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화 〉자이언트 엔트 왕국 (26/200)



〈 26화 〉자이언트 엔트 왕국

나, 루시아나, 멜리사, 윈스톤, 그리고 당나귀 3마리는 정처 없이 보하크 숲의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우리의 촉수에서 기인한 야성 때문에 지치지 않았지만 3주째 고대 슬라임에 대한 단서조차 찾지 못하자 조급해졌다.

멜리사가 짜증을 냈다.

“정말 고대 슬라임은 어디 있는 거야!”

나는 이 팀의 대장인 입장이라 내색하지 않고 달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멜리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멜리사. 조금만 더 가보자. 고대 슬라임이 아니라도 숲에서 많은 걸 경험했잖아.”

“으응. 알겠어.”

이번엔 루시 누나가 짜증을 냈다.

“카일. 나 어제부터 너무 걸었더니 어깨가아프네.”

‘걸었으면 다리가 아파야지!’

“앗. 알겠어 누나. 내가 좀 주물러줄게.”

나는 걸으면서 루시 누나의 어깨도 주물렀다.

윈스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진중하게 걸어갔다.

우리는 풀숲을 해치고 걸어갔다.

어느 순간 탁 트인 벌판과 함께 나타난 엄청난 광경에 우리의 움직임이 멎을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벌판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자이언트 엔트가 돌아다녔다.

벌판에는 땅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곳곳에 뚫려있었다.

자이언트 엔트는 인간의 상체를 가지고 엉덩이에 개미의 배가 붙어있는 곤충형 몬스터다.

개미의 배에는 6개의 개미 다리가 달려있다.

참고로 아라크네라는 몬스터는 인간의 상체, 거미의 배, 8개의 다리가 있다.

자이언트 엔트는 아라크네와 비슷하지만 다른 종이다.

자이언트 엔트의 머리는 인간과 똑같지만, 머리에 ㄱ자의 더듬이가 2개 달려있다.

자이언트 엔트는 모두 여성체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자이언트 엔트는 인간을 죽이기 때문에 자이언트 엔트의 정확한 생태는 비밀에 싸여 있다.

벌판에는 돌아다니는 자이언트 엔트의 무기나 복장은 다양했다.

마수를 사냥해서 돌아오는 자이언트 엔트도 있었다.

윈스톤이 나에게 물어봤다.

“주군. 자이언트 엔트가 벌판을 지배하고 있는  같습니다. 어떻게하시겠습니까?”

“자이언트 엔트도 국가를 이룬다면 우리랑 교섭할 수 있을까?”

“인간의 기준에서 보았을  자이언트 엔트는 몬스터이고 적이겠지요. 하지만 촉수의 기준에서는 모호하기도 합니다. 우리 촉수도 인간의 적이니 적의 적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브래돈 영지에서 가져온 식량, 향신료, 텐트같은 인간 물품들이 전부 남아있는데 선물 가치가있을까?”

“저도  모르겠군요.”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고대 슬라임에 대해서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 대화를 해보자. 우리를 공격해오면 맞서 싸운다.”

모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응! 카일!”

“알겠어. 오빠!”

심지어 당나귀들까지.

“히이이잉”

우리는 벌판으로 나갔다.

수십 명 정도의 자이언트 엔트가 우리를 향해서 개미 다리를 움직이며 달려왔다.

자이언트 엔트들은 곤충 껍질 같은 갑옷을 상체에 입고 있었다.

갑옷은 보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까지 전부 가리고 있었다.

또한, 머리에는 얼굴이 드러나는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전부 여성이었다.

손에는 창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갑옷과 투구에 금박이 세공된 대장으로 보이는 자이언트 엔트 여성이 앞으로 나섰다.

그 여성은 단발 C컬펌의 주황색 머리카락과 의지가 강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슴은  E컵 정도였다.

상체는 갑옷에 쌓여 있지만 복근이 탄탄한 근육 슬림 몸매일 것 같았다.

그 여성이 말을 꺼냈다.

“나는 5군단장 하니파다. 너는 누구냐!”

나는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나는 촉수의 왕. 카일이다!”

하니파가 내 기세에 잠깐 움찔했다.

하니파 옆에 있던 다른 자이언트 엔트가 하니파에게 귓속말했다.

“하니파 단장님. 엄청난 존재감입니다.”

“나도 느끼고 있다.”

“일주일 전에 있었던 거대한 빛 사건을 일으킨 자들이 아닐까요?”

일주일 전에 거대한 빛과 소음과 진동이 숲을 뒤흔든 일이 있었다.

자이언트 엔트가 조사단을 파견해서확인해보니 산봉우리가 날아가고 거대한 부채꼴 형태의 메마른 대지만이 보였다.

누군가가 부채꼴의 중심에서 강력한 무언가를 발사한 거였다.

하니파가 질문했다.

“혹시 일주일 전에 거대한 소음과 진동을만드신 분입니까?”

“그렇다.”

“이거 귀하신 분을 몰라뵙군요. 저희는 강자를 존중합니다. 그런데 촉수의 왕은 처음 듣습니다. 실례가  된다면 증거가 있으신지요?”

