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스토자냐 시의 연쇄 살인 사건
자크는 스토자냐 시의 마나 엔진 기업인 ‘마나파워’의 사장이자 공장주이다.
자크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잘 먹고 살아서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몸도 적당히 살집이 있었다.
마나 엔진은 크기에 따라 자동차, 마나 냉장고 등 마나 기기 전반에 사용되는 중요한 동력 및 에너지 제공 장치이다.
수년 전부터 하멜 제국이 군사비를 증가하고 기업 친화 정책을 펼치자 자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크는 연구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해서 효율이 뛰어난마나 엔진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마나파워에서 생산한 마나 엔진은 다른 완제품 업체들이 대량 구매해서 마나 기기와 군수 기기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최근에 제작된 하멜 제국 대포에 사용된 마나 엔진 대부분을 마나파워가 생산했을 것이다.
자크는 오늘도 공장 상층부의 사무실에 앉아서 창으로 아래에 수천 명의 노동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마나 엔진을 제작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흐흐흐. 벌레들아. 빨리빨리 일해라.”
자크의 사무실 옆에는 기업 간부와 연구원들의 사무실이 있었다.
기업 간부와 연구원들은 자신과 노동자들을 비교하며 우월감을 만끽했다.
자크가 어깨가 결리는 것을 느끼고 책상의 벨을 눌렀다.
“요즘 나이가 드니 몸이 찌뿌둥하네. 링거라도 맞아야 하나.”
자크의 사무실이 벌컥 열리며 신장 182cm의 근육질 거한인 스테판 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마사지 받게 여자 좀 불러라.”
“알겠습니다.”
몇십 분이 지나자 어깨에 백을 걸친 20대 초반의 미모의 여성이 들어왔다.
“오빠 오랜만이네요~”
자크가 여자에게 친근하게 말했다.
“보미구나. 요즘 어깨랑 허리가 아프다.”
“어머! 오빠는 아직도 젊잖아? 내가 마사지하면 나을 거야.”
“하하하. 그래.”
보미가 사장실에 있는 간이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빠. 옷 벗고 여기 누워봐.”
자크가 옷을 벗고 침대에 엎드리자 보미가 백에서 수건과 마사지 젤을 꺼냈다.
자크가 보미를 힐끔 보며 물었다.
“너는 안 벗냐?”
“오빠~ 잠깐만 기다려봐.”
보미가 옷을 벗자 20대 초반의 쭉쭉 빵빵한 몸매가 드러났다.
보미는 자크의 엉덩이에 수건을 깔고 그 위에 앉아서 자크의 등에 마사지 젤을 바르고는 능숙하게 마사지했다.
자크가 시원해서 신음을 흘렸다.
“음. 으음. 좋구먼.”
그렇게 자크가 마사지도 받고 애프터 서비스도 받자 저녁 6시가 되었다.
보미는 화대를 받고 떠났다.
자크가 목을 돌리며 창 아래를 바라보자 여전히 노동자들이 마나 엔진을 만들고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그렇게 일해야 성공하지. 암.”
이 공장은 주간조, 야간조로 로테이션을 돌기 때문에 절대 불빛이 꺼지지 않았다.
자크가 이제 집에 가려고 벨을 누르자 스테판 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집에 가십니까?”
“그래. 호위를 불러라.”
“알겠습니다.”
자크가 사무실을 나서자 경갑옷과 검으로 무장한 깡패 출신 호위 10명이 자크 옆에 붙어서 따라갔다.
자크가 지나가자 주변의 간부들과 연구원들이 모두 일어서서 깍듯이 인사했다.
“회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그래.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수고해라.”
간부와 연구원들은 야간 수당이 없는데도 이미 퇴근 시간을 넘겨서 일하고 있었는데 모두 이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자크가 공장 정문을 나가자 옆에 팻말을 들고 시위하던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우르르 와서 소리를 질렀다.
“자크는분진으로 인해 후유증을 겪는 노동자들에게 보상하라! 보상하라!”
“내 딸이 온종일 피 기침만 하고 있다고! 내 딸 청춘 내놔!”
마나 엔진은 제작 과정에서 금속 분진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호흡기에 치명적이었고 암 발생률도 높았다.
그런데 자크는 노동자들에게 분진을 대비하기 위한 일체의 보호구를 제공하지 않았고, 병든 노동자는 바로 해고하고 새로운 노동자로 대체했다.
호위 1명이 험악한 얼굴로 고함쳤다.
“분진으로 아프다는 증거 있어?! 증거 있냐고!”
“건강하던 딸이 마나 엔진 공장에서 일하고 1년 만에 폐암이 발생했는데 이게 증거가 아니고 뭐야! 보호구도 제공하지 않고 맨손으로 만졌다며!”
“과학적으로 설명해야지! 너희들이 실험해서 결과 가져와!”
“우리가 어떻게 실험을 해! 시청도 치안대도 모두 너희 편인데 어떻게 하냐고!”
