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화 (16/20)

"좀 더 벌리자. 응?"

최기훈은 이은지의 다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거칠게 양 옆으로 찢듯이 벌렸다. 아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은지의 다리는 유연하게 잘 벌어진다.

"오라, 무용을 했나봐? 그럼 들어간다..."

"아..."

이은지가 몸을 떨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미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이미 최기훈의 몸이 그녀 위로 겹쳐졌다. 번개같은 동작으로 자신의 것을 그녀의 안쪽 깊숙하게 밀어 넣은 것이다.

"흐으윽..."

이은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오오... 좀 나아졌어... 안쪽이 미끈미끈한데!"

최기훈이 감탄했다.

옆에서 망을 보고 있던 박성규가 한마디했다.

"그래서 여자가 무서운 거라니까. 일단 한번 맛을 들이면 몸이 길들게 되지."

"그런가보다... 흐억... 쪼여... 아으...."

"빨리 싸. 나도 한번 하게."

"아 ㅅㅂ... 재촉하지 마... 허억... 허억... 빨려든다..."

이은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동작에 반응하게 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그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수차례의 경험으로 그녀의 몸은 정말 길이 들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쾌락을 느끼게 된 것이다.

최기훈은 여자에게 매너 있게 하는 편은 안 되었지만, 관계를 시작하고 나면 본능적으로 은근한 동작을 취하게 되어 그것이 이은지를 달아오르게 했다.

'아, 안돼... 이런 느낌...'

"하앗...!!"

이은지가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최기훈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디어... 조교 성공~"

자신의 가치를 한없이 가볍게 생각하는 그 말을 듣고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그러면서도 계속 느낄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몸이 이은지는 원망스러웠다.

"시, 싫어, 아앗... 하아... 하아... 아... 안돼..."

"좋잖아? 아 이년이 소리 내니까 진짜 흥분된다."

그는 짐승처럼 몸을 앞뒤로 빠르게 움직이다가 곧 이은지의 몸 속에 희뿌연 액체를 남김없이 배출했다.

"그럼 내 차례..."

그때였다.

"뭐야? 지금? 뭐하는 거야?"

최기훈의 등 뒤에서 연수민의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채집이 끝나 돌아온 것이리라.

"어 연수민 왔구나. 전소라는?"

"뭐야? 이게 다... 은지야!"

연수민이 두려움 어린 목소리로 이은지를 불렀다. 그러나 곧 그녀는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알았다. 옳은 선택지는, 이 광경을 본 순간 달아나는 것이다. 물론 의리가 없는 처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하더라도 의리는 지킬 수 없다. 피해자만 한 명

더 늘어날 뿐이었다. 전소라마저 버섯 채집 하러 가서 돌아오지 않은 판국에,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좋아, 2:2가 됐네."

사정을 끝내고 놀고 있던 최기훈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꺾었다.

"아아! 곧 전소라가 올 거야... 우리는 세 명이고..."

그러나 전소라가 단시간내에 오지 않으리라는 것은 연수민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좀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럼 2:3으로 하지 뭐?"

"아아..."

그랬다. 그들을 들인 것이 잘못이었다.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 줄 알았다면 그때 구하지 않는 건데... 이렇게 처녀를 빼앗기긴 싫었다. 도망갈 수 없을까...?

연수민은 기민하게 주위를 살폈다. 이은지를 보니 이미 눈의 초점이 풀린 채로 박성규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제정신인 사람이라 볼 수 없었다. 어쩐지 요즘 이은지가 힘이 없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을 연수민은 이제 잘

알게 되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재빠르게 돌아갔으나, 단지 머릿속에서만 이 방편 저 방편 고민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으며, 그녀는 최기훈에게 붙잡힌 채 능욕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안 돼, 이대로는... '

그녀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최기훈은 힘있게 눌렀다.

"안 돼지 안 돼..."

그녀의 반항으로 더욱 음심이 이는 최기훈이었다.

"너도 버진이지?"

연수민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다시 어깨가 눌러졌음은 물론이다.

'안 돼... 싫다고...!'

몇 차례 반복하다 보니 몸의 힘이 빠져왔다. 기운이 다하자 몸이 땅 밑으로 스르르 꺼지는것 같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연수민은 허공을 응시했다. 그런 그녀의 가슴을, 최기훈은 아무렇게나 주무르기 시작했다.

"나, 돌아가면 엄마한테 결혼하겠다고 말할 거야."

채하진은 천사처럼 웃으며 말했다. 사랑을 하는 그녀는 요즘 더 아름다워졌다. 우경철은 그런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고 아무 말도 없었다.

'어... 어째서 이런 천사가 나에게...'

요즘 우경철의 하루하루는 천국이었다. 그는 난파가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그럼 아마 좀 더 기다리라고 하겠지? 그럼 뭐, 고등학교 졸업하고 결혼한다고 하지 뭐. 어차피 얼마 안 남았으니까."

그녀는 까르르 웃었다.

"그... 결혼 상대자는 정해졌냐능?"

그녀가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뭐야? 나는 진심으로 말하는데 그런 말이나 하고..."

"설마..."

"누구겠어!"

채하진이 귀엽게 볼을 부풀렸다.

"귀, 귀여워..."

우경철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인데, 갑자기 허기가 졌다.

"아, 밥 먹을 시간이 되긴 됐다능... 오늘은 뭐 먹고 싶냐능?"

"뭐... 아무거나?"

우경철은 눈을 빛냈다.

