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버스 안에서 유경 누나를 보았을 때, 그리고 그녀와 미용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가 생생하게 머릿 속에
떠오른다. 그 때의 나는 지금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감히 짐작이나 했을까?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가 이토록
발전할 줄 꿈에나 생각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고....
"누나."
"응?"
"고마워요."
"뭐가?"
"그냥... 전부 다요."
예전 유경 누나가 병원에서 내게 했던 것과 똑같은 말.
그녀도 그것이 기억난 모양인지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그녀에게 마주 웃음을 지었다.
서로의 웃음소리가 천천히 잦아들어갈 때 쯤, 누나는 속삭이듯 말해왔다.
"기억력이 좋네."
"누나가 한 말만 기억해요."
"하여튼 말은 잘해요... 그럼 그것도 기억나?"
"뭘요?"
"나 저번에 너네 원룸에 한번 놀러간다 그랬잖아."
아, 그랬었지... 그 때 유경 누나 집에서 설거지 도와줄 때.
"네. 그게 왜요?"
의아하게 되묻는 나의 말에 유경 누나는 뜻모를 미소를 방긋 지었다.
그 웃음은 무슨 의미였을까...
"그럼 그거 오늘로 해도 되지?"
"와, 생각보다 깨끗하네."
내 원룸 안을 한번 슥 둘러본 유경 누나의 감상은 그러했다.
"보기 전엔 어떻게 생각하셨는데요?"
"남자애 혼자 산다 그래서 조금 지저분할 줄 알았지."
하하... 이래봬도 깔끔하고 부지런한 성격인데.
유경 누나는 내 작은 책상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여기저기를 계속 둘러보고 있었다.
내가 유경 누나 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도 저랬지... 후후.
"뭐 마실 것 좀 내올게요."
"응? 괜찮은데..."
누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내 원룸에 최초로 발을 들여놓은 외부인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여인인데 어떻게 아무런 대접도 하지 않을 수 있으랴.
다행히 필요할 때 마다 장보러 가는 것을 귀찮게 여긴 나머지 한번 장을 볼 때 아예 냉장고를
가득 채워놓을 정도로 많이 사놓는 편이라서 대접할 것은 많았다.
주스와 과일을 비롯해서 이것저것을 챙겨 쟁반에 담는 도중에 냉장고 옆에 걸린 달력이 눈에 띄었다.
수능 날을 비롯해서 중요한 날짜들이 여기저기 체크되어 있는 내 전용 달력.
나는 웃음을 지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펜을 집어들어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를 쳤다.
유경 누나와 연인 사이가 된 오늘 이 하루를 기념하기위해.
'흐흐, 나중에 폰으로 100 일 계산도 해봐야겠지?'
쟁반을 받쳐들고 다시 유경 누나에게 다가가자 누나는 어쩐지 짖궃어 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혹시 내가 방금 달력에 동그라미 치는걸 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왜 그러세요?"
"아니, 뭐 별건 아니고..."
그녀는 살짝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마치 놀리는 것처럼 내 컴퓨터를 가르켰다.
"아무리 봐도 컴퓨터랑 휴지 위치가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애."
"....."
그녀가 가르키는 방향을 따라가 보니 그곳에는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와 그 옆에 마치 한쌍처럼
자리잡고 있는 크리넥스 휴지..... 엥?
"무, 무슨 의미에요?"
"글쎄~ 후훗."
정말로 애매모호한 웃음을 짓는 유경 누나. 나는 목덜미까지 빨개질 정도로 순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이상한 생각하시는거 아니죠?"
"어머, 무슨 이상한 생각? 난 그냥 그렇다고 말한 것 뿐인데..."
시치미를 뚝 떼는 유경 누나.
어제도 느낀 것이지만, 그녀는 정말 아주 가끔씩 엄청나게 능청스러워 질 때가 있다.
아니, 어쩌면 내 앞에서만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이럴 때면 나는 굉장히 난처해진다.
"거짓말... 그럼 어떻게 그 둘을 연관지을 수가 있어요?"
내가 종종 컴퓨터로 뭘 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궤뚫어본 것 같은 유경 누나의 감각은 놀랍도록 날카로웠지만
이것은.... 솔직히 그런 방면(?) 에 지식이 상당하지 않고서야 간파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은데.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
'으... 난감해.'
어떻게든 뭐라도 반격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유경 누나에게 억지로 마주 웃음을 지었다.
"누나도 그런거 알긴 아나봐요?"
순백의 여신처럼 마냥 순수해보이던 유경 누나가 그런 뜻밖의 면모를 보이는 것에 대한 은근한 조롱이었다.
