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5화 〉실반의 여행 (105/200)



〈 105화 〉실반의 여행

내 여행팀, 스피랄라와 그녀의 군대는 마왕군의 수도로 가고 있었다.

마침 서쪽에서 내가 팬텀트리 부족에게 전령으로 보냈던 촉수 정예병 10명이 빠르게 뛰어와서 보고했다.

“폐하! 지금 팬텀트리 부족의 왕 아마구크님의 트렌트 병력과 서열 16위 주크녹님의 언데드 병력이 서로 만나서 함께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잘됐구나!”

우리가 이곳에서 며칠 기다리자 아마구크의 트렌트 병력과 주크녹의 언데드 병력이 우리와 마주쳤다.

내가 반갑게 인사했다.

“장인어른 반갑습니다! 주크녹도 이렇게 만나서 기쁘군요.”

아마구크가 먼저 말했다.

“주크녹님과 우연히 만났는데 서로 뜻하는 바가 같아서 같이 오게 되었습니다. 사위는 원하는 일은 잘 되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혹시 시알룩은 뭘 하고 있나요?”

시알룩은 팬텀트리 부족의 트렌트 공주로  아내이며 내 자식인 씨앗을 잉태했다.

“시알룩은 왕자의 씨앗을 낳아서 팬텀트리 부족의 가장 좋은 땅에 심었습니다. 혹시 생각해둔 이름이 있습니까?”

“‘마키툭’ 어떠십니까? 고대어로 ‘일어서다’라는 의미입니다.”

“좋은 이름이군요. 제가 시알룩에게 전령을 보내서 전해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주크녹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희가 이렇게 또 이어지게 되었군요. 언데드 진영을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저야말로 주크녹님께서 실반을 위해서 이렇게 달려와 주시니 감사합니다.”

“실반님이랑 애인 사이가 되셨다면서요?”

“거기까지 소문이 퍼졌습니까?”

“네. 실반님은 모든 마왕군이  아니까요.”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언데드 진영의 장래가 밝군요.”

나의 여행팀, 스피랄라의 다크페어리 군대, 아마구크의 트렌트 군대, 주크녹의 언데드 군대로 이루어진 거대한 병력이 수도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병사가 많아져서 걸음이 늦춰졌지만, 마왕 쟁탈전이 끝나기 전까지만 수도에 도착하면 되었다.

이후로도 실반의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실반은 주크녹의 데스나이트들과 아마구크의트렌트 병사들하고도 대련했다.

여러 명의 트렌트들이 나무로 은폐한 곳에 실반이 들어가서 곳곳에서 갑자기 뻗어지는 뿌리와 덩굴들의 공격을 피하는 훈련도 했다.

이것은 실반의 위기 감지 능력과 감을 기르는 훈련이었다.

실반은 이제 거의 맞지 않고 피할  있었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실반의 눈을 가리고 이 훈련을 지속했고 라임 선생님이 중간에 탄환을 쏘기도 했다.

우리는 마왕 쟁탈전이 끝나기 사흘 전에 수도에 가까이 도착했다.

내가 마왕의 영지인 수도를 떠난 지 대략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우리는 수도의 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멈춰야 했다.

이유는 우리가 서쪽에서 수도의성으로 가고있는데 우리의 앞길을 라눌프 파인 다수의 나가 병력이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하. 이건 뭐냐? 이제는 아예 못 들어가게 막겠다는 거냐?”

 소식을 들었는지 실반 파인 언데드, 돌 골렘, 트롤, 촉수의 병력이 동쪽의 수도의 성에서 나왔다.

북쪽에서는 라눌프 파인 뷰티플라워 부족의 알라우네들, 늑대인간의 병력이 내려왔다.

마왕 파인 서열 15위 모르간, 서열 12위 퀼란, 서열 9위 크네바움이 마족 병력을 이끌고 상황을 중재하려고 왔다.

어마어마한 병력이 수도의 서쪽에 모여서 충돌하기 전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 정체를 끝내기 위해서 내가 나서서 큰소리로 외쳤다.

“아예 다른 후보가 마왕 쟁탈전에 참여하지 못하게 길을 막다니 창피하지도 않냐!”

그러자 나가 쪽에서 서열 3위 군주 아드넬이 나와서 큰소리로 대응했다.

“외부인인 어둠 종족 챔피언이 한 마왕 후보를 지지하는 게 더 불공평한 상황이다!”

“나가도 나한테 지지해달라고 했잖은가! 나는 실반을 선택했을 뿐이다!”

“어차피 이렇게 상대를 막는 것도 마왕 쟁탈전의 일부다!”

“전쟁을 일으키고 싶은 건가! 아니면 실반의힘이 무서워서 라눌프 왕자는 병사들 뒤에 숨은 건가! 저런 겁쟁이가 마왕이 되려고 하다니 창피하구나!!”

내 의표를 찌르는 말발에 모두 할 말이 없어졌다.

생각해보면 라눌프 왕자가 마왕이 될 정도로 강하면 이런 개짓거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모든 병사가 웅성거렸다.

