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누나랑 마을 데이트
내가 멜리사를 데리고 집으로 가자 루시 누나는 정말 슬픈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왜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법이다.
누나는 아침에 나한테 괜찮다고 말하고도 정신적 충격이 컸는지 나를 슬금슬금 피해 다녔다.
나는 온종일 초무록하게 있었고 누나를 달래려고 노력했다.
다행히도 멜리사가 먼저 누나에게 사과했다.
“언니. 정말 죄송해요.”
“내가 왜 네 언니야!”
“앞으로 잘할게요. 제발 같이 살게 해주세요.”
“카일. 너는 잘했다고 생각하니?”
“누나 정말 미안해. 그래도 내가 누나 제일 사랑하는 거 알잖아.”
나는 순진한 강아지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누나에게 애원하듯 계속 바라봤다.
결국 누나가 백기를 들었다.
“휴…. 알겠어. 같이 살게 해줄게”
“앗!언니 고마워요!”
“오늘은 내방에서 같이 자고 내일부터는 내가 방 한 개 비워줄 테니까 거기서 자.”
“네! 감사합니다!”
나는 누나한테 계속 고맙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 정말 고마워.”
“내가 널 어떻게 미워하겠니. 앞으로 익숙해져야지.”
“누나….”
나는 글썽글썽한 눈망울로 누나를 올려다봤다.
누나가 못 말리겠다는 듯 나를 안고 얼굴을 비비고 키스를 했다.
쪼르릅 쪽 쮸우읍
긴 키스가 끝나고 타액의 실이 우리의 입술 사이에서 생겼다 끊어졌다.
“일단은 이걸로 용서해줄게.”
멜리사가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고 손 틈으로 이 광경을 보았다.
멜리사의 얼굴이 새빨간 사과처럼 붉어져 있었다.
나는 누나한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누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또 뭔데.”
“혹시 내일 나랑 같이 데이트할래?”
누나가 아이처럼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 좋아!”
누나는 자신의 마음속 응어리가 눈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멜리사가 부러운 듯 누나를 바라보았지만 아직은 자기 위치를 아는지 가만히 있었다.
나는 멜리사의 어린 시절이 꽤착하고 순수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여자들이 분란을 일으키면 나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서로 이야기하다가 이윽고 밤이 되었다.
여기 2층에 침대는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그냥 저기 소파에서 잘게.”
멜리사가 말했다.
“아니 제가 소파에서 잘게요.”
누나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야. 어차피 침대가 크니까 세 명 다 같이 자자. 카일이 가운데서 자.”
“응?”
누나, 나, 멜리사 이렇게 세 명이 나란히 누워서 자게 되었다.
누나는 나를 마주 보면서 누웠다.
멜리사가 한 손으로 내 촉수 다리를만지작거렸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여기가 천국인가? 너무 행복하다.’
나는 행복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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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에 나와 루시 누나는 서로 손과 촉수 다리를 잡고 집을 나섰다.
누나는 상아색 클로슈 모자, 하늘색 반팔 셔츠, 노란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누나의 큰 가슴으로 셔츠가 터질 것 같았다.
누나는예쁘고 수수하게 화장했다.
누나는 어깨에 명품 브랜드인 브라다 백을 걸치고 분홍색 단화를 신었다.
나는 누나의 변화를 눈여겨보면서 칭찬했다.
“누나 오늘 너무 예쁘다! 머리 위에 쓴 모자도 예쁘고 푸른 셔츠랑 노란 스커트도 너무 잘 어울리네. 분홍색 단화도 누나의 귀여운 분위기랑 어울려!”
누나가 미소지으며 질문했다.
“내가 많이 예뻐?”
“그럼! 누나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내가 한 예쁨 하지. 헤헤.”
나랑 누나는 마을 광장을 걸어 다녔다.
우리는 광장 중앙의 분수를 바라보며 분수의 동상이 웃기다 이상하다 하면서 수다 떨었다.
나는 분수에 동전을 던져서 큰 소리로 소원을 빌었다.
“누나랑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누나도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었다.
“저도 카일이랑 평생 즐겁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마을 광장에는 마을 사람들이 평소와 같이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상인들이 우리를 불렀다.
“카일님과 왕비님! 저희 가게로 오십시오!”
“저희 가게에서 싸게해드리겠습니다! 여기로 오십시오!”
우리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인사하고 경비대원이 경례했다.
누나는 사람들이 자기 애인한테 존경을 보내자 콧대가 우쭐해져서 계속 콧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귀금속 가게에서 멈췄다.
누나가 귀금속들을 보면서 말했다.
“여기 분홍색 머리핀이 엄청 예쁘네?”
“그렇구나.”
“이제 가자!”
누나가 걸어갔다.
내가 가게 아줌마한테 물어봤다.
