콜렛트는 생체 공학자답게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 정말 새로운 종이잖아. 해부해보면 논문거리가 수십 개는 나오겠는데?”

나는 몸을 덜덜 떨며 이바나에게 도망갔다.

“뿌이이이~!”

이바나가 나를 양팔과 가슴으로  껴안으며 지켰다.

“뿌요는 건드리면 안 돼요!”

나는 속으로 경악하고 있었다.

‘모두 반응이 잘못됐잖아! 귀여워서 꺅꺅거려야하는  아니야? 정상적인 집안 맞아?!’

루카스 후작이 가족을 달랬다.

“하하하. 우리 이바나가 저리 좋아하는데 그냥 놔두는 게 어때. 콜렛트?”

콜렛트가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이바나. 혹시 질리면 나한테 주렴~”

이바나가 소리쳤다.

“질릴 일 없어요!”

실비에 언니가 중얼거렸다.

“벌써 외계인의 세뇌를 받았구나. 위험해….”

나는 흠칫했다.

‘이 누나정말 예리한데? 진짜로 알고 말하는 건가?’

아침 식사가 끝나고 루카스 후작, 콜렛트, 실비에는 각자 일을 하러 갔다.

실비에는 후작가 후계자이기 때문에 탈카 시 관리의 전반적인 부분을 견학하고 실습하며 배우고 있었다.

이바나는 나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뿌요. 우리는 탈카 연구소로 가자. 나는 평소에 거기서 연구원으로 일하거든.”

“뿌잉!”

이바나는 나를 어깨에 태웠다.

탈카 연구소는 루카스 후작가 저택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커다란 건물로 지하 1층, 지상 6층 건물이었다.

이바나가 걸어가면서 연구소에 관해서 설명했다.

“탈카 연구소는 ‘인류를 이롭게 하자’라는 목표로 지어진 곳이야. 이곳에는 마도 공학과 생체 공학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어.”

탈카 연구소에 들어가자 안내판이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6층 : 사무실 및 휴게실

4 ~ 5층 : 생체 공학실

~ 3층 : 마도 공학실

1층 : 행정실, 식당, 매점

지하 1층 : 창고 및 실습실

이바나가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나는 마도 공학실에서 골렘 경량화 장갑을연구하고 있어. 마도 공학실에서는 골렘과 생활 기기를 연구해. 생체 공학실에서는우수한 품종의 식량과 가축 종자, 의학을 연구하고 있어.”

“뿌우잉.”

“요즘은 마도 공학과 생체 공학을 융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 예를 들어 팔이 없는 사람에게 골렘 팔을 달려고 한다거나, 골렘의 지능을 생명체의 뇌로 대체해보려는 연구가 있어. 아직은 개념만 나온 단계야.”

“뿌이잉.”

나는 문어 다리를 들어서 이바나의 볼을 두드리며 칭찬했다.

톡톡

그때 이바나의 뒤에서 누가 불렀다.

“이바나~”

이바나가 뒤를 돌아서 반갑게 맞이했다.

“소피아 언니!”

소피아는 탈카 연구소 부소장이며 실비에의 하멜고 동기이자 친구인 여성이었다.

소피아는 보라색 히피펌 긴 머리, 169cm의 키, E컵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소피아가 이바나에게 다가오자 걸음에 맞춰서 자연산 왕가슴이 출렁거렸다.

소피아가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면서 이바나에게 물었다.

“뭐니? 이 귀여운 생명체는?”

“뿌요예요. 어제 처음 발견해서 애완동물로 키우려고요.”

“어머! 너무 좋겠다! 내가 만져봐도 돼?”

“네. 뿌요가 아직 사람을 가리니까 살살 만져주세요.”

소피아가 손을 뻗자 내가 천천히 소피아의 손위에 올라타서 귀엽게 좌우로 몸을 흔들면서 울었다.

“뿌뿌잉~ 뿌뿌잉~”

소피아가나를 보며 귀엽게 소리 질렀다.

“꺄아악! 너무 귀엽다. 얘.”

‘그래! 이게정상적인 반응이지!’

또 다른 사람이 뒤에서 우리를 불렀다.

“이바나. 소피아. 안녕하세요.”

마도 연구소 소장인 캐롤이었다.

캐롤은 초록색 단발머리, 160cm의 키, A컵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캐롤이 나를 보고 잠깐 멈칫했지만, 무시하고 소피아를 바라보며 날카로운 말투로 물었다.

“소피아 부소장님. 어제 제가 시킨 자료 조사는 다 하셨습니까?”

소피아가 잠깐 허공을 바라보다 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콩 치며 말했다.