‘뭐.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나는 촉수의 왕이라고 하면 믿기 어렵겠지.’

“여기서 북동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인간의 마을이 있는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습니다만 인간과는 적대적이기에 근처에는 가지도 않고 있습니다.”

“나는 마을의 모든 인간을 내 촉수 부하로 만들고 내 왕국의 영지로 삼았다!”

 말에 모든 자이언트 엔트가 놀라서 수군거렸다.

하니파가 물었다.

“인간과 전쟁 중이십니까?”

“아직은숨죽이고 있다.인간은 아직 우리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

“그렇군요.”

윈스톤이 내 말을 뒷받침해주었다.

“나는 촉수 왕국의 대장군 윈스톤이다. 나는 인간이었지만 촉수가 된 내가 자랑스럽다!”

루시 누나도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촉수 왕국의 왕비 루시입니다. 저 또한 촉수가 돼서 왕의 아내로 있는 것이 행복하답니다.”

하니파가 감탄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윽고 하니파를 비롯한 자이언트 엔트들이 배를 바닥에 가까이 대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예를 차렸다.

하니파가 공손하게 물었다.

“촉수의 왕께서는 저희 자이언트 엔트 왕국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촉수 왕국은 자이언트 엔트 왕국과 평화협정 및 동맹을 맺고 싶다.”

“촉수의 왕을 저희 왕국의 귀빈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봐라! 여왕님께 촉수의 왕께서 교섭을 위해서찾아왔다고 보고해라!”

몇몇 자이언트 엔트들이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하니파가 우리를 굴의 입구로 안내했다.

우리는 하니파와 함께 자이언트 엔트들이 사는 거대한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은 자이언트 엔트 10마리는 한꺼번에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자이언트 엔트 왕국은 땅속에 굴과 웅장한 공동이 수도 없이 뚫려있었으며 거대했다.

곳곳의 벽과 천장에 발광석이 박혀서 굴을 밝혔다.

공동안에 훈련장, 대장간, 식당, 쇼핑몰, 카페 등이 보였다.

자이언트 엔트가 모여서 이상한 주술을 외우는 주술 연구소도 있었다.

자이언트 엔트들이 우리가 지나가면 호기심을 가지고바라봤지만, 하니파와 같이 다니니 딱히 적대적인 시선은 아니었다.

나는 하니파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자네의 직위는 어느 정도 되나?”

“저는 5군단장입니다. 군단장 위에는 대장군님이 계시고 그 위에는 최고 사령관이신 여왕님이 계십니다.”

“우리는 자이언트 엔트가 인간이 다가오면 무조건 공격하기에 교섭할 있을지 모르고 있었다.”

“저희는 문명이 있고 외교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저희의 식량이고 적일 뿐이기에 공격한 겁니다. 촉수님들은 인간과 다릅니다.”

“자이언트 엔트는 여성밖에 없는 것 같군.”

“저희는 남성 자이언트 엔트 몇 명을 빼고 모두 여성입니다.”

“그 남성들은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나?”

“아마도 아닐 겁니다. 그들은 별로 쓸모가 없어서  아래층에 갇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 자기만 합니다.”

“응? 그러면 왜 만드는데?”

“언젠가 공주 자이언트 엔트가 다른 지역에 왕국을 만들려고 떠날 때 정액 제공용으로 사용됩니다. 그냥 가축처럼 정액을 쥐어짜이고 죽어버리지요.”

“으음. 끔찍하군.”

“네? 별로 이상하지 않습니다. 별로 쓸모도 없는 것들이 공주님께 정액을 제공하는데 무슨 끔찍함이 있습니까.”

‘자이언트 엔트의 가치관은 우리랑 다르겠지.’

내가 다른 질문을 했다.

“너희들은 모두 여왕님의 자식인가?”

“그렇습니다. 여왕님께서 저희 모두를 낳으셨고 이렇게 키우셨습니다. 자이언트 엔트는 3년이면 성체가 되기 때문에 인간보다 빠르게 왕국을 세울  있습니다.”

“여왕님께서는 연세가 많이 드셨겠군.”

“음. 연세는 많이 드셨지만, 여왕님께서는 여전히 꽃처럼 아름다우십니다.”

나는 그녀가 말만 그렇게 하는 거로 생각하고 적당히 수긍했다.

“너는  모든 굴을 외우고 있는 건가?”

“자기 집을 외우는 거는 기본입니다.  정도는 누구나  하지 않습니까?”

“그렇군. 혹시 너희들은 농사를 짓거나 가축도 키우나?”

“그렇습니다.  거대한 왕국을 유지하려면 농사와 가축은 필수이지요. 잠깐 보여드리겠습니다.”

하니파는 우리를 어떤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많은 기둥이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서 수천 마리의 자이언트 엔트가 인간의 2배 이상 높이는  듯한 갖가지 버섯들을 기르고 있었다.

어떤 버섯들은 다리가 달려서 걸어 다녔는데 마탕고라는 버섯 몬스터였다.

