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스토자냐 시의 연쇄 살인 사건
“그때는권속이 아니었지만 이제 내 권속이 되는 게 어떠냐? 권속이 되면 떨어져 있어도 통신할 수 있다고.”
하이드가 씨익 웃었다.
“까짓거 돼보죠.”
재물이 없기에 나는 하이드를 촉수로 감싼 후 귀중한 신성을 소비해서 권속으로 만들었다.
하이드가 내 권속이 돼서 개운한 얼굴로 말했다.
“캬아~ 이런 느낌이네요. 좋습니다.”
“그런데 네 형 지킬은 아직 내 권속이 아닌데 어떻게 할 거냐?”
하이드가 잠시 고민하다가 나한테 부탁했다.
“저는 아직도 형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사랑합니다. 형을 소멸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럼 네 뇌를 만져서 형이 날 따르도록 만들어야겠다.”
“알겠습니다.”
나는 하이드의 얼굴을 촉수로 덮어서 코와 귀를 통해서 뇌로 침입했다.
하이드의 뇌에는 하이드의 인격과 지킬의인격의 두 부분이 따로 존재했다.
나는 지킬이 어둠의 신인 나를 따르는 것을 도덕이라고 여기게 만들었다.
나는 하이드에게 충고했다.
“너 스경련이랑 유명한 애들 먹는 거는 좀 삼가라. 내가 들은 정보로는 이단 심판관 단장이 이 도시에 왔어. 계네들은 어둠의 기운을 정말 잘 찾는다고. 너 진짜로 잡혀서 죽을 수도 있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노숙자 먹는 거로 버텨보겠습니다. 밖에 풀어놓은 키메라 곤충들도 줄여야겠네요.”
하이드는 키메라로 파리, 모기 등 곤충을 만들어서 조종해서 정보를 모으는 게 가능했다.
키메라 곤충들은 곤충과 비슷해서 눈치채기 어렵지만, 잡아서 확대하면 키메라인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하이드에게 임무를 내리기로 했다.
“너 인간을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살인마로 만드는 키메라 용액 있어?”
“제가 가지고 있는 재료로는 10명분 만드는 게 한계네요. 이거 만드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재료도 구하기 어렵고요.”
“10명이면 충분하다. 내가 지정한 인간 10명을 키메라 용액에 감염시켜.”
“제 모기 키메라에게 키메라 용액을 먹여서 인간을 감염시키겠습니다. 어차피 모기가 먹을 정도의 양이 1명분이니까요. 이것보다 많이 투약하면 모습이 바로 변형됩니다. 이 용액에 감염되면 강해지는 대신 인간을 죽이고 싶어집니다. 인간을 죽이다 보면 결국은 괴물이 되어버립니다.”
“인간 형태 유지는 힘드냐?”
“네. 키메라 용액이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키메라 용액은 어둠 종족 원액이라 인간이 맞으면 살인 욕구가 생깁니다. 인간을 죽이다 보면 영혼이 완벽하게 타락해서 키메라 용액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서 괴물이 됩니다.”
“알겠다. 그리고 이 도시에 내 권속인 노버트도 있으니까 서로 촉수 통신 네트워크로 연락해라.”
하이드는 내 계획을 전부 들은 후 인사하고 떠났다.
“카일님. 앞으로 화이팅입니다!”
하이드는 파리가 돼서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애애애애앵.
니사가 감상을 말했다.
“정말 싹싹한 친구네.”
“천년 전부터 쾌활하고 싹싹한 성격이었어. 옛날 부하를 오래간만에만났더니 기분이 좋네.”
나는 니사를 안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 마르기트 자작의 집에 대기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다음 날 나는 용사 파티에게 3주간 대기하였는데도 크로우를 잡지 못했으니 스경련 회원의 집에서 나와서 다크인간 협회 건물에서 지내자고 제안했다.
용사가 노동조합 편을 들어서 미리암 후작과 척을 졌기에 미리암 후작의 저택에서 지낼 수는 없었다.
나, 니사, 세리나, 노버트가 강력하게 주장하자 결국 만장일치로 용사 파티는 다크인간협회 건물에서 지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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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련 회장 아들이자 드래곤 전자 후계인 재벌 2세 빅터는 용사 환영 파티가 끝난 후 온종일 방에서 세리나에 대한 상사병만 앓는 폐인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인 루시안 백작은 그런 아들의 모습에 머리를 싸맸다.
파티에서 아들이 용사의 애인에게 들이댄 사건은 누가 봐도 아들의 잘못이었다.
심지어 용사의 무력과 세리나 가문의 권력이 높아서 드래곤 전자의 힘으로도 세리나를 데려오기가 힘들었다.
루시안 백작은 어떻게든 빅터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최고급 창녀 여러 명을 빅터의 방으로 보냈지만, 세리나에게 푹빠진 빅터는 창녀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당장 드래곤 전자 간부진과 투자자들이 빅터를 기업 후계로 유지하는 것에 대해 회의를 표하는 움직임이 일어서 루시안 백작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빅터는 살면서 이렇게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가질 수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빅터는 지금까지 원하는 것은 물건이든 여자든 자신의 돈과 권력이면 얻을 수있었고, 맘에 들지 않는 녀석은 깡패를 고용해서 패거나 제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용사는 급이 달랐다.
