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 〉스토자냐 시의 연쇄 살인 사건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스토자냐 시의 기사단과 치안대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겠다.
스토자냐 시 시장인 미리암 후작의 직속 기사단에는 51명의 기사가 있다.
기사들은 평소에 군대의 훈련과 유지, 도시의 치안, 행정, 감찰, 연구 등의 분야에서주요 직책을 받아서 일한다.
기사단장은 도끼 전사인 에이든 (남성)인데 그는 군대 부사령관의 지위를 가지며 스토자냐 시의병력 전체를 총괄한다.
당연히 미리암 후작이 군대 총사령관이다.
스토자냐 시의 치안대는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등 현대 지구의 경찰과비슷한 역할을 한다.
총 30명의 기사가 치안대의 요직에 앉아있다.
치안대장은 기사인 아만다 (여성, 34세)로 검사이다.
아만다는 앞머리가 없는 단발 붉은 머리, 예리한 눈빛, 기세가 드높은 분위기, 178cm의 키, C컵 가슴, 갈색 피부, 검술로 다져진 탄탄한 금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다.
치안대장 아래에는 강력범죄팀장인기사 더글라스 (남성)와 휘하 16명의 기사,
경범죄팀장인 기사 루시안 (남성)과 휘하 5명의 기사,
금융범죄팀장인 기사 리아 (여성)와 휘하 5명의 기사가 있으며,
그 아래에 치안대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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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파워 회장자크와 그의 아내가 집에서 연쇄 살인에 휘말린 채로 발견되자 스토자냐 시의 많은 사람이 경악했다.
다음 날 미리암 후작의 저택에서 미리암 후작이 분노한 얼굴로 치안대장 아만다를 갈궜다.
“야! 치안대장에 앉혀놨더니 뭘 하고 있어! 자크가 죽으면 마나 엔진 제작에 차질이 생긴다고!”
아만다가 어두운 얼굴로 묵묵히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미리암 후작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죄송하면 다야?! 자크가 벌써 65명째야! 어떻게 65명이나 죽을 동안 범인의 윤곽도 못 찾았어! 이 중에 스경련 인사가 자크까지 합해서 47명이야! 너네 스경련에서 지원 다 끊기고 싶어?! 스경련에서 이 일로 나를 얼마나 닦달하는지 몰라?!”
스경련은 ‘스토자냐 경제인 연합회’의 준말로 스토자냐 시의 기업가와 공장주들이 가입하고 있는 협회다.
자크도 스경련의 주요 인사였다.
스경련 회원은 대부분이 귀족이고 미리암 후작과 기사단에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사실 지원이라기보다는 뇌물에 가까웠다.
아만다가 상체를 깊숙이 숙이며 외쳤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노동자들이 연쇄 살인범을 영웅으로 여기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크로우라고 부르던데. 노동자들이 모방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니 빨리 살인범을 잡아라.”
노동자 계급에서는 자산가와 깡패들을 잡아먹는 연쇄 살인범을 크로우(crow: 까마귀)라고 부르며 다크 히어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자산가나 깡패도 자신과 다를 바 없이 목숨이 하나인 인간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높은 계급에게 느끼던 무의식적인 존경심과 두려움이 옅어지고 있었다.
몇몇 젊은 노동자들이 크로우의 행동을 숭배하며 공장주에서 시비를 걸다가 치안대에 잡혀갔다.
아만다가 굳은 얼굴로 다짐했다.
“치안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반드시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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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는 치안대 사무실로 돌아와서 강력범죄팀장 더글라스, 경범죄팀장 루시안, 금융범죄팀장 리아를 불러서 내리 갈궜다.
“야! 너희들이 살인범을 제대로 못 잡으니까 내가 후작님께 욕을 먹고 오잖아! 스경련 지원 다 끊기고 싶어?”
“아닙니다!!!”
“루시안!”
루시안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네가 이틀 전에 룸살롱 간 거 모를 거 같아? 이 멍청한 놈아!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룸살롱을 가?! 스경련 인사들이 널 보고 치안대를 얼마나 욕했겠어!”
루시안이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하며 사과했다.
‘나는 경범죄팀장이라서 이런 강력범죄하고는 상관없다고!’
“죄송합니다!”
아만다가 책상을 내리쳤다.
쾅!
“너희 모두 다른 일은 멈추고 크로우 잡는 데 역량을 집결해라!”
“알겠습니다!”
3명의 팀장은 아만다의 사무실을 나서서 휴게실로갔다.
리안가 우울한 얼굴로 비아냥거렸다.
“하…. 저는 금융범죄팀장인데 왜 욕을 먹을까요? 더글러스님?”
더글라스가 한탄했다.