“헤헷~ 까먹어 버렸어요~ 죄송해요~”

캐롤이 한숨을 내쉬며 짜증을 냈다.

“하아…. 어떻게 맨날 중요한 일을 까먹습니까?  커다란 가슴처럼 일에도 신경을 써주세요. 자료 조사는 오늘까지 끝내세요.”

“히잉. 가슴은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알겠어요.”

캐롤은 이바나에게도 한소리 했다.

“이바나 양은 골렘 경량화 장갑 연구에서 마나를 주입하기 전과 후로 나눠서 금속 비율에 따른 비중, 경도에 대한 실험 데이터를 빨리 얻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캐롤은 할 말만 하고 옆에 마나 엘리베이터가 있음에도 또각또각 계단을 올라갔다.

소피아가 몸을 으스스 떨며 이바나에게 하소연했다.

“캐롤 소장님은 너무 딱딱하고 무서워~”

“그게 캐롤 소장님의 정체성이니까 어쩔 수 없죠. 일이나 하러 가요.”

“그래.”

이바나와 소피아는 마나엘리베이터에 탔다.

이바나는3층 마도 공학 층에서 내리며 소피아에게 인사했다.

“언니.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너도~”

소장 캐롤과 부소장 소피아는 6층에 개인 사무실 겸 연구실이 있었다.

소피아는 6층으로 갔다.

이바나가 3층의 303호 실험실로 들어가자 이미 연구하고 있던 연구원들이 인사했다.

“이바나. 안녕~”

“오늘도 노가다하는 거냐?”

이바나는 연구원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연구원들이 나를 환영했다.

“너무 귀여워!”

“뿌요를 우리 연구실 마스코트로 하자!”

이바나가 금속 비율을 바꿔가며 비중과 경도를 구하는 실험을 하는 동안 나는 한쪽 책상에 마련된 애완문어를 위한 담요 위에서 뒹굴뒹굴했다.

금발 올림머리를 한 여성 연구원이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나는 마리야. 너는  먹니?”

“뿌잉?”

마리는 기사 지위를 가진 연구원이었다.

마리가 나에게 딱정벌레를 내밀었다.

“이거 어때?”

나는 동공을 지진하며 머리를 도리도리 돌렸다.

마리가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과자를 내밀었다.

“음. 아닌가. 그럼 이거는?”

나는 머리를 마구 끄덕였다.

마리가 과자를 내려놓자 내가머리 아래의 빨판 입으로 아작아작 맛있게 먹고는 기쁨을 표했다.

“뿌이이잉!”

마리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꺄악! 귀여워~ 너는 인간이먹는 음식을 먹는구나.”

내가 머리를 끄덕이며 울었다.

“뿌잉. 뿌잉.”

“신기하네. 어떻게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까? 실제로 바다 문어는 지능이 높다고 들었어. 너는 바다 문어보다 지능이 더 높나 보네.”

나는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뿌뿌잉.”

마리가 내 애교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연구를 설명했다.

“나는 이상한 빛이 나는 돌멩이를 연구해. 돌멩이에서 나온 무언가가 부드러운 물체는 통과하고 단단한 물체에는 반사하는 것까지 밝혀냈어. 내 꿈은 이 돌멩이로 투시 마법을 쓰지않고도 사람의 내부를 보는 기술을 개발해서 의료 혁신을 일으키는 거야!”

‘그거 방사선이야! 위험해!’

“언젠가는 마법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투시를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내 목표야.”

“뿌잉! 뿌잉!”

“너는 이해하지도 못하겠지만.”

나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으며 울었다.

“뿌이잉잉~”

“뭐? 이해한다고?”

끄덕끄덕.

“호호호~ 신기하네.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이바나가 마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마리 언니. 뿌요랑 놀고 있구나.”

“응! 이렇게 귀여운 애를 어디서 구한 거야?”

“그냥 다니다가 발견했어. 나를 따라오길래 내 애완동물로 삼은 거야.”

“이 세상엔 아직도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게 정말 많네. 이런 생명체를 네가 처음 발견한 것도 신기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시간이 흘러서 6시 퇴근 시간이 되자 한명 두명 연구원들이 사라져서 303호실에는 이바나와 마리만 남게 되었다.

마리가 이바나에게 말했다.

“네가 이렇게 늦게까지 연구하는 건 처음이네. 너는 후작가 자제라서 이렇게 힘들게 할 필요 없다며.”

이바나가 대답했다.

“나도 할 땐 하는 여자야.”

마리가 이바나에게 물었다.

“우리 피자 먹을래?”

“콜!”

마리는 1층 식당과 직통으로 연결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식당이죠?”