마치 비꼬는 것 같은 그 말이 의외로 꽤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간듯,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누나의 그 애매모호한 미소가 약간 흔들렸다.
"그런거라니? 으음~ 무슨 말이야?"
마치 어린아이가 오리발을 내미는 것처럼 어색하게 시치미를 떼고있는 누나.
나는 어쩌면 이 상황을 멋지게 역전시킬 수도 있겠다 싶어 유경 누나 이상으로 짖궃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장난스럽게 말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누나는 너무 순수해서 그런거 하나도 모를 줄 알았는데... 정말 정말 뜻밖이네요.
혹시 누나도 그런데 관심 많아요? 너무 너무 의외다, 진짜~"
"....."
꼬집어내듯 비꼬면서 능청스럽게 찔러대는 내 말에 드디어 유경 누나의 얼굴에서 애매한 웃음이 사라지고
살짝 당황하는 것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 으흐흐, 통쾌하다~
"내, 내가 뭐 어린애인 줄 알아... 나도 알 건 다 안다, 뭐...!"
"오호, 그러세요? 난 누나가 엄청 순수해보여서 미처 그럴 줄은 몰랐는데...
의외로 아는게 많으신가봐요. 으음, 좀 놀랍네."
솔직히 요즘같은 세상에 남성의 자위행위 정도도 모르는 여자가 있다는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마는,
난 마치 유경 누나의 순수함을 희롱이라도 하듯 그녀에게 놀랐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그녀를 놀려댔다.
그런 내 집요한 공격에 유경 누나의 얼굴이 마침내 살짝 달아오르고 말았다.
그리고 그 귀여운 모습을 본 나는 그만 크게 웃음을 터뜨려버렸다. 배를 잡고 거의 폭소를 하는
내 모습에 유경 누나는 더욱더 당황하고 있었다.
"왜, 왜 웃어?"
"하하하하... 그냥요... 너무 재밌어서."
앗싸, 이걸로 상황은 역전.
난 이 유치하기까지한 승리감을 만끽하며 귀엽게 얼굴을 붉히는 그녀의 모습을 여유롭게 감상했다.
하지만 순간 그 못말리는 장난기가 또 발동해버린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의자에 앉은 유경 누나에게
내 몸을 가까이 바짝 밀착시켰다.
"누나, 그럼 이것도 아시겠죠?"
"....뭘?"
"이렇게 조용하고 좁은 집 안에서, 젊은 남녀가 단 둘만 있을 때 그 다음이 어떻게 되는지."
내 딴에는 농담이라고 치근덕거린 말이었지만, 유경 누나 입장에선 엄청나게 의미심장한 말로 들렸나보다.
누나는 잠시 곰곰히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고는 순간 얼굴을 확 붉히며 몸을 뒤로 뺐다.
"무, 무슨 말이야? 엉큼하게!"
"허허, 이거 왜 이러시나. 알 거 다 아는 처자분께서."
은연 중에 아까 그녀의 말을 빗대어 꼬집은 짖궃기 짝이없는 농담이었다.
게다가 바로 어제, 미용실 안에서 그런 찐한 관계를 가진 누나와 나 사이였기에 건넬 수 있는
야한 농담이기도 했고.
"아이 참...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좀 놀려."
"놀리는게 아니라 누나가 좋으니까 그러죠."
이제는 좀 노련해졌다고 해야하나, 요령을 깨우쳤다고 해야하나.....
나는 유경 누나를 살살 꼬드길 때는 달콤한 말이 최고라는 사실을 대충 몸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유경 누나의 애정을 어쩐지 편하게 이용하는 것 같은 약간은 비겁한 수이긴 했지만...
뭐 어때? 흐흐, 이것도 다 서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건데.
"....뭐, 뭐할건데?"
일부러 태연한 척 하고 있긴 하지만 유경 누나도 어제 나와 나누었던 그 격렬하고 진한
정사가 생생히 떠오르는지 목덜미까지 빨개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솔직히 나도 아침부터 내내 지금까지 그 상상만 떠올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유경 누나와
좁은 원룸 안에서 단둘이 있게되니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실 나는 아까부터 조금씩 흥분하고 있는 상태였다.
"글쎄요."
또다시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며 나는 유경 누나에게 얼굴을 바싹 접근시켰다.
마음 속에서는 쿵쿵 뛰며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소리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작은 악마의 유혹적이
속삭임이 뒤섞여서 흘러나왔다. 그 악마는 내게 '단 둘 뿐이다' 라고 계속해서 달콤하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래... 단 둘 뿐이야. 어제처럼...'
어제처럼... 어제처럼... 어제처럼?