“휴…. 저도 휘하 팀원들과 온종일 사건 현장 확인하고 탐문하는데 단서가 없어서 죽을 지경이에요. 이건 뭐 살인범이 현장에 텔레포트로 나타났다가 사라진 격이라고요.”
정말로 이 사건의 수사는 단서가 없었다.
피해자들과 관계된 사람들 또는 원한이 있는 자들은 모두 알리바이가 있었다.
스경련 피해자가 많기는 하지만 스경련과 접점이 없는 유명한 깡패나 범죄자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위치도 스토자냐 시 전역에 분포되어 있었다.
스경련 인사와 악한들만 잡아먹으니 괴물이 아니라 식인을 하는 인간이라는 가설도 있었다.
사실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동자 계급도 여럿이 잡아먹혔다.
노동자 거리에는 원래 밤이 되면 하수도나 무덤에 기거하던 잡다한 몬스터들이 어슬렁거리며 기어나와서 노동자들이 실종되는 건 비일비재했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서 모를 뿐이었다.
일단 살인범이 어떻게 피해자를 선택하고 피해자에게 다가가며 현장에서 도망치는지 밝혀진 게 없었다.
리아가 제안했다.
“그럼 텔레포트 전문가 중에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더글라스가 반문했다.
“텔레포트가 아무나 쓰는 마법이에요? 마탑주 사이몬님과 몇몇 고위 마법사만 쓸 수 있고 스크롤도 쉽게 구하기 힘든데. 그리고 우리 팀의 마법사 ‘카이로’가 텔레포트 흔적이 없다고 했어요.”
카이로는 마탑의 공간 학과 대학원 출신인 마법사이자 기사로 텔레포트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로가 그렇게 말했다면 그렇겠네요.”
루시안이 입을 열었다.
“더글러스님. 치안대장님이 저희도 이 사건 수사에참여하라고 했으니 지금까지의 수사 자료를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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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대장 아만다가 한창 3팀장들을 갈구고 있을 때 용사 파티가 탄 열차가 스토자냐 시 역에 도착했다.
덜커덕덕 치이이이익
용사 파티가 기지개를 켜며 열차에서 내렸다.
승무원들이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배웅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나는 어둠의 신이기에 어둠의 기운에 민감하고 어둠의 기운이 많을수록 강해진다.
나는 이 도시에서 막대한 어둠을 느꼈다.
‘어마어마한 탐욕과 절망의 냄새군. 7대원죄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만들어지는 도시라니. 좋네.’
우리가 스토자냐 시 역의 중앙으로 가자 한 남자가 손을 흔들며 반겼다.
“안드레! 경철이! 여기야!”
그는 안드레와 박경철의 하멜고 동기이자 친우인 노버트였는데 기사 5명을 호위로 대동하고 있었다.
박경철이 노버트를 반겼다.
“노버트! 우리가 오는 건 어떻게 알았어?!”
“하하하. 후작가의 정보력을 얕보지 말라고!”
안드레가 노버트에게 다가가서 손바닥을 들자 노버트가 정겹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안드레도 노버트를 반겼다.
“노버트. 정말 오래간만이다. 잘 지내냐?”
“뭐 후작가 후계자 교육받고 엄마한테 매일 잔소리 듣는 게 다지. 살만은 해.”
“나처럼 왕자가 돼서 몸으로 뛰는 것보다 교육받는 게 편한 거다.”
“난 옛날처럼 날뛰어보고 싶은데? 궁수 기술을 쓸 일이 없으니 몸이 찌뿌둥해.”
노버트는 다른 용사 파티원에게도 간단하게 인사했다.
그는 용사 파티를 후작가의 호화 저택으로 안내했다.
저택의 손님 접견실에서 미리암 후작이 우리를 환대했다.
“호호호. 노버트의 친구가 두 분이나 계시군요. 저희 가문은 용사 파티를 환영합니다. 앞으로 손님용 건물에서 지내시면 되고 메이드를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박경철이 대표로 감사를 표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안드레가 마드한 왕에게 받은 임무에 대해서 말했다.
“미리암 후작님. 저희는 스토자냐 시에 잠깐만 머물다 갈 게 아닙니다. 마드한 폐하께서 스토자냐 시의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임무를 저희에게 내리셨습니다.”
미리암 후작의 얼굴이 환해졌다.
“좋은 소식이군요! 폐하께서 스토자냐 시의 중요성을 알아주셔서 다행입니다. 살인범을 잡는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파티하면서 쉬시고 내일 치안대장 아만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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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에 미리암 후작 저택의 거대한 홀에서 파티가 열렸다.
용사 파티, 후작 가문의 사람들, 스경련 인사와 자제들, 기사단이 참여한 성대한 파티였다.
