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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린과 P군은 동굴 입구에서 마주쳤다.
"아, 아..."
홍세린은 또 다시 얼굴이 빨개지며 그냥 지나치려 했다.
"저..."
P군이 그런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P군의 목소리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
"저기."
'뭐야... 이렇게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면 뭐라고 말하지?'
그렇지만 긴장한 모습조차 예뻤다...
"저기... 계속 피하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홍세린은 그런 P군의 말을 멍하니 듣고 있었다.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 진 모르겠는데...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P군은 붙잡았던 손을 놓고 홍세린을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음... 나도 좋아하니까."
"아앗..."
홍세린이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엄청 부끄럼 타는구나... 홍세린...'
홍세린은 도망치듯 동굴로 들어왔다.
'P군이 나를 좋아한다고 했어... 꺄앗...'
그런 모습을 먼발치에서 모두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윤아영이었다.
"뭐야, 고작 저런 사이였어? 키스하려면 몇 달은 족히 걸리겠구만. 답답해. 나라면 저렇게 안 할텐데..."
그녀는 스스로 한 말에 흠칫 놀랐다.
'방금 정말 기분나쁜 생각 했구나, 나...'
그때 인기척이 났다.
"응? 아영아 누구랑 말하고 있었어?"
"앗, 아니... 그냥 혼잣말."
서유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윤아영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때 들뜬 표정으로 강아름이 들어왔다.
"보름달이 떴더라. 정말 이쁘던데~? 같이 보러 갈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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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니까. 정말 예뻐. 지금 수평선 근처에 있는데 엄청 크더라."
서유라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가서 보고 와. 볼만해~"
강아름도 한마디 했다. 그때 P군이 들어왔다.
"P군, 달 봤어?"
"무슨 달?"
"아~ P군도 못 봤구나. 세린아, 나가서 P군이랑 같이 꼭! 달 보고 와. 오늘 경치는 놓치면안 돼~"
서유라가 웃으며 말했다.
"어... 어..."
홍세린이 망설이는데, P군이 흔쾌히 대답했다.
"그럴까? 가자."
그리하여 홍세린은 어색하게 P군을 따라 동굴을 나섰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윤아영은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음... 그럼 우린 간만에 카드놀이나 할까?"
요즘 강아름은 각종 카드 게임에 재미가 들려 있었다. 지독히도 못 하면서 누구보다 더 좋아했다.
"그러자~"
서유라가 신이 나서 대답했다. 윤아영은 말없이 돌아누웠다.
"아영? 하지 않아?"
"나 조금 피곤해서..."
<-- 달맞이꽃 -->
홍세린은 P군에게서 조금 뒤쳐져 천천히 걸어왔다.
"왜 뒤에서 걸어."
P군이 웃으며 보조를 맞추었다. P군과 자신, 둘 뿐이라는 생각에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긴장해 있는 홍세린이었다. 그런데 P군이 자신을 신경 써 주는 기색마저 느끼자 한결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 그녀를 P군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슬쩍 손을 잡았다. 그녀는 움찔, 하고 놀라는 듯했지만 빼지는 않았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이다. P군은 조그만 그녀의 손을 잡고 섬의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
달은 노란색이라기보다 흰색에 가까웠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그 색이 마치 홍세린의 우윳빛깔 피부색 같아 보이기도 했다. P군은 홍세린과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홍세린은 그런 P군의 행동이 놀라우면서도 좋았다. 마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르르한 느낌이 온몸에 기분좋게,
그리고 따뜻하게 퍼져 갔다.
P군은 천천히 손을 옮겨 홍세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결 좋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이제 P군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환한 보름달에 비친 홍세린의 아름다운 옆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천녀처럼 비현실적인 존재에 더 가까운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눈을 감
고 있었다. 내리깐 긴 속눈썹이 희디 흰 작은 얼굴에 가볍게 음영을 드리웠다. 가볍게 열린 촉촉한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귀엽게 드러나 보였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P군은 그녀를 돌려 세웠다. 두 팔로 그녀를 껴안은 P군은 살짝 벌어진 입술의 그 틈 사이로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으음..."