순간 어제의 그 황홀했던 정사의 장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 속에서 또다시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더불어 파도처럼 엄청난 흥분이 순식간에 마음 속 구석구석으로 몰아쳐 나갔다.
상상의 주인공이 이렇게 바로 눈 앞에, 게다가 이 좁고 조용한 곳에서 단 둘이 앉아있는데 어떻게, 무슨 수로
흥분하지 말란 것인가. 뭐, 사실 흥분하지 말라고 말릴 사람도 여기엔 없었다.
"너 정말... 너무 엉큼해."
유경 누나는 마치 최후의 저항이라도 하는 것 마냥 그렇게 살짝 중얼거렸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말을 하는 유경 누나의 살짝 열린 분홍빛 입술을 내가 그대로 덮어버렸으니까.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굳이 궁금하지는 않았다.
우리 둘은 이미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감각조차 잃고 있었으니까.
어김없이 입 안에서 끈적하고 부드럽게 뒤엉키는 서로의 혀.... 바로 이 아찔한 느낌.
이로써 유경 누나와의 세번째 딥키스. 나는 이제 대충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겉보기에는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사실은 이런 키스를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렇게 서로의 혀를 끈끈하게 얽어가며, 서로의 애를 태우는 이 뜨겁고 황홀한 순간의 달콤함을.
나야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유경 누나와의 키스라면 껌뻑 죽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녀 또한 이러한 깊은 키스를 좋아했기에 우리 사이의 키스는 언제나 굉장히 끈적하고, 아찔하고, 황홀했다.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라 서로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짙은 애정 행위.....
유경 누나는 앞의 두 번의 키스와는 다르게 이번엔 내 목덜미 대신 등 뒤로 손을 마치 깍지끼듯
마주잡고는, 그대로 날 강하게 껴안으며 입 안에서 혀를 계속 헤집는다.
서로의 혀를 빨아당기듯 이리저리 휘감고 당기며 춤을 추듯이 혀를 놀리는 우리는 그야말로 무아지경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혀 끝으로 느껴지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감각에만 집중할 뿐이다.
당연하게도 어느새 내 자지가 언제나처럼 빳빳하게 서서 그녀의 허벅지께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에 이제는 그녀 또한 그리 놀라지 않는다.
어느새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서 나와 마주 선 상태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의 나와 유경 누나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서로의 입술을 떼어내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까마득하게 많이 흘렀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첫번째나 두번째 키스에
비해서 몇 배는 되는 기나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길고 긴 딥키스만으로도 이미 자지가 터질 듯이 부풀어올라 정신이 어질어질한 지경이었다.
귀두 끝에서는 맑고 찐득한 액체가 조금씩 새어나와 사각 팬티를 살짝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정액을 사정할 때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많은 양의 쿠퍼액이 새어나오는 경우는 참 드물었다.
몸에 서서히 힘이 빠져나간다. 난 힘을 쭉 빼고는 그대로 유경 누나에게 온 몸을 맡겼다.
그녀는 새하얀 두 손으로 나의 등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계속해서 내 입술 안을 헤집는다.
등줄기를 쓰다듬어주는 그녀의 그 손길을 내가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일까,
누나는 손을 멈추지않고 부드럽게 내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여인....
문득 내가 이렇게 흥분한 것에 비해 그녀의 상태는 과연 어떨지 몹시 궁금해졌다.
살짝 실눈을 뜨고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지만 언제나처럼 그녀의 기다란 속눈썹 가닥과 눈꺼풀에 덮혀진
그녀의 맑고 깊은 눈동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뜨거운 숨결만이 코 끝으로 느껴질 뿐.
나는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밑으로 손을 내려 유경 누나의 허벅지 사이로 가져갔다.
만약 어제처럼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면 그대로 팬티 위를 손 끝으로 살펴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의 그녀는 조금 애석하게도 살짝 달라붙는 청스키니의 바지 차림이었다.
'아니...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
나는 유경 누나의 청스키니진 위로 그녀의 다리를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다.
언제봐도 너무나 미려한 극상의 예술.... 하늘이 내린 이 각선미.
보드랍고 매끈한 각선미를 손 끝으로 쓸어올리는 내 돌발적인 스킨십에 유경 누나는 잠깐
그것을 느꼈는지 입술 끝을 움찔했지만, 내 예상대로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 또한 이 정도의 스킨십은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하긴... 이미 어제 우린 미용실 안에서 돌아올 수도 없는 강을 훌쩍 넘어버린 사이인데 뭐.
할 것, 못 할 것 벌써 전부 저질러버린 상황에 새삼 거리낄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