세리나를 얻으려면 용사를 제거해야 하는데 빅터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빅터의 가문은 무력으로 귀족 작위를 얻은 게 아니고 재력을 이용해서 얻었기에 가문에는 용사를 제거할 무력이 없었다.
빅터는 하멜고 출신이지만 마도 공학 전공이라서 직접적인 무력이 강하지 않았고, 자신이 데리고 있는 깡패들도 용사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빅터가 용사를 제거하려면 기사단 급은 데려와야 할 텐데 그건 빅터도 불가능했다.
빅터는 자신의 초호화 방의 침대에 웅크린 채 계속 중얼거렸다.
“용사 새끼…. 죽여버릴거야…. 세리나는 내 거야…. 용사 녀석…. 죽일 거야…. 세리나 보고 싶다….”
그때 모기 한 마리가 애애애앵 하고 빅터에게 다가왔지만, 빅터는 눈치채지 못했다.
모기는 이내 빅터의 발목을 침으로 픽 찌르고 안으로 빨간 용액을 찍 뱉은 다음에 날아가 버렸다.
빅터가 순간 따끔해서 발목을 보고는 모기에 물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야! 모기 물렸네. 아 몰라. 세리나보고 싶다….”
빅터는 그날도 하염없이 중얼거리다가 잠에 빠졌다.
다음날 빅터는 개운한 얼굴로 잠에서 깼다.
빅터는 몸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빅터의 오감이 극대화돼서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고 동체 시력이 매우 좋아졌으며 몸에도 잔근육이 촘촘하게 생겨있었다.
빅터는 평범한 인간을 초월한 움직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내가 왜 이러지?”
빅터가 침대에서 내려서 발을 튕기자 몸이 앞으로 빠르게 쏘아졌다.
탕 슈아앙
벽에 부딪히려는 순간에 빅터가 오른손을 뻗자 콰직 하고 손가락이 벽을 뚫으며 몸이 멈췄다.
“미친…. 내가 히어로가 된 건가.”
빅터는 어렸을 때부터 히어로 소설을 좋아했는데신성한 거미에 물려서 초인적인 힘을 가지는 히어로를 가장 동경했다.
“그래. 어제 모기에 물려서 이런 힘을 가지게 될 걸 거야. 내가 충분한 자격이 돼서 하늘이 기회를 준 거야. 악한 용사에게서 세리나 양을 구출하는 것이 내 임무야.”
이미 세리나에게 영혼까지 빠져버린 빅터는 정상적인사고가 불가능했다.
빅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당당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가며 중얼거렸다.
“근데 왜 이렇게 사람을 죽이고 싶지?”
빅터가 방 밖으로 나오자 집안사람들이 빅터를 반겼다.
빅터는 아직 타락 초기이기 때문에 집안사람을 죽이지 않을 정도의 이성은 있었다.
아버지 루시안 백작이 빅터와 아침을 먹으며 충고했다.
“빅터야. 밖으로 잘 나왔다. 그딴 여자는 잊어버리고 드래곤 전자 업무에 전념해야지. 그리고 세상에는 좋은 여자가 많단다.”
빅터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밥을 먹었다.
오늘은 재벌 자제 모임이 있는 날이었기에 빅터는 적당히 차려입고 집 밖으로 나갔다.
재벌 자제 모임은 재벌가 20대 자제들이 모여서 적당히 친목을 나누는 자리였다.
스토자냐 시 중심가 룸살롱의 최고급 홀에서 모임이 이루어졌는데 남녀 합해서 총 17명의 재벌 자제가 참석했고 주변에 고급 창녀와 창남들이 봉사를 했다.
재벌 자제들은 소파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요즘 노동자들이 군기가 빠져서 반항한다는 얘기를 했다.
빅터가다른 주제를 꺼냈다.
“야. 믿기 힘들겠지만 내가 어제 모기에 물렸는데 오늘 아침 엄청나게 강해졌다.”
빅터가 금잔을 오른손으로 잡고는 쥐어서 찌그러뜨렸다.
꽈지지지직.
빅터의 어깨를 주무르던 창녀가 감탄했다.
“어머! 빅터님 엄청나게 강해지셨네요?! 멋있어요~!”
그때 보그 제약회사 회장 손녀인 플로리케가 말했다.
“나도 오늘 아침에 강해졌어. 나도 목에 모기 물린 자국이 있는데?”
플로리케는 무릎 꿇고 엎드린 창남의 등에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플로리케가 다리에 힘을 주고 아래로누르자 창남이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눌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으아아아! 끄으으으! 플로리케 님! 아픕니다!”
플로리케가 창남을 비웃었다.
“푸후훕! 남자가그것도 못 참아?”
플로리케가 남자의 옆구리를 빵 차자 남자가 우당탕 쿵쾅하고굴러가서는 기절했는데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플로리케가 다친 창남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봐봐. 나도 강해졌어.”
