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브래돈의 마스코트 복돌
뿔토끼인 복돌이 브래돈 마을에 들어온 지 2달이 되었다.
처음 몬스터가들어왔을 때는 아이를 가진 마을 사람들이 많이 걱정하였다.
그러나 복돌은 특유의 붙임성과 귀여움으로 마을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모든 사람이 복돌을 좋아하게 되었다.
복돌은 아이들이 다가와서 털을 만지고 안아도 가만히 있었고 강아지처럼 손을 핥았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마음을 열고 복돌에게 다가오자 아이들의 부모도 복돌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놀이할 때 같이 뛰어다니는 것은 복돌의 일과 중의 하나였다.
영리하게도 복돌은 이마의 뿔이 아이들을 상처입히지 않게조심했고, 아이들과 공놀이를 할 때는 뿔로 공을 터뜨리지 않도록 했다.
한번은 마을에서 힘 좀 쓴다는 강아지들이 모여와서 복돌에게 짖어댄적이있었다.
동물 간의 서열 다툼이었다.
복돌은 ‘크르르르릉’ 거리기만 하고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다.
덩치가 복돌만 한 강아지가 복돌을 물려고 달려들었다.
복돌은 민첩하게 피해서 뿔로 강아지의 배를 들이받아 버렸다.
강아지는 배에 구멍이 뻥 뚫려서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당연히 마을에서 길든 강아지들이 숲 몬스터인 뿔토끼와의 전투에서 이길리가 없었다.
영리하게도 복돌은 그 이상의 공격은 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다행히도 루시가 제때 힐링포션을 들고 와서 강아지는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은 복돌이 몬스터의 본능인 공격성이 그렇게 높지 않다며 안심하였다.
야생의 뿔토끼라면 모든 강아지가 죽을 때까지 뿔로 들이받았을 것이다.
그 이후로 어떤 마을 동물도 복돌을 건드리지 않아서 복돌이 행복해진 것은 덤이었다.
복돌은 루시의 포션 상점 겸 집에서 키웠다.
루시는 나무와 돌로 지어진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단독주택의 지하실은 포션 공방, 1층은 약재, 포션 상점, 2층은 집이었다.
복돌은 루시와 같이 2층에 설치된 토끼 집에서 살았다.
복돌이 마당에서 살지 않고 집안에서 같이 살 수 있는 이유는 기특하게도 똥오줌을잘 가리고 씻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었다.
복돌을 키운 지 2달이 지났더니 루시도 이제 복돌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복돌은 루시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루시만 바라봐주었다.
루시가 복돌의 토실토실하고 부드러운 털을 안고 있으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엘빈은 루시 보고 “복돌이랑 결혼해라”라고 장난치기도 했다.
엘빈은 가끔 복돌이 루시와 붙어있는 게 조금 질투 나기도 했다.
그러나 엘빈도 복돌이 있어서 루시의 얼굴이 환해진 걸 보는 게 더 좋았다.
사실 복돌이 엘빈한테도 친하게 굴어서 엘빈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연 것이었다.
복돌이 가장 좋아하는 날은 루시와 약초를 캐러 가는 날이었다.
오늘도 복돌은 루시가 약초를 캐러 가는 길에 따라나섰다.
복돌은 코를 킁킁거려서 루시가 원하는 약초를 찾았다.
복돌이 야생 몬스터들을 위협해서 쫓아내 주기도 했다.
루시가 말했다.
“복돌아. 헬로나 풀 좀 찾아줘~”
“뀨우우웅!”
복돌이 코를 킁킁거리더니 오른쪽 앞발을 한쪽으로 가리키며 따라오라는 뉘앙스를 취했다.
“참 신기하다니까. 복돌은 어떻게 말을 알아듣는 걸까? 헤헤헤.”
루시가 15분간 복돌을 따라다니다 보니 헬로나 풀 군집을 찾을 수 있었다.
“복돌아. 헬로나 풀 뜯을 동안 누나 좀 지켜줘야 해. 알겠지?”
“뀨웅!”