라눌프 왕자가 이렇게 놓아두면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갈까 봐 결국은 병사들의 앞으로 나와서 소리쳤다.

“나 라눌프는 실반 따위는 두렵지 않다! 정 원한다면 여기서 깨끗하게 굴복시켜 주마!!”

늑대인간과 나가 진영이 일제히 라눌프를 환호했다.

“우와아아아! 라눌프! 라눌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실반이 나한테 제안했다.

“오빠. 제가 라눌프를 여기서 쓰러뜨릴게요. 저는 충분히 강해졌으니 저를 믿어주세요.”

실반의 눈동자에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나는 내 아내를 믿기로 했다.

“알겠다. 설령 이기더라도 라눌프에게 최소한의 자비를 보여라.”

“알겠어요.”

나는 전 병력이 들을 수 있게 고함을 질렀다.

“실반이 라눌프와 여기서 승부를 가리겠다고 했다. 라눌프는 겁쟁이처럼 숨을 거냐?!!”

라눌프도 여기서 물러나면 자신이 겁쟁이가 되니 받아쳤다.

“나 라눌프는숨지도 피하지도 않겠다! 나는 실반의 승부를 받아들인다!!”

수도 서쪽의 벌판에 거대한 원형의 결투장이 마련되었다.

서쪽과 남쪽은 실반 파의 군대, 북쪽과 동쪽은 라눌프 파의 군대, 곳곳에 중재자인 마족 군대가 원형의 공간을 둘러싼 형태가 되었다.

실반이 당당한 발걸음으로 원의 중앙으로 나아가자 반대편에서 라눌프가 나왔다.

실반과 라눌프는 서로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마주 보았다.

실반 파의 군대가 일제히 실반을 응원했다.

“실반! 실반! 실반!”

실반의 어머니 스테파니아를 포함한 실반의 가족은 모두 손을 꽉 쥐고 실반을 응원했다.

실반의 가족도 실반을 믿기로 한 것이다.

라눌프 파의 군대도 질세라 라눌프를 응원했다.

“라눌프! 라눌프! 라눌프!”

이내 모르간, 퀼란, 크네바움이 중재자 겸 심판으로 원 안에 들어가서 선언했다.

“이곳은 신성한 마왕 쟁탈전 대결의 장이다! 어떤 방해도 용납하지 않겠다!”

모르간, 퀼란, 크네바움이 원의 경계 쪽으로 물러서서 시합의 시작을 알렸다.

“대결을 시작한다!!!”

라눌프는 신장 3.8m의 회색 갈기의 늑대인간이 되더니 실반을 향해서 컹컹 괴성을 지르며 네발로 돌진했다.

실반은 공중에 10개의 피의 창을 띄우고 소울 웨폰인 채찍을 든 채로 라눌프에게 달려갔다.

라눌프가 실반에게 가까워지며 늑대인간의 고유 능력인 상대방을 공포에 질려서 움츠리게 하는 하울링을 울부짖었다.

“아우우우!!!”

하지만 실반은 이미 다크페어리의 정신 착란 가루로 정신력을 단련했기에 일말의 흐트러짐도 없이 채찍을 라눌프의 머리로 휘둘렀다.

라눌프가 빠르게 뒤로 빠지며 채찍을 피했지만, 이미 10개의 피의 창이 라눌프가 피한 자리로 예상하고 날아가고 있었다.

라눌프는 손톱을 사방으로 빠르게 휘둘러서 피의 창을 쳐냈다.

캉 캥 카강

피의 창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강해서 라눌프의 손에서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라눌프가 실반에게 제안했다.

“실반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지금 항복하면 목숨은 보전해주지.”

“실반 오빠. 말 많이 하지 말고 빨리 공격해. 난 이제오빠보다 강해.”

라눌프의 이마에 노여움으로 핏줄이 돋았다.

라눌프가 뒷다리로 점프하며 실반에게 양손을 빠르게 휘두르려고 했다.
실반은 바닥에 자신의 피를 뿌린 채 한 발짝 더 빨리 피했다.

라눌프가 실반이 있던 자리에 착지해서 몸을 틀어 실반을 후려치려고  때였다.

쿠아아아앙

블러드 익스플로전이 발동해서 라눌프가  미터 날아가 버렸다.

“크아아아아!”

라눌프가 가슴에서 피를 흘리면서 일어난 순간 10개의 피의 창이 날아와서 라눌프는 오러를 두른 손톱으로 빠르게 쳐내야 했다.

챙 챙 캉 캉

실반이 빠른 기동으로 라눌프의 뒤를 점해서 채찍을 휘두르자 라눌프가 몸을 회전하며 오른손을 휘둘러서 실반에게 손톱의 오러를 날렸다.

지이이잉

“실반! 넌 이제 끝이다!”

“아직이야!”

실반이 기어가듯 몸을 낮춰서 머리 위의 오러를 피하며 달려가서 채찍으로 라눌프의 왼 발목을 휘감았다.

라눌프가 발목을 휘둘러서 채찍째로 실반을 날려버리려고 하는데 채찍에서 푸슈슛 하면서 초록색 기체가 방출되었다.