기분 좋은 작은 신음 소리가 홍세린의 입술에서 새어나왔다. 홍세린의입술 안은 따뜻하고 달콤했다. P군은 키스를 시작하자마자 무인도에 온 이래로 처음 느끼는 성적인 전율을 느꼈다. 방에서 야동을 보며 자위도 하고 그랬던, 평범한 남고생이었던 P군이지만 무인도에 온 이후로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홍세린은 잊고 지낸 지 오래인 그의 본능적 감각을 깨웠다.
홍세린은 홍세린대로 P군의 갑작스런, 그러나 한편 달리 생각해 보면 그리 갑작스럽지도 않은 행동에 저으기 당황했지만, 당황한 것 못지않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뛰고 귀밑에 열이 올라 그녀는 아무것도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느껴지는 것이라
고는 거침없이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오는 P군의 달콤한 혀였다. 그녀는 기꺼이 P군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P군은 그녀를 껴안듯 어깨를 두르고 계속하여 키스했다. 아름다운 홍세린과 키스를 나누다 보니 그는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손이 아래로 내려가 가슴을 더듬게 될 뻔 했다. 그러나 그는 홍세린이 당황할까 걱정이 되어 자제했다.
그가 얼굴을 떼자, 홍세린은 그대로 스르르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괘... 괜찮아?"
P군이 걱정되어 홍세린을 일으키려 하자, 홍세린이 그에게 말없이 기대왔다. 그녀의 말캉하고 부드러운 젖가슴의 감촉이 P군의 팔에 여과없이 닿았다.
P군과 홍세린은 다시 함께 걷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P군의 팔에 매달리듯 안긴 자세로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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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라는 박성규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싫지 않았다. 박성규는 그녀의 다리를 자극적으로벌리며 깊이 삽입을 했다. 그의 우람한 남성이 그녀의 좁은 틈을 쑤시고 들이밀 적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울컥 애액을 내뿜곤 했다. 그녀의 몸은 박성규를 좋아하고 있었다.
최기훈과 이은지가 잠든 틈을 타 박성규는 그녀의 위로 자주 올라오곤 했다. 전소라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
"아... 으으.... 하앙..."
"쉿."
박성규는 노련하게 그녀의 입을 막으며 깊숙히 박아 넣었다. 그녀는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라 박성규의 것을 한결 힘껏 죄었다. 그 느낌에 박성규는 참을 수 없게 되어, 마지막으로 강하게 삽입한 뒤 꿈틀꿈틀 움직이며 사정했다. 그녀의 질 속은 박성규가 뿜어낸 정액으로가득 찼다. 이
은지와 최기훈은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오직 보름달만이 그들의 행위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이 짐승같은 박성규는 밤이면 밤마다 전소라를 탐하면서, 낮에 전소라가 자리를 비울 기회가 생기기만 하면 최기훈과 합심하여 이은지와 성행위를 했다. 전소라는 그런 것은 꿈에도 모르고, 박성규에게 점차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최기훈은 최기훈대로 전소라를 향한 순정(?)에,
그녀의 호의를 얻고자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었다. 그 또한 박성규가 전소라의 첫 경험을 가져갔고, 그 이후로도 계속 성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은지는 최기훈과 박성규의 성 노예로 사는 생활이 점점 견딜 수 없어졌다. 연수민이 달아난 이후로 그녀도 달아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안 했던 걸까... 가서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꼴로 지내면 안 되는 거였는데... 수민이가 잘 한 거야. 난 바보고...'
이은지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밤은 너무 위험했다. 낮에 달아나야 했다. 하지만 낮이면 두 짐승이 그녀의 곁에 도사리고 있었다.
'분명히 기회가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