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지대 6 편
음모의 배후,
한편,
예정대로 아영의 모든 교육을 마치고 일진회의 차기 후계자인 이광운을 기다리던 도치는
급작스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맙소사! 감히 어떤 놈이 그런 짓을... ..."
분개하듯 성을 버럭 내는 도치는 서둘러 짐을 꾸렸다.
일정대로라면 벌써 광운이 왔어야 하지만 집 앞의 외딴 거리에서 린치를 당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학교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불량서클의 짓일 거라는 일진회 총 보스의 명령을
따라 이미 한 개조가 학교에 투입되었고 광운은 즉시 중앙병원으로 실려 갔던 것이다.
"씹-쌔끼들 관계된 놈들은 다 말아 버릴 테다!"
감히 일진회 보스의 아들을 건들인 것은 조직을 건드린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조직원들은
분개해 있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성난 도치는 아영을 불러냈다.
사정상 광운이 올 수 없는 만큼 그녀를 데리고 가는 것이 낳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어서 차에 올라 타!"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한마디만 삐끗하면 죽여 버릴 테다."
이제껏 한번도 성난 도치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아영은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엇이라고? 질풍조 새끼들이라고... ...?"
차에서 올라오는 도중 몇 번인가 부하로부터 보고를 받는 도치의 입에서 질풍조란 말이
새어 나오자 아영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아아... ...)
자신을 납치한 인물이 어느 정도 학교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아영의 머리
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자신의 기억으로 이런 짓을 할만한 인물은 새로 전학 온 이광운 밖에 없었다.
자신은 실체를 잘 모르지만... ...
모든 학생들이 두려워 할 만큼 잔인한 폭력서클 T.N.T.의 리더.
그리고 선생들조차 사소한 시비를 꺼릴 정도로 유명한 폭력조직인 일진회 보스의
아들이라는 광운은 전학 오자마자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고 다녔다.
하필이면 사고뭉치가 자신의 반으로 배정되다니... ...
웬만하면 아영은 그런 이광운을 선도하려고 몇 번이나 노력해 보았지만 급기야 사고는
터지고야 말았다.
일주일 전이던가,
자신이 정체 모를 사내들에게 납치되기 전,
"씨팔년 널 창녀로 만들어 수백 명의 사내와 몸을 섞게 할거야!"
상급생을 폭행한 벌로 화장실의 청소를 시키자 눈을 부라리며 대든 광운의 말이었다.
어처구니없는 광운의 말에 아영은 그대로 학교를 나와 버렸지만 사고뭉치 전학생 이광운
때문에 골이 지끈지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몇 일 뒤 정체불명의 사내들에게 납치 된 아영은 은연중에 광운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드디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아아!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
아영은 자신을 납치한 장본인이 광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두려움에 얼굴이 노랗게
변해 있었다.
"씨팔년 여기서 도망치면 집으로 쳐들어가 남편부터 조질 테니 알아서 잘 해."
부하가 차를 중앙병원의 주차장에 대자 성급하게 아영을 꺼낸 도치가 성난 눈으로
협박을 한번 해 보이며 광운이 입원한 병실을 찾았다.
302호의 병실 앞,
일진회의 무리들인 듯 통로에는 검정 양복을 입은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었고 광운이 입원한 병실에는 숫제 한 부대의 사내들이 일렬로 쭉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씨-팔 어떤 새끼들이야?"
다짜고짜 병원의 문을 연 도치가 고함을 버럭 질렀다.
"참어요 형"
얼굴을 맞은 듯 왼쪽 뺨에 푸르스름하게 멍이 든 광운이 아영을 힐끗 쳐다보며 도치를
진정시켰다.
광운의 옆에는 몇 명이나 더 조직원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서 있었고 그리고 사건을
접수 한 듯 경찰들이 막 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일부로 맞아 준거야, 형. 내가 미치지 않고서 이 정도로 당할 것 같아?
일부로 급소는 다 피했지."
먼데서 올라온 도치에게 광운이 상황을 설명하자 그제 서야 수그러든 듯 도치가
활짝 웃었다.
"하하 그럼 그렇지. 아우가 누군데 그렇게 맞아."
아영은 사내들이 주고받는 은밀한 밀어에 치가 떨렸다.