"특히 먹고 싶은 거 정말 없냐능? 내가 해주고 싶다능..."

먹을 것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지만, 몇 가지 안 되는 종류 중에서 고르라는 말이었다. 진심이 담긴 우경철의 표정을 보고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음... 구하기 쉬운 것 중에서... 뭐로 정할까.

아 그래, 버섯!

그녀는 불현듯 버섯이 먹고 싶었다.

"버섯."

"오케이. 당장 따오겠다능."

멀지 않은 곳에 버섯 군락이 형성되어 있었다. 먹을 수 있는 것임을 확인했음은 물론이고,실제로 상당히 맛이 있기까지 했다. 고소했다. 불에 구워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채하진을 뒤로 하고, 숲 속으로 향했다.

<-- 버섯과 소녀 -->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버섯을 따고 있었다. 한 차례의 비로 한결 무럭무럭 자라는 버섯들이었다. 저녁으로 버섯구이를 먹고, 다음 날 한 끼를 더 할 수 있을 분량을 다 모았다. 숙소에서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탐험하다 우연히 찾아낸 이 버섯 군락으로 인해, 그 일대는 그와 채하

진에게는 매우 익숙한 곳이 되어 있었다.

우경철은 몸을 일으켜 돌아가려 했는데, 멀리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또 멧돼지와 같은 맹수인가 싶어 긴장을 했다. 그 소리는 점점 다가왔다. 그는 허리를 숙였다. 이제그 동물은 단 몇십 m 반경 내로 근접해 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여차하면 달아날 채비를했

다. 몸이 무거워 빠르지 않을 것은 분명했지만, 길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구덩이가 있는 근처로 달아날 수도 있고, 절벽으로 유인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풀숲에서 숨을 헐떡이며 빠져 나온 것은 처음 보는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대번에 우경철과 눈이 마주쳤다.

"도... 도와줘요."

그의 선한 눈빛을 읽었던 것일까? 그녀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우경철은 지체없이 그녀를 이끌고 깊게 파인 구덩이가 있는 쪽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또다른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스럭, 부스럭, 잎사귀 움직이는 소리에 간을 졸이며 소녀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이윽고,

"아, 놓쳤어. 제기랄!"

남자의 탄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 목소리는...'

우경철은 그게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바로 최기훈이었다. 그가 어떻게 최기훈을 잊을 수 있겠는가! 최기훈은 대놓고 그를 괴롭히던 장본인이었다. 곧 최기훈과 더불어 괴롭힘에 가담했던 박성규의 가증스런 목소리도 귓가에 울려퍼졌다.

"그냥 가자. 전소라도 올 테니까..."

"제기랄! 버진 하나 놓쳤군! 아, 속쓰려!"

"전소라 온다니까?"

"그래. 가자."

"전소라도 연수민 못지 않게 진짜 맛있을 거 같으니까 걱정마라. 사실 우리 형편에 세 명은 사치 아니냐? 관리도 힘들고."

"뭐 둘도 괜찮지. 근데 전소라는 내꺼다. 넌 이은지 가져."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니꺼 내꺼가 어딨어?"

"여깄지. ㅋㅋ"

그들은 저열한 농담을 하며 사라져갔다. 그제서야 소녀는 후우 하고 떨리는 숨을 내쉬며 우경철에게 몸을 기대고 스르르 주저앉았다.

그녀는 바로 연수민이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겁탈당할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최기훈의 중요 부위를 걷어차 잠시의 시간을 벌고, 그 틈을 이용하여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고, 고마워요..."

"5반이냐능?"

끄덕, 하고 그녀는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녀는 한창 때의 여고생이 지닐 수 있는 풋풋하고 발랄한 매력이 있었다. 얼굴도 몹시 귀여운 편으로, 애교 있어 보였다. 그야말로 누구나 좋아할 법한 밝고 상냥한 여고생이었다.

"큰일 날 뻔했어요..."

"그래 보인다능... 말 놔도 된다능?"

"으, 응... 그럴까요... 그럴게... 내 이름은 연수민..."

"내 이름은 우경철..."

그는 어색하게 답했다. 갑자기 밀어닥친 현실감의 파도에 그는 약간 당황해 있는 상태였다. 5반 여자애와 최기훈, 박성규... 살아 있는 것은 나와 채하진, 둘 뿐이 아니다. 이미 다른 세 명이 살아 있는 것을 안 이상,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섬에 있을 것 같았다. 꿈 같고, 꿀처럼 달콤한 둘

만의 시간이 와해될 것을 그는 직감하고 몸을 떨었다.

'역시... 이상하겠지.'

지금 그는 일종의 가상 현실에 살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것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그와 채하진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감이 급격히 무너졌다.

"아... 후..."

한숨을 쉬는 그를 바라보며 연수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아요...? 아, 말 놓으라고 했지 참."

"괜찮다능... 그 사람 간 것 같으니 안심하고..."

"저기!"

"?"

"갈 곳이 없어서... 그쪽 일행과 같이 지내면 안 될지."

낯선 이를 덜컥 믿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교훈을 배웠는데도, 연수민은 왠지 우경철에게 믿음이 가서 같이 지내자고 말해버렸다. 그의 일행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음..."

우경철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일행이 생기면 더이상 둘만의 생활은 없을 것이었다. 사랑을 나눌 때도 몰래 해야 할 것이고 말이다. 그러나 이 소녀는 정말 갈 곳이 없어 보였다. 방금 있던 곳에서 도망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따라오라능..."

왠지 우경철은 풀이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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