그때 공장에서 스테판 실장이 몽둥이를 든 간부와 연구원들을 데려왔다.
자크가 스테판 실장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야! 이거 정리하랬더니 이게 뭐야!”
스테판 실장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스테판 실장이 간부와 연구원들에게 지시했다.
“회장님 나가게 길 열어!”
간부와 연구원들이 몽둥이로 시위대를 때리고 밀치기 시작했다.
퍽 퍽 팍 꽝
“꺼져! 이 벌레 같은 놈들아!”
“꺄아아아! 폭행이다!폭행이야!”
저 멀리서 치안대가 소란을 듣고 달려왔다.
시위대가 호소했다.
“살려주세요! 이 사람들이 먼저때렸어요!”
치안대원들이 자크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자크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소란을 듣고 왔습니다.”
“이자들이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 모두 데려가.”
“알겠습니다.”
치안대원들이 시위대를 줄로 묶고 연행하자 시위대가 몸을 비틀이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결백하다! 이거 놔!”
“내 딸이 마나 엔진 공장 때문에 폐암에 걸렸어! 저놈들을 잡아가!”
치안대원 한 명이 얼굴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
“아직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다른 시위대처럼 감옥 가서 고문당하고 싶어요? 일단 유치장으로 갑시다.”
“나는 결백하다! 내 딸 살려내! 내 딸 살려내!”
치안대원들은 시위대의 입까지 천으로 막은 다음에 저항하는 시위대를 치안대 건물로 연행해서 유치장에 가뒀다.
많은 노동자가마나 엔진 공장에서 일하다가 후유증을 얻었고 죽은 자도 부지기수였다.
노동자들의 가족은 공장에 항의했지만, 깡패들의 협박을 받았고 치안대에 신고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가족은 공장에서 주는 소량의 지원금만 받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가족의 일원이 직업병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은 업무 환경으로 고통받는 것은마나 엔진 공장뿐만 아니라 스토자냐 시의 공장 대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자크는 콧노래를 부르며 호위 10명을 대동하고 중심가 옆의 자신의 호화 주택으로 갔다.
“흥~ 흐흥~ 흥~ 흐으응~”
자크의 호화 주택도 이미 사설 경비원 20명이 지키고 있었다.
자크가 호화 주택으로 들어가자 10살은 어린 아름다운 미모의 아내가 맞이했다.
“여보! 어서 오세요~ 맛있는 돼지고기 스튜 끓여놨어요~”
“하하하. 내가 좋아하는 거네.”
자크가 손을 씻고 거실로 가자 커다란 테이블에 돼지고기 스튜를 포함해서 갖가지 반찬과 과일들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주위에는 자크의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가 모두 앉아있었다.
“아버지! 어서 오세요!”
“아버님~ 저도 어머님이 요리하는데 도와드렸어요~”
“할아버지다! 와!”
자크가 흐뭇하게 웃으며 테이블에 앉아서 말했다.
“하하하. 나 기다리느라 힘들었겠구나. 먹자.”
손녀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랑 같이 먹고 싶었어요.”
“하하하. 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여울꼬?”
그렇게 자크와 가족이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화제가 연쇄 살인 사건으로 이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스토자냐 시에서 신체가 파먹힌 시체들이 거리, 건물 내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발견되었는데 대부분 노동자에게 악명이 높은 자산가, 범죄자, 깡패들이었다.
시체들의 몰골은 짐승이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서 잡아 뜯은 상태로 훼손되어 있었고 내장과 신체 일부가 먹혀서 없어졌으며 짐승의 타액도 발견되었다.
일각에서는 악명이 높은 자들만 선택적으로 죽이는 걸 보고는 괴수가 아니라 인간이 한 짓은 아닐지 의심했다.
치안대에서 눈에 불을 켜고 수사를 했지만, 아직도 범인 또는 괴수의 윤곽조차 잡지 못했다.
자크의 아들이 염려했다.
“아버지. 요즘 자산가들만 선택적으로 먹는 괴물이 돌아다닌다고 하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악행을 딱히 많이 하지도 않았어. 그리고 이 주택을 호위하는 경비만 30명이다.”
자크의 아내가 자크의 어깨를 주무르며 동의했다.
“호호호~ 여보처럼 착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그렇지 아들?”
“당연하죠.”
아들도 자크의 악행은 많이 들었지만, 자신도 지위를 이용해서 악행을 많이 했기에 쉬쉬할 뿐이었다.
자크는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의 방의 침대에 누워서 미모의 아내의 품에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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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는 한창 행복하게 자다가 옆에서 아내가 계속 뒤척이는 소리에 깨서 눈을 뜨고는 짜증을 냈다.
“아이씨. 깼네. 당신 왜 이리 움직여?”
자크가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 여편네가 날 무시해?!’
자크가 화난 얼굴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을 보고 호통을 치려고 했다.
“당시…!”