“이 머리핀 얼마에요?”
“아이고. 카일님은그냥 가져가셔도 됩니다. 오히려 제가 영광이에요.”
“앗 고맙습니다!”
나는 머리핀을 받고 신나게 누나한테 달려갔다.
누나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는 누나 옆에 앉았다.
주변에서 놀던 아이들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인사했다.
“앗 카일님이다!”
“안녕하세욧!”
“왕비님도 너무 예뻐요!”
누나가 환하게 인사했다.
“안녕~! 오늘 카일이랑 데이트 중이야.”
아이들이 우리를 보면서 부러워했다.
“우와앙! 나도 언젠가 데이트해보고 싶다.”
아이들이 인사를 하고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나는 누나한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누나. 내가 머리핀을 가져왔는데 한번 머리에 해볼래?”
“무슨 머리핀?”
나는 누나가 잠깐 관심을 표했던 머리핀을 수줍게 촉수 다리에 올려서 누나한테 내밀었다.
“아까 누나가 잠깐 본 거야.”
누나가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고마워카일! 내가 사고 싶었던 걸 어떻게 알았어?”
누나가 나를 꽉 껴안았다.
“카일이 머리핀 해줘.”
나는 누나의 머리에 분홍 머리핀을 꼽았다.
누나의 얼굴과 무척 잘 맞는 머리핀이었다.
나는 배가 출출해져서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 이제 점심 먹으러 갈래?”
“응!”
나는 누나를 데리고 민지네 빵집으로 갔다.
빵집 부부가 직접 나와서 우리를 맞이했다.
내가 당당하게 말했다.
“빵집 사장님이 우리한테 최고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고 했어.”
누나가 기뻐했다.
“정말 먹어보고 싶다! 여기 엄청 맛있는 빵집이잖아.”
빵집 부부는 우리를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했다.
“여기 앉아계십시오.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를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샌드위치와 주스가 나왔다.
누나의 샌드위치는 딸기시럽과 햄, 치즈 등이 들어 있었다.
내 샌드위치에는 계란과 감자를 간 것에 특제 소스가 들어 있었다.
누나가 감상을 말했다.
“음음. 내 거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하네. 카일것도 한번 먹어볼게.”
“여기.”
“아앙! 냠냠. 카일 것도 맛있어! 카일도 내 거 한번 먹어봐. 앙!”
“냠냠. 맛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마을의 먹자골목으로 갔다.
꼭 무엇인가를 먹기보다는 구경하는 게목적이었다.
먹자골목에는 군것질거리를 팔고 있었다.
누나가 신난 얼굴로 말했다.
“카일! 여기 꽃잎 치킨 봐봐. 신상품으로 트로피컬 과일 고추장 맛이 나왔어!”
상점 주인이 꽃잎 치킨 한 덩이씩을 이쑤시개로 찍어서 우리한테 주었다.
“여기 한입 시식해 보세요.”
내가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누나가 치킨을 음미했다.
“음음. 신기해 보이는 맛이네.”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우리는 먹자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즐겁게 지냈다.
오후 4시쯤 돼서 나는 누나랑 카페로 들어갔다.
누나가 말했다.
“으…. 먹자골목에서 좋은 분들이 계속 시식을 줘서 너무 많이 먹었어.”
“그러네. 배불러.”
나랑 누나는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우리는 휴대용 체스판으로 체스를 뒀다.
누나가 나한테 체스를 이기고는 신나서 외쳤다.
“이겼당!”
“누나는 너무 잘해.”
“내가 마법사니까 머리가 좋아서그렇지. 왜? 져줘?”
“아니. 이러니까 더 자존심 상하네. 한판만 더해보자.”
“콜.”
한 판 더 했는데 또 누나가 이겼다.
‘이거 나중에라도 지능을 더 올려야겠는데?’
오후 7시쯤 돼서 우리는 이태리 식당으로 갔다.
식당 주인이 우리를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카일님과 왕비님이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우리는 외부와 차단된 2인실 룸에 들어갔다.
누나한테는 불꽃 게살 스파게티가, 나한테는 뿔토끼 허벅지 파스타가 나왔다.
식당 주인이 웃으면서 50년산 와인을 줬다.
“제가 아끼는 50년산 와인입니다. 서비스니 맛있게 드십시오.”
나는 누나랑 와인잔을 들고 건배했다.
“건배!”
꿀꺽
누나가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나 오늘 너무 행복해. 지금까지 마을을 많이 다녀봤지만, 오늘처럼 즐거운 적은 처음이야.”
“나도 즐거워.”
“마을 어디를 가도계속 새로웠어. 카일이랑 함께라서 그런 것 같아. 이런 행복을 이제야 알다니.”
“나도 누나랑 함께 다녀서 너무 즐거워.”
“응응.”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내 각오를 말하기로 했다.