라눌프가 발목이 녹는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앙!!”

실반이 채찍을 풀면서 라눌프의 발목에 블러드 익스플러전을 시전했다.

쿠아아앙!

실반의 채찍에는 이미 실반 자신의 피가 들어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라눌프의  발목이날아가며 라눌프가 무릎을 꿇었지만, 늑대인간의 재생력으로 서서히 회복되었다.

실반이 라눌프에게 외쳤다.

“오빠! 이제 포기해!이미 발목까지 날아갔잖아!”

“나는 반드시 마왕이 돼야 한다! 내가 마왕이 돼야 마왕군을 제대로 이끌 수 있어!”

“마왕은 나도 잘할  있어!”

라눌프가 왼 발목이 아직  낫지 않았는데도 크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실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실반은 이미 라눌프의 위에 20개의 피의 창을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모든 피의 창이 떨어져서 라눌프의 몸을 꿰뚫자 그가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 카아아앙!”

라눌프의 꿰둟린 부분이 서서히 회복되었지만, 실반은 틈을 주지 않았다.

실반의 피의 창에 꿰뚫린 부분에 실반의 피가약간씩 들어갔다.

실반이 블러드 익스플러전을 시전하자 파방 파아아앙 퍼어엉 하는 소리와 함께 라눌프의 몸 사방이 터져나갔다.

실반이 살상력을 낮춰서 라눌프가 산산조각 나지는 않았지만, 라눌프의 재생력으로도 단숨에 재생이 불가능한 끔찍한 상처였다.

라눌프가 피부 대부분이 터져나간 고통으로 땅에 엎어져 버렸다.

“크으윽! 크억!”

라눌프는 끝까지 실반을 노려보고 팔을 뻗었지만 이제 그에게는 싸울 힘이 없었다.

라눌프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실반이채찍을 든 오른손을 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나 실반이 라눌프를 쓰러뜨렸다!!!”

크네바움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전 병력에게 외쳤다.

“신성한 대결의 승자는 실반 공주다! 마왕 쟁탈전이 끝날 때까지 실반을 쓰러뜨리는 자가 없다면 자동으로 실반이 다음 마왕이 된다!!”

실반 파의 모든 사람이 열광하며 실반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우와아아! 실반! 실반! 실반!”

나와 실반의 가족이 실반에게 달려갔다.

실반의 어머니 스테파니아가 감격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실반을 꼭 안았다.

“실반! 훌륭하구나! 엄마는 너를 믿었단다!”

실반도 엄마를 안으며 말했다.

“엄마 사랑해! 그리고 나 이제 왕자가 아니라 공주야.”

“이미 모르간 님에게 들었단다. 이제  성인이니 자신의 정체성은 스스로가 결정하렴. 엄마는 너의 결정을 지지할게.”

“엄마 고마워!!”

할아버지 발타자르, 할머니 안나, 외숙모 막달레나, 외삼촌 라이프이터도 웃으며 실반을 바라보고 실반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실반과 가족의 감동적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발타자르가 나에게 다가와서 고마움을 표했다.

“실반을 마왕으로 만들어주었군요. 감사합니다.”

“제가 원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손주를 여자로 만들고 아내로도 삼았더군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뱀파이어의 사랑은 길고 깊습니다. 손주를 잘 부탁합니다.”

“영원히 실반을  아내로 사랑하겠습니다.”

“그리고 카일님 아내들이 좀 많다는데 실반에게 신경 좀 주십시오. 만약 실반의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면 저는 모든 언데드를 이끌고 당신을 공격하겠습니다.”

"하하하하. 실반을 절대 울리지 않겠습니다! 장인어른!"

“패기는 좋게 봐주겠습니다.”

내가 발타자르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실반이 엄마 스테파니아의 손을 이끌고 와서 나를 소개했다.

“엄마. 이제 난 마왕이자 카일님의 아내로 살기로 했어.”

스테파니아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감사했다.

“제 아들... 이 아니라 딸의 목표를 이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딸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마왕군과 제가 동맹을 맺게 되었으니 실반의 가족분들은 언제라도  나라인 카일 성국으로 와 주십시오. 제가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호호호. 기대할게요.”

저 멀리서 나가와 늑대인간의 병력이기세가 죽은  기절한 라눌프를 데리고 돌아가고 있었다.

실반이 라눌프를 가지고 노는  이 자리의 모두가 확인했기에 실반이 마왕이 되는  거의 기정사실이었다.

우리는 당당히 마왕의 영지인 수도의 성으로 들어갔다.

늑대인간과 나가는 모두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는지 성안에는 실반의 지지세력밖에 없었다.

아마 실반의 마왕 즉위식을 보기 싫어서 사라진 것 같았다.

마왕 클로븐이 나를불러서 감사했다.

“마왕이 결정되었지만 제 자식들은 한 명도 죽지 않았군요. 카일님의 노력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실반이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실반에게 말해두었으니라눌프와샤기라를 해하지 않을 겁니다.”

“다행이군요. 마왕군의 마족들은 모두 카일님의 아군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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