광운의 말로 보아 그는 질풍조한테 맞은 게 아니라 일부로 맞아 준척 한 것이다.
그래서 맞자마자 진단서를 끊기 위해 병원을 찾은 광운은 이미 18주의 진단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특별한 외상도 없이 병원 측을 수배한 광운은 18주의 진단서를 이용해 질풍조를
해체시키고 또 직접적으로 자신을 건들인 질풍조의 리더 김두식과 그의 친구들인 상식,
원섭에게는 잔인한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처음으로 강남에 진출 한 광운은 이외로 상류층 계열의 자식들로 구성된 질풍조를 손대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신의 테러 소식을 접한 광운은 일부로 혼자서 외딴 길을 찾아 구실을
제공해 주었고 적당히 맞는 척만 하고는 병원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피해자로서 이제는 칼자루를 쥔 셈이었으니 질풍조의 앞날은 훤했다.
모든 사실을 확인한 아영은 그의 간교함에 몸서리를 쳤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야비할 수가 있다니... ...
"어쨌든 형. 질풍조는 내가 알아서 처리 할 테고 교육은 끝났어?"
슬쩍 음탕한 시선을 흘기며 자신의 위아래를 쓸어 내리는 광운의 태도에 아영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광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본인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죽으라면 아마 죽는시늉까지도 할걸. 조개도 상당히 예쁘더군!"
노골적인 도치의 말에 껄껄대며 웃는 병실의 부하들은 비아냥거리며 아영을
바라보고 있었고 도치가 가방에서 몇 장의 비디오 테이프을 건네 주었다.
(맙소사! 오, 이런 ... ...)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른 아영은 수치심에 어쩔 줄을 몰랐다.
지난 5일간 자신의 모든 행적이 속속들이 찍힌 비디오 테이프.
차마 여자로서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수치스런 장면이 찍힌 테이프를 천연스레
건네 받은 광운은 뭔가 회심에 찬 미소이다.
"그래? 한번보고 싶은데... 형."
광운의 부탁에 도치는 아영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 여기선 안돼요!"
도치와 눈이 마주친 아영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며 애원의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누군가 아무나 건들기만 하면 금새 눈물을 쏟아 버릴 기세이다.
"씨-팔년 다시 끌려가면 평생 나오기 힘들어 섬에 팔아 버릴 테니까!"
위협적인 목소리의 도치는 성난 눈으로 목에 힘을 주며 아영에게 어서 벗으라며
명령하였다.
(오, 맙소사!)
훤한 대낮에 그것도 여관이나 호텔도 아닌 병실에서 자신의 제자에게 음부을 공개하라니.
도치의 주문에 아영의 얼굴은 초긴장으로 시뻘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서 보여줘 이년아! 네, 주인이 대합이 보고 싶으시다잖아!
어서 까서 그것이 활짝 벌어졌나 아니면 다물어졌나를 보여주란 말야!"
병실에 머물고 있던 부하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퍼졌다.
사내들은 벌써부터 뭔가 기대에 부푼 표정들이다.
"꼼지락거리지 말고 빨리 안 벗어!"
완강히 버티는 여자의 태도에 체면이 상한 도치가 인상을 잔뜩 쓰며 호통을
치자 체념한 듯 아영의 손이 스커트의 지퍼로 다가갔다.
병실엔 최소 열 명 이상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수치감으로 아영의
손끝은 떨려 나왔다.
"와-우 죽이는데... ..."
매끈한 아영의 허벅지가 드러나자 사내들은 균형 잡힌 몸매에 저마다 꿀꺽 침을 삼켰다.
잠시동안 손을 멈춘 아영은 도치와 눈이 마주치고는 찬찬히 팬티 스타킹의 윗 부분을
쥐고선 아래로 쓸어 내렸다.
살짝 가려진 블라우스의 밑으로 물색의 나일론 팬티가 수줍게 매달려 있었다.
"절망 근사하군... ... 후후... ..."
광운이 눈을 번득이며 주절거렸다.
도도한 담임선생이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 스스로 옷을 벗다니!
광운은 전학 간 첫 날 자신을 교실로 안내 할 때의 선생 모습을 그려보았다.