홀에는 호화로운 뷔페가 차려지고 아름다운 곡이 연주되었으며 여자와 남자가 중앙에서 음악에 맞춰서 사교댄스를 췄다.
이 파티에는 스경련 회장이자 거대기업인 드래곤 전자 회장인 루시안 백작과 그의 20살 아들인 빅터도 참여했다.
빅터는 베이직 포마드 검은 머리와 176cm의 키를 가진 전형적인 재벌 2세였다.
드래곤 전자는 가정과 군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마나 기기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스토자냐 시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유지하며 하위 경제 생태계를 만들었다.
당연히 드래곤 전자에서 직업병을 얻고 죽거나 장애인이 된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였지만, 회사의 힘과 권력이 너무나도 강력해서 보상 따윈 없었다.
빅터는 와인을 마시며 홀을 돌아다니다가 세리나와 마주쳤다.
‘색기가 넘치는 여성이군. 이런 여성과 사귀는 용사는 좋겠어.’
“레이디. 안녕하십니까.”
세리나가 수줍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때 세리나가 이성이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순결의 능력을 꾹꾹 대량으로 모아서 몰래 빅터에게 보냈다.
오늘 빅터는 일생의 반려를 찾고 말았다.
빅터는 지금까지 지위와 재력 덕분에 많은 여성을 만나보았지만, 그의 마음을 두드리는 여성은 없었다.
귀족 여성과 소개팅도 해보고 룸살롱이나 나이트클럽에서 미인들과 원나잇도 여러 번 했지만, 빅터의 마음에 드는 여자는 없었고 쉽게 얻은 여자들은 쉽게 질렸다.
빅터는세리나의 수줍은 인사를 받은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미래에 세리나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생각만이 떠올랐다.
빅터가 붉어진 얼굴로 우물쭈물하며 세리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 레이디. 저는 드래곤 전자 가문의 빅터입니다. 저랑 춤 한 곡 치시겠습니까?”
세리나가 싱긋 미소지으며 수락했다.
“저는 세리나예요. 좋아요.”
박경철은 안드레, 노버트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서 이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세리나가 오른손을 살짝 뻗자 빅터가 세리나의 손을 잡고 품으로 끌어당겨서 세리나의 허리를 감았다.
세리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레이디와 춤을 출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세리나와 빅터는 잔잔하고도 로맨틱한 음악에 맞춰서 사교댄스를 췄다.
세리나와 살을 맞대고 춤을 추면서 빅터는 점점 서큐버스 퀸의 매혹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세리나와 춤을 추는 빅터는 세상을 다 가진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세리나와 빅터는 여러 번 춤을 췄다.
세리나가 지친 얼굴로 말했다.
“좀 지치네요. 이제 쉬고 싶어요.”
빅터가 사과했다.
“제가 레이디의 매력에 빠져서 힘들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저기 소파에라도 앉으시지요.”
빅터는 세리나가 마실 음료를 들고는 세리나의 손을 잡고 소파로 에스코트했다.
그때 박경철이 세리나와 빅터가 같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박경철이 약간 화난 얼굴로 빠르게 다가와서 빅터가 잡은 세리나의 손을 가로채며 공격적인 어투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용사 박경철입니다. 그리고 세리나의 애인이죠.”
빅터는 박경철의 기세에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받아쳤다.
“레이디를 에스코트하는 데 방해하다니 용사는 예절을 모르는군요. 세리나님이 귀찮아하지 않습니까?”
박경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세리나가 귀찮아한다고요? 제 눈에는 제가 늑대를 쫓아내서 고마워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빅터의 뺨이 씰룩거렸다.
“용사라고 너무 뻗대는 거 아냐? 나는 아까 세리나님하고 여러 번 춤도 췄다. 세리나님은 나한테 마음이 있어.”
박경철이 얼굴을 험악하게 만들며 위협했다.
“뒤지고 싶냐?”
빅터는 박경철의 주먹 한 방에 날아가겠지만, 이미 세리나에게 영혼까지 빠진 빅터는 용사가 무섭지 않았다.
박경철과 빅터가 얼굴을 거의 맞대고 서로를 노려보며 험악한 기세를 피우자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었다.
안드레와 노버트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박경철과 빅터 사이에 껴서 각자 박경철과 빅터를 달랬다.
“경철아. 여기서 이러지 말자.”
“빅터 형. 여기 사람들도 다 있는데 왜 이래? 용사랑 사이 나빠지면 형만 힘들어지잖아.”
박경철과 빅터는 끝까지 서로를 노려보며 뒷걸음질 쳤다.
빅터가 박경철에게 손을 잡혀서 끌려가는 세리나에게 고백했다.
“세리나님. 용사보다는 제가 당신을 더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랑 사귀신다면 드래곤 전자의 모든 재산과 권력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용사처럼 힘들게 전투할 필요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