“네.”

“불고기 피자 1개 303호실에 갖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루카스 후작가의 지원 덕분에 1층 식당에서는 피자, 치킨, 햄버거, 비빔밥, 건강식, 채식주의 음식 등 여러 메뉴를 팔고 연구소 안에서 배달도 가능했다.

전화가 끝나자 마리는 벽 쪽의 책상 앞에 앉아서 빛나는 돌멩이에 마법 전류를 흘리며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리의 뒤에서 이바나가 조심스레 다가왔지만, 마리는 연구에 집중하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이바나가 손에 든 뿌요를 마리의 뒷머리에 가져다 대자 뿌요의 문어 다리가 주욱 늘어나서 마리의 입, 코를 감쌌다.

마리가 갑작스러운 공격에 공포로 눈을 부릅뜨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끄으읍! 읍! 읍! 으으읍!”

뿌요의 문어 다리가마리의 코를 통해 뇌에 닿으면서 마리의 의식이 끊겼다.

나는 마리의 뇌 구조를 변경했다.

이제 마리는 나만을 사랑하고 찬양하고 충성하며 배신할 수 없게 되었다.

마리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뿌요! 사랑해! 나는 만년 솔로지만 너랑 함께라면 외롭지 않아!”

“뿌잉~”

이바나가 마리에게 물었다.

“마리 언니. 우리 뿌요의 대단함을 알았어?”

“응! 나 뿌요가 원하는   할  있어!”

“그럼 뿌요의 신도를 늘리러 가자~”

“알겠어! 모든 사람이 뿌요를 찬양해야 해!”

303호 문을 누가 두드렸다.

똑똑

“피자 배달왔습니다.”

이바나가 불렀다.

“들어오세요~”

식당 배달원 청년이 303호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불고기 피자 맞죠? 1.5실버입니다.”

이바나가 배달원 청년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이리 와서 같이 놀아요~”

청년이 얼굴이 붉어져서 따라 들어왔다.

마리가 청년의 등 뒤로 가서 청년을  안자 청년이 좋아했다.

“오오옷!”

이바나가 청년에게 말했다.

“눈 감아봐요. 좋은 거 해줄게요.”

청년은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 눈을 꽉 감았다.

이후 촉수 다리 여러 개가 청년의 머리를 감싸자 청년이 공포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끄으으으읍!”

청년도 뇌 구조가 변경당해서 뿌요의 신도가 되었다.

“뿌요님! 믿습니다!”

마리가 청년에게 물었다.

“식당에  명 있어요? 다 뿌요 신도로 만들어야 해요.”

“사장 부부, 종업원 6명, 배달원은 저까지 합해서 3명이에요.”

“지금 사장 부부 불러와요.”

“어떻게요?”

“당신이 큰 실수 했다고 하면올 거예요.”

마리는 식당에 전화를 걸어서 따졌다.

“거기 1층식당이죠? 지금 배달원이 엄청나게 큰 실수를 했거든요? 불고기 피자를 제 치마에 엎어버리고  얼굴을 때렸어요. 여기 이바나님도 계시는데 배달원이랑 싸우고 있어요.”

사장 남편이 겁에 질려서 사과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걸 어쩌나! 정말 죄송해요!”

“건물에서 나가기 싫으면 사장 부부 모두 빨리 303호로 올라와요.”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분 후에 사장 부부가 303호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배달원에게 욕하고 연구원들에게 사과했다.

“이 미친놈아! 감히 이바나님과 연구원님에게 폐를 끼쳐?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그때 마리가 뒤에서 몽둥이로 사장 남편의 머리를 내리쳤다.

퍽!

사장 남편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풀썩쓰러졌다.

사장 아내가 비명을 지르려고 하는데 배달원이 입을 막아버렸다.

“꺄아아... 읍읍!”

뿌요가 한 명씩 뇌 구조를 변경해서 사장 부부도 뿌요 신도가 되었다.

이제  연구소에 뿌요 신도가 이바나, 마리, 배달원, 식당 사장 부부 이렇게 5명이 되었다.

5명은 뿌요 신도를 늘릴 방법을 모의했다.

식당 사장 부부가 계획을 말했다.

“저희가 야간 실험하는 연구원들에게 수면제가 들어있는 무료 야식을 제공하겠습니다. 연구원들이 잠든 후에 뿌요 님 신도로 만들면 됩니다.”

이바나가 제안했다.

“일단 식당이랑 매점 사람들부터 뿌요 님 신도로 만들어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뿌요는 이바나의 어깨에  채 순수한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며 울었다.

“뿌잉!”

5명은 뿌요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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