성숙한 여체의 향기에 자신도 모르게 고추가 벌떡 선 광운은 찰나의 순간에 은밀한
나체의 선생을 그려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비록 금단의 열매라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선생을 따먹어 버리고 말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어딘가 지적으로 보이는 그러면서도 농염한 여체.
아래 입가를 살짝 일그러뜨린 아영은 팬티에 손을 댔다.
(아-아!)
팬티를 정강이까지 끌러 내린 아영은 마지막 힘을 주며 마저 벗겨 내렸다.
번득이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제자 앞에서 밑에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아영은
불에 데인 듯이 하체를 비비꼬았다.
다가 온 도치가 뭐라고 귀에다 소곤대자 안 된다고 반항하던 아영은 도치의
강요를 뿌리치지 못하는지 울상이다.
아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 빨갛게 달아올랐다.
"자, 어서!"
도치의 소리가 병실 가득히 울려 퍼졌다.
체념하듯 아영은 광운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두 다리를 자연스럽게 벌여 주었다.
쭉 뻗은 다리가 매끄럽게 빛나고 있었고 그 안의 관능적인 숲이 활짝 벌어진 체
봉긋 솟은 섬모 사이로 숨겨진 균열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죽이는 대합이군"
능글맞게 웃는 광운은 손을 뻗어 그곳을 살짝 벌려 보았다.
마치 완전한 자신의 소유물임을 과시하듯 손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내보이며 농락하는
광운은 어느새 하체가 뿌듯이 달아올라 있었다.
광운은 무성하고 요염한 숲을 손가락으로 쥐고, 그 하층의 미묘한 항문 부위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이제 슬슬 맛을 볼까!"
일어난 광운이 아영을 개처럼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는 뒤로부터 축축한 점막을 밀며 자신의 단단한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으윽!"
부드럽게 여문 질은 끈끈하게 사내를 삼키며 강한 흡인력과 수축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착착 달라붙어 휘감기는 이 맛이라니!
사내들은 바로 이 맛에 여체를 찾는다.
광운은 상상대로 팍팍 감겨오는 그곳의 조임새에 정신이 아늑해져왔다.
"좀더 엉덩이를 흔들어! 이것밖에 못하겠어... 와-우 최고다!"
조이고 달라붙는 맛에 광운은 벌써부터 갈 것 같지만 간신히 억제하고 있었다.
광운은 풍만한 아영의 엉덩이를 좌우에서 손에 쥐고 세게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리듬을 타듯 호흡을 맞혀 격렬하게 밀어 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아... 아아... 아하하학... ... "
아영의 어깨와 등엔 끈끈한 비지땀이 베어 나왔다.
제자의 병실에서 이렇게 짐승 같은 자세로 능욕 당해야만 하다니!
하지만 그보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끈끈한 사내들의 시선이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듯 자신을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에 아영은 제정신이
아닌 듯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알 수 있는 피 가학적인 울음이었다.
목덜미까지 헝클어진 검은 머리칼을 흔들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 쉬는 담임의
모습에 뒤에서 지켜보던 광운의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고고한 담임의 모습은 간데 없고 지금은 한 마리 암캐에 불과할 뿐이었다.
금단의 열매였던 담임선생,
자신에게 대 주기 위해 짐승처럼 뒤를 벌린 담임의 육질 속으로 통쾌하게 관통시킨
광운은 상상만으로도 미칠 것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맛있겠군."
도치가 음탕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아아! 그만 이제 그만... ... ... ..."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여체의 조임새에 어느새 사정이 임박해진 광운이 아랫배에
힘을 주며 연달아 거친 소리를 외쳤다.
급작스런 사정의 느낌에 좀 빠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아쉽지는 않다.
앞으론 언제고 어디서곤 할 수 있는 여자.
몸 속으로부터 뜨거운 남자의 체액을 감지한 아영은 통렬한 피학성의 쾌감 때문인가!
악문 이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휴-유우"
간만에 느껴보는 만족감 때문인가 긴 한숨을 내쉰 광운은 아영을 더욱 바짝 엎드리게
하고는 이제껏 자신이 농락한 음부를 들여다보았다.
남자에게 정사 후 능욕 당한 여체의 비부를 바라보는 것도 각별한 맛이다.