그러자 다른 재벌 자제 7명도 각자 자신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나도! 내가오늘 손으로 돌을 쥐었는데 바스러졌어.”
“오오~ 아침부터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강해진 재벌 자제 9명에게는 공통으로 모기에게 물린 자국이 있었다.
한 명이 아쉬운 얼굴로 후회했다.
“어제 모기가 날아와서 손바닥으로 죽였는데 아쉬워라.”
기업가 출신 귀족들은 재력으로 귀족 작위를 얻었기에 무인 출신 귀족들보다 무력이 약하다는 것을 콤플렉스로 가지고 있었다.
이 힘은 기업가 출신 귀족 가문에하늘이 내려준 기회일지도 몰랐다.
빅터가 말했다.
“우리는 선택받은 히어로야. 이 힘을 유용한 곳에 써야 해.”
히어로가 된 재벌 자제 조셈 (남성)이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는데?”
“지금 노동자들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기업에 반항하고 있잖아. 이게 계속되면 스토자냐 시의 생산량이 떨어져서 탈카 시 기업에 경쟁력에서 밀릴지도 몰라. 우리선조 님들이 힘들게 일군 기업이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되지.”
재벌 자제들은 정말로 노동자를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빅터의 말에 긍정했다.
조셈이 긍정했다.
“빅터 말이 맞아. 노동자 놈들이 한 번 저항의 맛을 보면 앞으로도 계속 들고 일어날 거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눌러버려야 나중에 우리가 기업을 물려받을 때 편하게 지내지.”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어.”
“뭔데?”
“용사 녀석이 노동자 편을 들고 있어. 제국 정부와 귀족들이 용사에게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평민인 노동자 편이나 들다니. 썩어빠진 놈.”
플로리케가 창녀와 창남들을 가리키며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그럼 우리 힘에 익숙해지면 되잖아. 여기 주변 애들로 연습해보는 게 어때?”
빅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데?”
주변의 창녀와 창남들이 분위기가 요상하게 흘러가자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뒤로 빠지려고 했다.
빅터가 일어나서 뒤에서 어깨를 주물렀던 창녀의 얼굴을 손으로 잡고 우그러뜨렸다.
콰직!
창녀가 얼굴 정면이 박살 나서 뇌가 드러나며 뒤로 넘어갔다.
히어로 9명이 일제히 일어나서 환호를 지르며 창녀와 창남들을 공격했다
퍽 퍽 콰지직
“야호! 재밌다!”
“우하하하! 이 썩은 평민들아! 우리가 재벌이라고! 우리를숭배해라!”
창녀와 창남들이 공포에 비명을 지르며 문으로 달려갔다.
“꺄아아아! 살려주세요!”
“으아아! 모두 미쳤어!”
플로리케가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가 문 앞에 샤샥 하고 나타났다.
“얘들아? 어디 가니?”
“제발 나가게 해주세요! 비밀로 할게요!”
“비밀로 하긴 뭘 해? 우리가 너희들 모두 죽여도 아무도 우리를 못 건드려.”
플로리케가 다가오자 덩치가 있는 창남이 오른 주먹을 날렸다.
“이판사판이다!”
플로리케가 왼손을 들어서 주먹을 탁 잡고는 손을 쥐어서 뼈까지 우그러트렸다.
뿌드드드 콰지직
“끄아아아아아! 자, 잠깐만요!”
창남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플로리케가 발을 뻥 차자 창남의 머리가 터져서 뇌수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남은 창녀와 창남들은 모두 덜덜 떨거나 도망 다니다가 한 명씩 히어로들의 손에 죽어버렸다.
모든 창녀와 창남이 죽자 플로리케가창백한 얼굴을 하고 앉아있는 8명의 인간 재벌 자제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안 죽여?”
원래 재벌 자제가 모임에서 창녀나 창남을 폭행하다가 우연히 죽이는 경우가 있었지만,인간 재벌자제들이 보기에도 이건 뭔가가 이상했다.
한 인간 재벌 자제가 덜덜 떨리는 몸을 추스르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나는 오늘 몸이 안 좋아서.”
다른 인간 재벌 자제도 이빨을 딱딱 부딪치면서 말했다.
“(딱딱딱) 맞다! 오늘 집에 중요한 가족 모임이 있었지! 빨리 집에 가야겠네!”
플로리케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아쉽네. 너희들도 같이 즐기면 좋을 텐데.”
인간 재벌 자제들은 모두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면서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덜덜덜) 그럼 좋은 시간 보네~! 나는 회사 일이 밀려서 빨리 가볼게!”
“(딱딱딱) 하하하! 오늘 좋은 시간이었다! 빨리 집에 가서 아빠한테 자랑해야지!”
인간 재벌 자제들은 억지로 괜찮은 척하며 황급히 이 지옥에서 도망쳤다.
때마침 룸살롱 지배인이 깡패 후배들을 이끌고 달려와서 외쳤다.
“아니! 사장님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룸살롱 지배인은 깡패 일을 오래 해서 눈치가 좋았는데 딱 봐도 재벌 자제들의 눈에 살기가 번뜩이고 기세가 장난이 아닌 게 위험해 보였다.
‘잘못하면 내가 죽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