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8화 〉스토자냐 시의 연쇄 살인 사건 (148/200)



〈 148화 〉스토자냐 시의 연쇄 살인 사건

다음 날 용사 파티는 스토자냐 시로 떠나기 위해서 국영 철도의 열차역으로 갔다.

하멜 제국의 열차를 간단히 소개하겠다.

하멜 제국에는 수도인 비란 시를 중심으로 해서 중요한 도시들을 잇는 철도가 있다.

철도 위는 마나 엔진으로 움직이는 열차가 달린다.

이 열차는 마법사의 마나나 마나석을 연료로 써서 바퀴를 움직인다.

마나석은 국가에서관리하는 귀한 원자재이기 때문에 이 열차는 값이 매우 비싸다.

따라서 평민들은 이용하지 못하고 부유한 귀족이나 막대한 물자를 운반하려는 기업만이 사용한다.

용사 파티는 마드한 왕의 특별 허가증이 있어서 언제나 무료로 열차를 탈  있었다.

용사 파티는 비란 시 역의 대기석에 앉아서 출발하기 전의 열차를 지켜봤다.

 열차는 앞의 1칸은 기관실, 4칸은 객실칸, 뒤의30칸은 화물칸으로 이루어져있었는데 인부들이 화물칸에 열심히 물건과 원자재를 싣고 있었다.

나는 열차를 지켜보며 카일 성국의 지하철과 비교했다.

‘환경과 문화에 따라서 교통수단이 달라질  있구나.’

카일 성국은 자이언트 엔트 왕국의 지하 개발 기술과 풍부한 지하자원 덕분에 지하에서 달리는 화광석 증기기차를 개발했다.

그리고 카일 성국이 종족 간 화합을 위해서 주도적으로 이용료를 내려서 누구나 사용할 있었다.

하멜 제국은 자이언트 엔트 왕국 수준으로 지하자원을 채굴하지 못했기에 화광석 증기기관을 연구할 정도의 충분한 화광석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고도로 발달한 마도 공학과 풍부한 마법사 자원 덕분에 마나를 전기처럼 써서 움직이는 마나 열차를 개발했다.

단점은 마법사와 마나석이 매우 귀중하기에 가격이 비싸서 평민들이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귀족과 평민이라는 계급이 나뉘어 있어서 귀족이 평민들과 같은 교통수단을 타는 것을 반대하기에 열차 대중화에 실패했다.

열차가 출발할 시간이 되자 기관사가 대기석으로 와서 우리와 주변의 30명 정도의 귀족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을 모실 기관사 제롬입니다.이 열차의 기관실에는 여러 명의 고위 마법사와 마도 공학자가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상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저희 열차는 곧 스토자냐 시로 출발할 예정이니 열차에 타 주십시오. 부디 좋은 여행 되시길바랍니다.”

우리가 객실칸  1개로 들어가자 집사 복을 입은 여성과 남성 승무원들이 상체를90도로 숙이며 우리를 맞이했다.

“제국 열차에 어서 오십시오!”

객실에는 호화로운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고 찬장에는 고급스러운 찻잔, 접시가 들어 있었으며 마나 냉장고도 있었다.

용사 파티 8명은 2인용 소파 4개를 끌어서 탁자 주위에 놓은 다음 털썩 앉았다.

나와 니사, 박경철과 세리나, 길룩과 안드레, 아샤와 아이보스가 한 소파에 앉게 되었다.

니사가 열차를 타서 신이 났다.

“우와! 인간의 열차는 처음 타봐! 이런  있는 줄도 몰랐어~”

세리나가 웃었다.

“호호~ 니사 언니. 그런 모습도 귀여워요~”

박경철이 세리나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네가 더 귀여워.”

세리나가 박경철의 어깨를 살짝 때렸다.

찰싹~

“야! 밖에서 그러면 창피해~”

박경철은 그냥 흐뭇하게 웃기만 했다.

길룩이 말했다.

“허허허~ 뜨겁구려. 뜨거워. 그나저나 드워프 열차가 그리워지는구려.”

내가 호기심에 물었다.

“드워프 열차는 어떤데?”

“기계 하면 드워프 아니요. 드워프 광산 열차가 얼마나 빠르고 재밌는지 모르오.”

“드워프 광산 열차는 어떻게 생겼는데?”

“말 그대로 왕국 곳곳이 철로로 이어졌는데 최대 4인용인 광산 열차를 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소. 뚜껑이 없고 테두리와 바닥만 있는 무개차요. 서서 타는데 엄청나게 떨리는  스릴만점이오. 막 콰가가강 거립니다”

“재밌겠군.”

열차의 천장에서 기관사 제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제국 열차가 출발하겠습니다.”

열차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이윽고 빠른 속도로 철로를 달렸다.

덜컹 덜컹 덜컹

니사가 창밖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꺄아! 세상이 빠르게 뒤로 간다!”

나는 니사가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열차가 이동하는 동안 박경철과 세리나, 카일과 니사가 계속 애정행각을 하자 다른 사람들이 무안해했다.

길룩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흠.드워프 왕국에 두고  처자랑 아들 생각이 나는구려.”