끈끈한 정액과 마구 뒤엉킨 검은 숲 주변이 초라하게 죽어 있었다.
"자, 뒷마무리도 해야지."
아영의 앞으로 다가간 광운이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물기로 젖은 자신의 성기를
얼굴에 갖다 대었다.
아영은 말없이 입을 벌리고는 그것을 빨기 시작했다.
어차피 헛된 저항이나 반항은 사내의 유희를 즐겁게만 해줄 뿐이다.
귀두 끝부터 축 늘어진 불알의 틈새까지 긴 혀를 날름거리며 말끔히 씻겨내자
광운이 간지러운 듯 간간이 허리를 비비꼬았다.
"네 뒤처리는 내가 해주지. 형 그쪽에 휴지 좀 건네 줘."
"그...그런 건 내가... 하겠어. 부탁이야... ..."
애원하듯 울먹이는 아영의 뜻을 묵살한 체 손을 뻗은 광운의 손이 그곳을 몇 번인가
문지르는 찰라 병실의 입구 쪽에서 울리는 우렁찬 소리에 모두들 그곳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혹시라도 의사나 간호사라도 들어온다면 아주 웃기는 일이
발생하지도 모를 일이었다.
"누구야!"
"네. 도련님을 폭행하고 도망 친 김두식이란 학생 어머님이 뵙자고 찾아왔습니다."
다행히 간호사는 아니었지만 밖에서 울려 퍼지는 사내의 말에 놀란 아영은 허겁지겁
스커트를 걸쳐 입었다.
놀란 아영은 팬티조차 챙겨 입지 못하고 가까스로 침대 밑에 밀어 넣고는 식은땀을
흘렸다.
"드, 들어와!"
간신히 상황을 수습한 도치가 소리치자 부하인 듯한 한 명의 사내와 김두식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어머니란 여자는 상상외로 젊어 보이면서도 세련된 기품을 은연중에 내 보인 체 다가왔다.
"학생이 피해잔가요?"
어딘가 낯선 사내들의 이질적인 냄새에 여자의 시선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네, 맞아요. 전 이 학생의 삼촌으로 이 일에 가담한 무리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다혈질인 도치가 끼어 들었다.
김두식의 어머니인 민해정은 어딘가 근심 어린 표정이다.
조그마한 의상실을 경영하는 해정은 '집에 경찰이 왔어요.' 라며 부산스레 떠드는
가정부의 말을 듣고 놀라 집에 부랴부랴 뛰어 갔었다.
가정부의 말대로 집에는 두 명의 경찰이 찾아와 있었고 같은 학교 학생을 집단 구타한
주동자로 몰려 아들이 쫓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만약 숨기는 사실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안 그러면 아들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경찰들은 피해자가 암흑가를 주름잡는 일진회의 아들이란 사실을 전해 주면서 만약
아들인 두식이 그들의 손에 먼저 잡힌다면 목숨을 부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들려줬다.
이에 놀란 해정은 간신히 정신을 차려 경찰들을 돌려보내고는 외국에 지사를 내 벌써
일년을 외국에서 보내는 있는 남편에게도 상황을 알리고 병원을 허겁지겁 찾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불어닥친 경기불황으로 남편이 쉽사리 한국을 방문할 수 없는 사정을 알고있는
해정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리라 마음먹었었다.
압구정동의 로데오 거리에서 자신만의 의상실을 운영하는 민해정은 나름대로 그 분야에서
인정받은 상태였고 나름대로 모아둔 돈도 조금은 있는 처지였다.
남부럽지는 않을 정도로 사는 해정의 유일한 근심은 바로 아들인 김두식 뿐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돈이 얼마가 들든 반드시 합의를 보리라!)
마음먹은 해정은 어느 정도의 손해는 예상하고 있었다.
"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합의를 보고 싶어요."
다정스레 광운에게 다가간 해정은 상처 난 그의 이마를 어루만져 주며 이내 소개받은 그의
담임선생인 아영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아영의 미모야 학교에서 소문이 자자할 만큼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그의 곁에선 민해정의
미모도 만만치 않았다.