헬로나 풀을 뜯는 중간중간 다른 뿔토끼나 고블린이 자신을 바라보았지만, 복돌이 위협하니 그냥 가버렸다.
보통은 야생 몬스터가 다른 야생 몬스터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끔 야생 몬스터가 공격하기도 했지만, 루시와 복돌이 힘을 합치면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오늘도 많이 뜯었어. 역시 복돌이 덕분이야. 헤헤헤. 복돌이는 정말 복을 많이 가져오는 것 같아. 이제 브래돈 마을로 돌아가자.”
“뀨웅!”
루시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복돌과 함께 브래돈 마을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오늘은 복돌이가 좋아하는 닭고기를 줘야지~ 그리고 복돌이 안고 자야겠다. 헤헤’
몬스터의 생태는 아직 많이 비밀에 싸여 있지만, 복돌과 2달 가까이 산 루시는 복돌의 취향은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루시는 복돌한테 저녁으로 맛있는 삶은 닭가슴살을 주고 엘빈이랑 외식을 하러 떠났다.
“복돌아. 오늘 누나가 엘빈 오빠랑 밥 먹을 거니까 집 지키고 있어~”
“뀨우웅! 뀨웅!”
루시는 집에 돌아와서 복돌을 안고 잤다.
“복돌아~ 그동안 외로웠지? 같이 자자~”
그다음 날 루시가 일어났을 때 복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루시는 복돌이 아직 자고 있다고 생각하며 포션 상점을 운영하러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몇 시간이 지나도 복돌이 1층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보통이면 복돌이 상점 밖으로 나가서 신나게 마을을 뛰어다닐 시간이었다.
루시는 불안을 느끼면서 2층의 침대로 갔다.
거기에는 복돌이 아직도 누워있었다.
“복돌아….”
루시는 떨리는 목소리로 복돌을 불렀다.
복돌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고통스러운 눈망울로 루시를 쳐다보았다.
“뀨우우우우웅”
복돌의 목소리에는 힘이하나도 없었다.
마치 이제 곧 죽어버릴 것처럼 말이다.
“복돌아! 왜 그래복돌아! 어떻게 된 거야!”
루시는 복돌을 잃어버릴 것 같은 공포에 눈물을 흘리면서 복돌을 안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뽈뽈 뛰어다니던 복돌의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루시는 지하 포션 공방으로 복돌을 들고 뛰어 내려갔다.
일단 복돌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루시는 복돌의 몸에 청진기를 대고 호흡 소리를 들었다.
호흡과 심장박동이 불규칙적이었다.
몸의 어떤 부분은 차갑기까지 했다.
루시는 애완동물에게 많이 처방하는 힐링 포션을 복돌에게 먹였다.
복돌이 잠깐 좋아지는가 싶더니 5분 후에 다시 힘을 잃고 고통스러워했다.
다시 새로운 힐링 포션을 먹여도 별 차도가 없었다.
“엉엉엉! 복돌아 죽으면 안 돼. 너 없으면 누나가 어떻게 살아! 엉엉!”
루시는 복돌이를 들고 엘빈한테 달려갔다.
엘빈은 경비병 근무를 서는 중이었다.
루시의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보고 엘빈이놀라서 물었다.
“루시. 무슨 일이야?”
“엘빈. 복돌이가, 복돌이가...”
“진정해. 심호흡하고.”
“복돌이가 오늘 아침부터 아파서 안 일어나.”
엘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복돌을 살펴보니 정말죽을 것만 같았다.
엘빈은 루시를 달래주고 복돌이를 살리기 위해서 휴가를 냈다.
“루시. 지금 바로 멜리사 사제님한테 가서 회복마법을 써달라고 하자.”
“응응.”
루시와 엘빈은 멜리사 여사제가 있는 마을에 하나뿐인 교회로 갔다.
루시가 멜리사에게 복돌을 보여주면서 간절한 얼굴로 부탁했다.
“멜리사 여사제님. 여기 복돌이가 너무 아파요. 힐링마법을 써주세요.”
“힐링마법은 상당히 비싼데 괜찮으신가요?”
“네. 알고 있어요. 그래도 써주세요.”