아샤는 십자가를 들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엘리아 여신께서언제나 내 옆에 계시니 외롭지 않도다.”

안드레는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를 열어서 약혼녀의 사진을 바라봤다.

아이보스가 짜증을 냈다.

“으아아아! 모두 애인이 있는데 도대체 왜 나만 300년간 애인이 없는 거야!”

아이보스는 300년간 드래곤 연합에 있었는데 드래곤의 수가 적고 모두 혈연지간이라서 애인이 있을 수가 없었다.

안드레가 아이보스에게 물었다.

“저번에 파티에서 형에게 귀족 여자들이 엄청나게 달라붙지 않았나요?”

“나는 드래곤이잖아! 뭐 인간 여자랑 연애할  없는  아니지만 나는 드래곤 여자가 취향이라고!”

“형이 드래고니안 형태라서 형의 미적 취향이 인간이라고 계속 착각하네요.”

“제기랄! 어디에 참한 드래곤 여자 없냐!”

박경철이 아이보스에게 물었다.

“아이보스 형. 드래곤 연합에는 여자가 없어요?”

“내가 말했잖아. 모두 할머니, 이모 아니면 조카라고. 드래곤은 이제 망했어.”

“정말 불쌍하네요.”

모두 안쓰러운 눈으로 아이보스를 쳐다봤다.

아샤가 아이보스에게 자애로운 표정으로 조언했다.

“저는 애인이 없지만 언제나 엘리아 여신이 함께하시기에 외롭지 않답니다. 아이보스님도 엘리아여신과 함께하시면 외로움이 사라질 거예요.”

아이보스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떼를 썼다.

“엘리아 여신은 나랑 그거 못하잖아! 나는 여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여자가 필요하다고!”

아샤가 엘리아 교리의 일부 내용을 읊었다.

“육체적인 사랑은 한순간일 뿐입니다. 엘리아 여신님과의 정신적인 사랑만이 평생  있습니다.”

아이보스는 말이 통하지 않자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길룩이 아이보스를 위로했다.

“형님도 눈을 낮추면 곳곳에 여자가 있지 않소?  자식이 반인반용인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구려.”

아이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십 년만 더 기다려보고 이 대륙에 다른 드래곤 여자가 없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해야겠다.”

드래곤과 인간의 시간 감각이 다르므로 아마도 아이보스는 박경철이 노인이 될 때쯤에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

한참을 가고 있는데 아이보스가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

“저기 여자가 오크 3마리한테 둘러싸여 있네.”

내가 집중해서 보자 정말로  킬로미터 떨어진 벌판에 오크 3명이 인간 여성을 둘러싸고 옷을 찢고 있었다.

“아이보스. 눈 엄청 좋네?”

“드래곤한테  정도는 기본이죠.”

다른 파티원들이 각자의 능력으로 멀리 바라보고는 기겁했다.

아샤가 분통하게 외쳤다.

“아아! 엘리아 여신님! 제발  불쌍한 어린양을 살려주세요!”

기차는 계속 달리기에 점점 멀어져갔다.

덜컹 덜컹 덜컹

박경철이 신속하게 외쳤다.

“아이보스 형과 아샤 누님이 저를 강화해 주시면 제가 공간검으로 베어보겠습니다!”

아샤와 아이보스가 각자 박경철을 강화했다.

“박경철 군에게 시야와 사정거리 버프를 걸어드리겠습니다!”

“어이. 내 친절의 특성으로 네 공간검을 강화할 테니 받아.”

아샤의 자선의 힘으로 향상된 버프와 아이보스의 동료의 능력을 강화하는 친절의 특성이 합해지자 박경철의 몸에 어마어마한 힘이 깃들었다.

박경철이 눈에 마나를 가득 넣고 오크 3명을 바라보며 미스릴 보검을 검집에서 사선으로 빠르게 발검했다.

반투명한 초승달 모양의 무언가가 초고속으로 기차 벽을 그대로 통과하며 날아갔다.

슈우우웅

기차벽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내가 집중해서 바라보자 정말로 수십 초 후에 오크 3명의 상체가 갈라져 내렸다.

옷이  찢긴 여성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흑흑흑. 살았다…. 근데 누가 도와줬지?”

나는 속으로 경악했다.

‘미친. 이거 용사가 너무 사기 아냐? 완전 밸런스 파괴인데?’

용사 파티 전원이 소파에서 일어나서 박경철을환호했다.

“우와아아!”

세리나가 박경철을 꽉 안았다.

“경철아! 대단해!”

안드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친구야.”

아이보스가 쾌활하게 말했다.

“어이~ 경철이. 내 도움 없었으면 못했다. 알지?”

박경철은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소파에 앉았다.

내가 박경철에게 질문을 던졌다.

“공간검은 정확히 뭐지?”

“제 의지가 담긴 공간 오러를 날려서 원하는 공간만 단절하는 기술이에요. 아까 보셨듯이 기차벽에는 이상이 없지만, 정확히 오크만 잘랐어요.”

“뭐든지 자를  있겠네?”

“네. 공간을 단절하면 아무리 단단한 금속이나 강력한 마법 결계도 자를 수 있어요.”