“저희는 버섯을 길러서 주식으로 먹습니다. 버섯은 물이랑쓰레기만 줘도 잘 자랍니다.”

그때 내 눈에 어떤 자이언트 엔트가 수레에 자이언트 엔트 시체를 싣고 적당한 크기의 구덩이에 넣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자이언트 엔트가 조그만 버섯들을 시체와 함께 놓고 삽으로흙을 덮었다.

내가 질문했다.

“저게 자이언트 엔트의 장례 방법인가?”

“그렇습니다. 저들은 죽어서 마탕고의 양분이 되고 형제들이 마탕고를 먹음으로써 형제들의 몸으로 되살아나게 됩니다.”

“그렇군”

“다른 곳으로 안내해 드리지요.”

이번에 안내한 곳은 인간 크기의 진딧물 목장이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의 수백 마리의 진딧물들이 목장 안에 있었다.

자이언트 엔트들이 진딧물을 닦고 찢어진 마탕고들을 먹였다.

한 자이언트 엔트가 커다란 양철통을 진딧물의 꽁무니 아래에 놓았다.

자이언트 엔트가 꽁무니의 가시를 톡톡 두드리자 꽁무니에서 진딧물의 피부색과 똑같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진딧물 주스입니다. 색깔에 따라서 다양한 맛이 존재합니다.”

하니파가 명령하자 다른 자이언트 엔트가 갖가지 진딧물 주스를 컵에 담아서 왔다.

루시 누나가 빨간색 음료를 마시고 감상을 말했다.

“딸기 맛이야.”

멜리사는 파란색 음료를 마시고 말했다.

“이건 블루베리 맛이야!”

내가 마셔보니 생각보다 달콤하고 맛있었다.

하니파는 우리가 감탄하자 우쭐해진 얼굴로 말했다.

“저희는 이런 곳이 땅 곳곳에 수백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식품 연구소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음식 재료들을 개발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육질이 좋고 털이 풍부한 거대 두더지 품종을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의 좋은고기와 옷감 제공원이 될 겁니다.”

“거대 두더지는 어떻게 길들인 건가?”

“저희는  세월 동안 거대 두더지를 교배해서 가축으로 완전히 길들였습니다.”

“자이언트 엔트 왕국은 우리의 생각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져있군.”

“모두 여왕님의 은덕입니다. 자 이제 귀빈실로 가시지요.”

“알겠다.”

우리는 자이언트 엔트의 귀빈실로 안내되었다.

천장의 거대 발광석이 귀빈실을 환하게 밝혔다.

귀빈실에는 나무와 마탕고 털로 만든 푹신푹신한 의자들, 거대한 쿠션들, 탁자가 있었다.

귀빈실 벽에는 자이언트 엔트가 사냥한 거대한 괴수들의 머리뼈, 팔뼈 같은 것들이 걸려있었다.

벽 중앙에 박혀 있는 인간 몸체의 4배는 되는 지네의 머리는 정말 멋있어 보였다.

이것은 자이언트엔트 나름의 예의라고 생각되었다.

하니파는 밖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메이드복을 입은 작은 자이언트 엔트가 진딧물 주스와 마탕고 조각들을 쟁반에 받쳐서 가져왔다.

우리는 간식을 먹으며 기다렸다.

이윽고 하니파가 우리를 여왕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여왕이 있는 곳에 가까이 갈수록 벽에 갖가지 보석들과 아름다운 돌들이 박혀 있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나가는 길 옆에 거대하고 밝은 공동이 있었다.

공동 안에서 따뜻한 열기가 흘러나왔다.

내가 하니파에게 질문했다.

“여기는 뭐지?”

“여기는 육아방입니다. 육아방은 여왕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지어집니다.”

“잠깐 봐도 되나?”

“안에 들어가시면 안 되고 입구에서만 지켜봐 주십시오.”

동에는 수천 개의 원형 쿠션이 있었고 그 위에 야구공 크기의 개미 알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수천 마리의 자이언트 엔트 메이드가 입김을 불며 어떤 액체로 알을 닦거나 따뜻한 기운이 나오는 화광석을 주위에 놓았으며 물을 뿌려주기도 했다.

한쪽에는 야구공 크기부터 성체 돼지 크기까지의 애벌레들이 기어 다녔다.

자이언트 엔트 메이드가 애벌레를 닦아 주고 물병에  음료랑 마탕고 조각을 먹였다.

내가 하니파에게 물었다.

“저 아이들은 언제까지 애벌레상태로 있지?”

“알로 2개월, 애벌레로 4개월, 번데기로 3개월간 있다가 자이언트 엔트 어린이가 나오게 됩니다. 2년 3개월 동안 크기가 크고 2차 성징이 와서 성체 자이언트엔트가 됩니다.”

“아이들이 씩씩하고 귀여워서 보기 좋구나.”

“감사합니다. 저도 여기를 지나갈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눈길을 빼앗기고는 합니다.”

이윽고우리는 자이언트 엔트 여왕이 있는 어전의 입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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