어두운 방의 침대 옆에는 키가 3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괴수가 아내의 배를 씹어먹고 있었다.
우적우적 쩝쩝
괴수의 윤곽이 희미한 달빛에 반사되어 자크의 눈에 들어왔다.
괴수는 침대 옆에 양다리로 서고 상체를 굽혀서 거대한 손톱이 5개씩 난 양손으로 아내를 잡고 있었다.
괴수의 두꺼비 같은 얼굴에는 빛나는 눈이 양쪽에 2개씩 있고 입에는 뾰족한 이빨이 사정없이 나 있었는데 아내의 살점이 이빨 사이사이에 걸려있었다.
괴수의 피부는 두꺼비같이 질기고 점액으로 인해 미끄러워 보였다.
자크가 비명을 지르려고 하던 참이었다.
“으아….”
텁
괴수가 왼손으로 빠르게 자크의 입을 막고 오른손 검지를 자신의 입에 가져갔다.
“쉬이--”
자크는 두려움에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덜덜덜 끄덕끄덕
괴수가 30대 남성의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에이. 최대한 조용히 먹었는데 남자 쪽을 깨워버렸네. 안 아프게 먹어주려고 했는데.”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이야기였다.
자크가 머릿속으로 빠르게 사고를 회전했다.
‘이놈이 연쇄 살인범이고 대화할 수 있어. 자산가나 악당만 죽인다고 했으니 내가 뉘우친다고 하면 살려주겠지.’
괴수가 손을 떼자 자크가 덜덜 떨며 말을 걸었다.
“괴수님. 정말 죄송합니다.”
괴수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뭐가 죄송한데?”
자크는 속으로 환호했다.
‘나이스! 역시 설득할 수 있다!’
“제가 마나파워 사장인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너무 돈에만 눈이 멀어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내일 바로 분진으로 고통받은 모든 노동자에게 보상하고 안전 설비를 도입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괴수가 피식 웃었다.
자크는 속으로 자신이 생각해도 명연기라고 여기며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괴수에게 공손하게 절을 했다.
“이제부터 새사람이 되겠습니다.”
괴수가 입을 열었다.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자크가 되물었다.
“네?”
“나는 딱히 윤리적인 이유로 사냥감을 고르는 게 아니야.”
“그러면….”
“잘 먹고 잘사는 인간일수록 육질이 부드럽고 불순물이 적거든. 노동자 놈들은 몸에 화학물질이 너무 많아서 먹다 보면 소화불량에 걸려서 싫어.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겠어? 얘가 네 아내인가? 고기가 야들야들하고 내장에 적당히 지방이 낀 게 최고네.”
자크가 경악하며 소리 지르려고 했다.
‘미친! 내 생각이 틀렸어!’
“으아….”
콰직!
괴수가 왼손을 빠르게 휘두르자 자크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때 파리 한 마리가 괴수에게 날아와서 앵앵거렸다.
괴수는 파리하고 얘기를 했다.
“음. 그래. 그렇구나. 주변에 있는 호위들이 비명을 듣고 1층으로 들어온다고? 남자 쪽도 맛있어 보이는 데 방해로 못 먹겠네. 간만 먹어야겠다.”
괴수가 자크의 배에 손을 푹 찔러서 간을 꺼내서 자신의 입에 욱여넣고 씹었다.
우적우적
또 한 마리의 파리가괴수에게 날아오자 괴수가 대화했다.
“호위들이 이제 곧 이 방으로 온다고? 그래도 여자 내장이랑 남자 간이라도 먹었으니 본전은챙겼네. 이제 가야겠다.”
괴수가 주주죽 작아지더니 파리가 돼서 창밖으로 날아갔다.
애애애앵
자크가 창밖으로 나간 순간 호위들이 문을 콰아앙 부수고 들어왔다.
“회장님!”
호위들이 본 것은 머리가 날아가고 배에 구멍이 뚫린 회장과 내장이 모두 먹힌 회장 아내였다.
호위들이 참혹한 사건 현장에 비명을 지르고 구토를 했다.
“으아아아아!!!!”
“우웨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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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회장의 집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중산층 거리에서 한 남자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으으으…. 머리야….”
그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형. 오늘도 포식했어.’
‘이럴 수가. 내가 또 사람을 죽이다니….’
‘형. 인제 그만 인정해. 나도 형의 일부야.’
‘내 머릿속에서 나가! 하이드!’
‘내가 형의 반쪽인데 어디를 가? 내가 점점 강해지는 걸 보니 어둠의 신께서 돌아오신 모양이야.’
‘으으으…. 안돼….’
‘내 말 들으라니까? 형이 살아남는 방법은 어둠의 신께 돌아가는 것밖에 없다니까?’
“꺼져!”
남자는 자신이 외치고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주변을 돌아봤다.
밤이라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남자의 머릿속에서 더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젠장. 하이드가 돌아오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정신 방벽 약의 투약을 늘려야겠어.’
남자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