“알겠습니다. 10골드입니다.”
전투에서는 사제들이 무료로 힐링마법을 써주지만, 이런 평화로운 시대에서의 힐링마법은 교회의 주 수입원이다.
힐링마법은 힐링포션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것까지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멜리사 여사제가 힐링마법을 써도 복돌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멜리사 여사제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힐링마법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 고통이 뿔토끼에게 자연스러운 형태라는 거에요. 이 뿔토끼는 아마도 천수를 다한 것 같습니다.”
“그럴 수가. 엉엉엉.”
“루시. 진정해.”
그렇게 루시와 엘빈은 복돌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엉엉엉. 복돌아 어떡해. 이제 2달밖에 안 됐는데. 엉엉”
엘빈은 루시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조용히 안아주었다.”
“루시. 복돌이가 죽는 건 너무너무 슬프지만, 복돌이도 우리랑 같이 있어서 행복했을 거야.”
“흑흑.”
“복돌이가 우리한테 다가온 건 이제 자신의 수명이 곧 끝날 것을 느껴서가 아닐까? 아마도 죽기 전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아보고 싶었을지도 몰라.
“흑흑흑…. 응.”
루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그때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복돌이 느리게 몸을 들면서 떨리는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루시에게 다가갔다.
“뀨으으으ㅡㅡ”
마치 자신의 마지막 모든 기운을 사용하듯이 말이다.
“복돌아! 움직이면 안 돼!”
복돌이는 끝까지 움직여서 루시의 가슴팍에 얼굴을 기댔다.
루시가 소리쳤다.
“북돌아!”
“복돌이는 아직 괜찮아. 복돌이가 마지막까지 너랑 함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아. 너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잖아.”
루시는 엘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복돌아. 오늘 누나랑 같이 자자.”
엘빈이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나는 집으로갈게. 혹시라도 필요해지면 나 불러. 언제라도 달려갈게.”
“정말 고마워 엘빈. 너밖에 없어. 흑흑. 필요하면 꼭 부를게.”
“약속이야. 간다. 안녕~!”
엘빈은 눈치 빠르게 복돌과 루시만 남겨주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루시는 복돌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복돌의 마지막을 배려하였다.
복돌도 루시가 얘기하는 동안 그녀의 품에 안겨서 루시의 눈동자를 깊게 바라보았다.
복돌은 자신의 끝을 인지하고 경청하는 듯 보였다.
루시는 그날 복돌을 품에 안고 잤다.
다음 날 복돌은 숨을 쉬지 않았다.
복돌의 죽음은 마을의 큰 슬픔이었기에 복돌은 마을에 광장에 묻히게 되었다.
복돌이 묻힌 무덤의 비석에는 ‘마을의 최고 귀염둥이였던 뿔토끼 복돌. 여기에 묻히다’라고 쓰여졌다.
마을의 모든 아이가 복돌의 무덤 앞에서 울면서 복돌이 가장 좋아했던 풀들과 간식을 주었다.
마을 어른들도 한 번씩 복돌의 무덤을 보면서 복돌의 즐거운 일화들을 떠올렸다.
모든 마을 사람의 마음에는 복돌이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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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김철수는 드디어 시원한해방감을 느꼈다.
내가 귀여운 애완 뿔토끼를 연기한 지 벌써 2달이 지났다.
연기를 너무 길게 하다 보니 내 자아가 애완 뿔토끼인지 헷갈렸고 어느 순간은 즐기기도 했다.
내가 2달 동안 참았던 이유는 인간 같은 고등생명체의 뇌를 지배하려면 진화포인트가 100pt나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브래돈 마을에 왔을 때의 진화포인트는 7pt였다.
나는 처음 며칠 동안 마을의 구조와 사람들을 확실하게외우기 위해서 돌아다녔다.
귀여운 애완 뿔각토끼 연기는 덤이었다.
브래돈 마을은 중세시대의 마을을 떠올리게 했다.
마을 바닥은 대부분 흙길이었고 중앙에 시장으로 사용되는 광장이 있었다.