나이는 아영보다 조금은 많아 보였지만 의상실을 운영해서인가 어딘가 세련된 용모에
단정한 이목구비가 은연중 우아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아영이 어딘가 청순하면서도 순결한 이미지의 여자였다면 두식의 어머니인 해정은 어딘가
세련되면서도 기품 있어 보이는 부잣집 마나님 같은 타입이었던 것이다.
"저희는 합의 같은 거 안 봅니다.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그 녀석들을 잡으면 바다에
던져 버리든가 아니면 산에다 묻어 버릴 계획입니다."
거친 야성미를 물씬 풍기는 도치의 말에 해정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말았다.
"하지만 학생들끼리 좀 싸운걸 가지고 어른들이 관여하는 건... ..."
다부진 도치의 표정을 읽은 해정은 말을 멈췄다.
저런 종류의 사내는 뱉은 말은 무엇이든 저지른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막한 해정의 이마엔 자신도 모르게 비지땀이 베어 나왔다.
병원을 찾는 사이 수많은 핸드폰을 걸어 그동안 교분을 지내온 사람들에게 사고 수습을
부탁한 해정은 일진회란 것이 어떤 조직인지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이런 왜 하필이면 그런 조직과... ..."
자신과 전화를 받은 상대방이 한결같이 한 말이었다.
한번 목표물이 정해지면 자폭을 해서라도 해치워 버린다는 그들은 살인을 밥먹듯이
저질렀고 그들의 잔인성에 모두들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한다.
현직 검사이자 친구의 남편인 오현도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다가 멀리 외국으로
도망치라는 충고밖에 들을 수밖에 없었던 해정은 오히려 그들의 무서움만을
실감했을 뿐이다.
"우리 아들에겐 죄가 없어요. 차라리 저를 벌해주세요."
해정은 사내들의 단호한 태도에 합의는 포기해 버린 체 매달리기 시작했다.
뇌리 속엔 사내들의 손에 이끌려 '살려주세요' 라는 말을 외치는 아들의 모습뿐이다.
어떻게든 합의를 목적으로 찾아온 해정은 사내들의 단호한 태도에 이미 포기해 버렸고
단지 매달려야 한다는 목적뿐이었다.
올해로 서른 아홉인 해정은 자신보다 세 살은 더 어려 보이는 도치에게 애원했다.
"당신 가만히 보니 정말 아름답군!"
해정은 사내의 말에 공연히 겁이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려 왔지만 간신히 웃음을 머금은 해정은 미소를 흘겨 보냈다.
사내의 야유에 '조금만 참으면 될 거야' 라는 생각이 문들 들었던 것이다.
"가슴도 탐스럽군."
노골적인 사내의 말에 해정은 그냥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제가 잠시 만져봐도 될까요?"
"예?"
놀란 듯 물어보는 '예?'를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벌써부터 도치의 손이 젖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
해정은 도치의 손을 힘껏 밀쳤다.
"가만히 안 있음 아들이 정말로 구치소에 들어가는걸 보게 될 거예요!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면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사내의 말에 순간 아들인 두식의 얼굴이 떠오른 해정은 온 몸이 굳어져갔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는 사이 도치의 두 손은 이미 해정의 양쪽가슴을 번갈아 주무르고 있었다..
"흐흐... 피부가 정말 곱네요 마치 처녀처럼... ..."
도치의 손은 이미 해정의 상반신을 멋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구원의 눈길을 보내는 해정의 시선을 피한 아영은 차라리 시선을
돌려 한쪽 벽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만 같도록 자신이 왜소해 보였다.
"이게 무신 짓이죠! 이제 그만!"
상반신을 주무르던 손이 슬금슬금 허벅지까지 내려가고 급기야는 스커트를 걷어올리려
하자 소름 끼치는 듯 잠시 경련을 일으킨 해정이 냉정하게 소리 쳤다.
"자꾸... 이러면.. 신고 할.. 거예요.."
"신고? 신고 좋지... 내가 먼저 신고를 해줄까?"
사내의 태도에 핸드폰을 꺼내든 해정은 도로 백 속에 집어넣으며 병실의 입구를 향하여
걸어 나갔다.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서 사건을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뒤에 서있던 부하인 듯한 사내가 넥타이로 목을 씌우고 단숨에
졸라맸다.
"흡?"
해정은 미처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고통에 호흡이 가빠져왔다.