“누나 부탁할 게 있어.”
“뭔데?”
“이건 와인먹어서취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 하려고 했던 거야.”
“응. 말해봐.”
나는 내 본체 안에서 반지가 들어있는 조그만 상자를 천천히 꺼냈다.
상자를 열자 아름다운 반지가 보였다.
이 반지는 ‘아이기스의 반지’라는 고대유물로 마을에서 가장 비싼 물건이었다.
아이기스의 반지는 순금에 미스릴로 정교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고 가운데에는 문스톤이 박혀 있었다.
아이기스의 반지는 마력을 채우면 ‘아이기스의 방패’라는 굉장한 마법을 한 번 시전할 수 있었다.
내가 루시 누나한테 청혼했다.
“누나. 나랑 결혼해줘.”
누나의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흑. 흑흑.”
“누나왜 그래?”
“너무 기뻐서. 여기에 카일이 직접 끼워줘.”
누나가 왼손 약지를 내밀었다.
나는 반지를 누나의 왼손 약지에 끼웠다.
“누나. 나랑 결혼해주는 거지?”
“그럼! 꼭 할게! 바로 할게!”
내 눈에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 한국에서택배 상하차나하던 김철수가 이세계에 와서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지금 이름은 카일이지만 제가 성공해 버렸습니다!’
누나와 나는 감정이 북받쳐서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우리 둘은 일주일 후에 마을 광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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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리기까지나는 많은 일을 처리했다.
먼저 윈스톤에게 포상을 주기로 했으므로 윈스톤의 가족에게 세례를 내려야 했다.
윈스톤의 아내를 겁탈할 수는 없었다.
나는 아동성애자가 절대 아니므로 아이들도 성적으로 건드릴 수 없었다.
나는 윈스톤의가족을 각각 다른 철창에 가두고 자아가 표면으로 드러나게 했다.
주변에서 마을 사람들이 윈스톤의 아내와 아이들을 둘러싸고 욕을하면서 정신력을 깎아내리고 우리 편이 되라고 구슬렸다.
“너는 쓸모없는 놈이다!”
“빨리 우리 편이 되세요.”
아이들이 공포에 질려서 서글프게 울었다.
“엄마! 아빠! 무서워요! 엉엉!”
윈스톤의 두 딸이 먼저 정신이 무너져서 나의 세례를 받았다.
윈스톤의 아내도 결국 무너져서 나의 세례를 받았다.
나는 윈스톤의 아내는 에드가와 같은 산성 독액 촉수로, 두딸은 루시와 같은 인간형 촉수로 만들었다.
이후 윈스톤이 가족과 만났다.
윈스톤과 가족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 얼싸안았다.
윈스톤이 감격했다.
“흑흑. 이제야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군.”
“여보. 정말 고마워요. 여보 덕분에 이렇게 좋은 몸이 되었어요.”
윈스톤이 아이들한테 말했다.
“앞으로도 아빠는 주군을 모셔야 할 것 같구나.”
아이들은 괜찮다며 오히려 아빠를 두둔했다.
이리야가 말했다.
“괜찮아요. 아빠가 주인님을 이렇게 가까이 모실 수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재즐린도 말했다.
“나도 아빠처럼되고 싶다!”
윈스톤은 아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해 주었다는데 큰 자부심과 기쁨을 느꼈다.
윈스톤이 아이들을 양팔로 껴안고 쓰다듬었다.
“얘들아, 고맙다. 정말 고맙다.”
주변에서 에드가를 포함해서 마을 사람들이 윈스톤과 가족의 감동적인 재결합을 축하해주었다.
짝짝짝
“와아아아! 축하합니다!”
주변에 있던아이들이 이리야랑 재즐린을 부러워했다.
“아리야랑 재즐린 처럼 촉수 영웅이 되고 싶다!”
에드가는 에스페란쟈를 한 손에 끼고 윈스톤과 결혼한 자신의 딸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내 딸이 저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 게 언제만인지. 끌끌.”
루시와 멜리사는 감동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남편과 아내랑 아이들이 서로 헤어졌다가 사랑으로 재결합하다니 너무 감동적이야. 흑흑.”
“오빠. 너무 감동적이에요. 펭--!”
“내 촉수 다리에 코 풀지 마!”
내가 다음에 한 일은 에스페란쟈의 강화였다.
나는 에스페란쟈를 고문해서 굴복시킨 후 200pt로 세례를 내렸다.
[네임드 촉수 영웅 에스페란쟈.
설명: 인간형 촉수]
나는 나머지 시간에 내 결혼식 준비를 했다.
나는 결혼식에 쓰일 음식을 구하기 위해서 음식점 주인들을 매수했다.
나는 온종일 누나가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것만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주례를 설 사람을 구하고 결혼식 장소를 꾸밀 사람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