건물 대부분은 목조 주택건물이었고 가끔 돌과 나무가 뒤섞인 건물도 있었다.
광장 앞에는 돌로 지어진 조금 큰 주택건물이 있었는데 마을 촌장이 사는 집이었다.
광장에는 외부에서 온 상인들이 이동식 마차에상품을 싣고 와서 마을 사람들과 거래를 했다.
외부의 상인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식료품, 무기, 미용 도구 등을 팔았고, 마을의 가게에서 약초, 포션, 몬스터 부산물 등을 사 갔다.
가끔 널따란 챙이 달린 고깔모자와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든 사람들도 왔는데 그들은 마을 아이들한테 마법 쇼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이때 여기가 이세계라는 것을 피부로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마을은 단순한 시골 마을이기보다는 거래가 활발한 발전된 마을로 느껴졌다.
건물의 수를 대충 세보니 300가구 정도 있는 것 같았다.
중요한 인물들은 마을의 교회를 운영하는 멜리사 여사제, 경비대장 윈스톤, 마을 촌장 에드가였다.
몇몇 성인들은 몬스터를 이길 정도의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마을 촌장이 마을의 중요 인원들과 회의해서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했다.
마을 주변은 목책과 돌담이 둘러싸고 있었고 마을의 경비대가 벽 위에서 경계를 섰다.
이세계의 화폐의 단위는 1골드가 10실버이고 1실버가 10 쿠퍼였다.
물가를 비교해보니 1쿠퍼는 지구 단위로 대략 1000원, 1실버는 1만원, 1골드는 10만원이었다.
내가 10일간 마을을 둘러보니 어떤 마을인지 거의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루시가 나를 안고 잤을 때 루시의뇌로 침투하려고 했다.
내가 뿔토끼의 뇌를 포기하려던 순간에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것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고등 지성 생명체인 인간의 뇌를 지배하고 싶다고 깊게 생각하자 소리가 들렸다.
띠리리리링
[고등 지성 생명체인 인간의 뇌를 이해하고 연결하려면 진화포인트가 100pt 필요합니다.]
입이 딱 벌어졌다.
지금까지 찔끔찔끔 포인트를 모았는데 언제 100pt가 모이겠나.
그래서 2달간 포인트를 모으는 과정을 보냈다.
다행히도 이 뿔토끼의 몸으로 업적을 채워도 진화포인트가 모였다.
처음으로 마을의 싹수없는 대장 강아지의 배에 구멍을 냈을 때 5pt를 얻었다.
루시가 약초를 캐는 데 따라가서 고블린이나 다른 뿔토끼 같은 하급몬스터를 루시와 같이 잡아도 진화포인트를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은 진화포인트가 총 167pt였다.
마지막에는 루시의 정신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또 루시가 안고 잘 수 있도록 고통을 연기했다.
사실 연기는 아니고 진짜 고통스러웠다.
생명체 뇌의 뇌간은 안구 운동, 심장박동, 호흡 등 생명 활동을 관장하는 매우 기본적인 중추이고 간뇌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항상성을 유지한다.
나는 뇌간과 간뇌에 강력한 자극을 줘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자 생명 활동이 불규칙적으로 되고 항상성이 망가져서 뿔토끼가 하루 만에 죽어버린 것이다.
루시가 힐링포션을 먹이고 사제한테 힐링마법을 부탁했을 때는 식겁했다.
하지만 이게 외상으로 인한 것도 아니고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져서 뇌간과 간뇌가 전으로 돌아가지 않자 안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죽어가는 뿔토끼가 루시의 품에서 잘 때 나는 뿔토끼의 코를 통해서 밖으로 나와서 잠자고 있는 루시의 코로 들어갔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들어가서 루시도 인지를 못 했을 것이다.
나는 부비강 위쪽에 마취 점액을 잔뜩 뿌리고 가늘게 구멍을 뚫어서 루시의 뇌로 들어갔다.
‘루시의 뇌를 지배한다.’
띠리리리리링
[100pt를 사용하여 고등 지성 생명체인 인간의 뇌와 연결됩니다.]
이제 진화포인트는 67pt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