“너 정말로 대단하다.”

“아직 오러의 속력, 크기, 예리함 등 발전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하하하.”

‘더 강해지지 마!’

안드레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대대로 용사만 성공한 기술이에요. 하멜 제국 왕족은 대부분 전대 용사의 자손인데도 공간검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용사는 인류의 결전 병기구나.”

안드레가 박경철의 어깨를 툭 치며 장난치듯 말했다.

“박경철~ 나도 언젠가는  따라잡겠어.”

“너도 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제국 열차를 타고 밤에 간이침대에서 자며 스토자냐 시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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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가 가고 있는 스토자냐 시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스토자냐 시에는 총 117만 명의 인간, 13만 명의 마족 노예가 살며 인간 중에서 7.2만 명이 병사이고 51명이 기사이다.

 거대한 도시를 성벽이 둘러싸고 있다.

스토자냐 시의 시장은 미리암 후작 (여성)이며 아들인 노버트가 박경철과 하멜고에서 같은 반이었던 친구이다.

스토자냐 시는 북동쪽의 탈카 시와 함께 하멜 제국의 주요 공업 도시로 수많은 기업과 공장이 입주해 있다.

마나 열차를 통해서 이곳으로 원자재가 들어오고 옷, 생필품, 부품, 마나 기기 등의 물품으로 바뀌어서 하멜 제국 전역으로 보내진다.

몇 년 전의 게일 왕국 멸망 사건으로 인해 수입품이 부족해지자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하멜 제국에서 적극적으로 기업 친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 지역은 호황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중심가에는 고급 백화점과 함께 유명 브랜드의 상점들이 있고부유한 자산가들이 명품으로 치장하고 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이곳의 자동차는 마차의 형태지만 마나 엔진이 달려서 자동으로 움직였다.

아직 속도는 인간이 빠르게 걸어가는 수준이다.

자산가들은 기업가, 공장주들로 제국에 기부를 많이 해서 귀족 작위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으며 스토자냐 시 인구의 0.1%를 차지했다.

중심가 주변에는 부유층 거리가 있어서 자산가들이 사는 고급 아파트와 마당이 딸린 호화 주택들이 있으며 자산가들이 고용한 개인 호위들이 주변을 지켰다.

부유층 거리의 주변에는 기업 간부, 연구원, 상점 주인 등이 사는 중산층 거리가 있었다.

중산층 계급은 스토자냐 시 인구의 30%를 차지했다.

중심가는 밤에는 욕망의 배출구가 되었다.

밤의 중심가에는 예쁘게 치장한 창녀들이 자산가들에게 키스를 날리며,
호위를 대동한 자산가들이 고급 룸살롱에서 욕망을 배출했고,
깡패들이 혹시라도 혼자 다니는 약자가 없나 두리번거렸다.

이 모든 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산가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필요했다.

스토자냐 시의 대다수 시민은 아마도 자산가와 중산층을 제외한 노동자 계층일 것이다.

중산층 거리에서 조금  밖으로 가면 빈민촌이라고 불리는 노동자 거리가 있었는데 이곳은 음침하고 가난했다.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벌집 기숙사도 여러 개 있었으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희망이 없었다.

공장주인 자산가들은 노동자들에게 너희들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부유해질  있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생활비, 약값 등으로 쓰다 보면 남는 돈이 없었다.

귀족 사회인 하멜 제국에는 평민에게 귀족만큼의 인권이 없기에 ‘노동자의 권리’라는 개념도 없었다.

도시의 시장 미리암 후작과 주요 귀족들은 도시의 총생산에만 관심 있었으며 하멜 제국에서도 기업 생산율을 높이려고 노동자 대우에 관한 법들을 약화하거나 없앴다.

사정이 이러니 공장에서는 순이익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의 안전이나 복지에의 투자를 없애고 노동자를 가혹하게 다뤘다.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고통받거나 죽었지만, 죽은노동자는  노동자로 대체될 뿐이었고 이들을 위해서 나서는 자가 없었다.

중산층 계급이 노동자들과 손을 잡고 일어선다면 도시가 바뀔지도 모르지만, 이미 부유한 자들은 부유하지 못한 자들의 고통을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경제 계급은 아래로 대물림되었다.

자산가의 아이들은 비싼 학비를 들여서 하멜고나 좋은 학교에 보내고,
중산층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산가의 아이들을 빛내주는 역할을 했으며,
노동자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바로 일을 배웠다.

자산가와 중산층은 학교에서 피임에 대한 교육을 받고 피임 기구를 손쉽게 구매할  있었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은 교육과 피임 기구에 대한 접근 부재로 출산율이 높았기에 새로운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양산되었다.

시골에서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스토자냐 시로 오는 젊은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평생 일해도 중산층 주택조차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사단을 포함해서 도시 병사들의 무력이 너무나도 강했고 언제나 자산가의 편이었기에 노동자들은 파업이나 시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남을 밟고 서야만 하는 것인가.

스토자냐 시는 극단적 경제 발전주의로 인한 양극화를 보여주는 꿈과 절망의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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